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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메시스와 간헐적 단식
박용우 지음 / 블루페가수스 / 2020년 3월
평점 :
다이어트는 실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주제다. 체질적으로 먹어도 살 안 찌는 축복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는 금연과 더불어 매년 1월 1일 신년 목표에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어떻게 하면 살과의 전쟁에서 우리는 승리할 수 있을까. <호르메시스와 간헐적 단식>에는 단순히 반짝하고 단기간 하다가 말 다이어트, 어렵게 성공해도 금방 요요로 되돌아 갈 다이어트가 아닌 개인의 특성과 조건에 맞추어 평생동안 지속할 수 있는 식생활 '전략'으로서 '간헐적 단식'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 최고 비만 전문의로 알려져 있는 박용우 박사의 30년간의 경험과 의학적 이론, 임상적 결과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더 신뢰가 간다. 또한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결과와 함께 본인이 직접 임상의 주인공이 되어 그 효과를 증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방법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단식이라는 말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하루 한끼만 못 먹어도 기운이 쫙 빠지고 큰 일이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건강과 종교적 이유로 단식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TV 방송과 신문에 '간헐적 단식'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로 저 다이어트를 시도해봤을 것이다. 이 책은 그 간헐적 단식의 방법과 종류, 그리고 효과와 의학적 근거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간헐적 단식에 대한 여러 '카더라' 정보들로 혼란스럽던 사람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우선 책 제목을 살펴보자. <호르메시스와 간헐적 단식>이다. '호르메시스'란 그리스어로 '자극하다'라는 뜻인데 우리에게는 '적절한' 스트레스나 '적은 양'의 독소에 '간헐적'으로 노출되면 더 큰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이론을 말한다. 약한 항원을 우리 몸에 미리 넣어 항체를 형성해 진짜 항원이 들어왔을 때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예방백신'도 호르메시스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간헐적으로 우리 몸에 단식이라는 '자극'을 통해 오히려 대사기능과 호르몬 분비를 정상화하고 체내 장기들의 휴식을 통한 회복으로 우리 몸이 보다 더 건강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차라리 <써카디안 리듬과 간헐적 단식>으로 했어야 더 적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효과적인 간헐적 단식을 위해서는 써카디안 리듬의 개념이 꼭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써카디안(Circadian)'이란 '대략 24시간 주기'라는 뜻이다. 체내 모든 장기와 개개 세포들은 고유한 생체시계(말초시계)를 가지고 있고 뇌의 생체시계(중추시계)에 의해 조절된다. 이때 이러한 생체시계가 상호 동기가 잘 되면 '써카디안 리듬'이 좋다고 하며 동기가 잘 안되면 '써카디안 리듬'이 나쁘다고 한다. '써카디안 리듬'은 상대적으로 익숙한 개념인 '바이오 리듬'으로 이해해도 무난할 것 같다.
갑자기 왜 '써카디안 리듬'에 대해 언급하냐면 이 리듬에 최대한 맞추어 생활해야 신진대사의 교란이 얼어나지 않아 최적의 건강습관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살이 안찌는' 건강한 식습관으로 연결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일회성 살빼기 다이어트 방법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이 적절한 체중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건강하기도 해야하는 두 조건을 만족하는 방법을 전수하고 자는 것이다. '써카디안 리듬'의 개념으로 '공복을 12~14시간 유지하라', '저녁식사는 수면 3시간 전에는 마쳐라', '잠들기 전에 실내를 어둡게하고 PC, TV, 스마트폰의 사용을 자제하라', '점심보다 저녁에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라'와 같은 박용우식 간헐적 단식법의 구체적 방법론이 도출된다.
