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아수라 병원 웅진책마을 107
원유순 지음, 소복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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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년에 산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한 편 봤었다. 거기에서 나는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지난 30년간 지구상의 산호 절반이 멸종됐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한다. 이대로라면 늦어도 다음 30년 안에 지구상의 산호는 완전히 멸종한다는 말이 된다. 주원인은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었다. 밀림이 육지의 허파라면 산호는 바다의 허파다. 산호가 만들어 내는 산소와 영양물질은 작은 물고기들의 생명줄이며 먹이사슬에 의해 그 물고기를 상위 포식자들이 먹으며 생태계가 만들어 진다. 따라서 산호는 바다생물들의 보금자리이다. 하지만 이런 산호의 멸종이 30년이 채 안남았다는 것은 바다생태계, 더 나아가 지구 생태계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나의 세대에 바다 생태계의 종말을 목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바닷속 아수라 병원>은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경각심을 심어주어 환경에 관심을 유도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도 수많은 바다생물들이 인간으로 인해 버려진 기름, 폐 그물, 비닐, 플라스틱과 같은 바다쓰레기들로 죽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배를 가르니 엄청난 쓰레기가 나오는 상어, 등에 쇳조각이 박히고 이빨에 철사가 끼인 물고기, 다리가 썩어들어가는 문어의 모습에 참담한 기분이 든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채 죽어있는 거북이와 부폐한 사체 복부에서 플라스틱이 다량으로 나온 바다갈매기의 사진을 봤던 기억이 오버랩 되었다.


<바닷속 아수라 병원>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주인공 승리의 엄마는 동물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수의사 선생님이다. 어느날 그런 엄마가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는 용왕님의 긴급한 요청을 받고 바닷속 아수라 병원에서 바다생물들을 치료하고 계셨다. 하지만 워낙에 치료가 필요한 동물 수가 많았고 매 순간 계속 다친 동물들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함께 온 다른 수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들은 지쳐 돌아가지만 엄마는 끝까지 남아 치료하고 승리는 필요한 약품들을 나르며 엄마 곁에서 돕는다. 승리는 엄마가 이러다가 쓰러질까 걱정되고 또 쏟아지는 환자들에 언제 이 상황이 끝이 나려나 두렵기만 하다. 그때 옆에서 도와주던 남생이의 질책에서 중요한 결심을 내리게 된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봐야겠다고. 모두가 함께 한다면 분명 답을 찾을 것이고 이제부터는 걱정이 아닌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서겠다고.



책은 그렇게 끝이 난다. 마지막에 승리가 한 결심은 이 책을 읽고 있을 아이들과 부모님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작가가 던지는 메세지이자 구조요청일 것이다. 최근에 카페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로 대체되고 있고 여러 기관, 단체, 회사에서 일회용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쓰자는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사람들이 전보다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느끼고 있고 그러한 노력들이 작은 변화들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나빠지는 속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또한 사실이다.


책의 중간에 엄마를 잃은 아기 돌고래가 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단순한 상상의 동화가 아닌 엄연한 현실이겠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어려서 한번쯤 상상해봤던 위엄있고 기품있는 용왕님의 모습이 오염된 바닷속에서 백성들을 살리고자 가지고 있는 보물들을 의료인력을 구하기 위해 모두 써버려 거지가 된 용왕님으로 나온 것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용왕님이 끝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


<바닷속 아수라 병원은> 환경오염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아이들이 공감하도록 해서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쓰레기 최소화하고 분리수거 잘하기, 에너지 절약하기 같은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고 환경실천의 동기를 부여하는 책이다. 작가는 환경교육, 남생이와 용왕님이 등장하는 고전소설인 별주부전, 바닷속에도 병원이 있을 거라는 상상력을 조합하여 교훈도 있고 상상력을 자극할 재미도 있는 동화를 만들어냈다.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지구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과 환경실천에 대한 필요성을 가르쳐주고 싶다면 <바닷속 아수라 병원>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서 배운다. 아이들에게 아무리 교육을 잘해도 부모가 실천하지 않으면 밑 빠직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지구에서 살아갈 우리 모두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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