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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ㅣ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서평할 책은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고양이 해결사 깜냥 1>이다. '1'이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시리즈로 나온 책이다. 내가 가진 것은 가제본인데, 나로서는 '가제본' 책은 처음이다. 서평하면서 개봉 전 영화 시사회처럼 발행일 전에 먼저 책을 읽어 본 적은 있었지만 날 것의 인쇄물로 본 적은 없었다. 출판업계에 근무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런 가제본을 보는 것 또한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와 재밌게 느껴진다. 어린이 동화책이고 그림 작가의 이름도 적혀 있지만 정식 책이 아니라 그림이 생략된 건 아쉽다.
부제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에서 볼수 있듯이 동화의 배경은 아파트다. 검정 길고양이 '깜냥'이 늦은 밤 세찬 비를 피해 아파트 경비실을 찾는다. 마음씨 좋은 경비 아저씨 덕에 하룻밤 지내게 되지만 아저씨는 주민들 민원 처리로 쉴 새없이 바쁘다. 아저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경비실에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하는 수 없이 깜냥은 대신 전화를 받고 민원을 해결해주면서 고양이 해결사가 되어간다.
아파트는 여러 사람들이 사는 장소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엄마, 아빠 없이 집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다. 인터폰으로 걸려온 장난전화에 깜냥은 그 집으로 찾아가고 심심해하는 아이 둘을 만난다. 집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약해진 깜냥은 아이들과 엄마가 올 때까지 놀아주기로 한다. 책도 읽고 간식도 함께 먹으며 아이들을 기뻐한다.
다음에는 층간소음 민원이 들어와 신고한 집의 윗 집을 가게 된다. 거기도 10살쯤 되는 여자아이 혼자 집에 있다. 어른들은 역시나 집에 없고 오빠도 학원갔다. 학교 동아리 오디션이 있어 춤연습 중인데, 엉성하다. 그래서 깜냥이 고양이 특유의 운동신경을 발휘해 멋진 춤을 가르쳐주어 고민을 해결해준다.

그 다음은 택배 아저씨다. 한 수레 가득 실은 택배물을 아파트 동마다 다니면서 배달하는데 손이 모자란다. 그래서 깜냥이 나서 도와준다. 덜커덩 거리는 수레에서 떨어진 택배들을 주워주고 층마다 아저씨가 배달하는 동안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있어준다. 아저씨는 깜냥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 책에서 나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보았다. 집에 어른 없이 남겨진 아이들이 많은 시대다. 아이들은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어른 없이는 밖에 나가서 놀지 못한다. 집에서 티비보거나 시간되면 학원가기 바쁘다. 엄마, 아빠는 맞벌이로 일하러 가고 다른 친구들도 다 학원 가버리니 쓸쓸히 집에 남겨진 아이들은 외롭고 심심하다. 이런 시대상이 눈에 띄어 마음 한편 씁쓸하고 무겁다. 이때 깜냥이 등장해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며 친구가 되어준다.
그리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도 보인다. 가금씩 TV에서는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갑질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경비원이 아니라 사실상 잡부가 되어버렸다는 문제제기와 상한 음식을 주며 괴롭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이 책에서도 라면 한 젓가락 먹기 바쁘게 아저씨는 불려 나간다. 며칠전 40대 택배 배달원이 새벽 배달 중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책에서도 넘치는 택배 물량으로 일손이 모자라 힘들어 하는 택배 배달원이 나온다. 책은 우리 주변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조명하여 그들의 노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편리가 누군가의 희생이 밑받힘 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자연스레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아이들이 주변을 돌아보고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 장면에 깜냥에게 도움 받았던 사람들이 고맙다고 선물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깜냥이 끌고온 캐리어 속에는 이전에 깜냥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준 물건들로 가득하다. 깜냥이 많은 사람들을 도와준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책 말미에 '깜냥'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깜냥'은 중의적인 뜻을 가진 이름이다. 단순히 검은 고양이라 깜냥이기도 하고 '깜냥껏 한다'에 쓰이는 '헤아릴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도 담겨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사람사이의 공감이 필요한 요즘이다. 작가는 외롭고 힘든 이들에게 위로와 도움을 건내며 살아가는 따뜻한 모습을 깜냥을 통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 조만간 정식본이 나올텐데 그림도 추가되고 동화책 모양도 갖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