바닷속 아수라 병원 웅진책마을 107
원유순 지음, 소복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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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산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한 편 봤었다. 거기에서 나는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지난 30년간 지구상의 산호 절반이 멸종됐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한다. 이대로라면 늦어도 다음 30년 안에 지구상의 산호는 완전히 멸종한다는 말이 된다. 주원인은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었다. 밀림이 육지의 허파라면 산호는 바다의 허파다. 산호가 만들어 내는 산소와 영양물질은 작은 물고기들의 생명줄이며 먹이사슬에 의해 그 물고기를 상위 포식자들이 먹으며 생태계가 만들어 진다. 따라서 산호는 바다생물들의 보금자리이다. 하지만 이런 산호의 멸종이 30년이 채 안남았다는 것은 바다생태계, 더 나아가 지구 생태계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나의 세대에 바다 생태계의 종말을 목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바닷속 아수라 병원>은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경각심을 심어주어 환경에 관심을 유도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도 수많은 바다생물들이 인간으로 인해 버려진 기름, 폐 그물, 비닐, 플라스틱과 같은 바다쓰레기들로 죽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배를 가르니 엄청난 쓰레기가 나오는 상어, 등에 쇳조각이 박히고 이빨에 철사가 끼인 물고기, 다리가 썩어들어가는 문어의 모습에 참담한 기분이 든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채 죽어있는 거북이와 부폐한 사체 복부에서 플라스틱이 다량으로 나온 바다갈매기의 사진을 봤던 기억이 오버랩 되었다.


<바닷속 아수라 병원>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주인공 승리의 엄마는 동물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수의사 선생님이다. 어느날 그런 엄마가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는 용왕님의 긴급한 요청을 받고 바닷속 아수라 병원에서 바다생물들을 치료하고 계셨다. 하지만 워낙에 치료가 필요한 동물 수가 많았고 매 순간 계속 다친 동물들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함께 온 다른 수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들은 지쳐 돌아가지만 엄마는 끝까지 남아 치료하고 승리는 필요한 약품들을 나르며 엄마 곁에서 돕는다. 승리는 엄마가 이러다가 쓰러질까 걱정되고 또 쏟아지는 환자들에 언제 이 상황이 끝이 나려나 두렵기만 하다. 그때 옆에서 도와주던 남생이의 질책에서 중요한 결심을 내리게 된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봐야겠다고. 모두가 함께 한다면 분명 답을 찾을 것이고 이제부터는 걱정이 아닌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서겠다고.



책은 그렇게 끝이 난다. 마지막에 승리가 한 결심은 이 책을 읽고 있을 아이들과 부모님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작가가 던지는 메세지이자 구조요청일 것이다. 최근에 카페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로 대체되고 있고 여러 기관, 단체, 회사에서 일회용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쓰자는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사람들이 전보다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느끼고 있고 그러한 노력들이 작은 변화들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나빠지는 속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또한 사실이다.


책의 중간에 엄마를 잃은 아기 돌고래가 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단순한 상상의 동화가 아닌 엄연한 현실이겠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어려서 한번쯤 상상해봤던 위엄있고 기품있는 용왕님의 모습이 오염된 바닷속에서 백성들을 살리고자 가지고 있는 보물들을 의료인력을 구하기 위해 모두 써버려 거지가 된 용왕님으로 나온 것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용왕님이 끝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


<바닷속 아수라 병원은> 환경오염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아이들이 공감하도록 해서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쓰레기 최소화하고 분리수거 잘하기, 에너지 절약하기 같은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고 환경실천의 동기를 부여하는 책이다. 작가는 환경교육, 남생이와 용왕님이 등장하는 고전소설인 별주부전, 바닷속에도 병원이 있을 거라는 상상력을 조합하여 교훈도 있고 상상력을 자극할 재미도 있는 동화를 만들어냈다.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지구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과 환경실천에 대한 필요성을 가르쳐주고 싶다면 <바닷속 아수라 병원>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서 배운다. 아이들에게 아무리 교육을 잘해도 부모가 실천하지 않으면 밑 빠직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지구에서 살아갈 우리 모두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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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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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평할 책은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고양이 해결사 깜냥 1>이다. '1'이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시리즈로 나온 책이다. 내가 가진 것은 가제본인데, 나로서는 '가제본' 책은 처음이다. 서평하면서 개봉 전 영화 시사회처럼 발행일 전에 먼저 책을 읽어 본 적은 있었지만 날 것의 인쇄물로 본 적은 없었다. 출판업계에 근무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런 가제본을 보는 것 또한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와 재밌게 느껴진다. 어린이 동화책이고 그림 작가의 이름도 적혀 있지만 정식 책이 아니라 그림이 생략된 건 아쉽다.


