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말해도 괜찮아요 - '천삼이' 간호사의 병동 일기
한경미 지음 / 북레시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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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간호사의 직업적 어려움은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아프다고 말해도 괜찮아요>는 한 대학병원 간호사의 병동일기이다. 여기에 나오는 내용들은 연신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간호사들이 정말 이렇게 일하고 있었나. 내가 너무 모르고 있었나보다. 중노동도 이런 중노동이 없었고 감정노동도 이런 감정노동이 없었다. 의료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경험으로 혹은 들어서 아는 내용일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보면 놀랄 것 같다. 이래서 에세이를 읽어야 하나보다. 단순히 겉으로 보여진 것만으로는 알기 힘든 다른 사람이들의 삶에 대해 좀 더 알게되니 말이다.

우선 저자부터 소개해야겠다. 저자의 이름은 '한경미', 그녀의 필명은 '천삼이'이다. 흔히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 부른다. 그녀는 스스로 '천사'가 되기엔 부족하다며 '천삼'이라 이름지었다. 처음에는 겸손의 의미로만 생각했는데 그녀가 이 일기장에 적은 반성문과 고해성사 같은 글을 읽으며 이 필명에는 약간의 자조도 섞여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현재 9년차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 기간동안 전쟁터와 다름없는 병동 내의 산전수전으로 1990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지만 고생으로 쌓인 삶의 경륜은 중년의 내공을 넘어 있었다. 이 책에서 드러난 그녀의 성격은 강하면서도 여리고, 인정이 많으면서도 까칠했기에 한마디로 그녀를 설명하기란 참 어렵지만, 그 모든 저변에 있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구성은 4개의 장으로 나누어 그녀의 일기를 담고 있다.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일기답게 상단에는 글 쓴 날짜가 기입되어 있다. 내용과 연관되는 일러스트도 중간마다 그려져 있어 독자들의 공감을 도왔다. 생각나는 대로 그날의 사건을 편하게 쓴 그야말로 일기같은 글도 있었고 제목이 붙은 형식을 갖춘 글도 있었다. 짧은 글 중에는 시처럼 읽히는 글도 있었고 산문같이 긴 글도 있었다. 일기는 2016년 9월 19일에서 시작으로 2020년 4월 10일까지 시간순으로 실려있다. 프롤로그는 있으나 에필로그가 없어, 정신없이 그녀의 일기를 읽어오던 나는 손끝에 더 넘길 뒷장이 없는 것을 감지해서야 책이 끝난 줄 알게 되었다. 묘한 아쉬움을 남기며 책은 그녀의 성격처럼 쿨하게 끝났다.

일단 그녀가 뭘 목격하고 살았는지 언급해야 이야기가 쉬울 것 같아 몇 가지 사건들을 소개한다. 우선 주인공은 9년의 근무기간 동안 병동이동이 있었지만 이 일기에서는 주로 소화기내과 병동에서 근무하던 시기의 이야기가 실려있음을 밝힌다. 5호실이 초토화 된 이야기부터 해보자. 6인실인 5호실에 한 아빠가 알뜰살뜰히 돌보던 아이가 죽었다. 그 옆에서 치료받던 할아버지는 함께 치료받던 어린 아이가 죽는 것을 보고는 희망의 끈을 놓으셨는지 하루가 다르게 앓다가 돌아가신다. 또 다른 환자는 계속되는 수술에 지쳐서일까, 병동의 분위기에 쓸린 건일까. 차라리 수술할 바에는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고 목을 맨다. 한 병실, 세 사람의 죽음이 불과 일주일 만에 일어난 것이다. 보통 사람은 평생 살면서 겪을까 말까한 일들을 저자는 자주, 다양하게 경험한다.



모르핀을 맞으며 '치료를 받아도 왜 아프냐'고 따져 물으며 욕하다 이내 눈물을 흘리며 '홧김에 그랬다'고 사과하던 그 암환자는 3일 후 죽는 날까지 억울해하다 간다. '왜 걷지를 못하냐'고 할머니의 암 말기를 부정하고 싶던 할아버지와 죽은 환아를 붙잡고 병실이 떠나가라 서럽게 울던 아버지. '우리가 똑똑하고 더 배웠으면 아빠가 더 살 수 있었을 거'라 아쉬워하던 기름 때 묻은 작업복 입은 모녀의 넋두리. '내 딸 데려갔으면 나보다 오래 살아야지'하고 죽은 사위를 잡아흔들던 장모. '더 이상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없을 것 같다'라는 최후의 통보를 받은 환자들과 퇴근하고 다시 출근하면 비워져 있던 침대들. 그녀가 마주하는 죽음이 잦아도 너무 잦았다. 본래 병원이 그런 곳이다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피부로 체감되었다.


죽음도 뒷정리를 해줄 가족들이 있으면 그나마 나으련만, 한 할머니의 죽음은 참 딱했다. 찾아오는 가족도 없던 할머니는 결국 임종을 맞이하고 그제야 아들이란 사람이 병원에 온다. 그런 아들이 한다는 말이 "제가 돈이 없어서 그런데요. 시체를 놔두고 가면 어떻게 되나요..." 하고 묻는 것이다. 딱하다. 죽은 할매도, 살아있는 아들도. 일거리가 없어진 간병인은 그 아들에게 간병비를 요구하고 둘은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던 할머니의 입가에는 먹다가 뭍은 고춧가루가, 돌아가시며 내놓은 대변에는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다. 저자는 모두에게 외면받는 할머니의 말년이 너무도 불쌍하여, 할머니의 머리부터 똥꼬까지 평소보다도 더 깨끗하게 닦아 드리곤 오실 때 입고 오신 옷을 입혀 드린다. 한 인간의 말로가 참 애달프다.


그녀는 참 많은 죽음을 목격한다. 길가던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방금 전까지 자신이 돌보던 '관계있는' 사람이 죽는 것이다. 환자와 이야기도 하며 인간적인 정도 생겼고, 병이 나을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격려도 나눈 사이라 그 심리적 충격은 더 컸으리라. 하도 환자들의 죽음을 많이 보다보니 저자는 자신 때문에 환자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을 책망하던 저자는 자신이 죽음을 몰고 다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얼마나 답답했으면 점집도 찾아간다. 오비이락... 간호사가 때문이겠는가. 돌아가시는 그 옆에 다만 있었을 뿐. 하지만 간호사는 병원에서 약자이다. 만만한게 간호사라, 여러 이유로 환자나, 환자 가족들에게 간호사는 지탄과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딱히 잘못도 없지만 욕은 욕대로 듣고 연신 죄송하다만 되낸다. 마음 약한 사람이라면 버텨내기 힘들 것 같다.


간성혼수나 조현병, 알콜중독, 마약중독 환자들은 그녀를 특히나 힘들게 했다. 나는 이번에 '간성혼수'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간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못해서 대장에 암모니아 가스가 차서 사람의 정신이 혼미해지는 증상이다. 이때 관장을 해서 가스를 빼주면 정신이 돌아온단다. 간성혼수가 되면 제정신이 아니기에 간호사를 향해 온갖 욕과 모진 말을 해대는 것이다. 그러면 간호사는 그 말을 들으면서 환자에게 관장을 한다. 알콜중독 환자나 마약중독 환자들은 치료시 극도로 예민해져 간호사한테 또 그렇게 욕을 한다. '죽여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맨 바닥에 똥을 싸고 보란듯이 뒤 닦은 휴지를 간호사에게 던진다. 간호사를 때리는 조현병 할머니도 등장한다. 어떤 환자는 범죄자인지 팔다리가 수갑이 차인 상태로 병실에 있었는데 "교도관만 없었으면 싹다 죽여버렸을 건데"라며 위협적인 말을 연발한다. 대학병동 간호사가 정말 극한 직업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간호사 중에는 이직하거나 아예 다른 직종으로 옮기는 일도 생긴다. 씩씩하게 행동하는 그녀지만 많은 내적 갈등과 상처의 흔적이 일기장에 고스란히 있었다. 때로는 그 불똥이 그녀의 가족들에게 튀기도 했다. 어떤 날의 글에서는 우울증도 느껴진다. 사람들은 병원에 올 때 완치를 생각하며 오지 죽음을 생각하며 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완치가 되면 당연하게 여기지만 잘못되기라도 하면 누구라도 붙잡고 탓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잘 치료받고 퇴원한 환자들도 많을텐데 잘못된 환자들의 원망과 비난의 소리가 더 크기에 그녀들에게는 보람과 자부심보다는 자책과 패배감이 더 각인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도 마음이 힘든 나머지 "차라리 길가는 차에 치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스로를 보잘 것 없고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자기비난적 표현도 있고 "간호사가 쓰레기통 같다"는 말도 있어 안타깝게 했다. 자신을 사람으로 봐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침울해하다가 또 '아프니까 그럴수도 있겠지'하고 스스로 위로도 한다. 오르락 내리락하는 그녀들의 괴롭고 힘든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죽음에 익숙해지다보니 생기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참 솔직하다. 읽다가 나라면 이렇게까지 속마음을 '까발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어느 날 환자가 죽었는데 그녀도 모르게 '인수인계 할 게 없어졌네'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순간 그녀는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미쳤다. 나는 사람 새끼도 아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일거리가 줄었다고 생각을 하다니..." 책에서는 더 적나라하게 자신을 향해 욕한다. 책에서 보이는 그녀는 여리고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폴라포(아이스크림 이름)'를 먹고싶다던 중증환자를 위해 편의점마다 냉장고를 뒤지는가 하면, 보호자들도 치우길 주저하는 환자의 대변, 혈변을 망설임 없이 치우는 모습, 외로운 환자들에게 딸처럼, 손녀처럼 애살있게 대하는 모습에서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했는지 추측이 되기에 그녀에게 전혀 비난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심신이 많이 지치고 죽음에 너무 익숙해지다보니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겠지. 오히려 진솔한 그녀의 고백에 마음이 짠했다.


얼마전 소위 '태움'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었던 적이 있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로 선배 간호사들이 후배 간호사를 교육할 때 괴롭힘이나 따돌림 같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길들이는 규율문화를 뜻하는 단어다. 꼭 이런 일에 남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군대도 아닌 사회에서, '거친' 남자들만 모여 있는 것도 아닌 여자들이 상당수인 병원에 왜 저런 군대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주로 보는 간호사는 대학병원 보다는 동네의원의 '엉덩이 주사 놓아주시는' 분들이다. 친절하고 다소 여유까지 있어 보이는 그분들의 이미지가 내 머릿 속의 '간호사'였기에 왜 그렇게 규율문화가 심한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그런 '분위기'가 생기는 상황적 배경은 이해가 되었다.


