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자란다 단비청소년 문학
이지현 지음 / 단비청소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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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청소년 문학

소년은 자란다

 

 

무엇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을 약화시키는가?

- 공감능력이 그중 하나이고,

- 공감능력을 높이는데 문학이 유용한 도구라 믿는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폭력이 사라진 사회를 꿈꾸며

 

'소년은 자란다' 작가 이지현님

 

 

책 제목이 너무 아리지 않나요?

네 손안에 책이 들어왔을 때 맨발 소년이 목을 움츠리고 있는 옆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마음이 짠했습니다.

서울을 상징하는 남산타워와 높은 빌딩 숲 사이에서 가려진 소년이 자랍니다. 소년의 이름은 영우랍니다.

작가님의 말을 읽으며 상처받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보듬는구나 싶어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영우 아빠는 괴물입니다.

엄마는 그 괴물에게 맞고 삽니다. 어느 날 괴물로부터 매 맞는 엄마를 직접 목격한 영우마저 괴물의 제물이 됩니다. 영우는 성장이 멈췄고 더 이상 자라지 않습니다. 괴물로부터 숨 막히는 탈출을 시도하는 엄마와 영우는 서울 종로 한가운데에서 세를 내준 할아버지의 도움을 입습니다.

아빠를 피해 서울로 도망쳐 올라와 학교도 못 다닌 채 매일을 하루처럼 살아가는 영우가 동네 불량배 셋을 만나면서 또 다른 인생의 전환점을 맞습니다. 영우는 깨달은 거지요. 언제 어디서든 약자를 누르고자 하는 인간의 폭력성은 또 다른 모습으로 그림자처럼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것을......

영우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 소년이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거냐?"

할아버지는 영우의 멈춰진 시간을 꺼내줍니다.

할아버지도 영우처럼 어렸을 적에 혼자 세상에 남겨진 경험이 있었더랬어요.

그때 할아버지를 세상에서 성장하게 해 준 말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내 편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했어.

그 말을 너에게 해 줄 줄은 몰랐구나.

시간이 네 편이라는 걸 잊지 마라.

너는 지금 자라는 중이야"

영우는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세상을 다시 마주하기 시작했어요.

택견을 배우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자연을 호흡하니 머릿속에서 두려움을 이기는 상상이 가능해졌어요.

아빠가 영우와 엄마를 다시 찾아낸 이유는 택견 무를 추는 영상이 전파를 타고난 뒤였어요. 엄마도 영우도 용기를 내어 괴물과 마주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입니다.

다시 한번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할아버지의 은혜를 입은 무광 아저씨를 만나 산속에서 버섯을 키우며 택견 수련도 계속하며 5년 가까이 생활합니다.

무광 아저씨는 할아버지에 대해서 말합니다.

"은혜는 그렇게 갚는 게 아니야. 나한테 뭘 조금이라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딴 사람한테 베풀어. 너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거야."

"진짜 멋있지 않아요? 나는 이 말 듣고 완전 반했는데." 하며 아저씨가 씩 웃었다.

영우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우 다운 모습을 되찾고 엄마와 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말입니다. 할아버지가 말해줍니다.

"네 아버지가 변하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은 쉽게 안 변해.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자들은 자기보다 강한 사람은 절대 안 건드린다는 거야. 비열한 놈들이지. 어쩌겠느냐, 그게 네 아버지인걸…….” 

 

영우가 깨닫는 순간,

괴물로부터 보호받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고,

괴물이 사라지는 순간이 함께 왔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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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
폴코 테르차니 지음, 니콜라 마그린 그림, 이현경 옮김 / 나무옆의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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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자유와 진정한 본성을 찾아가는 순례의 길

자연과 우정과 절대적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는 어느 개의 이야기

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


폴코 테르차니 지음

니콜라 마그린 그림

이현경 옮김

나무옆의자


1부 개

개 한 마리가 길가에 버려졌다.

주인은 개가 태어나서부터 자랑스레 목에 걸고 있던 반짝이는 멋진 목걸이를 벗긴 다음 개를 자동차 밖으로 밀어냈다.


