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는 당신 - 한국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
주현미 글, 이반석 정리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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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는 당신>은 지난 100년간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고 불려 온 노래들과 그 노래에 담긴 사연들을 소개한 책이다. 책 표지에는 "한국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라고 되어 있다. 1926년 발표된 <사(死)의 찬미>부터 2018년 발표된 <여정>까지 정말 1920년에서 2020년까지 100년간의 불후의 명곡 50선이 담겨있다.


단순히 노래를 소개한 책에 그쳤다면 싱거울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이 책을 특별하게 해주는 장치가 있었으니, 트로트의 여왕, 주현미 씨의 목소리로 여기에 나온 모든 곡들을(엄밀히는 자신의 노래 '추억으로 가는 당신' 단 한곡만 빼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노래는 '주현미TV'라는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되어 있어 직접 검색해서 듣거나 각 곡이 소개된 페이지 마다 프린트 되어 있는 QR 코드로 편하게 들을 수 있다.


이 책은 유튜브 채널 '주현미TV'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주현미TV'는 2018년 11월에 개설되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2019년 3월 나는 이 채널을 우연히 알게 된다. 당시 명진스님의 책 <스님은 사춘기>에서 스님이 출가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노래가 나오는데 바로 '나그네 설움'이었다. 그 노래가 듣고 싶어진 나는 유튜브에서 찾게 되었는데, 그 때 '주현미TV'를 발견하게 된다. 주현미 씨가 부른 '나그네 설움'이 얼마나 애달프고 간드러지던지 몇 번을 반복해서 들었다. 주현미씨의 목소리에 빠져 다른 곡들도 들어보게 되었다. 그것이 '주현미TV'와의 첫 만남이었다.


개인적으로 그 채널에서 나는 주현미씨가 부른 '마포종점'을 가장 좋아하는데, 주현미 씨 특유의 '간드러짐'이 그 곡에서 폭발하기 때문이다. 음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실력, 오랜 경륜으로 쌓인 여유로움, 노래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노래의 반주도 번잡하지 않다. 모든 노래는 단 두 명의 악사(아코디언, 기타)를 대동하고 부르는데, 옛 노래의 향수를 살리는데 아코디언, 기타만한 악기가 또 있을까. 음원이 아닌 영상인 유튜브이다보니 세 사람의 표정도 볼 수 있는데 노래도 노래지만, 노래를 부르는 주현미 씨의 표정이 정말 '맛있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보여 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그 표정을 따라 짓게 되는 어떤 마력마저 느껴졌다.


책에 대한 글을 쓰면서 왜 그렇게 유튜브 채널 이야기만 하고 있느냐 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이 그 유튜브 채널의 글들을 종이로 정리한 것이기에 그러하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어쩌면 나는 이 책이 나올 것을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을 나는 '주현미TV'에서 미리 보았기 때문이다. 그 채널의 모든 노래에는 노래 자체에 대한 사연이나, 가수, 작곡가, 작사가에 대한 이야기, 주현미 씨가 가지고 있는 추억, 노래와 연관된 에피소드들이 실려 있다. 그 중 50개의 곡을 선정해서 그 곡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아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주현미'이지만 동시에 '정리'라고하여 '이반석'이라는 이름도 함께 있다. 이 분은 두 명의 악사 중 기타를 연주하던 분이다. 트로트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품격있고 세련된 연주를 한다. 유튜브에서 노래를 들을 때 주현미 씨 뒷 쪽에 있는 악사들의 표정을 한번 쯤 주목해보길 바란다. 특히 '사의 찬미'는 조금 철학적이면서도 무거운 곡인데, 그 곡을 연주하는 이반석 기타리스트의 얼굴을 보면 마치 그가 '손'이 아닌 '표정'으로 연주하고 있는 듯 하다. 소리를 끄고 영상에 나오는 그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노래의 분위기가 전해질 것 같다. 얼마나 그가 그 곡에 심취해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주현미 씨가 왜 '주현미TV'를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밝히는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옛 노래에는 얽힌 추억들과 사연들이 차곡차곡 담겨져 있는데, 그런 소중한 옛 노래들이 잊혀져가고 있는 것 같아 보전하고 싶었고 그런 책임을 느꼈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 <추억으로 가는 당신>은 디지털인 온라인에 있는 '주현미TV'의 아날로그 활자 버전이기에 같은 의도를 지닌다. 일종의 옛 노래를 위한 아카이브적인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보면 노래들이 년대별로 정리가 되어 있는 것도 그런 인상을 느끼게 한다.