'태움'이라는 단어에 상처를 받을 분들이 있을 것이기에 글을 쓰면서도 조심스럽다. 분명히 밝히지만 태움을 정당화하고 그것이 옳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특성에 따라 규율이 강조되어야만 하는 곳이 있으나, 태움은 '규율문화'라는 그 목적보다 '괴롭힘', '따돌림'과 같은 그 방법적 차원에서 잘못된 것은 분명하다. 내가 이해된다고 말한 부분은 상하관념이나 엄격한 질서가 강조되는 그 '규율문화'가 왜 '병원'에서 '간호사들 사이'에서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것이다. 상명하복의 엄격한 질서, 규율문화를 말할 때 흔히 우리는 군대를 떠올린다. 전시에는 사람이 수시로 죽어나가고 평시라 하더라도 사격, 폭발물을 다루기에 군대에서는 작은 실수나 부주의도 큰 피해를 야기한다. 예를 들면 사격장에서는 착한 선임도 눈빛이 달라진다. 장전된 총을 든 미숙한 신병이 자칫 옆에서 나는 소리에 평소처럼 몸만 돌려도, 당장이라도 실탄이 발사될 수 있는 총을 옆 전우에게 겨냥한 것이 되고, 최악 상황에서 오발이라도 난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실수나 늦춰진 긴장에도 생사가 오갈수 있는 위험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군기'와 같은 긴장감을 군대는 필요로 할 것이다.



그것이 이유가 된다면, 지금의 병원은 어쩌면 현재 군대보다도 더 나쁜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전시가 아니기에 군에서 사고가 아닌 이상 사람이 죽을 일은 없다. 생사가 갈리는 다급성, 위험성, 절박함이 적은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늘 사람이 죽어나가는 병원 환경은 적어도 죽음의 양적 측면에서 보자면 '전시상황의 군대'에 가깝다. 미숙한 대처로 사람의 생사가 얼마든 갈릴 수 있기에 군대의 '군기'와 같은 긴장감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에서도 신참 간호사의 미숙한 대처로 안타까운 일이 생길 뻔하여 저자가 신참에게 '교육'을 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사람은 처음엔 누구나 다 실수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전문가가 된다. 저자가 신참에게 주의를 주면서 이것도 '태움'인가 되물을 때, 어떤 고참의 적절한 '교육'이 어떤 신입에게는 '태움'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군대에서 적절한 긴장감이 부주의를 줄이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듯 병원에서의 긴장감도 같은 효과를 낼 것이다. 방법론적인 문제가 있을 뿐이지, 긴장감 있는 분위기 조성의 필요성에 공감이 갔다. 이 책을 보기 전엔 '왜 그렇게 사람을 못살게 굴까'하며 '신입'의 입장만 생각했었다면, 이 책을 보면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그 환경적 이유와 '고참'의 고충도 이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사람을 괴롭히고 따돌리는 것은 잘못된 처사다.


살다보면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게 된다. 누구에게는 보고, 듣고, 먹고, 싸고, 걷고, 잡고, 움직이는 '당연한 것'이 누구에게는 '꿈과 같은 소원'일 수 있다.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 헤어나오기 힘들 때 죽음과 관련된 책이나, 죽음을 기다리는 호스피스 병동의 책을 읽다보면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에서도 많은 죽음에 대한 사연과 혹은 죽지 않았다 하더라도 코와 배에 호스를 꽂고 살거나 병원 밖으로 나는 것이 소원인 환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대변을 보는 것 같은 기본적인 인간의 행위 조차 남의 도움없이 불가능한 환자의 이야기를 통해 배에 꽂힌 호스로 변을 빼야하고 누군가에게 늘 자신의 변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생활을 상상해보면 혼자서 화장실 갈수 있는 것만 해도 축복이라는 생각도 든다. 남의 불행을 거울 삼아 자신의 행복을 가늠하는 것이 꺼림칙하게 여져지지만 타인의 경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는 타산지석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기존의 호스피스 병동의 수기와는 다른 점이 있었는데, 바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이다.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은 사실상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대체로 죽음을 수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반 병동은 '적극적인 치료'중인 환자들이기에 생과 사가 아직 결정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에서는 단순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힘내요', '살수 있을 거야'하는 희망이 있었다. 간혹 어떤 케이스에서는 여러 번의 수술이나 10회가 넘어가는 항암치료로 많이 지친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그 희망이 어쩌면 '희망고문'이 되어 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 눈에 띄었던 부분에는 보호자들의 모습도 있었다. 아픈 사람도 힘들지만 가족들의 고통도 상당하다. "도대체 왜 내가 왜! 내가 왜!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 아저씨랑 등산 가려고 옷도 사고 신발도 사고 했는데!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건데!" 중풍에 걸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의 혈변을 치우던 아내가 치쳐 쏟아내는 절규에 마음이 아프다. 오랜 치료로 지친 환자가 "어차피 나는 죽을 건데, 이런게 왜 필요하냐"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내뱉는 역정에, 그 소리를 듣고 옆에서 서럽게 울던 아내의 모습도 그려져 있었다. 어떤 아내는 유방암과 갑상선암으로 자신의 몸도 성치않은데 알콜중독으로 간이 망가진 남편을 간호하며 자기 간을 떼어주려고 한다. 남편에게는 너무도 고마운 여성임에도 이 남편이 그 아내를 대하는 행동이 참 못됐다. 그럼에도 아줌마는 뭐그리 잘못했는지 남편에게 연신 '죄송하다'만을 반복한다. 가슴도, 갑상선도 뗀 여인이 자신을 구박하는 남편을 위해 이제 간마저 떼어 놓는데도, 고맙다는 소리는커녕 남들 앞에서 '이 년, 저 년' 소리를 듣고 사는 것이다. 이 여인의 삶이 왜 이렇게 불쌍한가. 창가 자리에 대한 매정한 이야기도 있었다. 다인실에서는 창가자리의 선호도가 높다. 그 자리에 있던 환자가 죽었는데, 시신도 치우지 않은 상황에서 침실 이전이 되냐는 문의가 들어와 씁쓸한 감정을 자아낸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간호사의 마음은 어땠을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 책에는 병동 간호사들의 고충,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의 절박함, 뒷바라지 하는 보호자들의 간절함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2016년에서 2020년까지의 기록을 시간순으로 담고 있어 한 간호사가 5년동안 일터에서 점점 성장해가는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의료분야 종사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공감가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그리고 간호사를 장래희망으로 하는 학생들에게도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알수 있기에 직업선택에 참고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 처럼 간호사에 대해 참 모르고 있었던 보통 사람들도 이런 책을 통해 간호사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도 평생 '간호사'들의 손에 신세질 일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얼마전 뉴스에서 코로나 사태로 고생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나왔다. 무겁고 덥고 습한 방역복으로 땀에 찌들고 오랜 마스크 착용으로 피부에 습진이 생겨 고생하는 것을 보았다. 덧붙여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는 방송도 나왔다. 부족한 인력 속에서도 방역의 최전방에서 최선을 다해 종사하는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우리를 치료한 그리고 미래에 치료할 간호사들에게 잠시마나 그들의 고충에 공감하고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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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계 - 블룸버그 선정 세계 1위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의 미래예측
제이슨 솅커 지음, 박성현 옮김 / 미디어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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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이나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온 나라가 뒤집히는 것은 '허준'같은 사극 드라마에서나 볼 만한 옛날 이야기인 줄 알았다. 어렸을 적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같은 공상과학 만화영화에서 '머나먼 미래'와 '최첨단 기술의 시대'로 인식되는 2020년 인 지금, 만물의 영장 인류는 외계인도 아닌 지구 내의 '코로나'라는 아주 작은 바이러스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그나마 초기부터 방역 교과서에도 없는 획기적인 대응으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선방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이 다행이라 여겨지는 요즘이다. 우한폐렴, 신종폐렴, 우한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 참 이름도 많다. 코로나에 대한 당혹감과 혼란스러움은 지난 수개월의 짧은 시간동안 통칭 '코로나'를 부르는 이름들에서도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참으로 많이도 바꿔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길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 아닐까. 어제부터 전국의 대중교통을 이용 할 땐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가 되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은 합법적으로 승차거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만 2월만 하더라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에 따라 97년 '금 모으기 운동'을 연상케하는 '마스크 모으기 운동'도 벌어졌다. 3월부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고 약국이 문을 열기도 전부터 장사진을 이룬 사람들의 모습과 '술'도 아닌 '마스크'를 사기위해 신분증을 내야하는 상황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휴교, 휴원, 휴업이 줄을 잇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등장하며 여행, 특히 해외여행은 언제 다시 가능해질지 점칠 수도 없게 되었다. 코로나는 '출퇴근 유연제'로 출퇴근 시간, 회사 점심시간, 회사 구내식당의 테이블 배치마저도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것들이 너무도 많아 하나하나 언급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처음 코로나가 등장했을 때 보다는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백신은 나오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임상에 들어갔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마스크 수급도 안정권에 들어가는 것 같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던 확진자 수도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 오늘부터는 학생들의 등교도 시작된다. 그러나 인류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이젠 더 이상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사스나 메르스도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들이 제 2, 제 3의 코로나 사태를 야기하지 말라는 보장을 그 누구도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사태는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인류 역사의 구분선을 만들었고 우리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제목 그대로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유례없는 코로나의 충격으로 어안이 벙벙하지만 그래도 정신 바짝 차리고 앞을 예상하고 대비해 나가야 한다. 이 책은 미래학자 제이슨 생커가 코로나 펜더믹 사태로 일자리, 교육, 에너지, 금융, 부동산, 농업, 안보, 미디어,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예측과 전망을 19개의 장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장의 수가 하필이면 코로나의 '19'와 같은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저자의 의도일까. 저자 제이슨 생커는 금융 예측가이자 미래학자다. 저서도 21권으로 굉장히 많은데, 책의 중간에 그가 무심코 하는 말에서 다작의 작가라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가령 자신의 다른 책에 대한 내용들을 인용, 소개하거나 어떤 이야기는 다음 책에서 논할 기회가 있겠다는 글에서 그러했다. 작가는 다음 책을 예고하는 것일까.



