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 아홉 다음엔 서른
“서른이니까, 디저트가
나오려면 기다려야 해”
왠지 디저트도 못 먹고 그곳을 나와야 할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
디저트는 커녕 메인 요리도 못 먹고 기다리다 헛배 부를지도 모르겠다는 핀잔……
자꾸 기다리다 보니 메인 요리 필요 없고
디저트만이라도 먹고 가고 싶은 나의 소화불량……
시간은 그렇게 가고, 나는 스물 아홉 곧 서른.
디저트로 무얼 먹을지 아직 고르지도 못했다.
이 책은 89년생 &
90년생의 이야기다.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다.
더 정확한 것은 마음이 꼭 서른인 우리의 이야기다.

서른, 청년과 어른의 경계
과연 ‘서른’은 두
모호한 개념 가운데 어디에 위치시킬 수 있을까?
‘서른’을 ‘청년’과 ‘어른’의 공간 사이에 위치한 존재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빈 공간 혹은 경계에 위치해 있다는 생각, 그리고 언젠가는
‘설익은 어른’에서 ‘성숙한
진짜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바로 ‘서른’이 가진 불안함의 근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업, 꿈의 대상에서 생존의 수단으로
‘새로운 시작’ 서른은, 사실 모두에게 공평한 출발선을 보장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새로운 시작은 선택 받은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내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를 인지하는 것. 그리고 더 이상 ‘꿈’속에서 살지 않고 자신의 생존 전략을 스스로 구가하는 것. 이 처절한
현실주의가 ‘어른이 되는 길’이라면, 서른은 이미 그 길에 선 신실한 순례자다.
사랑, 시작하기도 전에 피곤함이 찾아오는 이유는
우리는 언제나 사랑을 꿈꾸며 실제로 사랑을 수행한다. 우리 세대의
사랑은 어느 정도 현실 속에 구성된 ‘이상적인 사랑하기’에
저항하면서 자신들만의 사랑의 문법을 구축하는 과정이 되었다.
여행, 진정한 자유가 불가능해질 때 그것은 일상이 된다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워본 적이 없기에 완전한 자유 앞에서 불안함을 느낀다. ‘선택장애’는 우리가 일상이라는 거미줄에 잡혀있는 상태와 같다. 만약 당신이 진정 ‘일상의 부재’를
경험하고 싶다면, 먼저 나를 옭아매는 관계들을 잠시라도 완전히 끊어낼 용기가 필요하다.
미래, 불안함은 변화가 아니라 ‘불변성’에서
기인한다
서른 살들이 어른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은, 우리도 고개가
꼿꼿하고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 ‘꼰대’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지금까지의 어른은 자신의 과거 속에 딱딱하게 굳어 반복되는 일상을 똑같이 살아내는 자들이었다. 과연, 앞으로 서른은 변화의 가능성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서른도 옛날 어른들처럼 ‘변할
줄 모르는 자’들로 변해갈까?’ 결국 그 답은 우리들 자신에게
달려있다.
주제가 이렇다.
이 다섯 가지 화두 안에 허물 벗는 청년이 있거나, 날개 돋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퇴화해 버리는 어른이 있거나, 진화한 어른이 있다.
다양한 표정과 삶을 이루는 그들이 존재한다. 나와 99.9% 일치하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나의 현실 위안이 된다. 같은 타임 라인 위에 서로 다른 타임캡슐을
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공감하고 배려한다. 그리고 이해한다. 서른의 무게를.
다음으로는 나를 좀 더 사랑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어야 디저트를
기다리는 보람이 있는 것이다.