다이어트하면 보통 평소보다 적게 먹는 '저칼로리식'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생리학적인 이유로 요요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약점을 가진다. 음식을 적게 먹었을 때 우리 몸은 들어오는 줄어든 식사량에 적응하여 대사량을 낮춘다. 그러다 다시 원래대로 식사를 하면 기존보다 낮아진 대사량에 의해 전보다 쉽게 체지방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평소처럼 식사했을 때 이전보다 대사량이 떨어지는 것을 '안정시 대사량이 떨어졌다'라고 표현한다. 반면 '간헐적 단식'에서는 안정시 대사율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런 메커니즘을 식욕조절 호르몬인 렙틴과 혈당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의 저항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인슐린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인슐린저항성은 렙틴저항성을 악화시키는 큰 원인이 되기에 대사량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인슐린저항성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살이 잘 찌거나 비만인 사람들이 진단받는 '대사증후군'도 인슐린저항성 때문에 나타나는 임상증상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인슐린저항성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우리 몸의 대사율을 좋게 하는데에는 인슐린을 쉬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저칼로리식'을 통해 소식을 하더라도 어쨌든 인슐린은 일하게 된다. 우리 몸이 인슐린에 대해 내성을 가지는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슐린 호르몬의 '완전한 휴식'이 필요하다. 반면 '간헐적 단식'은 물 외에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아 인슐린을 일정시간동안(14시간 이상) 완전히 쉬게 하기 때문에 인슐린저항성이 회복되어 대사량을 낮추지 않아 요요를 막는 굉장한 장점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인슐린저항성의 회복이 당뇨병과 기타 합병증의 발병 가능성을 감소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대사유연성'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얻는 '대사' 과정에서 그 에너지원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탄수화물(포도당)을 쓰면 '당대사', 지방(지방산)을 쓰면 '지방대사'로 구분된다. 그러나 과거 사람들에 비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먹는 현대인들의 몸은 수시로 공급되는 탄수화물로 인해 사실상 당대사만하고 있다. 당대사에 익숙해져버리면 우리 몸은 지방대사를 하지 않게된다. 오랫동안 묵혀둔 기계는 녹이 슬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듯이 말이다. 당대사와 지방대사를 고루 잘 되는 것을 '대사유연성이 좋다'라고 표현한다. 탄수화물이 완전히 차단되게 하는 간헐적 단식은 포도당만을 즐겨 사용하려는 대사(당대사)를 지방산을 사용하는 대사(지방대사)로 신진대사의 스위치를 옮기는 것이다. 지방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몸이 지방 사용에 익숙한 몸으로 바뀌는 것이다.
특히 지방대사가 잘 되는 것이 가져오는 중요한 성과는 근육손실 저하에 있다. 음식량을 줄여서 혈당이 떨어지면 몸은 근육단백에서 포도당을 끄집어 쓰려고 하게되고 이는 근육손실을 야기한다. 그래서 다이어트시 근육이 빠지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대사가 잘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방대사의 에너지원인 지방산은 간으로 들어가 케톤으로 대사가 되어 뇌를 포함한 신경 및 근육세포에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이것은 근육단백에서 포도당을 끄집어 쓰려는 대사를 최소화하여 근육량을 유지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정리해보면 '간헐적 단식'은 '저칼로리식'에 비해 안정시대사율이 유지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며 대사유연성이 좋아지고 근육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볼 때 '간헐적 단식'이 가져다 주는 효과는 실로 놀랍다. 막무가내식 다이어트에서 많이 걱정하던 '근육 빠진다', '기초대사량 줄어든다'하는 부작용을 '간헐적 단식'은 사뿐히 즈려밟고 간다. 또 다른 간헐적 단식의 큰 장점은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기음식이 있긴 하지만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고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인 것은 분명하다.
자, 그렇게 대단하다는 간헐적 단식의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기본적으로 간헐적 단식의 방법론적 핵심은 '공복'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 일정시간 아예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굶는 것이다. '16:8' 다이어트가 있는데 하루 24시간 중 16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나머지 8시간 동안은 편하게 식사를 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공복시간이 더 강화된 것이 전사 다이어트라 불리는 '20:4' 다이어트가 있어 20시간 공복, 4시간 식사가 있다. '1일 1식' 다이어트는 하루 한 끼만 먹는 방법으로 약 23시간 공복을 유지한다. 앞서 언급한 방법들은 하루에 식사시간을 제한하는 방법인 것에 반해 다음 언급할 방법은 먹는 날과 굶는 날을 조합하는 식이다. '5:2' 방법은 일주일 중 이틀만 하루 한 끼만 먹고 나머지는 평소처럼 먹는 것이다. 오늘 굶는 날이면 아침을 먹고 다음 날 아침을 먹으면 24시간 단식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5:2' 방법은 다른 말로 '주 2회 24시간 단식법'이라고도 한다. '주 3회 24시간 단식법'은 격일완화 단식법이라 한다.
