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러블리 와이프
서맨사 다우닝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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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막 나온 책인데,
포스팅을 보니 올 여름 제일 읽고 싶은 스릴러 인 것 같아요.
부부와 가족의 은밀하고 폐쇄적인 범주 안에서 긴 서사를 어찌 끌어갈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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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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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Ken Liu Anthology

 

내가 쓰는 글은 과학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로 분류되곤 한다(가끔은 '사변 소설(speculative fiction)'이라는 장르에 들어갈 때도 있다.).

모든 나라와 문화권, 도시, 마을 , 직업군, 가족, 심지어 한 개인에게조차도 기원 설화라는 것이 있다. 이 '자기 서사'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또 어째서 지금의 자신이 되었는지를 가르쳐 준다.

저자 머리말

                        

황금가지에서 태어나는 책들은 모두 강렬한 색깔을 가졌다.

그래서 읽는 책마다 나에게 늘 새로운 상상력을 가져다 주었다.

7월 여름......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반년의 세월을 달려온 우리 앞에 희망과 회한을 동시에 품어볼 만한 찰나가 왔다. 바로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와 함께.

<종이 동물원>은 들어만 봤지 아직 읽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그의 미출간이던 단편집이 모둠으로 묶여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SF나 미래 공상 과학 소설의 어느 경계라 생각하며 가볍게 책을 넘겼으나 도입부를 지나면 다르다. 작가의 말처럼 시공간을 초월해 다분히 나의 서사를 대입해볼 만한 다양한 인물들이 썰물처럼 밀려온다. 이것이 서사가 되어 나의 이야기로 체휼되는가 싶었다.

과학과 문명이 현실을 이기며 현실이 미래이고 미래가 초미래인 상황들......

철학적인 고민과 더불어 생태학적 상상력을 동시에 해봐야 한다.

나에겐 순서로도 첫번째였던 그의 단편 "호(弧)"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말은 생각의 그림자,

그 자체가 믿기 힘들고 잡기 힘들고 비현실적이었다.

육신은

플라스티네이션을 통해 보존되어

영생을 얻었다.

하지만

아세톤과 폴리머가 혈액과

수분의 자리를 차지할 때, 생각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29.

                           

말이 주는 친밀감을 신뢰하지 않는 에마의 신념이 상통해 이룩한 플라스티네이션의 고결한 가치는 이 이야기 전체에 흐르는 인간의 숭고한 정신에 대한 의미 상실과 육신에 대한 욕망과 갈망함이 넘치게 도드라져 결국 영생을 꿈구는 인간의 귀결에 비극이던 희극이던 어느 방향으로든 상상하고 철학하게 만들었다.

선조들의 지혜를 모토삼아 그 위에 공존하는 현실과 미래, 그리고 초미래 인간들의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보여준다. 특히 싱큘래리티 3부작으로 이야기를 엮은 <카르타고의 장미>, <뒤에 남은 사람들>,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의 매력은 작가의 가장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듯 하다.

역시 고대인들과 미래의 뉴지구인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력을 끼치며 경계를 삼는가에 대한 반증으로 염두에 두며 읽었다.

작가는 동서양의 철학과 정치, 과학, 그리고 환경, 지구와 우주에 대한 방대한 서사를 인간의 이야기, 곧 나의 이야기라는 점에 방점을 두고 끊임없이 말하는 것 같다.

'혼'과 그것을 담는 '말'의 진실함을 더없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어느 시공간을 초월하던 간에 인간은 인간이므로 어떤 변이가 나를 찾아와도 존재자로서 지조를 잃지 말아야함을 나에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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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생명의 역사는 처음이지? 과학이 꼭 어려운 건 아니야 3
곽영직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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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꼭 어려운 건 아니야 3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지구와 생명의 역사는 처음이지?

 

곽영직 교수님의 책은 두 번째입니다.

허니 밴드에서 소개해 준 "상대성 이론은 처음이지?"라는 과학 교양서에 푹 빠져서 읽는 바람에 열공하던 시절에도 그렇게 이해가 안 되던 낯선 용어들이 술술 들어오고 덕분에 중학생인 우리 아이와 개론처럼 대화를 나눠보는 단계까지 성장했었답니다.

이번에는 양자역학에 이어 지구와 생명의 역사로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정말 궁금한 근원적인 물음이지만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아 물을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대답하기도 참......