서론이 길었다. 책의 내용을 좀 살펴보자. 먼저 일자리다. 이번 코로나 자체가 질병이다보니 의료나 방역분야가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로 문을 닫고 폐쇄되는 업종들이 늘어나고있지만 의료나, 방역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래에는 AI와 자동화로 많은 직업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의료분야는 기계로 대체되기 어렵다. 거기다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며 사람들의 인식 속에 의료의 필요성은 더욱 강해졌다.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 다른 부분은 지출을 줄이지만 의료는 그럴 수도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의료분야가 더 유망해 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전망 치곤 살짝 싱겁다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또 하나 일자리에서 강조한 것은, 재택근무다. 코로나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의 '비대면'이 강조되는 시기다. 저자가 미국인이기에 여러 통계나 자료가 미국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재택근무하는 노동자가 2배로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부터 미래의 작업 현장이 사무실 중심에서 자택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이를 상당히 앞당긴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가 발생하고 여러 직종에서는 번잡도와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시차출근제, 재택근무를 시험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한번 해봤다는 것이 참으로 무서운 건데, 재택근무에 대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컸던 주류 인식이 이런 계기로 뚤려 버리는 것이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육만큼 보수적인 분야도 없을 것이다. 온라인 교육이 많이 대중화가 되었지만 기존 제도권 교육의 담벼락을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국가 전체의 공교육 기관이 온라인 교육을 동시 시행하게 되었다. 한번 뚤려버린 것은 이제 막을 수가 없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시도한 경험은 우리 안에 무섭게 자리잡게 된다. 저자는 코로나가 직장에서 재택근무의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라 예상한 것처럼 온라인 교육을 대중화 시킬 것이라고 전망한다. 온라인 교육의 대중화는 특히 상위 대학의 권위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이어지는데, 이를 '대학길드의 붕괴'나 '위태로운 명문대학'이라고 표현했다. 본래 기득권이라는 것은 대중화와 거리가 멀다. 온라인 교육이 확산되면서 상위권의 명문대학의 양질의 교육이 더욱 대중화되는 풍토가 조성되면서 결국 그 기득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저자의 학위가 몇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도 온라인 교육으로 학위를 땄다고 했다.


앞에서 이야기한 일자리에서의 '재택근무', 교육에서의 '온라인 교육', 이 두 가지는 다른 분야를 해석하는 중요한 추춧돌로 사용된다. 당장 부동산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는데 어떻게 사용되는지 보자. 우리가 집을 구하는데 역세권이나 학군과 같은 부분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즉 부동산의 가치를 매기는데 직장과 학교의 물리적 거리는 중요하다. 그런데 재택근무로 출퇴근이 사라지고 온라인 교육으로 등하교 거리가 무의미해진다면 사람들의 부동산 선택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거리' 때문에 변두리의 넓은 '평수'를 포기하고 다닥다닥 도심에 살고 있다. 살인사건까지 일으키는 층간소음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아파트에 사는 이유도 생각해보자.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대중화되면 더 이상 도심이라는 개념이 필요없게 된다. 사람들은 넓고 쾌적하고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값싼 변두리나 시골로 이동하게 될 것이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도심의 비싼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과거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도시화의 반대개념인 '역도시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주거 부동산 가격의 평준화로 이어지고 주거밀집도가 떨어지면 당연히 상권도 이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연쇄적으로 상가 부동산의 가격도 평준화시킬 것이다. 사무실이 필요없게 되면서 업무 공간을 위한 부동산 수요가 떨어질 것이기에 오피스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번잡보다는 한적한 곳을 찾으려는 관광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변화는 기존 주요 관광지로 몰리던 관광객들의 분산을 야기하여 관광지 부동산의 가격 저하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에서도 살펴볼까. 역시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을 축에 놓고 보자. 출퇴근, 등하교가 사라진다. 요즘 누가 발로 걷나. 모든 인간의 이동에는 기름으로 가든, 전기로 가든 에너지가 필요하다. '재택'과 '온라인'으로 교통으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또한 사무실과 학교 건물이 줄어들면, 냉난방, 조명에 쓰이는 에너지도 필요없게 된다. 어쩌면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은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로 인한 배출가스 감소라는 환경적 필요성 때문에라도 언젠가는 마주칠 대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코로나로 그 시기가 엄청 빨리 앞당겨진 것이다. 어쨌든 저자는 재택근무 확산과 온라인 교육의 대중화가 에너지 소비 억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비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해 전망하는 다른 책이 있음에도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이 책에서 '농업' 분야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인 이유로 농업에 관심이 많은데, 언론에서도 코로나와 다른 산업간의 이야기는 많이 나와도 농업을 연결지어 이야기하는 곳은 드물었다. 그나마 명지대 특임교수로 있는 박정호 교수가 코로나로 농업분야가 뜬다는 이야기를 하여 관심있게 들었는데, 이 책의 저자 제이슨 솅커도 농업을 언급해서 반가웠다. 미국은 1800년대만 해도 노동인력의 대부분이 농업분야 일자리를 채웠지만 지금은 노동인력의 2%로 만이 농업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발빠른 대처에 그나마 우리나라는 사재기나 식량대란이 없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과일, 채소, 달걀, 고기, 치즈 등 신선식품 부족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오늘날 음식은 일반적으로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식량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것이다.


우리나라 농촌에는 농사 짓는 일손의 상당수를 외국인 노동자들로 충당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나도 관심있어 기웃거렸던 워킹홀러데이도 우리나라 젊은 이들이 호주나 캐나다 같은 곳에 가서 대부분 농장에서 일하는 제도 아니던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발빠르게 이뤄진 조치가 국경폐쇄이다. 이것은 그동안 각 나라에서 자신들보다 경제력 없는 나라의 값싼 노동력으로 매꿔 오던 부족한 농업인력 수급이 중단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당연히 농산품 생산량의 감소로 이어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이동제한과 작업장 폐쇄는 물류 유통업에도 타격을 주어 가뜩이나 감소한 농산품이 제대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거기다 중간과정에서 생산품이 오염될 수 있다는 우려는 소비자를 더욱 위축시켰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고 호기부리는 인간이지만 먹지 않고 살수 없는 것이 현실아닌가. 당장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소비할 농산물을 직접 재배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농사일을 경시하던 풍토도 바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1차 산업인 농업으로 다시 눈길을 돌릴 것이다. 특히 식량수급이 수입에 많이 의존했던 정부일수록 국경이 폐쇄되고 무역네트워크가 끊어지는 것을 보며 식량 자급자족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느낄 것이고, 이는 향후 정책에 중요하게 반영될 것이다. 저자의 말 처럼 먹을 것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생산, 공급, 소비라인의 현상과 인식의 변화는 코로나 이후에도 되돌아 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이외에도 공급망, 통화, 재정, 금융, 여행과 레저, 리더십, 스타트업, 안보, 국제관계, 미디어 등에 대해서 간략하지만 폭넓게 저자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경제와 관련된 부분은 내가 관련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분명한 것은 국가별로 코로나 인한 경제적 피해와 재난대책을 위한 지출로 국가채무가 증가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알수 있었다. 어떤 분야의 전망은 너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전망이라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세부적이고 정확하다면 그것은 어쩌면 '전망'이 아니라 '점괘'에 가까운 것이기에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표지를 잠깐 언급하고 싶다. 그냥 보고 넘어갈수도 있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표지도 대충 만들지는 않는다. 대충보고 지나치는 독자만 있을 뿐이다. 일단 배경이 검은 색이다. 뭔가 암울한 미래를 표현하는 것 같다. 실제로 저자 제이슨 솅커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해 대체로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끝에가서는 조금 희망적인 말도 하긴 하지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본다면 미래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책 가운데 어떤 사람이 지구를 등에 이고 있다. 그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데, 사실 생김새가 방독면에 가깝다. 입고 있는 옷은 수술복인데, 그는 지금도 코로나와의 전선 최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전세계의 의료인력들을 상징한다. 오른손을 머리에 올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많이 힘들어 보인다. 그 뒤로는 노란 빛이 나는데, 이것은 희망을 뜻하고 있다. 암울한 현실 가운데 전세계 의료인력들이 지구를 지켜내고 있고 그 뒤로는 희망의 빛줄가기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COVID 19'라는 글자도 자세히 보면 무슨 점자처럼 동그란 알갱이로 양각처리가 되어있는데, 알갱이가 저마다 크기가 다 다르다. 동그랗게 생긴 코로나 바이러스를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다. 표지 속의 작은 점 속에도 메타포가 담겨져 있다.


저자의 예측과 전망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이 책이 주는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미래학자는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점쟁이가 아니다. 따라서 그가 말한 것이 다 맞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분야도 많다. 나는 우리가 이 책에서 배워야 할 것은 그가 잡은 물고기가 아니라 그가 어떻게 물고기를 잡았냐 하는 것이다. 앞서 일자리와 교육 분야의 변화를 근거로 다른 분야에서는 어떻게 될지 전망을 확장해가는 기제를 보았다. 우리는 모두 입장이 다르고 관심사가 다르다. 우리가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그것에 정확한 답을 해주는 책이나 전문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에서 본 방식을 흉내내어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의 관심사에 대한 전망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변화로 인해 생기는 큰 위험 요인과 기회를 살피고 변수적 요인과 상수적 요인을 구분하여 트렌드를 읽어내고 지금의 조건에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판단하고 대비해 나가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한다. "코로나가 언제 끝이 나려나", "언제쯤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를 비롯한 수많은 전문가들이 더 이상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도 우리는 그 어떤 예고도 없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어느새 건너버린 것 같다. 뒤를 돌아보며 좋았던 시절을 마냥 그리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면밀히 고민하고 차근차근 행동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통찰력 있는 미래학자들의 전망과 분석은 등대처럼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행운을 빈다!"는 말로 책을 마쳤다. 저자의 의도는 알지만 '행운'에 모든 것을 맡기기엔 너무 낙관적이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말로 마무리하고 싶다. '건투'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씩씩하게 잘 싸움"이라고 되어있다. 외부적인 조건에 운명을 걸어야 하는 행운보다는 그래도 내부적인 노력으로 운명을 개척해가는 건투라는 말에 마음이 더 끌린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글을 마친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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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는 당신 - 한국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
주현미 글, 이반석 정리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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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는 당신>은 지난 100년간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고 불려 온 노래들과 그 노래에 담긴 사연들을 소개한 책이다. 책 표지에는 "한국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라고 되어 있다. 1926년 발표된 <사(死)의 찬미>부터 2018년 발표된 <여정>까지 정말 1920년에서 2020년까지 100년간의 불후의 명곡 50선이 담겨있다.


단순히 노래를 소개한 책에 그쳤다면 싱거울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이 책을 특별하게 해주는 장치가 있었으니, 트로트의 여왕, 주현미 씨의 목소리로 여기에 나온 모든 곡들을(엄밀히는 자신의 노래 '추억으로 가는 당신' 단 한곡만 빼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노래는 '주현미TV'라는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어 있어 직접 검색해서 듣거나 각 곡이 소개된 페이지 마다 프린트 되어 있는 QR 코드로 편하게 들을 수 있다.