위에 소개된 방법들을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되는데, 저자가 일반인들에게 실제 사용했던 프로그램을 참고해보자. 1주차에는 탄수화물 제한 식사요법, 2주차에는 주 1회 24시간 간헐적 단식, 3주차에는 주 2회 24시간 간헐적 단식, 4주차에는 주 3회 24시간 간헐적 단식을 처방했다. 책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소감문이 실려있는데 혈압약을 먹던 사람이 혈압약을 끊고 당뇨약을 먹던 사람이 당뇨약을 끊게되는 등 효과는 마치 앉은 자를 일어서게하고 못보는 자를 눈 뜨게하는 종교적 기적을 보는 듯 했다.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것은 체중을 빼는 것이지만 더 세부적으로는 체지방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과거에는 비만이다 아니다 하는 부분을 단순히 체중으로 판단했다면 지금은 헬스장, 요가원에서도 체지방 측정을 근거로 운동처방을 하고 있다. 소식을 하거나 단순히 굶어서 살을 빼는 다이어트의 경우 근육손실을 걱정할 수 있으나 간헐적 단식에서는 간헐적 단식자체의 근육손실을 줄이는 메커니즘 뿐만 아니라 먹는 시간에는 자유롭게 식사를 하므로 단백질 섭취를 통해 더더욱 근육손실은 줄이고 체지방만 감량되는 효과를 낸다.
다이어트를 할 때 생기는 마음을 떠올려보면 '언제까지 이렇게 먹고 살아야 하나', '빼면 뭐하나 또 제대로 먹으면 다시 찔건데'하고 생각한다. 적절하고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마치 평생토록 먹고싶은 것 못먹고 늘 배고프게 살아야할 것으로 느껴져 막막한 감정마저 들게한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은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기초대사량의 감소도 야기하지 않아 중간중간 일정시간(14시간 이상)의 공복을 유지하면 식사시간에는 편하게 식사할 수 있다. 이것은 간헐적 단식이 일회성 다이어트가 아닌 지속적인 식습관, 식생활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단, 저자도 강조하듯 간헐적 단식에서 식사시간에 마음껏 먹는 것은 체중 증가는 없지만 체중 감소 효과도 미비하다. 따라서 체중 유지가 목표인지, 체중 감량이 목표인지에 따라 주 1회, 2회, 3회 24시간 간헐적 단식으로 조절하거나 16:8, 20:4 간헐적 단식으로 개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간헐적 단식에 대한 방법론에 앞서 왜 이것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필요성이 먼저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책의 구성도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백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우리나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대략 10년이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것은 우리의 생애 마지막 10년은 고혈압, 암,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장병, 중풍, 치매 등의 질병과 그 합병증으로 병상에서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앞에 언급된 질병들은 모두 비만과 관계되지만 특히 저자는 한 인간의 존엄을 처절하게 파괴하는 '인격 살인'이라 불리는 '치매'에 주목한다. 본래 '치매'는 질병이 아닌 증상을 뜻한다. 흔히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혼용해서 쓰는데, '치매 증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질병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치매 환자의 50~70%를 차지한다는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위험인자는 '만성염증'이며 만성염증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비만'과 '장내 유산균 불균형'이다. 비만 환자들의 내장지방에서는 염증유발물질을 발생시키는 데 이것이 만성염증을 일으켜 혈관노화와 퇴행성 질병 및 합병증을 촉진한다. 또 장내 유산균 불균형은 유해균이 배출한 독소가 온몸을 돌면서 만성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또 다른 위험인자로는 '인슐린저항성'이 있다. '인슐린저항성'은 인슐린 내성으로 우리 몸에서 분비된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슐린 문제로 인한 고혈당 상태의 유지는 뇌세포에 손상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도 촉진한다. 인슐린 하면 당뇨병을 쉽게 떠올리는데, 인슐린과 당뇨, 인슐린과 알츠하이머의 이런 관계로 알츠하이머는 '제3의 당뇨병'이라고도 불린다.