큰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어린아이들이 우주와 달, 별, 외계인, 공룡에 대해 물어 오는데 적당히 대답해 주기도 참 애매한......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광활한 우주라는 공간에 어떻게 공존하고 공진화해야 하는지...... 이 방대한 양의 깊고도 넒은 이야기를 이 책은 한 권 안에 일목요연하게 잘 담아냈습니다.

 

 

 

누대라는 용어도 이 책에서 전 처음 접했네요. 아니 어쩌면 듣고도 기억을 못 하는지도 몰라요~^^

우리 인류가 현존하는 지금의 전성기가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정말 짧다는 것인데 이 시간을 쪼개어 비교해 놓으니 멸종과 번성을 반복하던 오랜 시간의 역사가 그냥 뚝딱 흐른 게 아니라는 사실이 정교하게 감~ 잡혀 옵니다.

그냥 대중적인 키워드로 빅뱅이 있었고 공룡이 살았고 빙하기가 있었고 멸종했고 유인원이 등장했고 지금으로 진화했어~라고 말하기엔 너무 살이 없었던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진화를 다룬 부분이 너무 재미있고 스펙터클했습니다.

진화의 개념 자체가 내게 다른 관점으로 다가왔지요.

진화는 생명체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자연이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서 살아남게 된다는 공진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구가 스스로 자정하고 필요에 의해서 생명 대멸종 사건을 일으키고 다시 끈질기게 진화하며 그 긴 고통의 시간들을 이겨내는 생명체의 생명력으로 내가 있구나 싶으니 정말 겸손해지는 기분이랄까요.

곤충의 공로를 엎고 우리는 얹혀사는 세상인데 자꾸 위계질서를 어기고 군림하려 드는가 싶은 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로 한 단계 진화하기가 40억 년인데......

우리 사피엔스들이 고작 700만 년 동안 진화하고 있고,

이제 지구와 우주의 역사 알기에 나선 것을 ...... 너무 경시하고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주의 탄생에서 지구가 23.5도를 절묘하게 기울어 공전하고 자전하고 달을 끼고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기까지 ... 책의 도입 부분에서 중반에 이르기까지 너무 흥미진진합니다. 산소와 메테인, 질소, 이산화탄소의 화학적 반응이 지구 생명체의 호흡과 몸집의 크기 및 먹이사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지구의 판이 움직이며 충돌과 화산 폭발을 반복하며 안정화를 구축하기까지 읽는 내내 나의 생태학적 상상력이 자극을 많이 받았답니다. 입체적으로 우주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 지구의 누대를 지나오며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생명체들의 진화 이론이 개별적이고 단편적이던 것이 연계가 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그려집니다. 어떤 그림책보다도 상상하기에 충분한 그림들이 묘사되어 있어 너무 좋았어요. 교수님의 내공이 느껴지는 감동 과학이었어요.

 

정말 궁금해하던 인류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막판에 등장합니다. 분량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내가 좋아하는 루시의 등장도 그렇고 미래의 후손들이 우리가 살다간 지층을 살피며 연구하는데 돼지, 소, 닭 등 식용 가축을 많이 키워 생태계의 불균형을 가져오기도 하고 통닭 뼈와 쓰레기 더미 화석이 함께 발견될 것을 예로 들며 우리가 환경을 어떻게 파괴해 가고 있는지도 경각심을 갖도록 설명해 주고 있어요.

침팬지에서 진화한 현인류가 미래에는 지구의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뻗어 나가기 위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생각하게 만들어 주네요.

성인들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이유는 아이들과 나누고 어려운 부분은 설명해 주기에 최적의 문장으로 되어 있는 과학 지식 첫걸음 책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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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공해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오정희 지음, 조원희 그림, 강유정 해설 / 길벗어린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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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공해 _ 작품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중등 국어교과 2-2에 실린 창작동화
강유정 (문학평론가, 강남대 교수)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있음

층. 간. 소. 음.

 

 

작가 오정희님의 글 / 조원희님 그림

 

 

표지...까만 바탕에 마구마구 휘갈긴 선들로 소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하나같이 모두들 도시의 재해를 머리 위에 안고 사는 아랫층 인간들.

아무도 피해를 준 윗집 사람은 없고 늘 피해만 받는 아랫층 사람이란다.