이 책은 내게 천로역정과 비슷한 감동을 주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내가 겪는 고통과 고난은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낳으며, 행복과 소망은 무엇을 댓가로 갖게 되는지......존재에 대한 절대적 신념과 믿음은 어떻게 바라고 빌어야 하는가...... 신과 함께 동행하는 삶은 학문적, 종교적 문제를 떠나서 나에게 정신적 평화를 약속할 수 있는지......


<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은 3부 구성으로 이야기의 흐름은 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의 시선으로 우리를 절대적 의미 앞으로 이끌어 간다. 우리에게 긴 삶의 여정 동안 만물을 주관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감사하고 자연의 섭리와 더불어 살다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생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개는 인간에게 버림받았다. 영원할 줄 알았던 평안한 삶은 인간에 의해 버려지므로 깨지고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으므로 되돌릴 수 없는 첫 시련을 맞게 된다.

왜 버려져야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질문과 아무것도 없이 홀로 견뎌야 할 낯선 상황에서 느끼는 외로움, 공포와 두려움은 개를 나약하게 만든다.


개는 말한다.

"이제 난 어떻게 하지? 난 내 다리로 서 있을 힘도 없어.

어디로 가야 편히 누워 쉴 수 있을까?

누가 내게 마실 거며 먹을 걸 줄까?

아아, 난 이제 죽을 거야!"


개에게 던지는 질문,

"네 문제란 그게 다야? 이 세상의 크고 작은 무수한 생명체가 매일 아침 아무것도 갖지 못한 상태로 눈을 뜬다는 거 아니? 공기 중에서, 물속에서, 땅 위에서, 바로 너처럼. 달팽이, 나비, 개미, 곰, 물고기, 뱀 같은 생명체가. 하지만 하루가 끝나갈 무렵이면 그들 모두 뭔가를 먹고 마셔. 그리고 피곤하면 누추하지만 몸을 누이고 잘 만한 곳을 찾게 되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


누굴까......누가 그들을 돌봐주는 걸까......

순간 나도 개였다. 알 수 없었다.

누굴까......나도 개처럼 누구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없었다.

아마 누구라고 가르쳐 줬어도 내 깜냥에는 못 알아들을 것이다.


다른 개는 말한다.

"말할 수 없어. 말할 수 없는 이름이거든. 말하면 금방 거짓말이 되는 거야."

"네 문제는 네가 가진 것들을 잃은 게 아니야. 넌 믿음을 잃었어."


어느 때부터였을까.

내 어깨가 작아지고 나의 뒷태에 자신없어진 때가......

작은 충격이 쿵 하고 심장에 닿았다.

나의 믿음. 나의 신념. 나는 어디로 갔을까......



2부 늑대

우리는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오솔길로 가는 게 아니라 오래된 길로 간다.

길이 없는 길이야. 숲속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이지. 달의 산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길이고.


개가 만난 늑대들은 순례자다.

그들은 달의 산으로 절대자를 만나기 위한 끝없는 길을 만들고 있다. 홀로 되지 않으면 결코 경험할 수 없을 감정들을 그 길 위에서 다듬어 간다. 길들여지지 않았으므로 늘 새롭고 예상할 수 없는 상황들에 모난 모양으로 부딪힌다. 하지만 이런 시련들은 결코 나쁘지 않다. 대자연 속에서 고난과 시련이 없다면 내 자신이 얼마나 단련되어 있고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 존재인지 깨달을 길이 없고, 소중한 자신을 사랑할 마음 조차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예 생각 자체가 없거나 질문 자체를 못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통한다고.

오래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어. 늑대도 개도 나무도 존재하기 이전부터.

통하도록 만들어졌어."


"우리는 배부르게 먹었고 옆에는 강물이 흐르고 사방의 공기는 시원해.

오늘도 존재의 문제는 해결되었잖니!"


소소한 행복과 하루하루의 감사함이 모든 이에게 존중과 배려의 형태로 돌아가고 나를 전진하게 만든다. 늑대들의 고행은 순례길 위에서만 빛나는 듯 보이지만 점차 변해가는 개의 모습을 통해 생각해 보면 전혀 아니다.

2부까지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이런 깨달음을 얻는다.