이 책은 유튜브 채널 '주현미TV'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주현미TV'는 2018년 11월에 개설되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2019년 3월 나는 이 채널을 우연히 알게 된다. 당시 명진스님의 책 <스님은 사춘기>에서 스님이 출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노래가 나오는데 바로 '나그네 설움'이었다. 그 노래가 듣고 싶어진 나는 유튜브에서 찾게 되었는데, 그 때 '주현미TV'를 발견하게 된다. 주현미 씨가 부른 '나그네 설움'이 얼마나 애달프고 간드러지던지 몇 번을 반복해서 들었다. 주현미씨의 목소리에 빠져 다른 곡들도 들어보게 되었다. 그것이 '주현미TV'와의 첫 만남이었다.


개인적으로 그 채널에서 나는 주현미씨가 부른 '마포종점'을 가장 좋아하는데, 주현미 씨 특유의 '간드러짐'이 그 곡에서 폭발하기 때문이다. 음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실력, 오랜 경륜으로 쌓인 여유로움, 노래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노래의 반주도 번잡하지 않다. 모든 노래는 단 두 명의 악사(아코디언, 기타)를 대동하고 부르는데, 옛 노래의 향수를 살리는데 아코디언, 기타만한 악기가 또 있을까. 음원이 아닌 영상인 유튜브이다보니 세 사람의 표정도 볼 수 있는데 노래도 노래지만, 노래를 부르는 주현미 씨의 표정이 정말 '맛있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보여 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그 표정을 따라 짓게 되는 어떤 마력마저 느껴졌다.


책에 대한 글을 쓰면서 왜 그렇게 유튜브 채널 이야기만 하고 있느냐 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이 그 유튜브 채널의 글들을 종이로 정리한 것이기에 그러하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어쩌면 나는 이 책이 나올 것을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을 나는 '주현미TV'에서 미리 보았기 때문이다. 그 채널의 모든 노래에는 노래 자체에 대한 사연이나, 가수, 작곡가, 작사가에 대한 이야기, 주현미 씨가 가지고 있는 추억, 노래와 연관된 에피소드들이 실려 있다. 그 중 50개의 곡을 선정해서 그 곡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아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주현미'이지만 동시에 '정리'라고하여 '이반석'이라는 이름도 함께 있다. 이 분은 두 명의 악사 중 기타를 연주하던 분이다. 트로트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품격있고 세련된 연주를 한다. 유튜브에서 노래를 들을 때 주현미 씨 뒷 쪽에 있는 악사들의 표정을 한번 쯤 주목해보길 바란다. 특히 '사의 찬미'는 조금 철학적이면서도 무거운 곡인데, 그 곡을 연주하는 이반석 기타리스트의 얼굴을 보면 마치 그가 '손'이 아닌 '표정'으로 연주하고 있는 듯 하다. 소리를 끄고 영상에 나오는 그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노래의 분위기가 전해질 것 같다. 얼마나 그가 그 곡에 심취해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주현미 씨가 왜 '주현미TV'를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밝히는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옛 노래에는 얽힌 추억들과 사연들이 차곡차곡 담겨져 있는데, 그런 소중한 옛 노래들이 잊혀져가고 있는 것 같아 보전하고 싶었고 그런 책임을 느꼈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 <추억으로 가는 당신>은 디지털인 온라인에 있는 '주현미TV'의 아날로그 활자 버전이기에 같은 의도를 지닌다. 일종의 옛 노래를 위한 아카이브적인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보면 노래들이 년대별로 정리가 되어 있는 것도 그런 인상을 느끼게 한다.


나는 평소에 책을 읽을 때 가능한한 스마트폰을 애써 멀리 두려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럴 수 없었다. 이야기 한편, 한편이 바뀔 때 마다 거기에 담긴 노래를 들으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냥 별 생각 없이 들었던 노래에 담긴 내막과 사연을 알게 되면서 노래가 전과 다르게 들리는 것을 느꼈다. 특히 노래마다 발표년도가 일일이 기입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노래를 이해하는데에 중요한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45년 일제로부터 우리가 광복을 하기전과 후의 노래가 달라지고 50년부터 시작된 한국전쟁 중에 지어진 곡이 또 따르며, 53년 휴전이후 전쟁이 일단 종식된 이후의 노래가 또 다르다. 노래가 발표된 시기의 시대적 상황과 결부하여 곡과 가사를 들으면 느껴지는 감동이 배가 되었다.


예를 들면 '낭랑 18세'는 1949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때는 그렇게 기다리던 광복이 된 이후이자 아직 민족의 비극인 6.25가 발발하기 전으로 노래가 경쾌하고 밝다. '삼다도 소식'은 1952년에 발표가 되었는데, 이때는 전쟁의 한 가운데이던 시기였다. 51년 1.4 후퇴 때 부산까지 밀려 낙동강 전선을 두고 방어하고 있을 때,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후방에서 훈련을 해야하는데, 남은 후방이라곤 제주도 뿐인 상황, 긴급히 제주도에 '제1육군 훈련소'를 창설하여 병사들을 훈련시키던 긴박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 곡이다. 전쟁으로 인한 아픔과 애잔함이 배어 있었다. '향기 품은 군사우편'은 1954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때는 지긋지긋한 전쟁이 멈춘 휴전 이후이기 때문에 노래의 분위기가 희망적이고 흥겹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1945년 사이에 발표된 곡들도 있지만 그 시절에는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말 노래를 만들 수도 부를 수도 없었고 서슬퍼런 총독부가 늘 감시, 검열하고 있었기에 우리 음악의 암흑기였다. 45년 일제가 물러가고 나서 해방의 기쁨을 노래한 곡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중 1949년에 발표된 '고향 만리'에서는 선조들이 식민지 국민으로 얼마나 서럽고 힘든 시절을 보냈는가를 알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가사에 "남쪽 나라 십자성은 어머님 얼굴"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여기의 '남십자성'은 북위 30도 이남에서만 볼 수 있는 별자리이다. 일제시대 인도차이나반도의 동남아국가로 강제로 징용, 징병으로 끌려간 우리 선조들이 어딘지도 모르고 말도 안통하는 낯선 땅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힘든 상황 속 밤하늘을 바라보며 고향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남십자성'에 담겨있다. 그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은 나도 이런 가사에 담긴 사연을 들으면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는데, 당시의 분들의 심정은 어땠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부산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부산과 관련된 노래들이 유독 눈에 띄였다. 1954년에 발표된 '이별의 부산 정거장'은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갔던 화자가 환도(임시수도 부산에서 수도 서울로 다시 귀환)열차에 몸을 싣고 부산 정거장에서 이별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1절에는 환도열차에 몸을 실고 떠나는 이별의 장면을, 2절에는 떠나는 이의 슬픔, 3절에는 남겨진 이의 슬픔이 그려져있다. 전쟁으로 죽거나 흩어져 홀로된 사람들이 밀집된 판자촌, 열악한 환경도 마주하며 사는 사람들 간에 정이 싹트는 것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끝나길 바랬던 전쟁이지만 끝나고 나니 본래의 고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전쟁이 끝난 '기쁨'도 잠시 그간 정들은 이들과 이별을 해야하는 '슬픔'이 밀려오는 것이 었으니, 얼마나 애달픈 사연들이 많았을까. 특히 가사 중에 "서울 가는 십이 열차"라는 가사가 나온다. 당시 열차 번호가 경부선의 경우 홀수는 하행선, 짝수는 상행선이었는데 '12 열차'란 서울 가는 '상행선'의 6 번째 열차라는 뜻이라 한다. 이런 내용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가삿말에 대한 설명은 지적 만족감과 더불어 노래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 책에는 많은 가수들과 작곡가, 작사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둡고 힘들었던 한반도의 20세기, 그 속에서 살았던 옛 사람들의 삶도 참 기구했다. 소개된 에피소드를 읽고 있노라면 무슨 영화나 드라마가 몇 편을 만들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1926년 일본에서 '사의 찬미'를 녹음하고 유부남이었던 그의 애인 김우진과 부산항으로는 배 위에서 동반자살한 극적인 이야기. 또 해방 후 월북 작가들의 작품들은 금기시하던 정책으로 일제강점기의 히트곡들의 작사가 이름을 바꿀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나 '꿈꾸는 백마강', '귀국선'을 부른 이인권이 6.25 전쟁이 발발하고 가수였던 아내와 위문 공연을 다니다 아내가 날아온 포탄에 목숨을 잃게 되는데, 그 슬픔을 담아 '미사의 노래'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의 외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울고 넘는 박달재'의 작곡자인 반야월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의 본명은 박창오인데, 가수 예명은 진방남으로 그가 부른 유명한 곡으로는 '불효자는 웁니다'가 있다. 본래 그는 가수였으나 후에 작사에 마음을 두게 된다. 하지만 당시 가수가 작사를 하는 것이 주제넘는 일이라고 여겼던 시대적 분위기 탓에 반야월이라는 예명을 지어 활동한 것이다. 조금 이해가 안될 수도 있는데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과거 조선시대 '시'는 '양반'들의 영역이었고 '노래'는 소위 '상놈'들이나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연예인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었지만 과거만해도 '딴따라'라며 천박한 직업으로 인식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노래'하던 '딴따라'가 양반들이나 하는 고상한 시의 영역인 '작곡'을 감히 할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수 예명과 작곡가 예명을 다르게 한 것이다. 그외에도 그는 추미림, 박남포, 남궁려, 금동선, 허구, 고향초, 옥단춘, 백구몽 등 다양한 예명을 상황에 따라 만들어 썼다고 한다. 그의 예명 이야기에서 그 시절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신분제의 잔재 의식을 엿볼 수가 있었다.


이 외에도 정치적 이유로 대박난 1956년에 발표된 '비 내리는 호남선'과 당대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으나 29세의 젊은 나이로 운명을 달리한 배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1968년 발표된 '파도' 등 우리의 관심을 끄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된 것이 있는데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주 불러주셨던 '부모'라는 노래의 가사가 우리가 잘 아는 '김소월' 시인의 시라는 것도 이번에 알게되었다. 1936년 발표된 '알뜰한 당신'에서 '알뜰하다'는 뜻이 "살림을 잘하는다"는 의미 외에도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참되고 지극하다"라는 의미도 있음을 알게되었다. 과거 어른들은 정말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활용해 예쁜 노랫말을 만드셨던 것 같다. 이런 것을 보면서 요즘의 무차별한 외래어의 남용과 외계어에 가까운 줄임말 등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 세태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책에 '임'이라는 곡이 실린 것에는 어쩌면 나의 일말의 공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어 언급해본다. 우선 1963년에 발표된 '임'에는 제목이 하나 더 있다. '창살없는 감옥'이다. 원래 '임'이란 노래로 발표되었지만 후에 이 노래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노래로 영화가 만들어진다. 그 영화 제목을 노래의 가삿말에 나오는 '창살없는 감옥'으로 한 것이다. 이후 노래는 '창살없는 감옥'으로도 불려지게 된다. 내가 이 노래를 알게 된 것은 평소 존경하던 분이 이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존경하던 분에 대한 마음이 노래 마저 호감을 갖게 만들었는지 그 때 들었던 가사를 기억했다가 인터넷에 검색해서 '임'이라는 제목을 알게 되었다.


