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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텔레비전 보러 갈 거야! - 텔레비전 ㅣ 1970 생활문화
양혜원 지음, 권영묵 그림 / 밝은미래 / 2019년 9월
평점 :
그래도 텔레비전 보러 갈거야!
너희들이 그때 그 시절을 알아?
<1970 생활문화> 시리즈 다섯 번째 책
밝은미래에서 빛을 보다.
초등 교과서 연계
3학년 1학기 사회 3단원 교통과 통신 수단의 변화
3학년 2학기 사회 2단원 시대마다 다른 삶의 모습
*테레비가 1970년대 문화풍경의 대표 아이콘으로 뽑혔나 봅니다.
전라도 장성이 고향이었던 우리 집은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가면
앞표지에 그려진 테레비와 똑같이 생긴 녀석이 튓마루에 놓여 있던
기억이 납니다. 지붕 위의 안테나도 어찌나 똑같이 생겼는지…
한참을 그때 그 시절의 옛 추억을 소환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권영묵님의 그림이 너무 생생한 전원일기가 되었네요.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합니다.
동네 안방 극장의 주인공인 텔레비전을 소재로 이야기가 그려지고
책의 오른쪽 페이지 부분을 세로로 단을 나누어 70년대의 정겨운 문화 정보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집안 구석구석 놓여진 소품들도 아주 귀하고 소중한 추억들입니다.
볼거리가 다양한 그림책입니다.
창수야~
눈 찌그리고 민구 구슬 다 따려고 작정을 했구나!
그러다 민구가 구슬을 다 빼앗기면 뭔 사단이 날지도 모를 기세인데요?
딱!
구슬치기
민구의 구슬이 삼각형 밖으로 밀려나네요.
민구는 약이 바짝 올라 심술이 덕지덕지 붙었어요.
“창수, 넌 우리 집에 오지 마!”
이런……야단났습니다. 민구네 집엔 동네 하나뿐인 텔레비전이 있거든요.
민구는 창수 앞에서 대놓고 다른 친구들한테만 물어봅니다.
“우리 집에 갈 사람?”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와 민구 팔에 매달리는데,
눈치 없이 창수 동생 영수도 끼어있습니다.
창수는 영수 손을 홱 잡아챘지만 머릿속은 복잡합니다.
황금박쥐도 봐야 하고,
이따 밤에는 박치기 왕, 김일 선수가 나오는 레슬링도 봐야 하는데 말이지요.
시간은 밤이 다가오고 속이 타는데,
가족들은 창수의 마음도 몰라주고 다들 종종걸음으로
민구네 집으로 향합니다.
혼자 남은 창수는 마음이 휑하니 덩그런데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보름달만 환한 모습이 얄궂게 느껴지나 봅니다.
바람이나 왕창 불라고 구시렁댑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창수의 눈에는
김일 선수의 박치기가 자꾸 아른거리고
몰래 소리라도 듣고 싶어
냅다 민구의 집으로 달음질칩니다.
살금살금 마당으로 들어서 탱자나무 울타리 밑에
쭈그려 앉아 자리를 잡은 창수,
방안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열띤 응원 소리에 섞여
민구의 것이 크게 들려오더니
창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흔들어요.
“야, 너 우리 집에 왜 왔어?”
언제 나왔는지 오줌을 갈기는 민구 목소리에 깜짝 놀라
“어, 저……그게……”
후다닥 뒤도 안보고 줄행랑을 놓고 맙니다.
하지만, 화가 치민 창수는 다시 민구네 집으로 돌아와
뒤란 감나무 꼭대기에 높이 매달려
반짝반짝 빛나는 은빛 안테나를 망가뜨리고 맙니다.
김인 선수의 박치기 한 방으로 상대 선수가 쓰러지자,
동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야단이지만……
갑자기 텔레비전이 지지직거리면서
화면이 흔들리고 안나와 버립니다.
능청맞은 창수는 뜨끔해서
엄마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모르는 척
흔들리는 화면만 쳐다보고 있는데……
그 순간 민구는 창수를 계속 째려보고……
이 둘의 우정은 어찌 되는 걸까요?
그리고, 텔레비전은 어찌 되는 걸까요?
이대로 고장이라도 나서 영영 안나온다면,
창수는 어찌 되는 걸까요?
긴장되는 뒷 이야기가 단숨에 펼쳐집니다.
옛이야기와 함께 그때 그 시절의 사람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1970 생활문화 그림책
<그래도 텔레비전 보러 갈거야!>를 추천합니다.
<그래도 텔레비전 보러 갈거야!>
이야기 속에는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너른 마당 한 켠에 만들어 놓은 펌프 우물도 보이고,
창수가 돌아누운 방 안에는 일일달력, 삼색 이불,
동그란 베게, 커다란 물 주전자…가 보입니다.
민구가 오줌을 갈기는 마당 구석에선 연탄도 보이고 장작도 보이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테레비 위에 놓여 있는 팔각 성냥개비 통도 정겹고, 미운 얼굴 인형 세 개도 나란히 보입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도 있고, 돌절구통도 보이고, 돌담도 옛모습 그대로 그려져 있답니다.
지금은 상상이 잘 안되지만,
그때는 텔레비전이 워낙 비싼 고가의 가전제품이어서
하늘에 별따기 마냥 진귀해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시절이었답니다.
동네에서 텔레비전이 있는 집은 부잣집이거나 동네 이장 어르신의 집이었어요.
그래서 민구처럼 동네에서 텃세를 부리거나 자랑질을 할 때는 강력한 무기처럼 쓰이기도 했어요.
창수처럼 우리도 치사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부잣집 친구 눈치도 보고, 알랑대기도 해야 했지요.
양혜원 작가님은 타임슬립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처럼
생생하게 재현해 낸 당시 생활 상에서 요즘 친구들과 비슷한 창수와 민구를 끄집어냅니다. 두 친구가 팽팽하게 벌이는 신경전이 공감하며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