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
폴코 테르차니 지음, 니콜라 마그린 그림, 이현경 옮김 / 나무옆의자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눈부신 자유와 진정한 본성을 찾아가는 순례의 길

자연과 우정과 절대적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는 어느 개의 이야기

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


폴코 테르차니 지음

니콜라 마그린 그림

이현경 옮김

나무옆의자


1부 개

개 한 마리가 길가에 버려졌다.

주인은 개가 태어나서부터 자랑스레 목에 걸고 있던 반짝이는 멋진 목걸이를 벗긴 다음 개를 자동차 밖으로 밀어냈다.


이 책은 내게 천로역정과 비슷한 감동을 주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내가 겪는 고통과 고난은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낳으며, 행복과 소망은 무엇을 댓가로 갖게 되는지......존재에 대한 절대적 신념과 믿음은 어떻게 바라고 빌어야 하는가...... 신과 함께 동행하는 삶은 학문적, 종교적 문제를 떠나서 나에게 정신적 평화를 약속할 수 있는지......


<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은 3부 구성으로 이야기의 흐름은 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의 시선으로 우리를 절대적 의미 앞으로 이끌어 간다. 우리에게 긴 삶의 여정 동안 만물을 주관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감사하고 자연의 섭리와 더불어 살다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생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게 한다.


개는 인간에게 버림받았다. 영원할 줄 알았던 평안한 삶은 인간에 의해 버려지므로 깨지고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으므로 되돌릴 수 없는 첫 시련을 맞게 된다.

왜 버려져야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질문과 아무것도 없이 홀로 견뎌야 할 낯선 상황에서 느끼는 외로움, 공포와 두려움은 개를 나약하게 만든다.


개는 말한다.

"이제 난 어떻게 하지? 난 내 다리로 서 있을 힘도 없어.

어디로 가야 편히 누워 쉴 수 있을까?

누가 내게 마실 거며 먹을 걸 줄까?

아아, 난 이제 죽을 거야!"


개에게 던지는 질문,

"네 문제란 그게 다야? 이 세상의 크고 작은 무수한 생명체가 매일 아침 아무것도 갖지 못한 상태로 눈을 뜬다는 거 아니? 공기 중에서, 물속에서, 땅 위에서, 바로 너처럼. 달팽이, 나비, 개미, 곰, 물고기, 뱀 같은 생명체가. 하지만 하루가 끝나갈 무렵이면 그들 모두 뭔가를 먹고 마셔. 그리고 피곤하면 누추하지만 몸을 누이고 잘 만한 곳을 찾게 되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


누굴까......누가 그들을 돌봐주는 걸까......

순간 나도 개였다. 알 수 없었다.

누굴까......나도 개처럼 누구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없었다.

아마 누구라고 가르쳐 줬어도 내 깜냥에는 못 알아들을 것이다.


다른 개는 말한다.

"말할 수 없어. 말할 수 없는 이름이거든. 말하면 금방 거짓말이 되는 거야."

"네 문제는 네가 가진 것들을 잃은 게 아니야. 넌 믿음을 잃었어."


어느 때부터였을까.

내 어깨가 작아지고 나의 뒷태에 자신없어진 때가......

작은 충격이 쿵 하고 심장에 닿았다.

나의 믿음. 나의 신념. 나는 어디로 갔을까......



2부 늑대

우리는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오솔길로 가는 게 아니라 오래된 길로 간다.

길이 없는 길이야. 숲속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길이지. 달의 산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길이고.


개가 만난 늑대들은 순례자다.

그들은 달의 산으로 절대자를 만나기 위한 끝없는 길을 만들고 있다. 홀로 되지 않으면 결코 경험할 수 없을 감정들을 그 길 위에서 다듬어 간다. 길들여지지 않았으므로 늘 새롭고 예상할 수 없는 상황들에 모난 모양으로 부딪힌다. 하지만 이런 시련들은 결코 나쁘지 않다. 대자연 속에서 고난과 시련이 없다면 내 자신이 얼마나 단련되어 있고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 존재인지 깨달을 길이 없고, 소중한 자신을 사랑할 마음 조차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예 생각 자체가 없거나 질문 자체를 못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통한다고.

오래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어. 늑대도 개도 나무도 존재하기 이전부터.

통하도록 만들어졌어."


"우리는 배부르게 먹었고 옆에는 강물이 흐르고 사방의 공기는 시원해.

오늘도 존재의 문제는 해결되었잖니!"


소소한 행복과 하루하루의 감사함이 모든 이에게 존중과 배려의 형태로 돌아가고 나를 전진하게 만든다. 늑대들의 고행은 순례길 위에서만 빛나는 듯 보이지만 점차 변해가는 개의 모습을 통해 생각해 보면 전혀 아니다.

2부까지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이런 깨달음을 얻는다.

선택받거나 고난을 통해 시험에서 이긴 특별한 자들만 달의 산으로 갈 수 있는게 아니라 모두가 가고 있으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어떤 곳에서도 사나흘 밤 이상 머물지 않아. 너무 편하면 그게 결국 발목을 잡거든. 우린 달의 산으로 가는 순례자야. 오래된 길을 가다가 필요한 게 있으면 길에서 구하게 될 거야. 계속 달려가야 해."

개가 달의 산을 오르는 동안 만나는 모든 생명들은 그렇게 자신의 믿음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그것을 구하는 방법을 안내해 준다. 

 


3부 하느님

난 떠났고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가진 먹이가 바닥났어.

바로 그때 진짜 순례가 시작되었지.

길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멀었어.

그렇지만 결국 노란 눈의 늑대가 말한 대로 이뤄졌어. 난 해냈어.

도착했다고!

어떻게 가능했을까?

매일 내게 필요한 것을 받았기 때문이야.


개는 이별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고통을 받음으로 인해 자신이 성장했음을 깨닫는다.

나는 역시 개인가보다. 나의 나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꼭 그렇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믿고 내 안의 소리를 들을 줄 알고 타인의 존재를 조건없이 받아들이고 미련없이 이별하기를 배워간다면 그곳이 바로 달의 산이 아닐까......


길 안내자였던 가여운 까마귀가 개에게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 경이로운 광경을 바라보며 평화롭게 죽어가게 해줘.

내가 죽으면 네가 날 먹으렴. 그럼 산을 내려갈 힘이 생길 테니."


나는 아직 멀었다.

산을 내려갈 힘이 생길 것을 기뻐해야 할 때가 아니라,

오를 힘이 생길 것을 꺼지지 않게 하려 계속 걸어야 할 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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