다시 들어보고 싶어 유튜브에서 찾아 틀었는데 노래가 들으면 들을수록 더 끌렸다. 그 당시'주현미TV'에는 아쉽게도 '임'은 없었다. 하지만 마침 신청곡을 받고 있었는데 이 노래를 신청했다. 그때가 2019년 4월이다. 그리곤 놀랍게도 다음 달인 5월에 '임'이 업로드 된 것이다. 물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신청한 것을 보고 했을 수 있고, 혹은 주현미TV 측에서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것일 수 있다. 우연이라 하더라도 4월에 신청했는데 5월에 업로드 되니 신청한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었고 혹시나 내가 신청한 글을 보고 업로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일말의 기대감, 기여감도 있었다. 만약 정말 우연이 아니라면 2019년 4월의 나의 신청 댓글이 주현미 씨가 부른 '임'이 되고 유튜브로 책으로 약 1년을 돌고 돌아, 2020년 5월 지금 내 손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나와 이 책은 보통의 독자들 보다는 더 진한 인연이 있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한 가지가 더 있는데, 그것은 책표지에도 등장하는 '꽃그림'이다.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마다 그려진 수채화가 참 예쁘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인상적인 문장들과 함께 아리따운 꽃 그림들이 등장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눈을 즐겁게 한다. 꽃의 이름을 잘 몰라서 세세하게 다룰수 없어 아쉽지만, 나오는 꽃 마다 생김새가 다르다. 간혹 노래의 주제에 따라 손수건이나 호롱불 그림도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꽃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냥 예쁘다'하고 지나가기엔 일러스트레이터가 들인 정성이 아깝게 느껴져 이렇게라도 언급하고 싶었다. 예쁜 꽃 그림과 흘러간 추억의 노래, 이 책은 주요 독자로 중년 이상의 여심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 같다. 책에 실린 노래 소리와 다채로운 꽃 그림에 눈과 귀를 잠시 쉬게하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주현미 씨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글을 마쳐야겠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주현미 씨의 본래 직업은 약사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잘 따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 11세에 'MBC 이미자 모창대회'에 나가게 되고 '최우수상'을 받게된다. 중학교 2학년 때 작곡가 정종택에게 노래 레슨을 받으며 잠시 가수를 꿈꿨으나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에 다시 학업을 이어나가고 중앙대 약대에 들어간다. 84년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을 차려 운영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작곡가 정종택이 그녀를 찾아온다. 그가 녹음하고 있던 음반의 가수가 사정이 생겨 못와 '대타로'로 투입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만에 녹음을 마치고 주현미는 돌아왔는데, 얼마 후 길거리 리어카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더란다. 장사하던 아저씨는 이게 요즘 유행하는 노래라며 사라고 그녀에게 말하는데, 그때의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흥분되는 마음으로 그 노래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말해도 못 믿는 장사꾼 앞에서 그녀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자신임을 증명하기위해 길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 앨범이 지금의 주현미를 있게 만든 '쌍쌍파티'다. '쌍쌍파티'가 히트를 치면서 다음 해인 1985년 주현미는 정식으로 곡을 받고 데뷔한 것을 시작으로 그녀는 지금까지 35년의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로써 희망을 주고,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노래에 담긴 이야기도 재밌지만 트로트 여왕의 개인적인 사연도 참 재밌지 않은가.


흔히 '트로트'라는 장르는 나이있는 분들의 전유물이고 오래되고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미스터트롯'과 같은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인기는 최근의 여러 방송 기록을 깨며 석권하고 있으며, 시청자들의 분포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도 트로트 열풍이 불고, 트로트가 가요음원차트 상위에 올라오는 드문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갈수록 세대간의 공감대는 떨어지고 갈등이 심화되는 이때, 모든 세대들을 아우를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트로트는 그런 세대간의 공통관심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얼마전 처갓집을 갔을 때 광경이 그 실례가 되겠다. 처가 어른들과, 아내와 나, 그리고 어린 아들까지 3대가 함께 '미스터트롯'을 보며 함께 트로트를 불렀다. 나는 이 책도 그런 역할을 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이 책의 이야기와 거기에 담긴 노래를 접하며 과거의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고, 젊은 세대들은 그 시절 노래가 품은 사연, 시대적 배경들을 접하면서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흘러간 옛 노래에 관한 책이기에 젊은 세대들이 이 책을 도외시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정말 그 시절 그랬단 말이야"하고 오히려 다르고 경험하지 않았던 것이기에 더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일제시대에도, 전쟁중에도, 독재정권시절에도, 어느 시절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사랑을 했고 그것을 노래로 표현했다. 그 시절에도 지금에 결코 뒤지지 않을 뜨거운 사랑이 분명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나 부모님 세대들의 연애나 사랑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주현미 씨는 <추억으로 가는 당신>이라며 이 책을 통해 기성 세대에게 '추억'을 선사했지만 나는 트로트라는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관심사로서 세대간의 이해를 돕는 '다리'를 보았다. 옛 노래를 옛 사람들 끼리만 부르면 그 노래는 기성 세대만의 추억으로 사라질 테지만, 옛 노래를 우리 모두가 같이 부르면 함께 부른 모든 세대의 추억이 되어 영원히 지속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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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줘서 고마워 - 고위험 임산부와 아기, 두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의사의 기록
오수영 지음 / 다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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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줘서 고마워>는 당연한 것이 얼마나 당연 것이 아닌지, 누군가에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특별한 것임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애정과 정성, 희생과 고통이 필요한지 우리는 쉽게 잊고 산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는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이자 의사로서 20년 이상, 수많은 고위험 인산부와 태아의 목숨을 살려 온 오수영 교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임신과 출산, 그리고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 생명의 탄생은 진실로 기적같은 일임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군대시절 '5분 대기조'가 생각난다. 퇴근중에도, 식사중에도, 아이와 함께 있다가도, 학회가다가, 자다가... 언제 급박한 상황이 터질지 모르는, 경우에 따라 1분 1초에 생사가 갈리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전화를 받은 그녀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병원 수술실로 향한다. '목숨을 건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응급수술을 위해 과속딱지를 감수하고 달리거나 차가 없는 노상에서 급한 마음에 택시가 잡히지 않자 일반차라도 세워 사정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절박함마저 느껴진다. "제가 지금 병원을 가지 않으면 사람이 죽습니다..."

갑작스러운 태반조기박리나 다량의 출혈, 태아심박이상 같은 상황에서는 자칫 몇 분에 죽고 사는 문제가 결판난다. 병원에 있던 치프 레지던트(전공의 4년차)와 실시간으로 통화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보고받는 동시에 병원에서는 수술준비에 들어가고 그녀는 병원으로 달려온다. 태아가 숨을 못쉬는 상황이라던가 맥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1분 1초는 정말로 중요하다. 수술실에 단 1초라도 빨리 들어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의 문을 잡고 있던 병원 직원들과 환복 시간을 줄이려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겉 옷의 단추를 풀고 있는 그녀의 다급한 모습은 마치 특수부대 작전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다 한번이 아닌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연신 여러 돌발적인 상황이 나온다. 싸우고 총을 쏘는 액션 스릴러만 손에 땀을 쥐게하는 것이 아니다. 경각을 다투는 환자와 그를 살리기 위해 수술대로 향하는 의사의 다급함과 절박함에 글을 읽고 있는 내 심박마저 덩달아 빨라지고 있었다.

대학병원이라는 곳 자체가 이미 보통 병원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환자들이 찾는 곳, 의료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 같은 곳이기에 그곳에서의 일은 필연적으로 다이나믹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탯줄을 네 번이나 목에 감고 기적적으로 태어난 아기의 이야기, 심박동이 이미 멈췄을 것으로 의심되는 태아라도 최대한 빨리 꺼내 심폐소생술로 살리고자 필사적으로 애써 살려낸 이야기, 네 쌍둥이 분만 이야기, 퇴근길에 산모의 심장이 멎었다는 연락 받고 응급실로 부리나케 돌아가 밤을 꼬박 새며 수술한 일도, 그 산모가 깨어나 "선생님, 물 마셔도 되나요?"라고 물었을 때 "살아주어 고맙다"는 말만 가슴에 맴돌았다는 부분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냉담자인 그녀가 응급수술을 할 때만큼은 기도가 저절로 된다는 말에서는 환자를 살려내고 싶은 그녀의 간절함이, 의사의 맥박은 환자의 맥박과 반비례한다는 표현에서는 자신의 손끝에 한 사람, 어쩌면 두 사람(엄마, 아이)의 생사가 달렸다는 무거운 부담감과 긴장감이 느껴졌다.

 


응급상황이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의사의 상황도 고려하지 않는다. 오전에 '수술을 받은' 저자가 오후에 '수술을 했던'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다. 또 저자의 출산 이야기에서, 첫 딸을 낳은 1998년, 그녀는 레지던트(전공의) 3년차였는데 그땐 아기를 낳기 직전까지 일을 했다고 한다. 진통이 오고 나서야 출산휴가에 들어가는데, 당시 출산휴가는 공식적으로 2개월이었지만 바쁘고 일많은 병원으로 6주만에 그녀는 업무복귀한다. 환자들에게는 충분히 안정을 취하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은 그러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안타깝게 여겨졌다.

이 책의 앞 쪽에는 프롤로그처럼 두 편의 글이 있다. '산부인과 의사이자 엄마라서', '산부인과 의사의 딸이라서'라는 글이다. 앞의 글은 눈코 뜰새없이 바쁜 저자가 자신의 두 딸에게 소홀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있고 뒤의 글은 그런 바쁜 엄마를 둔 딸의 엄마에 대한 '1%'의 서운함과 '99%'의 존경이 담겨있다. 밖에서 아무리 대단한 의사라도 결국 집에서는 누군가의 부모일 것이다. 휴일, 밤낮 할 것 없이 응급수술 콜을 받고 병원에 불려가고, 교수로서 견습의, 전공의, 전임의들 교육하고, 연구하면서 논문도 써야하며, 의사로서 환자도 돌봐야하기에 가정에 소홀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삶을 보며 대학병원 교수라는 명예로운 자리를 위해 맞바꾼 것들이 적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모든 것은 다 그만한 댓가를 필요로 하는 거였지.