만성염증, 장내 유산균 불균형, 인슐린저항성 모두는 결국 비만이 문제다. 비만이라 하니까 꼭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들만 문제이고 체중이 적게 나가는 사람들은 안도할지 모르겠으나 현대의학은 체중보다 허리둘레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도 대사이상, 심혈관 위험인자가 없는 '건강한 비만'이 있는가 하면, 체중은 정상범위 안에 들지만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가 높고 지방간, 내장지방 비만 등을 보이는 '마른 비만'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체중이 적게 나간다고 오래사는 것이 아니라 뱃살을 관리하고 근육량을 적절히 유지해야 오래 산다고 말한다.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간헐적 단식인 것이다. 다이어트의 방법론에는 앞서 언급했듯 '간헐적 단식'과 '저칼로리식'이 있는데 앞서 말한 문제점들의 해소에서 간헐적 단식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은 당대사를 위주로 하는 사람들의 몸을 지방대사도 원활하게 하는 '대사유연성'을 높인다. 그리고 대사율 변화가 적어 요요현상을 막아주며 늘 적게만 먹어야 하는 저칼로리식에 비해 시간 내에는 양의 제한없이 먹을 수 있는 장점으로 지속적인 식이요법 유지가 가능하여 적절한 체중유지에 도움이된다. 또한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 분비가 14시간 이상은 되지 않아야 충분한 휴식으로 회복이되는데 '저칼로리식'은 비록 적은 양의 음식물이지만 인슐린 분비를 지속하기에 인슐린 저항성 회복이 어렵다. '장내 유산균 불균형'도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아 장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균형 회복이 되는데 인슐린과 같은 이유로 '저칼로리식'은 '간헐적 단식'에 비해 그런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지 못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그 결과와 자신의 생각을 담아놓았다. 이 중 흥미로운 부분을 몇 가지 소개해본다. 혈당수치의 단위는 [mg/dL]인데 앞으로 단위를 빼고 이야기하겠다. 혈당수치의 정상범위는 70~140이다. 공복상태에서는 100미만이어야 하고, 식사를 해도 140을 넘으면 안된다. 당뇨병의 기준은 200이라 한다. 보통 혈당 조절을 위해 쌀밥이 아닌 잡곡밥을 챙겨드시는 분이 있는데 이 결과가 그분들에게 특히나 유의미할 것 같다. 혈당은 보통 밥을 먹고 정도가 지나야 정점을 찍는다. 밥이 단당류로 분해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쌀밥을 먹었을 때 정점은 168, 잡곡밥은 165로 둘다 기준치인 120을 훌쩍 넘었다. 다음에는 식사후 걸어 움직였는데 지속적으로 130미만을 유지했다. 여기서는 쌀밥이냐 잡곡밥이냐 보다는 탄수화물 섭취 후 근육을 사용해 움직였는가가 혈당 조절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식사 후 최소한 20분 이상 걷기를 강조한다. 혈당수치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향후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또 혈당과 관련된 흥미로운 결과가 있는데 이는 앞의 '써카디안 리듬'과 관련된다. 저자가 점심 때 식사후 혈당이 정상치로 떨어지기까지는 2시간이 걸렸는데 같은 식사를 저녁에 했을 때는 4시간이 걸린 것이다. 생체리듬상 인슐린 호르몬의 능력이 낮보다 밤에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이 밤에는 혈당 조절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더라도 저녁에는 식후에 더 움직여줘야 한다. 저녁에 밥먹고 바로 자는 것이 몸에 해롭다는 어른들 말씀이 떠오른다. 혈당 조절은 인슐린과 근육사용이 중요한데 밤이라 인슐린 능력도 떨어지고 근육사용도 없기에 저녁에 밥먹고 바로 자는 것이 혈당조절의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며 따라서 어른들의 말씀이 의학적으로도 맞는 것이었다.
책의 후반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할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고 영양보충제로 섭취하는 개별 영양소에 대한 설명이 있어 참고할 만 했다. 또한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한 생활습관에는 앞에서 다룬 식이요법 뿐 아니라 적절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을 필요로 한다. 운동과 수면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운동에 대한 부분에서는 에너지밸런스의 관점에서 볼 때 운동하는 시간보다 운동하지 않는 시간에 얼마나 더 움직이는가가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1시간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하루종일 앉아있는 것보다는 헬스장 가지 않더라도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많이 걷고 움직이는 것이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 한다. 애써 헬스클럽에서 1시간 운동해도 나머지 시간 책상에 오래 앉아 시간을 보낸다면 그 운동 효과는 상쇄된다. 하지만 요즘 현대인들은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저자는 오래 앉아서 일해야하는 상황이라면 1시간 마다는 꼭 일부러 일어나서 가볍게라도 몸을 움직일 것을 권한다. 엉덩이가 제2의 심장이라 했다. 엉덩이를 포함한 허벅지, 종아리 근육을 사용하여 하체에 체류되어진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주는 것 필요하다고 한다. 많아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 학생들은 꼭 챙겨야할 부분으로 보인다.
이 책은 간헐적 단식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비만, 건강과 관계되는 의학적인 지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이 그런 지식들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다른 상황에 대해 논리적 추론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고 있다. 막연히 일주일에 몇번, 하루에 몇시간 굶으면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쳐서 좋은 건지, 왜 이 방법이 좋은 것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어 좋았다.
