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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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제10회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 '테라리움'을 읽었다.이야기의 시작은 인류의 멸망으로부터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년은 엄마와 함께 지하 벙커에서 생활하지만 엄마도 곧 이유없이 사라지고 만다.그런 어머니를 찾아 소년은 이미 폐허뿐인 공간에서 새로운 땅으로 기이한 여정을 떠난다. 여기서 소년과 동행하는 친구는 죽음의 이미지인 검은 개 한 마리와 작은 새우 등의 생명체가 식물과 함께 담긴 조그만 플라스틱 용기 속 테라리움이 소중하다. 비록 어리지만 소년은 두려움을 딛고 뻗어나간 새로운 공간 속에서 엄마의 죽음을 마주하며 인류가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고 그럼에도 미래를 희망해 볼 불씨를 조심스럽게 키워내 나간다.지구는 이미 상실의 고통과 죽음의 그림자를 치유 중인 거대 폐쇄막 안의 테라리움 같다.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소설의 강력한 첫 문장이 이 이야기의 정체성을 잘 말해준다.우리는 이 SF판타지 소설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 첫 문장을 끊임없이 상기해야 한다.  

"이 병은 폐쇄 생테계란다.이 새우들은 여기서 나갈 수 없고, 빛 외의 것은 들어오지 않아.그래도 이것들은 이 안에서 살아남는단다.새우는 이끼를 갉아 먹고 물을 마시고, 이끼는 새우의 배설물을 먹고 햇빛을 받아수분과 산소를 만들어내면서, 조화롭고 아름답게 내부의 균형을 지키며 살아가.그게......"-16.17쪽

우리는 지구라는 테라리움 안에서 생명을 공급 받으면서도 이 점을 간과하며 살아가고 있다.그래서 우리는 지구 최후의 날을 선고 받고 종말을 맞이할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첫 문장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인간은 멸종했으나, 다른 생명체들은 살아 남기도 했다. 살아남은 생명체들의 원동력은 컴퓨터 AI와 맞물려 있다. 이 점 또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필멸과 불멸의 경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개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은 선택지를 고민해 봐야 할 숙제를 안겨준다. 세상엔 지켜야 할 규칙과 순리가 있다고 믿는다.삶과 죽음은 모든 것들의 처음과 끝이다. 이 단순한 진리를 간과하지 않는 한 모든 순환 고리의 연결은 자연스럽다.

 "고요해 보이는 흙 속에도 수많은 유기체의 삶과 죽음이 있고, 그것을 양분으로 식물이 자라고는 하지.그 순환보다 중요한 건 없어.-178.179쪽

지구의 시선에선 인류가 하찮은 존재다. 있어도 없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인류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온전한 지구를 지키고 지구 안에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이 확장된 사고를 하기 위해선 모든 생명이 동등하게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테라리움'을 통해서 시종일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생명권의 존중이 인간에게 쥐어진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 같다.지금은 인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지구 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싸움을 시작했다.지속적으로 생명을 공급해 줄 지구라는 테라리움은 자멸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두렵게 위협하는 존재로만 남지는 않을 것이다. 힘든 시대지만, 새로운 문명과 조우하는 순간을 욕심과 욕망으로만 판단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테라리움에서는 인류의 멸망 이후에도 생명을 지속해 온 유기체들의 다양한 생존력을 보여준다. 그들의 생존 방식은 끈질겼고, 결국 순리대로 자연스러운 새로운 방식을 구축했다. 지구, 인류 멸망 그 이후를 상상해 보는 이야기 속 유기체의 순환적 연결 고리는 정말 흥미로웠다. 생명의 다양성 유지와 모두의 공존 희망을 확장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는 지금 세대의 새로운 방식 모색은 또 다른 목적이 되고 세상이 될 것이다.  

테라리움은 지구의 미래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해 볼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 지원으로 책좋사 이벤트를 통해 읽고 쓴 기록입니다.#테라리움 #교보문고 #이아람 #책좋사 #책좋사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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