출산에서 무엇보다 힘든 것은 당사자인 산모와 아이 아닐까. 이 책에는 정말 아이를 낳기 위해 목숨을 건 위대한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임신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장기능이 뒷받힘 되어줘야 하는데, 신장이 좋지 않던 한 산모는 임신을 유지할 경우 평생 투석을 해야 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듣게 된다. 법적으로든 의학적으로든 '치료적 유산'이 가능한 상황, 임신을 유지하면 평생 투석하며 살아야 할 수 있고, 그 위험을 피하려면 소파수술(임신중절수술)을 해야한다. 내가 그녀라면, 내가 그녀의 남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 산모는 평생 투석할 위험을 무릅쓰고 임신유지를 하는 용감한 결정을 내린 이야기에서는 '여자는 약할지 모르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격언을 떠올린다.

비슷하게 한 산모는 정상인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신장으로 임신을 유지를 위해 매일 네다섯 시간의 투석을 받으며 버티다 27주 810g의 딸을 낳는데 성공한다. 아기는 87일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건강히 퇴원한 이야기도 있었다. 6년의 세월, 6번의 연이은 유산에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임신 7번만에 출산에 성공한 이야기, 오랜 난임에도 결국 20년만에 출산한 산모의 이야기, 엄마가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으로 두번의 심장 수술을 이겨내고 출산에 성공한 이야기와 같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용감한, 위대한 엄마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의 생명이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우리의 탄생 이면에는 수많은 어머니들의 눈물겨운 고통과 희생이 있었음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기형아 출산에 관한 이야기들도 가슴을 짠하게 한다. '에드워드 증후군'은 18번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선천적 기형이다. 이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 절반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1년 생존율이 8퍼센트에 그친다. 그렇기 때문에 산과 교과서에는 이런 태아를 임신한 경우 임신종결을 하거나 임신유지를 해도 혹여 분만 중 태아의 심박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제왕절개를 하지 말라는 다소 비정한 내용이 있다. 출생 후 얼마 생존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모체의 이환율(병에 걸릴 확률)만 높이는 제왕절개를 굳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에드워드 증후군을 가진 아이를 임신한 두 어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기형임을 알면서도 중절을 선택하지 않고 심지어 혹 분만 중 아이게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면, 사산시키기 않고 기꺼이 제왕절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어렵게 태어난 아기들은 3개월, 9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엄마와 아빠를 통해 깊은 사랑을 배우고는 하늘나라로 돌아간다. 1년도 못살 아이인 줄 알면서도 자신들에게 온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여러 위험을 감수하며 허락된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 따뜻한 사랑을 보여준 위대한 부모들의 이야기는 이 글을 쓰면서도 몇번이고 눈물을 훔치게 했다. 이 책은 눈물을 부른다.

앞에서 기형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임신을 유지한 부모들을 '위대하다' 표현했는데 살짝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렇지 않은 결정을 했을, 혹은 할 부모들에게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끼게 했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앞의 부모들이 위대한 것은 맞지만 꼭 그와 같은 결정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세상에 사람이 다양한 만큼, 생각도, 상황도, 처지도 다양하다. 복잡한 세상, 정답이 하나인 것이 이상한 것이다. 우리는 현실에 발딛고 살아가기에 현실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나 또한 그런 상황이 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장담할 자신이 없다. 누가 다른 선택을 한 부모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다음 소개할 이야기의 어머니가 말한 "선생님이 아이를 키워주실 건가요..."라는 말이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비정한 말이지만, 누가 비난 할 수 있을까.

기가 탯줄 부위로 빠지는 선천성 이상인 '제류'라는 기형증상을 가진 태아의 이야기다. 그 부모도 처음엔 최대한 아이를 낳으려고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불길한 예후와 절망적인 진단 결과에 점점 지쳐간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1~2주 더 임신을 유지하다 아기를 낳고 신생아중환자실에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다 안정되면 제류에 대한 소아외과적 수술을 하는 것이지만 결국 너무나 지쳐버린 산모는 당장 낳겠다고 분만결정을 한다. 지금 아이가 나오면 몇 분 내로 사망하기에 사실상 분만은 가녀린 목숨의 끈을 놓아버리는 것을 의미했다.13시 15분에 출생한 아기는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58분만에 하늘나라로 갔다. 저자의 문장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희망을 주는 의사에서 절망을 주는 의사가 될 수밖에 없던 내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부모를 대신해 임종을 지켜주는 일이었다."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만삭에 심한 자궁내태아발육지연과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 의심되는 상황, 사실혼 관계의 남자친구가 있는 경산부가 양수과다증이 심한 상태로 병원에 왔다. 자궁문이 다 열렸는데도 6시간째 태아의 머리가 내려오지 않아 수술을 할 수 있었느나 산모를 위해 최대한 자연분만을 하고자 하얗게 토요일 밤을 지새며 인공양막파수의 시술 정도로 자연분만에 성공한다. 그런데 다음 날 산모가 도망을 간 것이다.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난 아기는 홀터(입양기관)에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생겨버린 일이다. 저자는 차라리 그때 자연분만이 아니라 기존처럼 수술을 했다면 회복에 시간이 걸리기에 산모가 도망가지는 못했을 건데하고 허탈해 한다. 자연분만이 어렵던 것을 겨우 자연분만이 되게 한 결과가 아이를 버리고 도망갈 체력을 벌어준 꼴이 된 것이다.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을 아기도 기적적으로 낳아 기르는 훌륭한 부모가 있는가 하면 무탈히 태어난 아이도 버리고 도망가는 매정한 부모도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낙태에 대한 이야기나 후배 의사의 '분만을 접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 산과 전문인력이 줄어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동티모르에 의료봉사를 갔던 이야기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고 동시에 그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며 어째서 같은 인간이 같은 시대, 단지 태어난 곳이 다를 뿐인데 이렇게 다른 삶을 살아가는가 하는 존재론적 불평등 같은 것도 느꼈다. 두 딸을 낳았던 이야기, 자신이 레지던트(전공의) 였을 때의 이야기, 또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게 쓰여지지 않은 묵직하고 울림있는 글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잠시동안 '반' 산부인과 의사가 된 기분이 든다. 다양한 의료용어들이 나오는데, 한 두줄로 설명이 잘되어 있어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되어있다. 그래서 이런 어려운 용어들이 들어간 글을 내가 읽어내고 있다니 하고 감탄하게 된다. 더 상세히 알고 싶어 부분전위태반, 완전전위태반 같은 용어들은 검색도 해보았다. 책의 끝 부분에는 '의학상식'이라고 하여 유산, 조산에서부터 자궁경관무력증, 임신중독증, 자궁내태아발육지연, 태반조기박리 등 산과적 의료용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담겨있다.

나는 에세이가 참 좋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나는 의사 선생님들은 일단 엄청 기다려야 만날 수 있고, 딱딱한 표정에 환자의 얼굴 보다는 모니터에 시선이 붙들려 있으며, 오랜 기다림과는 대조되는 키보드 몇 번 두드리고는 헤어져야하는 잠깐의 만남만 허락된 사람이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으며 그들이 의사가 되기 위해서 어떤 시절을 보냈는지, 차갑고 딱딱하게 보이는 그들은 어떤 고민과 어려움이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에겐 아쉬운 5분의 짧은 진찰일지라도 그것을 위해 미리 의사는 더 오랜 시간 차트를 검토한다는 말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우리는 서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에세이를 통해 모든 삶을 살 순 없어도, 모든 삶을 읽어 볼 순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이런 분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언젠가 내가 큰 병으로 병원에 가게 되었을 때 이런 의사분을 만나면 참 행운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여러 환자들 중에서 자신을 믿어주는 환자를 만났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있다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지만, 그녀를 만난 환자들 또한 그녀를 만난 것을 행운으로 여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만난 것을 감사하고 행운으로 여기는 것, 아! 아름답다.


이 책을 읽으며 유산의 경험이 있는 동생이 떠올랐다. 저자는 책에서 "임신은 생리적인 상태이면서 동시에 '병적인' 상태"라는 말을 많이 한다(최소 3번 이상했다). 임신 중 어떤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길 수 있냐'고 말하지만 임신은 원래 의학적으로는 '병적인' 상태이기에 얼마든 그런 일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산이라는 것이 참 가슴 아픈 일임에도 그것은 많은 사람에게 일어난다. 위에서는 무려 6번이나 유산을 한 사례가 있었다. 남들도 그러니 아파하지 마라는 뜻이 아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트라우마에 빠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과 돌아온다는 사례들이 많이 있으니 힘 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런 이유로 지금 임신을 하고 있는 분들이나 앞으로 임신을 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불안감 해소와 더불어 유용한 의학적 정보도 제공해 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임산부 뿐만 아니라 미래의 아빠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한편으로는 자식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자신이 얼마나 귀하게 태어났는지, 자신의 탄생에는 부모님을 포함한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고와 희생이 있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부모도 자식을 기르다보면 사람이기에 아이들에게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시절 내가 그런 마음이었지 하고 부모가 됐던 그 '초심'이 기억나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데 힘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아이가 있는 부모에게도, 아이가 생길 부모에게도, 그리고 아이에게도 유익한 책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모두가 누군가의 부모이자, 누군가의 자식이니 이 책은 모든 사람이 읽어도 좋은 책이 되는 건가. 산부인과 의사의 수기가 남자인 나에게 무슨 큰 울림이 있을까 하고 읽었는데, 안 읽었으면 모르고 살았을 소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오늘 따라 평소보다 아이의 고함소리가 작게 들리고 떼쓰는 모습도 예뻐보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한 문장으로 글을 마친다.

"세상에 쉽게 오는 생명은 없다, 다만 우리가 미처 모를 뿐."