나는 평소에 책을 읽을 때 가능한한 스마트폰을 애써 멀리 두려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럴 수 없었다. 이야기 한편, 한편이 바뀔 때 마다 거기에 담긴 노래를 들으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냥 별 생각 없이 들었던 노래에 담긴 내막과 사연을 알게 되면서 노래가 전과 다르게 들리는 것을 느꼈다. 특히 노래마다 발표년도가 일일이 기입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노래를 이해하는데에 중요한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45년 일제로부터 우리가 광복을 하기전과 후의 노래가 달라지고 50년부터 시작된 한국전쟁 중에 지어진 곡이 또 따르며, 53년 휴전이후 전쟁이 일단 종식된 이후의 노래가 또 다르다. 노래가 발표된 시기의 시대적 상황과 결부하여 곡과 가사를 들으면 느껴지는 감동이 배가 되었다.


예를 들면 '낭랑 18세'는 1949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때는 그렇게 기다리던 광복이 된 이후이자 아직 민족의 비극인 6.25가 발발하기 전으로 노래가 경쾌하고 밝다. '삼다도 소식'은 1952년에 발표가 되었는데, 이때는 전쟁의 한 가운데이던 시기였다. 51년 1.4 후퇴 때 부산까지 밀려 낙동강 전선을 두고 방어하고 있을 때,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후방에서 훈련을 해야하는데, 남은 후방이라곤 제주도 뿐인 상황, 긴급히 제주도에 '제1육군 훈련소'를 창설하여 병사들을 훈련시키던 긴박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 곡이다. 전쟁으로 인한 아픔과 애잔함이 배어 있었다. '향기 품은 군사우편'은 1954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때는 지긋지긋한 전쟁이 멈춘 휴전 이후이기 때문에 노래의 분위기가 희망적이고 흥겹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1945년 사이에 발표된 곡들도 있지만 그 시절에는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말 노래를 만들 수도 부를 수도 없었고 서슬퍼런 총독부가 늘 감시, 검열하고 있었기에 우리 음악의 암흑기였다. 45년 일제가 물러가고 나서 해방의 기쁨을 노래한 곡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중 1949년에 발표된 '고향 만리'에서는 선조들이 식민지 국민으로 얼마나 서럽고 힘든 시절을 보냈는가를 알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 가사에 "남쪽 나라 십자성은 어머님 얼굴"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여기의 '남십자성'은 북위 30도 이남에서만 볼 수 있는 별자리이다. 일제시대 인도차이나반도의 동남아국가로 강제로 징용, 징병으로 끌려간 우리 선조들이 어딘지도 모르고 말도 안통하는 낯선 땅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힘든 상황 속 밤하늘을 바라보며 고향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남십자성'에 담겨있다. 그 끔찍한 경험을 하지 않은 나도 이런 가사에 담긴 사연을 들으면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는데, 당시의 분들의 심정은 어땠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부산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부산과 관련된 노래들이 유독 눈에 띄였다. 1954년에 발표된 '이별의 부산 정거장'은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갔던 화자가 환도(임시수도 부산에서 수도 서울로 다시 귀환)열차에 몸을 싣고 부산 정거장에서 이별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1절에는 환도열차에 몸을 실고 떠나는 이별의 장면을, 2절에는 떠나는 이의 슬픔, 3절에는 남겨진 이의 슬픔이 그려져있다. 전쟁으로 죽거나 흩어져 홀로된 사람들이 밀집된 판자촌, 열악한 환경도 마주하며 사는 사람들 간에 정이 싹트는 것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끝나길 바랬던 전쟁이지만 끝나고 나니 본래의 고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전쟁이 끝난 '기쁨'도 잠시 그간 정들은 이들과 이별을 해야하는 '슬픔'이 밀려오는 것이 었으니, 얼마나 애달픈 사연들이 많았을까. 특히 가사 중에 "서울 가는 십이 열차"라는 가사가 나온다. 당시 열차 번호가 경부선의 경우 홀수는 하행선, 짝수는 상행선이었는데 '12 열차'란 서울 가는 '상행선'의 6 번째 열차라는 뜻이라 한다. 이런 내용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가삿말에 대한 설명은 지적 만족감과 더불어 노래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 책에는 많은 가수들과 작곡가, 작사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둡고 힘들었던 한반도의 20세기, 그 속에서 살았던 옛 사람들의 삶도 참 기구했다. 소개된 에피소드를 읽고 있노라면 무슨 영화나 드라마가 몇 편을 만들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1926년 일본에서 '사의 찬미'를 녹음하고 유부남이었던 그의 애인 김우진과 부산항으로는 배 위에서 동반자살한 극적인 이야기. 또 해방 후 월북 작가들의 작품들은 금기시하던 정책으로 일제강점기의 히트곡들의 작사가 이름을 바꿀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나 '꿈꾸는 백마강', '귀국선'을 부른 이인권이 6.25 전쟁이 발발하고 가수였던 아내와 위문 공연을 다니다 아내가 날아온 포탄에 목숨을 잃게 되는데, 그 슬픔을 담아 '미사의 노래'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의 외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울고 넘는 박달재'의 작곡자인 반야월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의 본명은 박창오인데, 가수 예명은 진방남으로 그가 부른 유명한 곡으로는 '불효자는 웁니다'가 있다. 본래 그는 가수였으나 후에 작사에 마음을 두게 된다. 하지만 당시 가수가 작사를 하는 것이 주제넘는 일이라고 여겼던 시대적 분위기 탓에 반야월이라는 예명을 지어 활동한 것이다. 조금 이해가 안될 수도 있는데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과거 조선시대 '시'는 '양반'들의 영역이었고 '노래'는 소위 '상놈'들이나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연예인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었지만 과거만해도 '딴따라'라며 천박한 직업으로 인식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노래'하던 '딴따라'가 양반들이나 하는 고상한 시의 영역인 '작곡'을 감히 할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수 예명과 작곡가 예명을 다르게 한 것이다. 그외에도 그는 추미림, 박남포, 남궁려, 금동선, 허구, 고향초, 옥단춘, 백구몽 등 다양한 예명을 상황에 따라 만들어 썼다고 한다. 그의 예명 이야기에서 그 시절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신분제의 잔재 의식을 엿볼 수가 있었다.