선택받거나 고난을 통해 시험에서 이긴 특별한 자들만 달의 산으로 갈 수 있는게 아니라 모두가 가고 있으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어떤 곳에서도 사나흘 밤 이상 머물지 않아. 너무 편하면 그게 결국 발목을 잡거든. 우린 달의 산으로 가는 순례자야. 오래된 길을 가다가 필요한 게 있으면 길에서 구하게 될 거야. 계속 달려가야 해."

개가 달의 산을 오르는 동안 만나는 모든 생명들은 그렇게 자신의 믿음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그것을 구하는 방법을 안내해 준다. 

 


3부 하느님

난 떠났고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가진 먹이가 바닥났어.

바로 그때 진짜 순례가 시작되었지.

길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멀었어.

그렇지만 결국 노란 눈의 늑대가 말한 대로 이뤄졌어. 난 해냈어.

도착했다고!

어떻게 가능했을까?

매일 내게 필요한 것을 받았기 때문이야.


개는 이별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고통을 받음으로 인해 자신이 성장했음을 깨닫는다.

나는 역시 개인가보다. 나의 나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꼭 그렇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믿고 내 안의 소리를 들을 줄 알고 타인의 존재를 조건없이 받아들이고 미련없이 이별하기를 배워간다면 그곳이 바로 달의 산이 아닐까......


길 안내자였던 가여운 까마귀가 개에게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 경이로운 광경을 바라보며 평화롭게 죽어가게 해줘.

내가 죽으면 네가 날 먹으렴. 그럼 산을 내려갈 힘이 생길 테니."


나는 아직 멀었다.

산을 내려갈 힘이 생길 것을 기뻐해야 할 때가 아니라,

오를 힘이 생길 것을 꺼지지 않게 하려 계속 걸어야 할 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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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톨릭 유산 성지순례 가이드북 - 모델 코스 세부 일정표
박승우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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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본 카톨릭 유산

성지순례 가이드북

- 모델 코스 세부 일정표 -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중하고 있지만,

일본을 자주 왕래하는 나로서는 요새 테마여행 트랜드 덕분에 여행에 솔솔한 재미가 붙었어요.

역사를 좋아하는 나에게 바른북스의 신간 <성지순례 가이드북>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었답니다.

박승우 필자는 자신의 지난 30여 년간 160회 이상의 일본 자유여행 경험담을 필두로 자세한 순례 여정을 담아 놓았는데 역사와 종교를 테마로 일정을 계획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가이드북이랍니다.

 

성지순례 가이드북 답게 책 속에는 섬세하고 자세한 그림과 사진 자료가 가득 담겨 있어요. 그리고 목차만 보아도 모델 코스로 정리했음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일본에 카톨릭 종교가 어떻게 유입되고 유럽 문물들은 어떻게 전파되어 일본 문화에 흡수될 수 있었는지 연대기를 통해 보여줍니다.

특히 성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등장과 금교령 등의 내용은 일본사를 넘어 세계사로서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순례지를 따라 가면서 일본 카톨릭 종교의 자리매김에 이바지했던 주요 인물들을 알려 주는 부분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성지순례의 일정은 3박 4일 혹은 2박 3일의 코스로 자세하게 잡혀 있어 천천히 둘러보며 종교적, 역사적 사색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가 정리되어 있고, 유서 깊은 장소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사료들을 읽어보고 사색과 묵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 볼 여유가 있을 것 같아요.

나가사키, 히라도 성지순례

나가사키, 시마바라 순례 3박 4일

나가사키, 고토열도 순례 3박 4일

아마쿠사, 가고시마 순례

오카야마, 마쓰에, 쓰와노, 야마구치, 후쿠오카 순례

부록 - 일본 음식 문화 상식 사전

각 순례 경위마다 대중교통 이용시 알아두어야 할 배차 시간과 가격, 일정마다 소요되는 대략적인 시간, 배경 지식을 잘 정리해 두었답니다. 초행길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필자의 노하우가 담긴 꼼꼼한 기록때문인 것 같아요.

부록편에는 일본 음식 문화와 매너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서 친절한 해설서같은 느낌이지요.