부제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에서 볼수 있듯이 동화의 배경은 아파트다. 검정 길고양이 '깜냥'이 늦은 밤 세찬 비를 피해 아파트 경비실을 찾는다. 마음씨 좋은 경비 아저씨 덕에 하룻밤 지내게 되지만 아저씨는 주민들 민원 처리로 쉴 새없이 바쁘다. 아저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경비실에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하는 수 없이 깜냥은 대신 전화를 받고 민원을 해결해주면서 고양이 해결사가 되어간다.


아파트는 여러 사람들이 사는 장소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엄마, 아빠 없이 집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다. 인터폰으로 걸려온 장난전화에 깜냥은 그 집으로 찾아가고 심심해하는 아이 둘을 만난다. 집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약해진 깜냥은 아이들과 엄마가 올 때까지 놀아주기로 한다. 책도 읽고 간식도 함께 먹으며 아이들을 기뻐한다.


다음에는 층간소음 민원이 들어와 신고한 집의 윗 집을 가게 된다. 거기도 10살쯤 되는 여자아이 혼자 집에 있다. 어른들은 역시나 집에 없고 오빠도 학원갔다. 학교 동아리 오디션이 있어 춤연습 중인데, 엉성하다. 그래서 깜냥이 고양이 특유의 운동신경을 발휘해 멋진 춤을 가르쳐주어 고민을 해결해준다.



그 다음은 택배 아저씨다. 한 수레 가득 실은 택배물을 아파트 동마다 다니면서 배달하는데 손이 모자란다. 그래서 깜냥이 나서 도와준다. 덜커덩 거리는 수레에서 떨어진 택배들을 주워주고 층마다 아저씨가 배달하는 동안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있어준다. 아저씨는 깜냥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 책에서 나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보았다. 집에 어른 없이 남겨진 아이들이 많은 시대다. 아이들은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어른 없이는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한다. 집에서 티비보거나 시간되면 학원가기 바쁘다. 엄마, 아빠는 맞벌이로 일하러 가고 다른 친구들도 다 학원 가버리니 쓸쓸히 집에 남겨진 아이들은 외롭고 심심하다. 이런 시대상이 눈에 띄어 마음 한편 씁쓸하고 무겁다. 이때 깜냥이 등장해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며 친구가 되어준다.