P.S. 1. 이 책의 수익금은 출생 전후 염색체 이상을 진단받고 삼성서울병원에서 태어나 치료받는 아이들의 치료비로 기부된다.
P.S. 2. 몇일전 뉴스에 삼성서울병원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의료진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던데 가뜩이나 촌각을 다투는 중증환자들로 항시 바쁜 의료진들이 역마로 인해 피해보는 일 없이 무탈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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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메시스와 간헐적 단식
박용우 지음 / 블루페가수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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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실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주제다. 체질적으로 먹어도 살 안 찌는 축복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는 금연과 더불어 매년 1월 1일 신년 목표에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어떻게 하면 살과의 전쟁에서 우리는 승리할 수 있을까. <호르메시스와 간헐적 단식>에는 단순히 반짝하고 단기간 하다가 말 다이어트, 어렵게 성공해도 금방 요요로 되돌아 갈 다이어트가 아닌 개인의 특성과 조건에 맞추어 평생동안 지속할 수 있는 식생활 '전략'으로서 '간헐적 단식'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 최고 비만 전문의로 알려져 있는 박용우 박사의 30년간의 경험과 의학적 이론, 임상적 결과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더 신뢰가 간다. 또한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결과와 함께 본인이 직접 임상의 주인공이 되어 그 효과를 증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방법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단식이라는 말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하루 한끼만 못 먹어도 기운이 쫙 빠지고 큰 일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건강과 종교적 이유로 단식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TV 방송과 신문에 '간헐적 단식'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로 저 다이어트를 시도해봤을 것이다. 이 책은 그 간헐적 단식의 방법과 종류, 그리고 효과와 의학적 근거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간헐적 단식에 대한 여러 '카더라' 정보들로 혼란스럽던 사람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우선 책 제목을 살펴보자. <호르메시스와 간헐적 단식>이다. '호르메시스'란 그리스어로 '자극하다'라는 뜻인데 우리에게는 '적절한' 스트레스나 '적은 양'의 독소에 '간헐적'으로 노출되면 더 큰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이론을 말한다. 약한 항원을 우리 몸에 미리 넣어 항체를 형성해 진짜 항원이 들어왔을 때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예방백신'도 호르메시스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간헐적으로 우리 몸에 단식이라는 '자극'을 통해 오히려 대사기능과 호르몬 분비를 정상화하고 체내 장기들의 휴식을 통한 회복으로 우리 몸이 보다 더 건강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차라리 <써카디안 리듬과 간헐적 단식>으로 했어야 더 적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효과적인 간헐적 단식을 위해서는 써카디안 리듬의 개념이 꼭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써카디안(Circadian)'이란 '대략 24시간 주기'라는 뜻이다. 체내 모든 장기와 개개 세포들은 고유한 생체시계(말초시계)를 가지고 있고 뇌의 생체시계(중추시계)에 의해 조절된다. 이때 이러한 생체시계가 상호 동기가 잘 되면 '써카디안 리듬'이 좋다고 하며 동기가 잘 안되면 '써카디안 리듬'이 나쁘다고 한다. '써카디안 리듬'은 상대적으로 익숙한 개념인 '바이오 리듬'으로 이해해도 무난할 것 같다.


갑자기 왜 '써카디안 리듬'에 대해 언급하냐면 이 리듬에 최대한 맞추어 생활해야 신진대사의 교란이 얼어나지 않아 최적의 건강습관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살이 안찌는' 건강한 식습관으로 연결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일회성 살빼기 다이어트 방법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이 적절한 체중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건강하기도 해야하는 두 조건을 만족하는 방법을 전수하고 자는 것이다. '써카디안 리듬'의 개념으로 '공복을 12~14시간 유지하라', '저녁식사는 수면 3시간 전에는 마쳐라', '잠들기 전에 실내를 어둡게하고 PC, TV, 스마트폰의 사용을 자제하라', '점심보다 저녁에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라'와 같은 박용우식 간헐적 단식법의 구체적 방법론이 도출된다.



다이어트하면 보통 평소보다 적게 먹는 '저칼로리식'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생리학적인 이유로 요요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약점을 가진다. 음식을 적게 먹었을 때 우리 몸은 들어오는 줄어든 식사량에 적응하여 대사량을 낮춘다. 그러다 다시 원래대로 식사를 하면 기존보다 낮아진 대사량에 의해 전보다 쉽게 체지방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평소처럼 식사했을 때 이전보다 대사량이 떨어지는 것을 '안정시 대사량이 떨어졌다'라고 표현한다. 반면 '간헐적 단식'에서는 안정시 대사율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런 메커니즘을 식욕조절 호르몬인 렙틴과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의 저항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인슐린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인슐린저항성은 렙틴저항성을 악화시키는 큰 원인이 되기에 대사량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인슐린저항성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살이 잘 찌거나 비만인 사람들이 진단받는 '대사증후군'도 인슐린저항성 때문에 나타나는 임상증상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인슐린저항성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우리 몸의 대사율을 좋게 하는데에는 인슐린을 쉬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저칼로리식'을 통해 소식을 하더라도 어쨌든 인슐린은 일하게 된다. 우리 몸이 인슐린에 대해 내성을 가지는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슐린 호르몬의 '완전한 휴식'이 필요하다. 반면 '간헐적 단식'은 물 외에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아 인슐린을 일정시간동안(14시간 이상) 완전히 쉬게 하기 때문에 인슐린저항성이 회복되어 대사량을 낮추지 않아 요요를 막는 굉장한 장점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인슐린저항성의 회복이 당뇨병과 기타 합병증의 발병 가능성을 감소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대사유연성'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얻는 '대사' 과정에서 그 에너지원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탄수화물(포도당)을 쓰면 '당대사', 지방(지방산)을 쓰면 '지방대사'로 구분된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에 비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먹는 현대인들의 몸은 수시로 공급되는 탄수화물로 인해 사실상 당대사만하고 있다. 당대사에 익숙해져버리면 우리 몸은 지방대사를 하지 않게된다. 오랫동안 묵혀둔 기계는 녹이 슬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듯이 말이다. 당대사와 지방대사를 고루 잘 되는 것을 '대사유연성이 좋다'라고 표현한다. 탄수화물이 완전히 차단되게 하는 간헐적 단식은 포도당만을 즐겨 사용하려는 대사(당대사)를 지방산을 사용하는 대사(지방대사)로 신진대사의 스위치를 옮기는 것이다. 지방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몸이 지방 사용에 익숙한 몸으로 바뀌는 것이다.


특히 지방대사가 잘 되는 것이 가져오는 중요한 성과는 근육손실 저하에 있다. 음식량을 줄여서 혈당이 떨어지면 몸은 근육단백에서 포도당을 끄집어 쓰려고 하게되고 이는 근육손실을 야기한다. 그래서 다이어트시 근육이 빠지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대사가 잘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방대사의 에너지원인 지방산은 간으로 들어가 케톤으로 대사가 되어 뇌를 포함한 신경 및 근육세포에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이것은 근육단백에서 포도당을 끄집어 쓰려는 대사를 최소화하여 근육량을 유지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간헐적 단식'은 '저칼로리식'에 비해 안정시대사율이 유지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며 대사유연성이 좋아지고 근육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볼 때 '간헐적 단식'이 가져다 주는 효과는 실로 놀랍다. 막무가내식 다이어트에서 많이 걱정하던 '근육 빠진다', '기초대사량 줄어든다'하는 부작용을 '간헐적 단식'은 사뿐히 즈려밟고 간다. 또 다른 간헐적 단식의 큰 장점은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기음식이 있긴 하지만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고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인 것은 분명하다.



자, 그렇게 대단하다는 간헐적 단식의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기본적으로 간헐적 단식의 방법론적 핵심은 '공복'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 일정시간 아예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굶는 것이다. '16:8' 다이어트가 있는데 하루 24시간 중 16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나머지 8시간 동안은 편하게 식사를 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공복시간이 더 강화된 것이 전사 다이어트라 불리는 '20:4' 다이어트가 있어 20시간 공복, 4시간 식사가 있다. '1일 1식' 다이어트는 하루 한 끼만 먹는 방법으로 약 23시간 공복을 유지한다. 앞서 언급한 방법들은 하루에 식사시간을 제한하는 방법인 것에 반해 다음 언급할 방법은 먹는 날과 굶는 날을 조합하는 식이다. '5:2' 방법은 일주일 중 이틀만 하루 한 끼만 먹고 나머지는 평소처럼 먹는 것이다. 오늘 굶는 날이면 아침을 먹고 다음 날 아침을 먹으면 24시간 단식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5:2' 방법은 다른 말로 '주 2회 24시간 단식법'이라고도 한다. '주 3회 24시간 단식법'은 격일완화 단식법이라 한다.


위에 소개된 방법들을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되는데, 저자가 일반인들에게 실제 사용했던 프로그램을 참고해보자. 1주차에는 탄수화물 제한 식사요법, 2주차에는 주 1회 24시간 간헐적 단식, 3주차에는 주 2회 24시간 간헐적 단식, 4주차에는 주 3회 24시간 간헐적 단식을 처방했다. 책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소감문이 실려있는데 혈압약을 먹던 사람이 혈압약을 끊고 당뇨약을 먹던 사람이 당뇨약을 끊게되는 등 효과는 마치 앉은 자를 일어서게하고 못보는 자를 눈 뜨게하는 종교적 기적을 보는 듯 했다.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것은 체중을 빼는 것이지만 더 세부적으로는 체지방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과거에는 비만이다 아니다 하는 부분을 단순히 체중으로 판단했다면 지금은 헬스장, 요가원에서도 체지방 측정을 근거로 운동처방을 하고 있다. 소식을 하거나 단순히 굶어서 살을 빼는 다이어트의 경우 근육손실을 걱정할 수 있으나 간헐적 단식에서는 간헐적 단식자체의 근육손실을 줄이는 메커니즘 뿐만 아니라 먹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식사를 하므로 단백질 섭취를 통해 더더욱 근육손실은 줄이고 체지방만 감량되는 효과를 낸다.


다이어트를 할 때 생기는 마음을 떠올려보면 '언제까지 이렇게 먹고 살아야 하나', '빼면 뭐하나 또 제대로 먹으면 다시 찔건데'하고 생각한다. 적절하고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마치 평생토록 먹고싶은 것 못먹고 늘 배고프게 살아야할 것으로 느껴져 막막한 감정마저 들게한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은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기초대사량의 감소도 야기하지 않아 중간중간 일정시간(14시간 이상)의 공복을 유지하면 식사시간에는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 이것은 간헐적 단식이 일회성 다이어트가 아닌 지속적인 식습관, 식생활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단, 저자도 강조하듯 간헐적 단식에서 식사시간에 마음껏 먹는 것은 체중 증가는 없지만 체중 감소 효과도 미비하다. 따라서 체중 유지가 목표인지, 체중 감량이 목표인지에 따라 주 1회, 2회, 3회 24시간 간헐적 단식으로 조절하거나 16:8, 20:4 간헐적 단식으로 개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간헐적 단식에 대한 방법론에 앞서 왜 이것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필요성이 먼저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책의 구성도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백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우리나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대략 10년이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것은 우리의 생애 마지막 10년은 고혈압, 암,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장병, 중풍, 치매 등의 질병과 그 합병증으로 병상에서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앞에 언급된 질병들은 모두 비만과 관계되지만 특히 저자는 한 인간의 존엄을 처절하게 파괴하는 '인격 살인'이라 불리는 '치매'에 주목한다. 본래 '치매'는 질병이 아닌 증상을 뜻한다. 흔히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혼용해서 쓰는데, '치매 증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질병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치매 환자의 50~70%를 차지한다는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위험인자는 '만성염증'이며 만성염증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비만'과 '장내 유산균 불균형'이다. 비만 환자들의 내장지방에서는 염증유발물질을 발생시키는 데 이것이 만성염증을 일으켜 혈관노화와 퇴행성 질병 및 합병증을 촉진한다. 또 장내 유산균 불균형은 유해균이 배출한 독소가 온몸을 돌면서 만성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또 다른 위험인자로는 '인슐린저항성'이 있다. '인슐린저항성'은 인슐린 내성으로 우리 몸에서 분비된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슐린 문제로 인한 고혈당 상태의 유지는 뇌세포에 손상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도 촉진한다. 인슐린 하면 당뇨병을 쉽게 떠올리는데, 인슐린과 당뇨, 인슐린과 알츠하이머의 이런 관계로 알츠하이머는 '제3의 당뇨병'이라고도 불린다.