이 외에도 정치적 이유로 대박난 1956년에 발표된 '비 내리는 호남선'과 당대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으나 29세의 젊은 나이로 운명을 달리한 배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1968년 발표된 '파도' 등 우리의 관심을 끄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된 것이 있는데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주 불러주셨던 '부모'라는 노래의 가사가 우리가 잘 아는 '김소월' 시인의 시라는 것도 이번에 알게되었다. 1936년 발표된 '알뜰한 당신'에서 '알뜰하다'는 뜻이 "살림을 잘하는다"는 의미 외에도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참되고 지극하다"라는 의미도 있음을 알게되었다. 과거 어른들은 정말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활용해 예쁜 노랫말을 만드셨던 것 같다. 이런 것을 보면서 요즘의 무차별한 외래어의 남용과 외계어에 가까운 줄임말 등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 세태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책에 '임'이라는 곡이 실린 것에는 어쩌면 나의 일말의 공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어 언급해본다. 우선 1963년에 발표된 '임'에는 제목이 하나 더 있다. '창살없는 감옥'이다. 원래 '임'이란 노래로 발표되었지만 후에 이 노래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노래로 영화가 만들어진다. 그 영화 제목을 노래의 가삿말에 나오는 '창살없는 감옥'으로 한 것이다. 이후 노래는 '창살없는 감옥'으로도 불려지게 된다. 내가 이 노래를 알게 된 것은 평소 존경하던 분이 이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존경하던 분에 대한 마음이 노래 마저 호감을 갖게 만들었는지 그 때 들었던 가사를 기억했다가 인터넷에 검색해서 '임'이라는 제목을 알게 되었다.