주인공...깐깐해 보이는  '나'의 모습.

고등학생인 두 아들과 직장에서 출장을 다니는 위치에 있는 남편이 있고,

어느덧 중년. 시간이 허락되는 한 심신장애자시설에서 자원봉사로 시중을 들고

때때로 진한 커피를 내려마시며 클래식한 소나타 선율 속에 빠져들어

몽상과 시와 꿈과 불투명한 미래가 지금 현실과는 첨예하게 달랐던 그때 그  시절의

설레는 기억 속을 명상한다.

 

 

 

"사람이 단돈 몇 푼 잃는 것은 금세 알아도 본질적인 것을 잃어 가는 것에는

무감각하다던가?

......

무거운 수레를 끄는 듯 둔탁한 그 소리는 중년 여자의 부질없는 회한과

감상을 비웃듯 천장 위에서 쉼 없이 들려왔다.

......

그 사실적이고 무지한 소리에 피아노와 첼로의 멜로디는 이미 소음에 지나지 않았다."

 

어쩜 이리도 나의 상황과 비슷할까.

나의 나됨을 이루고 채우기 위해 무수히 많이 지나왔던 깊은 회한의 일들은 이제 무뎌지고 잊혀져

더이상 나의 사고에 흠집낼 수 없고 타인의 가치관에 개입하지 않는다.

본질적인 것을 잃어가는 것에 무감각해진다는 작가의 말이 나의 개인덕이고 이기적인 행동과 말씨에 제동을 걸어온다.

선량한 차별주의라는 말을 요새 곱씹는다.

나는 정말 괜찮은걸까......

고상하고 우아하게!! 라고 포장해도 결국 나의 기준에 따라, 편협한 나의 경험에 따라

타인을 단정하고 비방하고 폄하하는 것이 아니던가.

 

 

주인공 '나'는 윗층에서 나는 드르륵드르륵 소음공해로 인해

공동생활의 기본적인 수칙도 모르는 이웃에 대해 분노한다.

그러나 상대방과 자신에 대한 품위와 예절을 지켜야 하므로 경비원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기로 한다.

하지만 할 말은 다 하고야 마는 자기말만 강력하고 거룩한 셀프교양있는 처사로 말이다.

 

"그리고는 소음공해와 공동생활의 수칙에 대해 주의를 줄 것을, 선의의 피해자들을 대변해서 강력하게 요구하곤 했었다."

 

여기까지 읽어오면서 주인공 '나'의 생각과 행동들이 어쩜 이리도 나와 같을까......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못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짐에 폭발하고 말아 보인 후처사란 것이 "소리 내어 욕설을 퍼부"었는데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고 자기화에 못이겨 자기만의 사려 깊고 양식 있는 앙갚음을 이웃에 대해 준비한다.

 

내가 가장 공감갔던 킬링 문단. 작가님의 글이 보여주는 최고의 반전.

"화가 날수록 침착하고 부드럽게 처신해야 한다는 것은 나이가 가르친 지혜였다.

지난 겨울 선물로 받은, 아직 쓰지 않은 실내용 슬리퍼에 생각이 미친 것은 스스로도 신통했다.

선물도 무기가 되는 법, 발소리를 죽이는 푹신한 슬리퍼를 선물함으로써 소리를 죽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소리로 인해 고통 받는 내 심정을 간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으리라. 

사려 깊고 양식 있는 이웃으로서 공동생활의 규범에 대해 조곤조곤 타이르리라."

 

 

 내가 이런 모습일 땐 그것이 흉칙하고 괴물인 것 같지 않았건만, 주인공 '나'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자니 선을 넘어선 그녀의 교양머리가 심히 눈에 거슬린다.

하지만...... 여전히 주인공 '나'는 나의 모습이고, 여전히 아랫층 이웃에 해당한다고만 생각한다.

타인의 이유있는 소음들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보이는 것 너머에 존재하는 이웃의 삶과 사연에 대해 너무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하겠구나 싶다.

언제부터 우리는 모두가 서로에 대해 공공의 적이 되고 있던 것인지......

소. 음. 공. 해. 를 통해 힘껏 분노의 가슴을 두들겨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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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1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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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지상의 노래

이 소설...

읽어보신 분들있으시겠지요?

전 민음사 통해 제공받아 처음 읽었는데...