 

 

 일본 여행을 계획할 때 모든 일정을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참고하여 준비한다면

가이드북 활용면에서 아주 유용한 책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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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몰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 소설 새소설 5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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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몰

 

강지영 장편소설 / 새소설 05

자음과모음

수상한 쇼핑몰을 둘러싼 약탈 누아르

한국 장르문학의 압도적인 퍼포먼스

강지영 작가의 오감 짜릿한 스릴러

천하에 고아가 된 정지안,

그리고 어느 날 자살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지안이의 유일한 피붙이 삼촌 정진만. 그가 근근히 운영 중이던 볼품없던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거대한 음모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스토리다.

 

 


 

강지영 작가님의 이름은 자음과모음의 <살인자의 쇼핑몰> 서평을 응모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책 제목이 궁금증 유발 뿜뿜인지라 일단 간절함에 기대감을 갖고 기다렸습니다. 요새 근황이라고 한다면 코로나19 때문에 업무량이 폭주를 했어요. 본의 아니게 휴가를 간 사람들도 있지만 본의 아니게 저처럼 1인 3역을 해야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지요. 일복 터진 사람은 어디 가서도 일거리가 눈덩이 처럼 쌓여 있을 따름인지라 불평도 못하고 묵묵히 그 일들을 다 해냅니다.

 

돌이켜 보니 삼촌은 이상한 사람이었다.

 

 

소설의 시작은 삼촌 정진만의 묘사로부터 독자들을 휘감는 분위기를 주도하며 끌어갑니다. 삼촌은 노안의 겉모습에 상습도박, 급기야 가출한 이후 20년 동안의 묘연했던 행방. 예사로운 사람은 아닌 듯 싶은 기운이 감돌며 시작부터 엔딩까지 이 삼촌 정진만이 저질러 놓은 일들을 정신없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네요.

정말 몰입하면서 읽었답니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지안이에게 뜬금없는 개 이야기를 하지요.

삼촌이 여덟살 난 지안에게 들려준 수많은 개의 이름.

식탐, 거짓말, 도둑질, 간지럼, 핑계, 반항심......

"잘 기억해.

무는 개는 짖지 않아.

그건 짖게 만들면 더 이상 물 수 없단 뜻이기도 해.

개를 짖게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워.

놈 앞에서 내가 강하다는 걸 증명해야 하거든."

삼촌은 불쑥 사라졌다 불쑥 나타나 지안이를 맡습니다.

"잡화상이 뭐야?"

"무엇이든 파는 가게.

뭘 원할지 모르니 미리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돼."

 

삼촌의 말 속에 많은 복선이 들어 있답니다.

슬퍼하면 안된다는 삼촌의 말.

왜냐하면 검은 개는 그걸 원하니까요.

대신 조용히 준비해야지요.

놈이 가장 아끼는 걸 빼앗을 준비.

시간이 흐르고 지안이는 성장했어요. 삼촌과 같이 살다가 대학 입학 후 독립해 자취를 하지만 삼촌은 창고를 지어 잡화상을 지속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삼촌은 자살을 했고, 장례식과 뒤처리를 위해 집으로 돌아온 후 드디어 올 것이 옵니다.

 

삼촌의 미심쩍은 자살 흔적.

삼촌의 잡화상 창고에서 숨은 은밀한 장소가 발견되고,

통장 잔고가 8억이나 들어 있는 돈의 행적을 추적하다 딥웹 사이트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OCN 장르 드라마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 점점 빠져듭니다. 극도의 스릴과 긴장감 속에 당찬 지안이의 대범함과 속도에 이끌리면서 딥웹에서 벌어지던 킬러들의 잔인한 복수극이 현실로 넘어옵니다.

정의와 치안의 경계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 그리고 정죄하는 선량한 그들의 심판을 보며 간접적인 쾌감을 만끽했답니다.

"사냥꾼에게 가장 여리고 소중한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올무에 직접 뛰어드는 어리석지만 착한 개가 세상에 있다는 걸, 세상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살인자의 쇼핑몰>, 지안이가 검은 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하다면 꼭 봐야할 겁니다. 오래간만에 짜릿한 누아르 작품을 애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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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파링 파트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6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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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6

 

나의 스파링 파트너

 

고통의 속살을 깨물고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책의 서평을 신청하게 된 건,

책을 소개하는 포스팅 속에서 나의 눈길을 재촉하다 가슴에 꽂힌 바로 이 문장,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때문이었다.