그리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도 보인다. 가금씩 TV에서는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갑질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경비원이 아니라 사실상 잡부가 되어버렸다는 문제제기와 상한 음식을 주며 괴롭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이 책에서도 라면 한 젓가락 먹기 바쁘게 아저씨는 불려 나간다. 며칠전 40대 택배 배달원이 새벽 배달 중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책에서도 넘치는 택배 물량으로 일손이 모자라 힘들어 하는 택배 배달원이 나온다. 책은 우리 주변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조명하여 그들의 노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편리가 누군가의 희생이 밑받힘 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자연스레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아이들이 주변을 돌아보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 장면에 깜냥에게 도움 받았던 사람들이 고맙다고 선물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깜냥이 끌고온 캐리어 속에는 이전에 깜냥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준 물건들로 가득하다. 깜냥이 많은 사람들을 도와준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책 말미에 '깜냥'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깜냥'은 중의적인 뜻을 가진 이름이다. 단순히 검은 고양이라 깜냥이기도 하고 '깜냥껏 한다'에 쓰이는 '헤아릴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도 담겨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사람사이의 공감이 필요한 요즘이다. 작가는 외롭고 힘든 이들에게 위로와 도움을 건내며 살아가는 따뜻한 모습을 깜냥을 통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조만간 정식본이 나올텐데 그림도 추가되고 동화책 모양도 갖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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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타인들 - 소중한 사람과 더 가까워지는 관계심리학
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이수경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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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타인들>의 부제는 '소중한 사람과 더 가까워지는 관계심리학'이라고 되어있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 조반니 프라체토는 과학자이며 인문심리서 <감정의 재발견>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관계에 관한 자기계발서 정도로 생각했다. 실제 책의 목차를 보더라도 '관계의 선택', '관계의 유지', '관계의 균열'...으로 나와있어 관계에 대한 심리이론이나 처세술에 관한 내용으로 짐작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사실상 소설책이었다. 책은 8개의 장으로 나눠져 있는데, 장의 제목이 모두 '관계의 00'로 되어있어 관계의 단계별 심리학적 분석으로 보여지지만 각 장마다 별개의 단편 소설이 있었다. 작가는 '이야기식 서술과 과학적 사실을 오가며 인간관계의 다양한 지점을 논한다'고 표현했지만 나에게 이야기식 서술은 소설이었고 과학적 사실은 나래이션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등장하는 관계는 모두 사랑에 대한 것이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 '6장 관계의 재발견' 외에는 모두 육체적인 사랑을 담고 있다. 그래서 관계 중에서도 특히 연애에 관한 책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 연애의 관계라는 것이 다소 파격적이었다. 상상의 연인, 불륜까지는 어쨌든 어색하진 않는데 동성애, 양성애로 넘어가면서는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나는 동성애를 반대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양성애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것은 종교의 자유처럼 개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에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매년 성소수자들을 위한 퀴어축제(Queer Festival)가 열린다. 인상적인 것은 퀴어축제를 할 때마다 엄청난 경찰인력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항상 반대편에는 기독교 단체가 주관하는 반퀴어(反Queer)시위가 열려 팽팽한 긴장감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이 책 '7장 관계의 보상'에서는 2015년 아일랜드에서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는 시기가 배경으로 나온다. 그때 어른, 아이, 이성애자, 동성애자 할 것이 없이 국민 모두가 축제의 분위기를 자아내어 관용가 포용으로 서로의 개인적 취향과 감정을 존중해주는 모습이 훈훈하게 느껴졌다. 이미 독일, 프랑스, 영국, 브라질, 캐나다, 미국 등 많은 국가들에서 성소수자들의 동성애 결혼을 인정하는 추세이니 이런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나라도 그 나라 중 하나가 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이 책에서 나오는 동성애와 양성애의 관계에 부정적이기 보다는 참신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커플이 술을 마시다가 같이 화장실을 가서 소변기 앞에 서는 장면이 나오는데 커플이라면 당연히 이성이라고 떠올리는 문화 속에 있는 나로서는 그 장면이 빨리 그려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려졌음에도 약간 어색한 익숙치 않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치, 동성애자는 바로 옆에 서서 오줌 눌 일도 생기겠네'하는 생각은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지만 머리 속에 그려볼 일이 없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사랑하는 연인과 같이 소변기 앞에서 볼일 보며 연인에게 오늘 눈 오줌 중에 최고라고 말하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다. 그리고 '숫총각'이 '남자'와 '섹스'를 하는 상상을 했다는 문장에서, 미처 아직 이 책이 동성애를 다룰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전에는, 순간 내가 글을 잘못 읽었던지 아니면 오타가 아닌가 한참을 다시 읽어본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시간강사와 대학생이라서 그나마 충격이 경감되지만 남자 학생과 남자 선생님과의 사랑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사실상 남자라는 것만 빼면 어느 남녀간 사랑 못지 않게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다. '남자와 남자간에도 저런 정서를 나눌수 있구나'하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상상해보게 되니 머리의 어떤 막혔던 부분이 뚫어져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이탈리아 사람이다. 유럽의 상당수의 국가가 이미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동성애는 일상적인 부분일 것이고 당연히 그가 쓴 소설에도 그런 문화적인 부분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책을 읽음으로 세계적인 감각이 길러지고 새로운 것에 오픈 마인드가 되는 것 같다.


'8장 관계의 의미'에서 자유롭고 뜨거운 사랑을 하지만 끝내 에이즈로 연인을 잃게 되는 이야기와 '6장 관계의 재발견'에서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에서는 죽음을 통한 친밀한 관계의 종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1장 관계의 선택'에서는 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는 성공한 골드미스가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의 아우성을 못 이겨 가상의 남자친구를 만들어 거짓말을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의 부모님이나 외국의 부모님이나 이런 면에서는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 중간에 목소리가 등장해 심리학, 통계학, 진화론, 천문학까지 끌고와서 관계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설명하는 전지적 작기시점의 나래이션이 등장한다. 그리고 철학자, 심리학자, 극작가같은 여러 인물들의 말이 인용되어 있어 소설 속 이야기와 더불어 함께 생각해 볼만하다.