다시 들어보고 싶어 유튜브에서 찾아 틀었는데 노래가 들으면 들을수록 더 끌렸다. 그 당시'주현미TV'에는 아쉽게도 '임'은 없었다. 하지만 마침 신청곡을 받고 있었는데 이 노래를 신청했다. 그때가 2019년 4월이다. 그리곤 놀랍게도 다음 달인 5월에 '임'이 업로드 된 것이다. 물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신청한 것을 보고 했을 수 있고, 혹은 주현미TV 측에서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것일 수 있다. 우연이라 하더라도 4월에 신청했는데 5월에 업로드 되니 신청한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었고 혹시나 내가 신청한 글을 보고 업로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일말의 기대감, 기여감도 있었다. 만약 정말 우연이 아니라면 2019년 4월의 나의 신청 댓글이 주현미 씨가 부른 '임'이 되고 유튜브로 책으로 약 1년을 돌고 돌아, 2020년 5월 지금 내 손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나와 이 책은 보통의 독자들 보다는 더 진한 인연이 있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한 가지가 더 있는데, 그것은 책표지에도 등장하는 '꽃그림'이다.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마다 그려진 수채화가 참 예쁘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인상적인 문장들과 함께 아리따운 꽃 그림들이 등장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눈을 즐겁게 한다. 꽃의 이름을 잘 몰라서 세세하게 다룰수 없어 아쉽지만, 나오는 꽃 마다 생김새가 다르다. 간혹 노래의 주제에 따라 손수건이나 호롱불 그림도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꽃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냥 예쁘다'하고 지나가기엔 일러스트레이터가 들인 정성이 아깝게 느껴져 이렇게라도 언급하고 싶었다. 예쁜 꽃 그림과 흘러간 추억의 노래, 이 책은 주요 독자로 중년 이상의 여심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 같다. 책에 실린 노래 소리와 다채로운 꽃 그림에 눈과 귀를 잠시 쉬게하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주현미 씨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글을 마쳐야겠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주현미 씨의 본래 직업은 약사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잘 따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 11세에 'MBC 이미자 모창대회'에 나가게 되고 '최우수상'을 받게된다. 중학교 2학년 때 작곡가 정종택에게 노래 레슨을 받으며 잠시 가수를 꿈꿨으나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에 다시 학업을 이어나가고 중앙대 약대에 들어간다. 84년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을 차려 운영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작곡가 정종택이 그녀를 찾아온다. 그가 녹음하고 있던 음반의 가수가 사정이 생겨 못와 '대타로'로 투입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만에 녹음을 마치고 주현미는 돌아왔는데, 얼마 후 길거리 리어카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더란다. 장사하던 아저씨는 이게 요즘 유행하는 노래라며 사라고 그녀에게 말하는데, 그때의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흥분되는 마음으로 그 노래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말해도 못 믿는 장사꾼 앞에서 그녀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자신임을 증명하기위해 길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 앨범이 지금의 주현미를 있게 만든 '쌍쌍파티'다. '쌍쌍파티'가 히트를 치면서 다음 해인 1985년 주현미는 정식으로 곡을 받고 데뷔한 것을 시작으로 그녀는 지금까지 35년의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로써 희망을 주고,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노래에 담긴 이야기도 재밌지만 트로트 여왕의 개인적인 사연도 참 재밌지 않은가.


흔히 '트로트'라는 장르는 나이있는 분들의 전유물이고 오래되고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미스터트롯'과 같은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인기는 최근의 여러 방송 기록을 깨며 석권하고 있으며, 시청자들의 분포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도 트로트 열풍이 불고, 트로트가 가요음원차트 상위에 올라오는 드문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갈수록 세대간의 공감대는 떨어지고 갈등이 심화되는 이때, 모든 세대들을 아우를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트로트는 그런 세대간의 공통관심사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얼마전 처갓집을 갔을 때 광경이 그 실례가 되겠다. 처가 어른들과, 아내와 나, 그리고 어린 아들까지 3대가 함께 '미스터트롯'을 보며 함께 트로트를 불렀다. 나는 이 책도 그런 역할을 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이 책의 이야기와 거기에 담긴 노래를 접하며 과거의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고, 젊은 세대들은 그 시절 노래가 품은 사연, 시대적 배경들을 접하면서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이 흘러간 옛 노래에 관한 책이기에 젊은 세대들이 이 책을 도외시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정말 그 시절 그랬단 말이야"하고 오히려 다르고 경험하지 않았던 것이기에 더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 일제시대에도, 전쟁중에도, 독재정권시절에도, 어느 시절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사랑을 했고 그것을 노래로 표현했다. 그 시절에도 지금에 결코 뒤지지 않을 뜨거운 사랑이 분명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나 부모님 세대들의 연애나 사랑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주현미 씨는 <추억으로 가는 당신>이라며 이 책을 통해 기성 세대에게 '추억'을 선사했지만 나는 트로트라는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관심사로서 세대간의 이해를 돕는 '다리'를 보았다. 옛 노래를 옛 사람들 끼리만 부르면 그 노래는 기성 세대만의 추억으로 사라질 테지만, 옛 노래를 우리 모두가 같이 부르면 함께 부른 모든 세대의 추억이 되어 영원히 지속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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