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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 시집 : 건축무한육면각체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ㅣ 전 시집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이상 전 시집 _ 스타북스에서 출간한 예쁘고 아담하게 디자인 된 그의 전 시집을 들여 왔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그의 시들은 내게 어려운 암호다. 내게는 박제되어 봉인된 죽은 언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여전히 나는 뼛 속까지 선천적인 문과생이고 그의 시는 뼛 속까지 천재적인 이과생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도 절대 그의 시상을 이해하고 감동받는 이상 완전체로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앗...진짜 개탄스럽다.
오감도의 13 아해를 지금까지도 영문도 모른채 텍스트 대로만 질주하게 만들고, 텍스트 대로만 무섭다고 수용하는 나의 시를 대하는 자세. 사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나의 최애호가 김상욱 교수님이 건축학의 천재라고 이상을 극찬하면서 수면 위로 그의 이름을 불러내는 바람에 나는 무지 들떠버렸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내가 좋아하는 날개의 첫문장.
오감도를 후딱 읽어치우고 나는 얼른 날개로 넘어갔다. 그래도 내겐 친절했으니까......
참, 다재다능했던 이상의 백그라운드는 화려한 이력 만큼이나 죽음도 요란하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폐결핵으로 너무 젊은 나이에 요절했기 때문에. 그런데다가 그의 아내 변동림은 다름 아닌 김환기의 아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수석으로 졸업한 건축학도였음은 물론이고, 다방도 운영하고, 술집도 운영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연애도 뜨겁게 사랑도 뜨겁게 ...... 몸이 아파 요양하던 차에 만난 금홍과의 러브 스토리... 뭐든지 다 잘 했던 이상이었다.
그의 이름은 본래 김해경이었지만, 나중에 필명을 이상으로 지었다.
그의 절친이었던 화가 구본웅의 이복여동생이 변동림이었고, 그녀와 이상은 결혼을 했었다.
이상의 절친 구본웅이 어느 날 그에게 오얏나무로 만들어진 화구상을 선물했는데 감사의 마음으로 그때부터 오얏나무 화구상자에서 따온 한자어 이상을 ㅍ;ㄹ명으로 사용한 듯 싶다.
세상은 그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는 그런 세상을 스스로 절교했다.
도로로 질주하는 13인의 무서운 아해는 그래서 다중인격처럼 보이는 이상의 또 다른 분신들이지 않을까 싶었던 나의 고교시절 감상평이 기억난다.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 그렇게 뿐이 모인게 다른 사정은 없다고 단정짓는 것이 차라리 구차한 이유들보다 나은 것이라는 그의 체념은 왜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다가 끝내는 절필할 수 밖에 없었는지
짐작이 가게 된다.
90년만에 광주과학기술원의 과학도들이 이상의 절대접근불가 대명사였던 '건축무한 육면각체'의 비밀을 풀어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상의 시가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창작된, 다시 말해서 4차원 시공간에서의 설계와 건축을 문학으로 풀어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가뜩이나 시도 어려운데 풀어냈다고 하는 원리인 상대성 이론은 더 어려워졌다.
문자로도 상상이 어려운 내게 숫자와 기호만으로 이상의 시를 그려내야 하는 숙제가 덤으로 더 얹어진 것이다. 이상은 대체 4차원 시공간에서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았을까, 그곳에서 보냈을 사유의 긴 시간 동안 얼마나 자신의 별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소통 안되는 이 3차원적인 공간에서 말이다.
그래서 난 그의 '거울' 작품이 참 좋다.
거울속에는소리가없고,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고, 거울속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가있고,
나와는반대이나나를닮은근심을진찰할수없다.
그래서 퍽 섭섭하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그의 마릿속은 이미 차원이 다른 적막의 세계를 고요하게 질주하고 있다.
또 이런 시도 있다.
사과한알이떨어졌다.지구는부서질그런정도로아펐다.최후.
그가 걱정하는 지구는 최후에 아프다. 어느 날 스스로가 훅 떨어진 다른 공간에서 아파하는 모습이 그대로 투사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젠 세상에 맞지 않는 옷이다'라고 고백하는 - '회환의 장'에서처럼 이상은 세상을 이해해야 하는 고통에서 벗어나 비겁해지기로 성공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문자들을 가두고 자신을 부르는 소환장을 읽지 못한다고 말한다.
얼마나 고차원적인 자기 고백이고 냉철한 포효인지......
지금 다시 보는 이상은 내게 어렵다가 아니라 정말 많이 아팠구나...라고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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