<친밀한 타인들>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동성, 이성, 양성, 부모자식 같은 여러 관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우리는 그 이야기를 통해 '나는 지금 어떤 친밀한 관계 속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고 종국에는 끝낼 것인가' 하는 나를 둘러 싼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 책을 통틀어서 나는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외로움은 사람을 죽인다." '친밀함'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담고 있는 이 책이 가장 큰 도움을 줄수 있는 사람은 바로 '외로운' 사람들이 아닐까. 만약 지금 외로운 사람이라면 이 책을 참고 삼아 친밀한 관계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겠다. 너무 늦어 외로움에 죽기전에.


"난 우리가 인생이라는 걸 믿어볼 만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뜻대로 안 되고, 마음에 안 들고, 아쉽고, 뭐 그런 것들도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우린 다 나약하고 상처받는 존재야. 그걸 기꺼이 인정하자고.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은 서로 만나게 되어 있다고 믿으며 살자. 그것 말고 중요한 건 없어. 우리, 포기하지 않겠다고 서로에게 약속하자. 후회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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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초밥 도감 길벗스쿨 그림책 16
오모리 히로코 지음, 고향옥 옮김, 보즈콘냐쿠 감수 / 길벗스쿨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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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맛있는 초밥 도감>을 선택하게 된 것은 '놀라움'과 '아이' 때문이었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이런 책도 세상에 다 있나 싶었다. <맛있는 초밥 도감>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초밥을 그림으로 다 담아 놓은 것 같다.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다. 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렸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책을 보면 이렇게 초밥의 종류가 다양했구나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초밥하면 종류가 다양하지만 그래도 초밥하면 물고기 아닌가. 물고기는 종류에 따라 속살의 색이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은 붉은 초밥, 하얀 초밥, 은빛 초밥으로 나누어 놓았다. 그리고 초밥 뿐만 아니라 그 색색의 초밥은 어떤 생선으로 만들어 진 것인지 그림으로 나와있다. 다양한 초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그 생선이 어떤 생선일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막상 먹기 바빠 잠깐의 생각으로 지나치기 일쑤다. 기껏 알아봐야 어떤 이름의 생선 초밥이다는 것일 뿐 그 생선의 생김새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물어보고 찾아보는 귀찮음을 대신해주었다. 그동안 먹기 바빴던 초밥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되서 좋다. 횟집에 가서 모둠회를 시킬 때 이게 무슨 물고기일까 하고 궁금해 했던 사람들은 여기서 그 생선의 생김새와 이름을 알아갈 수 있다.


붉은 초밥 12종, 하얀 초밥 12종, 은빛 초밥 8종과 그 생선들의 소개 다음에는 기다란 초밥 3종과 그에 들어가는 긴 생선들도 소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새우, 오징어, 문어, 조개에서 소고기, 함박스테이크, 달걀말이까지 형형색색의 다양한 초밥이 예쁜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해 가까운 초밥집을 찾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따라 그려보고 싶은 마음도 살짝 생겼었다.


마지막에는 김초밥이 나온다. 뷔페에 가면 롤과 함께 김초밥들이 있는 것을 본적 있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정도로 가지수가 많지는 않았다. 무려 종류만 19종이다. 이 책의 원작이 일본판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못 봤던 메뉴들도 보인다. 한때 우리의 청국장과 비슷하지만 생으로 먹는다는 점에서 다른 '낫토'의 유명세는 건강보조제 '나토키나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낫토'를 먹기 위해서는 일본식료품점에나 가야 구할수 있었다. 나도 낫토를 구하기 위해 일본식료품점을 찾아 다녀 본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요즘은 많이 대중화가 되어 마트에서도 쉽게 볼수 있다. 그런 나이기에 김초밥 중 '낫토 김초밥'은 유독 눈에 띈다.



뒷부분에는 일식 요리사 모자를 쓴 펭귄들이 생선을 바다에서 잡아올려 회를 뜨고 밥을 뭉쳐 초밥을 만드는과정이 그림으로 나와있다. 그리고 계란을 풀어서 지단을 만드는 장면과 김초밥을 마는 장면도 나온다. 그렇게 정성스레 만든 초밥들은 여러 동물들에게 서빙되고 동물들은 맜있게 먹는다.