서른 이야기
#리아 이야기 - 서른이
되어 일상에서의 평화와 행복을 깨달음
사실 내가 5년이나 전 직장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나마
돈을 많이 준다는 것 딱 하나였거든. 나 혼자 내 삶을 떳떳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했어. 그런 돈이 주는 안정감, 편안함 같은 것들이 나를 버티게 했던 거지.
예전 어른들은 미래에 희망을 품고 오늘에 노력했다면, 우리는
오늘 노력하지 않으면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함 때문에 노력하는 게 아닐까.
#요정곰미 이야기 - 선생님이
되어 진정한 자신을 이해하게 됨
아, 너무 어려워. 서른은
뭐지? 서른은 전환점이다? 아! 책임이란 말을 떠올리니까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 서른은
여름 같거든. 이제 막 자라면서 쌀알이 영글기 시작하는.
그래서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런 고민을 이맘때쯤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서른을
뭔가 더 특별한 감정으로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비아 이야기 - 마지막
시험을 준비함
난 내가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반골기질도 있고 비판적 사고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막상 지내는 걸 보면 나만큼 체제 순응적인 사람도 없더라. 그래서인지
이제 경쟁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 물론 경쟁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폐해나 문제점이 있지. 그렇지만 그 제도 안에서 순응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결국 나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작지 않잖아. 그래서 그 구조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고.
#제과인 이야기 - 여전히
꿈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
사실 가게를 접고 완전히 망했을 때 나는 속이 시원했어. 뭐랄까. 이걸 계속 끌고 가는 건 시간 낭비 같았거든.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계속하다 보니까 빚도 생기고, 완전 빈털터리가 되었지. 그때
알았어. 장사는 정말 쉽지 않구나. 그리고 자만하면 안 되겠구나. 그 이후에는 다시 일자리를 찾았어.
서른은 부모님의 보호라던가 학생 신분 같은 안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나서, 내가
어른으로 독립을 해야 하는 시기잖아. 이전까지는 배우고 훈련하고 몸을 푸는 단계였다면, 이제 서른은 출발점에 서 있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
#지원 이야기 - 자신의
꿈과 사랑에 당당함
사람들은 마음속에 그어놓은 선이 있잖아. 나는 사람을 대할 때
내가 정해놓은 선을 넘으면 다시는 안 본단 말이야. 그 애도 그런 사람이었던 거지. 우리가 4년 동안 만나면서 사실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었어. 성격이 비슷했으니까. 우리는 선을 넘지 않으려고 서로를 너무 배려했어.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배려가 아니라 회피였던 거야. 서로
좀 부딪혀서 깨지기도 하고 쌓아가는 게 있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
배운 거라면…… 먼저 ‘나’라는 사람을 더 알게 되었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또 어떤 걸 싫어하는지 알았어. 연애하면서 나의 취향이 좀 더 뚜렷해졌달까? 그리고 이제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포로리 - 안정된
삶 속에서 이제는 진짜 연애를 하고픔
사실 회사에 들어올 때부터 나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왔다기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들어왔어. 그래서 지금은 뭔가 비전을 잃어버린 느낌이야. 회사의 비전과 나의
비전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는 않잖아. 특히
우리 같은 대기업이면 더 그렇지.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세대는 좀 더 소소한 것에 만족하려고
하잖아. 나는 그런 움직임이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 지금은
행복이나 만족이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의 만족과 자아성취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 거지. 그래서 혼자 이것저것 하면서 내 만족을 채우는 시간을 많이 보냈지.
#강유 -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에 매진
어릴 때는 주변 사람들을 따라 열심히 공부해 대학가고, 스펙
쌓고 취업하고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될 줄 알았지.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서른이 되어 돌아보니 자기가 생각했던 서른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완전 다른 거야. 그때 드는 감정은 ‘허망함’ 같은
건 아닐까?
손에 아무것도 없는 그런 느낌……
서른 살은 ‘제2의
사춘기’. 난 서른 살도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사춘기라는 건 자기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이 새롭게 형성되는 시기인 거잖아. 그러면서 폭발하고, 자신을 방어하고, 다시 경계를 짓는 거지. 꼭 서른 살에 방황하는 게 사춘기와 닮았다. 난 이렇게 생각했어.
#새아 - 모델과
여행 유튜버로 24시간이 부족하게 살고 있음
이건 내 생각인데, 요즘 사람들은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 준비하는 기간이 길다 보니까, 정말 그 일에 뛰어들어서 노력하는
사람은 없어. 내가 얼마 전에 직원을 고용하려고 했어. 다들
실력은 있지만 실제로 일해본 적도 없으면서 자기는 정말 천재다, 나는 엄청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솔직히 얘기하다 느껴지는 건데, 정말 나처럼 24시간 잠도 안자고 일해야 성공하는 삶은 각박한 거네. 겁나 힘들다. 나 울어도 되니? 우리 10시간만
일해서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 내가 솔직히 성공한 것도 아니잖아. 이렇게 4, 5년을 했는데 이제 성공할까 말까 하는 단계고…..진짜 각박한 게 맞네.
서른 살이 되면 지금까지의 과거를 돌아보고, 이제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이런 성격과 개성을 가졌구나,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겠구나, 하고 뜻을 세우는 나이인 것 같아.
#에스더 - 오랫동안
꿈꾸던 일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맞는 또 다른 일을 해나감
스무 살 초반에는 사회적인 불평등, 특히 경제적 불평등에 관심이
있었고, 이걸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일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
고민을 정말 많이 했지. 나는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미래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야. 나는 미래를 계획한다는 표현보다는 기획한다는 표현을 쓰고 싶어. 계획이 상황을 관리하는 거라면, 기획은 상황을 만드는 거지. 계획은 정해놓은 대로 쭉 진행해야 하지만, 기획은 변화를 주고 극복하는
거야.
#호경 - 두 아이의
아빠가 됨
처음 직장을 찾을 땐 현실을 받아들이기 좀 힘들었어. 배우를
관두면서 나는 내 꿈을 잃었다고 생각했어. 내가 정말로 되고 싶었던 열망의 대상이 사라진 거니까.
나는 사실 옛날부터 소확행을 꿈꿨어. 열정을 잃어버린 순간마다
모든 삶의 순간마다 소확행을
추구했지. 언제 제일 행복하냐면……우선 나는 우리 고양이들이랑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 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나에게 살아있는 무언가가 나와 같이 있다는 사실이 내게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아.

이십 대나 삼십 대, 그리고 사십 대……
나이 먹는 만큼 인생의 질량이 무거워지고, 밀도는 더욱 촘촘해져만
간다. 우리가 느끼는 인생의 무게는 어느 시절이던 총량에 비례한다. 그래서
더욱 ‘서른’이라는 추의 무게 중심을 잘 놓아야 한다.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쏠리지 않도록 말이다.
정말 이제는 디저트를 먹어보고 싶다. 오랫동안 기다린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