만성염증, 장내 유산균 불균형, 인슐린저항성 모두는 결국 비만이 문제다. 비만이라 하니까 꼭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들만 문제이고 체중이 적게 나가는 사람들은 안도할지 모르겠으나 현대의학은 체중보다 허리둘레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도 대사이상, 심혈관 위험인자가 없는 '건강한 비만'이 있는가 하면, 체중은 정상범위 안에 들지만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가 높고 지방간, 내장지방 비만 등을 보이는 '마른 비만'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체중이 적게 나간다고 오래사는 것이 아니라 뱃살을 관리하고 근육량을 적절히 유지해야 오래 산다고 말한다.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간헐적 단식인 것이다. 다이어트의 방법론에는 앞서 언급했듯 '간헐적 단식'과 '저칼로리식'이 있는데 앞서 말한 문제점들의 해소에서 간헐적 단식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은 당대사를 위주로 하는 사람들의 몸을 지방대사도 원활하게 하는 '대사유연성'을 높인다. 그리고 대사율 변화가 적어 요요현상을 막아주며 늘 적게만 먹어야 하는 저칼로리식에 비해 시간 내에는 양의 제한없이 먹을 수 있는 장점으로 지속적인 식이요법 유지가 가능하여 적절한 체중유지에 도움이된다. 또한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 분비가 14시간 이상은 되지 않아야 충분한 휴식으로 회복이되는데 '저칼로리식'은 비록 적은 양의 음식물이지만 인슐린 분비를 지속하기에 인슐린 저항성 회복이 어렵다. '장내 유산균 불균형'도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아 장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균형 회복이 되는데 인슐린과 같은 이유로 '저칼로리식'은 '간헐적 단식'에 비해 그런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지 못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그 결과와 자신의 생각을 담아놓았다. 이 중 흥미로운 부분을 몇 가지 소개해본다. 혈당수치의 단위는 [mg/dL]인데 앞으로 단위를 빼고 이야기하겠다. 혈당수치의 정상범위는 70~140이다. 공복상태에서는 100미만이어야 하고, 식사를 해도 140을 넘으면 안된다. 당뇨병의 기준은 200이라 한다. 보통 혈당 조절을 위해 쌀밥이 아닌 잡곡밥을 챙겨드시는 분이 있는데 이 결과가 그분들에게 특히나 유의미할 것 같다. 혈당은 보통 밥을 먹고 정도가 지나야 정점을 찍는다. 밥이 단당류로 분해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쌀밥을 먹었을 때 정점은 168, 잡곡밥은 165로 둘다 기준치인 120을 훌쩍 넘었다. 다음에는 식사후 걸어 움직였는데 지속적으로 130미만을 유지했다. 여기서는 쌀밥이냐 잡곡밥이냐 보다는 탄수화물 섭취 후 근육을 사용해 움직였는가가 혈당 조절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식사 후 최소한 20분 이상 걷기를 강조한다. 혈당수치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향후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또 혈당과 관련된 흥미로운 결과가 있는데 이는 앞의 '써카디안 리듬'과 관련된다. 저자가 점심 때 식사후 혈당이 정상치로 떨어지기까지는 2시간이 걸렸는데 같은 식사를 저녁에 했을 때는 4시간이 걸린 것이다. 생체리듬상 인슐린 호르몬의 능력이 낮보다 밤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이 밤에는 혈당 조절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더라도 저녁에는 식후에 더 움직여줘야 한다. 저녁에 밥먹고 바로 자는 것이 몸에 해롭다는 어른들 말씀이 떠오른다. 혈당 조절은 인슐린과 근육사용이 중요한데 밤이라 인슐린 능력도 떨어지고 근육사용도 없기에 저녁에 밥먹고 바로 자는 것이 혈당조절의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며 따라서 어른들의 말씀이 의학적으로도 맞는 것이었다.


책의 후반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할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고 영양보충제로 섭취하는 개별 영양소에 대한 설명이 있어 참고할 만 했다. 또한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한 생활습관에는 앞에서 다룬 식이요법 뿐 아니라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을 필요로 한다. 운동과 수면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운동에 대한 부분에서는 에너지밸런스의 관점에서 볼 때 운동하는 시간보다 운동하지 않는 시간에 얼마나 더 움직이는가가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1시간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하루종일 앉아있는 것보다는 헬스장 가지 않더라도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많이 걷고 움직이는 것이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 한다. 애써 헬스클럽에서 1시간 운동해도 나머지 시간 책상에 오래 앉아 시간을 보낸다면 그 운동 효과는 상쇄된다. 하지만 요즘 현대인들은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저자는 오래 앉아서 일해야하는 상황이라면 1시간 마다는 꼭 일부러 일어나서 가볍게라도 몸을 움직일 것을 권한다. 엉덩이가 제2의 심장이라 했다. 엉덩이를 포함한 허벅지, 종아리 근육을 사용하여 하체에 체류되어진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주는 것 필요하다고 한다. 많아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 학생들은 꼭 챙겨야할 부분으로 보인다.


이 책은 간헐적 단식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비만, 건강과 관계되는 의학적인 지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이 그런 지식들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다른 상황에 대해 논리적 추론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고 있다. 막연히 일주일에 몇번, 하루에 몇시간 굶으면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쳐서 좋은 건지, 왜 이 방법이 좋은 것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어 좋았다.



나는 이 책을 보고 참으로 느끼는 바가 컸다. 저자가 체계적으로 설명해간 간헐적 단식의 필요성과 그 의학적 근거와 임상결과는 내가 기꺼이 간헐적 단식을 실천할 이유가 되었다. 고무된 나는 가까운 지인 몇 명에게 간헐적 단식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거기서 두 가지를 느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이미 간헐적 단식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 언급된 '16:8' 방법이나 주 몇회 24시간 간헐적 단식 등 간헐적 단식의 방법, 전략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간헐적 단식에 대한 유명세(?)를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간헐적 단식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간헐적 단식의 핵심인 최소 14시간 이상의 공복유지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간헐적 단식의 우수성에 연신 감탄을 했건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다소 냉랭했다.


나는 소위 살이 잘 찌는 체질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쉽게 살이 찐다. 살이 찌면 당장 피부에 와닿는 것이 건강검진 결과다. 결과지를 받아보면 여기저기에 나온 '유소견'들이 나를 겁먹게 만든다. 또한 몸이 무거우니 귀찮고 게을러지고 쉽게 피곤하며 짜증도 잘난다. 여름에는 덥고 옷은 안 맞고 아무튼 살이 찐다는 것은 건강의 관점에서도,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자존감의 관점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다 어떤 임펙트 있는 계기를 만나면(주로 건강상 충격) 독하게 마음을 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내가 가장 많이 살을 뺀 것이 18kg감량이다. 살이 빠지면 다시 태어난 것처럼 삶이 달라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렇게 어렵게 뺀 살은 잠깐의 방심에도 금방 도루묵이되곤 했다. 단식을 하거나 하루 한 숟가락을 식사를 하며 다이어트를 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괴롭지만 이런 방법을 지속하면 확실히 살은 빠진다. 하지만 빠진 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먹고 배부르게 양껏 먹지도 못하면서 평생을 수도승처럼 살아야 되는 것인가 생각하니 숨이 막히는 듯 했다. 그래서 다시 먹으면 몸무게는 원상복구, 어쩌면 그전보다 더 찌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제한 다이어트와 단식이 잘 조화되어 있는 '간헐적 단식'은 14시간 이상의 공복만 유지하면 그 외의 시간에는 자유롭게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며 체중을 더 줄이고 싶다면 공복을 더 길게 유지하고 식단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면 된다는 것이 상당히 희망적으로 들렸다. 과거 단순히 안먹고 적게 먹어서 살을 뺏다면 이 책은 의학적 이론과 임상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을 제공하여 제대로 알고 다이어트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앞에서 지인들이 내가 말하는 간헐적 단식의 내용을 다 알고 있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그들은 방법은 잘 알고 있었고 개략적인 원리도 이해하고 있었다. 방송이나 인터넷으로 충분히 알수 있는데 간헐적 단식에 대해 알기위해 굳이 책을 읽어야 하냐는 의문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담배 피우는 사람 중에 담배를 피우는 것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피운다. 나는 그것이 끊어야 할 이유나 동기가 충분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공부도 그렇다.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은 거 모르는 학생이 있던가. 하지만 하기싫다. 그런 학생들 조차도 공부해야할 충분한 이유나 동기가 생기면 딴 사람이 된다. 간헐적 단식이 좋은 것을 안다해도 쉽게 포기하거나 시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에 대한 충분한 이유나 동기, 즉 필요성이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서가 아닐까. 변화를 위해서는 담배피던 사람 자신이 정말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경험을 하게되거나 공부하기 싫어하던 아이가 이대로는 자신의 인생이 죽도밥도 안되겠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듯 말이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간헐적 단식이라는 식이요법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위기의식이었다.


최대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내가 이 책을 통해 느꼈던 만족감과 희망을 최대한 전하고 싶어 욕심을 부리다보니 글이 중언부언, 중구난방이다. 이 글을 쓰기위해 다시 책을 뒤져보면서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지가 못했던 부분들 몇가지가 새로 이해되고 기억도 새록새록 났었다. 첫 번째 읽을 때는 왜 책의 순서가 이러했는가 뭔가 반복되는 말만 가득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두 번째 읽으면서 정말 책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에서 책 제목에 '호르메시스'가 아닌 '써커디안 리듬'이 들어야가야 한다고 했는데 몇일동안 이 글을 연달아 쓰고 있는 지금은 왜 '호르메시스'가 제목에 들어가있는지 이해하게도 됐다. 아무튼 두고두고 읽고 싶은, 한번 보고 말기엔 너무도 완성도 높고 내용도 훌륭한 책이였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천천히 다시 읽어보면서 간헐적 단식에 대해 강한 확신이 생겼다. 다이어트를 해도 그 원리를 제대로 알아 확신을 가지고 하면 오래지속하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른 내 식생활의 변화가 얼마나 나를 건강하게 바꿔놓을지 그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하고 설레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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