여러가지 초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림으로 그려서 도감형식의 그림책을 만들고자 한 작가의 생각이 참 기발하다. 작가가 만든 비슷한 책으로는 <세계의 빵 도감>이 있는데 거기서도 온갖 빵들을 그림으로 그려 아이들 그림책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이 작은 도감은 그 전문성을 검증받고자 진짜(?) 생선도감과 스시도감을 만든 생선과 초밥의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았다.


글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그림에 크게 반응한다. <맛있는 초밥 도감>을 처음 아이에게 줬을 때 반응은 바로 왔다. 책을 넘길 때마다 쏟아지는 초밥과 물고기 그림은 아이의 마음을 금방 사로잡았다. 그리고 부록으로 들어 있는 스티커도 아이가 충분히 좋아할 만한 요소였다. 그림책이라 글은 많지 않다. 그래서 그림을 보며 감탄 몇 번 하다보면 책이 끝난다. 


하지만 아이는 책을 다 보고 나서 메뉴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손님이라 부르며 책을 메뉴판 삼아 주고 어떤 초밥을 먹고 싶은지 고르라 했다. 그리고는 초밥을 고르자 뒤에 널브러져 있던 블럭으로 초밥을 만들어 뚝딱 대령했다. 아이는 책을 보며 메뉴판을 상상한 것이다. 나는 아이가 메뉴판을 말하기 전까지 책은 책일 뿐 메뉴판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횟집이나 스시집같은 식당의 메뉴판에 이렇게 예쁘게 그림이 그려져 있으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다시 가고싶은 마음도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아이들의 생각은 참 유연하다는 것에 잠시 감탄하고. 아무튼 책은 그렇게 또 하나의 장난감이 되었다.



<맛있는 초밥 도감>은 아이 그림책으로 나왔지만 다양한 초밥을 분류하고 그 식재료들을 한데 모아 놓았으며 예쁜 그림으로까지 그려놓았다는 점에서 초밥에 관심있고 초밥을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도 묘한 소유욕을 자극하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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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구병모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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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수놓은 이야기>을 처음 봤을 때,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심장에 수를 놓는다...' 그 표현에 단정짓기 어려운 묘한 감정이 전해졌다. 어떤 가슴 찡한 사연이 담겨있다는 은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은유가 아니라 직유였다. 심장, 즉 우리 몸. 우리 몸에 수를 놓는 것, 그렇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문신에 대한 이야기다.


문신과 타투는 문자 그대로는 같은 말일지 몰라도 그것이 풍기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문신은 나이 있으신 세대들의 단어로 음지에서 힘을 쓰시는 분들이 하실 법한, 그래서 목욕탕에서 '문신'이 있는 분들이 계시면 으레 자리를 비켜드려야 하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게하지만 타투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개성이나 멋을 표현하기 위한 악세사리 정도로 인식된다. 책에서도 50대인 시미는 '문신'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20대인 화인은 '타투'라는 단어로 이내 받아친다. 과거에 문신을 한 사람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었지만 이제는 타투한 사람은 흔히 본다. 특히 노출이 많아지는 여름에는 목, 손목, 발목, 허리 등에 타투를 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리고 전통적으로는 남성들이 많이 했지만 지금은 여성들에게서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나도 전에는 '문신'에 대해 보수적인 느낌이 있었지만 이제는 '타투'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개인의 취향으로 느껴진다.