나는 이 책을 보고 참으로 느끼는 바가 컸다. 저자가 체계적으로 설명해간 간헐적 단식의 필요성과 그 의학적 근거와 임상결과는 내가 기꺼이 간헐적 단식을 실천할 이유가 되었다. 고무된 나는 가까운 지인 몇 명에게 간헐적 단식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거기서 두 가지를 느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이 이미 간헐적 단식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 언급된 '16:8' 방법이나 주 몇회 24시간 간헐적 단식 등 간헐적 단식의 방법, 전략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간헐적 단식에 대한 유명세(?)를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간헐적 단식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간헐적 단식의 핵심인 최소 14시간 이상의 공복유지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간헐적 단식의 우수성에 연신 감탄을 했건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다소 냉랭했다.
나는 소위 살이 잘 찌는 체질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쉽게 살이 찐다. 살이 찌면 당장 피부에 와닿는 것이 건강검진 결과다. 결과지를 받아보면 여기저기에 나온 '유소견'들이 나를 겁먹게 만든다. 또한 몸이 무거우니 귀찮고 게을러지고 쉽게 피곤하며 짜증도 잘난다. 여름에는 덥고 옷은 안 맞고 아무튼 살이 찐다는 것은 건강의 관점에서도,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자존감의 관점에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러다 어떤 임펙트 있는 계기를 만나면(주로 건강상 충격) 독하게 마음을 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내가 가장 많이 살을 뺀 것이 18kg감량이다. 살이 빠지면 다시 태어난 것처럼 삶이 달라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렇게 어렵게 뺀 살은 잠깐의 방심에도 금방 도루묵이되곤 했다. 단식을 하거나 하루 한 숟가락을 식사를 하며 다이어트를 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괴롭지만 이런 방법을 지속하면 확실히 살은 빠진다. 하지만 빠진 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고 싶은 것도 맘대로 못먹고 배부르게 양껏 먹지도 못하면서 평생을 수도승처럼 살아야 되는 것인가 생각하니 숨이 막히는 듯 했다. 그래서 다시 먹으면 몸무게는 원상복구, 어쩌면 그전보다 더 찌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제한 다이어트와 단식이 잘 조화되어 있는 '간헐적 단식'은 14시간 이상의 공복만 유지하면 그 외의 시간에는 자유롭게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며 체중을 더 줄이고 싶다면 공복을 더 길게 유지하고 식단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면 된다는 것이 상당히 희망적으로 들렸다. 과거 단순히 안먹고 적게 먹어서 살을 뺏다면 이 책은 의학적 이론과 임상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을 제공하여 제대로 알고 다이어트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앞에서 지인들이 내가 말하는 간헐적 단식의 내용을 다 알고 있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그들은 방법은 잘 알고 있었고 개략적인 원리도 이해하고 있었다. 방송이나 인터넷으로 충분히 알수 있는데 간헐적 단식에 대해 알기위해 굳이 책을 읽어야 하냐는 의문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담배 피우는 사람 중에 담배를 피우는 것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피운다. 나는 그것이 끊어야 할 이유나 동기가 충분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공부도 그렇다.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은 거 모르는 학생이 있던가. 하지만 하기싫다. 그런 학생들 조차도 공부해야할 충분한 이유나 동기가 생기면 딴 사람이 된다. 간헐적 단식이 좋은 것을 안다해도 쉽게 포기하거나 시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에 대한 충분한 이유나 동기, 즉 필요성이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서가 아닐까. 변화를 위해서는 담배피던 사람 자신이 정말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경험을 하게되거나 공부하기 싫어하던 아이가 이대로는 자신의 인생이 죽도밥도 안되겠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듯 말이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간헐적 단식이라는 식이요법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위기의식이었다.
최대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내가 이 책을 통해 느꼈던 만족감과 희망을 최대한 전하고 싶어 욕심을 부리다보니 글이 중언부언, 중구난방이다. 이 글을 쓰기위해 다시 책을 뒤져보면서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지가 못했던 부분들 몇가지가 새로 이해되고 기억도 새록새록 났었다. 첫 번째 읽을 때는 왜 책의 순서가 이러했는가 뭔가 반복되는 말만 가득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두 번째 읽으면서 정말 책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에서 책 제목에 '호르메시스'가 아닌 '써커디안 리듬'이 들어야가야 한다고 했는데 몇일동안 이 글을 연달아 쓰고 있는 지금은 왜 '호르메시스'가 제목에 들어가있는지 이해하게도 됐다. 아무튼 두고두고 읽고 싶은, 한번 보고 말기엔 너무도 완성도 높고 내용도 훌륭한 책이였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천천히 다시 읽어보면서 간헐적 단식에 대해 강한 확신이 생겼다. 다이어트를 해도 그 원리를 제대로 알아 확신을 가지고 하면 오래지속하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른 내 식생활의 변화가 얼마나 나를 건강하게 바꿔놓을지 그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하고 설레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