 

청소년문학 톱시리즈에 자리매김한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소설들은 우리 아이들이 애독하는 작품들이다. 성장하는 중이고 상채기들을 가슴에 묻고 한뼘씩 자라나는 주인공들은 나의 또 다른 내면 세계이다.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그리고 지금도 성장하는 중인 모든 이들의 면면인 것 같다.

 

 

박하령 작가의 <난 삐뚤어질 테다!>를 알고 있고, 최근에 내가 읽은 <발버둥치다>는 딸 아이의 책꽂이에 다소곳이 꽂혀 있다. 작가의 필체는 힘이 있고 단단하다.

아픔을 이야기할 때도 담대하고, 기쁨을 이야기할 때도 담담하다. 중성적인 문체가 나의 자의식을 강하게 만든다.

 

나의 두려움을 보고 내게 다가선 거다.

난 이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주먹을 내지를 것이다.

놈은 나를 단련시킬 스파링 파트너다.

출처 입력

여섯 작품의 단편 소설집으로 엮인 <나의 스파링 파트너> 안에는 특히 아픈 손가락처럼 다가온 나의 모습이 있었다.

[수아가 집으로 가는 시간]이 그러했다.

맏딸로 자란 나는 언제나 어깨가 무거웠고, 그런 만큼 빨리 성숙하져야 했던 가정 환경이 있었다.

"리액션"

난 살아가는데 지장 없을 만큼 의사표현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감정 표현의 비율이 어느 정도여야 적당하다는 말이지?

정말 내가 애늙은이라는 말을 들어야 할 만큼 수준 이하인 걸까?

그래서 난 의도적으로 내 안에서 느껴지는 것들에 감탄사를 넣어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봤다.

하지만 그 결과, 리액션이라는 건 하품처럼 저절로 나와야 하지 억지로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의도를 갖고 감탄사를 뱉는 순간, 감정은 바로 변질되고 온몸에 소름만 돋았다.

다시 말해 내 안에 감정이 고여서 그것들이 차고 넘치면서 저절로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어야 하지 의도를 가지고 터트리는 건 진짜가 아니라는 말이다.

p.71

나연이가 한없이 착하고 너른 마음으로 동생에게 배려하고 양보하며 무난하게 자라오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주장해 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연이 스스로도 자신의 참 모습을 들여다볼 일이 없었고, 그런 나연이와는 정반대 기질을 갖고 있던 수아가 나연이와 함께 머물게 된 일을 계기로 자신의 내적 기질과 갈등을 일으키는 낯선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나연이의 장점이던 성격이나 행동들이 수아의 등장으로 인해 결점처럼 오인받는 상황이 벌어지자 나연이는 질투와 분노, 화라는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또 다른 얼굴에 불함을 느끼고, 자신을 오해하는 가족들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꼭 나를 보는 듯 했다.

가족들의 상처주는 말들에 나연이가 자신의 억울함을 토해내는 순간 어찌나 눈물이 흘러내리던지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내 어릴적 모습을 회상하며 나 자신을 위로하고 토닥여야 했다.

엄마가 나연이를 와락 껴안으며 미안하다 말 할 때,

그동안 얼마나 아팠을지 공감해주며 진심으로 나연이게게 사과할 때,

나의 가족은 나에게 그러지 못했음을 떠올리며 어릴적 나를 만났다.

비록 나는 그런 위로와 사과를 받지 못했지만, 주인공 나연이와 나연이 엄마를 통해 감정을 몰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었다.

나의 스파링 파트너는 결국 나 자신의 아무렇지 않게 가라앉은 어두운 자아인지도 모르겠다.

"언니네 엄마 아빠도 언니가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다잖아.

아플 땐 악 소리 내야지."

"그러게."

수아가 집에 가는 시간이 다가오지만

수아 말대로 또 다른 수아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알아서기지도 말고 까이지도 말고 똑바로 서야겠다.

p.91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내 감정 표현에 진실해지고자 하는 결심이 왜이리 어려운걸까. 서투르게 말고 정확하게 나를 드러내는 일이 왜이리 어렵고 낯선 일이 되어버린 건지 깊게 생각해 볼 이유가 생겼다.

성장하는 중인 모두에게 박하령 작가의 <나의 스파링 파트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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