과거는 아프고 현실은 초라하고 미래는 불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양극화는 심해지며 불평등과 부조리는 커져간다. 신분제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헌법적 계급은 사라졌을지언정 경제적 계급, 사회적 계급은 엄연한 현실이다. 인간성은 상실되고 허무와 위선이 판친다. 사람들의 열망은 커져가지만 해소할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너무 암울하게 말했나.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고자 이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깊은 불안과 불만을 느끼며 살고 있고 그 공허험에 허덕이며 믿고 기대고 싶은 의지처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져 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교육수준은 높아짐에도 수천년전에 탄생한 종교의 맹목과 기복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다. 또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부러움의 대상인 연예인, 정치인, 경제인 같은 유명인들이 프로포폴이나 마약 투여로 경찰에 수사 중이라는 뉴스가 흔한 것도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사람들의 그런 불안한 마음을 '타투'로 위로해준다. 외롭고, 두려울 때 나를 지켜줄 수호신. 소설 중에 나오는 화인의 새러맨더, 운전기사 M씨의 파도, 작곡가의 표범과 같은 인물들의 '타투'는 그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했을 때 '수호신'으로서 그들을 지켜준다. 어떤 수호신이 실제로 우리를 지켜주느냐, 엄마가 10만원 주고 사오신 부적이 실제로 효과가 있느냐 하는 것은 어쩌면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주택가에 드문드문 보이는, 대나무에 오방색 천이 휘날리며 '00보살'이라 간판붙어 있는 점집의 그 '보살님'들도 그냥 사기꾼이라 말할수는 없다. 플라시보 효과처럼 믿는 사람에게는 실제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로 말미암은 효과들이 나타나기에 그런 믿음들은 곧 현실이 되니까. 물론 그것이 상식적인 선을 넘어가서 개인이나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맹신으로 치달아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진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에서도 그만큼 믿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타투'로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있다. 부적하나 지니고 있다고 크게 달라질 게 없는 줄 알지만 그래도 묘하게 알수 없는 든든한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나는 '문신술사'라는 타투 사장님 캐릭터에 끌린다. 타투가게라는 젊고 이색적이며 예술적인 공간에 투박하고 수수하고 촌스러운 복장을 한 푸근한 빵집 사장님 같은 분이 타투 사장님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날리는 멘트마다 공간이 주는 느낌과는 다른 따뜻함과 배려가 느껴져 묘한 신뢰감마저 든다. 왠지 저 사장님이라면 타투를 몸에 새겨볼 수도 있겠다는 그런 느낌. 타투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50대 시미가 사지도 않을 물건을 보러온 사람마냥 생각없이 사장의 시간을 잡아먹고 있어도 어떠한 재촉이나 불편한 내색없이 다정하게 대해준다. 빨리 팔아치우고 다음 손님을 받으려는 것이 조급함이 아닌 온 마음으로 그 사람을 위해 집중해주면서도 부담은 주지 않으려는 배려가 로맨티스트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조그많고 예쁘다. 내 손바닥을 펼치면 그 속에 속들어간다. 종이의 질감은 외국책들에서 느껴지는 까끌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크래프트지 특유의 종이 냄새가 났다. 책이 작다보니 여백이 작아 책 속이 꽉차보였다. 작은 책은 처음 봤을 때 만만해보여 다가가기도 좋다. 뭔가 두껍고 큰 책들은 부담스러운 감이 있지 않나. 하지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아들을 빼앗긴 슬픔,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내려는 강한 의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싶은 따뜻한 마음, 여러 이야기와 감정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는 공감과 위로가 있다.



소설에서 시미는 타투는 충동적으로 저지르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말을 한다. 그 말에 문신술사는 우주가 만들어진 것도 어떤 충동과 우연에 의한 것이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래 변하고 일관성 없기에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답한다. 책의 뒷 표지에 충동이 솟는다는 것은 태울 에너지가 생긴 것이고 그것은 자신의 존재가 빛나기를 바라는 열망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되어있다. 타투라는 단어와 충동이라는 단어가 참 잘어울린다. 사람들은 충동을 많이 억누르고 산다. 이성과 계획은 정당한 것이고 충동과 우연은 잘못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타투 사장의 말처럼 이성과 계획이 부자연스러운 것이고 충동과 우연이야말로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연스러움에 우리가 부합할 때 우리는 빛날수 있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에서 '타투'는 우리를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가려진 우리의 빛을 찾아주는 '용기'이다. 책을 읽고 나니 타투와 많이 친해진 기분이 든다. 그리고 타투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것이 초현실적인 이야기인 줄 알지만 그럼에도 '나도 해볼까?'하는 마음도 잠시 생기게 만들었다. 본능과 충동을 너무 죄악시하며 외면한채 살아오지 않았던가. 억눌린 내 안의 '자연스러운' 감정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소설이었다. 그리고 혹시 아는가, 언젠가 나도 내 심장에 작은 수를 놓는 날이 올지.


"충동이 솟는다는 건, 태울 에너지가 생성됐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존재가 세상 누구보다도 빛나기를 바라는 열망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충동과 우연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고 실제로 그것들이 자연이며 우주며 만들기도 했지만, 우리는 인간이니까요. 생각 많은 것도 일관성 없는 것도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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