하늘과 땅의 소명을 지고 가는 나 자신이

한쪽만 열렸으므로,

절름발이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어

재독 중에 있습니다.

                            

나는 바뀐 세상과 바뀔 세상에 대해 이야기했어.

그 양반은 바뀐 세상에 대해 무관심했고

바뀔 세상에 대해 무신경했어.

그 양반은 아직 땅 위에 있었지만

이미 하늘에 살고 있었어.

5장 역사, 어쩌면 사소한 _250쪽

성경에는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가시적인 텍스트로는 그렇지만,

영의 분별력으로 보자면,

결국 그 수많은 인물들의 각개 속성이 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얼굴이라고 하지요.

소설 속 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시대적 압박인 외적 무력 갈등이

결국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인간 본연의 성질을

사랑, 또는 죄로 한몸이게 합니다.

 


 

다시 읽고 난 후 ...... 

 

무엇이든 끌어냈을 것이다.

자신에게 죄의식을 덧씌우기 위해

무엇이든 찾아냈을 것이다.

만들어 내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죄의식이었으니까.

죄의식을 느끼지 않으면 죄의식이 느껴져서 괴로웠을 테니까.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자신을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차라리 죄의식을 만들어 자기를 괴롭히는 것이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자기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것보다 나았을 테니까.

그는 죄의식을 피하기 위해 죄의식을 필요로 했다.

2장 사랑, 또는 죄 p.45

 

 

이승우 작가의 소설은 참 독특하다.

소설이라는 허구의 틀 속에서 문장이 갇혀있지를 않는다.

작가의 문장을 읽노라면,

그것을 따라가는 나의 온 세포가 이미 그의 문장을 소설 속에서 건져내어 나의 현실로 끌어와 내가 곧 체휼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필력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문장 속에 나의 사상이 갇혀버린다. 반문하기보다는 어느새 인물들과 한 몸이 되어 모든 감정들을 함께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독특하게 반복되는 작가만의 글쓰는 습관이 있는데 주변에서 각개로 벌어지는 연관없는 현상들이 결국 그의 '~이므로'라는 문장 연결사의 짜임 안에서 나의 생각을 버리고 그의 사고 안에 머물게 만든다. 그렇게 이승우 작가의 인물들 속에서 나는 나의 삶에 대한 죄의식과 내가 버린 사랑과 나를 가둔 시대의 때를 지나며 쉼을 찾아 순례길을 돌고 돌아 신과 잇대어져야 초현실로 상승하는, 그런즉 살아있는 문장들을 본다.

작가의 신과 인간을 잇는 시대의 운명에 대한 거대한 서사를 거부하거나 반박할 수 없는 힘이 분명 있는 것이다. 이것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옥죄었다. 감정이 구속되어 굉장히 힘든 부분도 있었다. 사랑이라는 원초적 은혜와 본디 선물같은 신의 이름이 개인의 원죄와 욕망에 부딪혀 시작되는 신과의 아름다운 약속의 파괴는 결국 독재 군사정권 시대의 국가의 단죄와 징벌에 짓밟혀 한낱 인간 개인의 멍에처럼 비화되고 틀어지고 얽히고 섥히는 운명을 태운다.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히는 것이 비합리적인 것처럼

사랑의 열정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비합리적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주체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도 조절할 수 없다.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은 이런 사랑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런 사랑이 무책임하고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을 정당화할 때 행사된 폭력이 사랑에서 빠져 나왔으므로 이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정당화하는 자리에서 다시 행사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었으므로 ("사랑한다. 그러니까 나와 자자.") 이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 앞에서 사라져라.") 그리하여 사랑을 이유로 무슨 일이든 하는 것과 사랑의 부재를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구별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무슨 일이든 하는 것 속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무소불위인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도 무소불위다.

3장 압살롬 p.125

작가의 철학적 힘이 종교와 권력을 자유자재로 유희한다.

<지상의 노래>는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볼 수 있는 입체적 공감 구조를 가졌다. 나는 이 광범위한 디테일을 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다.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내면에 체회되는 문장을 필사하고 곱씹으면서 뽑아낸 분량도 어마어마하다.

다시 읽게 될 줄 알았는 시대의 부름을 받은 오늘의 작가 총서, 이승우.

<지상의 노래>

내 안에 두고두고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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