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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공해 ㅣ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오정희 지음, 조원희 그림, 강유정 해설 / 길벗어린이 / 2020년 7월
평점 :
소음공해 _ 작품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중등 국어교과 2-2에 실린 창작동화
강유정 (문학평론가, 강남대 교수)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있음
층. 간. 소. 음.
작가 오정희님의 글 / 조원희님 그림

표지...까만 바탕에 마구마구 휘갈긴 선들로 소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하나같이 모두들 도시의 재해를 머리 위에 안고 사는 아랫층 인간들.
아무도 피해를 준 윗집 사람은 없고 늘 피해만 받는 아랫층 사람이란다.
주인공...깐깐해 보이는 '나'의 모습.
고등학생인 두 아들과 직장에서 출장을 다니는 위치에 있는 남편이 있고,
어느덧 중년. 시간이 허락되는 한 심신장애자시설에서 자원봉사로 시중을 들고
때때로 진한 커피를 내려마시며 클래식한 소나타 선율 속에 빠져들어
몽상과 시와 꿈과 불투명한 미래가 지금 현실과는 첨예하게 달랐던 그때 그 시절의
설레는 기억 속을 명상한다.

"사람이 단돈 몇 푼 잃는 것은 금세 알아도 본질적인 것을 잃어 가는 것에는
무감각하다던가?
......
무거운 수레를 끄는 듯 둔탁한 그 소리는 중년 여자의 부질없는 회한과
감상을 비웃듯 천장 위에서 쉼 없이 들려왔다.
......
그 사실적이고 무지한 소리에 피아노와 첼로의 멜로디는 이미 소음에 지나지 않았다."
어쩜 이리도 나의 상황과 비슷할까.
나의 나됨을 이루고 채우기 위해 무수히 많이 지나왔던 깊은 회한의 일들은 이제 무뎌지고 잊혀져
더이상 나의 사고에 흠집낼 수 없고 타인의 가치관에 개입하지 않는다.
본질적인 것을 잃어가는 것에 무감각해진다는 작가의 말이 나의 개인덕이고 이기적인 행동과 말씨에 제동을 걸어온다.
선량한 차별주의라는 말을 요새 곱씹는다.
나는 정말 괜찮은걸까......
고상하고 우아하게!! 라고 포장해도 결국 나의 기준에 따라, 편협한 나의 경험에 따라
타인을 단정하고 비방하고 폄하하는 것이 아니던가.

주인공 '나'는 윗층에서 나는 드르륵드르륵 소음공해로 인해
공동생활의 기본적인 수칙도 모르는 이웃에 대해 분노한다.
그러나 상대방과 자신에 대한 품위와 예절을 지켜야 하므로 경비원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기로 한다.
하지만 할 말은 다 하고야 마는 자기말만 강력하고 거룩한 셀프교양있는 처사로 말이다.
"그리고는 소음공해와 공동생활의 수칙에 대해 주의를 줄 것을, 선의의 피해자들을 대변해서 강력하게 요구하곤 했었다."
여기까지 읽어오면서 주인공 '나'의 생각과 행동들이 어쩜 이리도 나와 같을까......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못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짐에 폭발하고 말아 보인 후처사란 것이 "소리 내어 욕설을 퍼부"었는데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고 자기화에 못이겨 자기만의 사려 깊고 양식 있는 앙갚음을 이웃에 대해 준비한다.
내가 가장 공감갔던 킬링 문단. 작가님의 글이 보여주는 최고의 반전.
"화가 날수록 침착하고 부드럽게 처신해야 한다는 것은 나이가 가르친 지혜였다.
지난 겨울 선물로 받은, 아직 쓰지 않은 실내용 슬리퍼에 생각이 미친 것은 스스로도 신통했다.
선물도 무기가 되는 법, 발소리를 죽이는 푹신한 슬리퍼를 선물함으로써 소리를 죽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소리로 인해 고통 받는 내 심정을 간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으리라.
사려 깊고 양식 있는 이웃으로서 공동생활의 규범에 대해 조곤조곤 타이르리라."

내가 이런 모습일 땐 그것이 흉칙하고 괴물인 것 같지 않았건만, 주인공 '나'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자니 선을 넘어선 그녀의 교양머리가 심히 눈에 거슬린다.
하지만...... 여전히 주인공 '나'는 나의 모습이고, 여전히 아랫층 이웃에 해당한다고만 생각한다.
타인의 이유있는 소음들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보이는 것 너머에 존재하는 이웃의 삶과 사연에 대해 너무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하겠구나 싶다.
언제부터 우리는 모두가 서로에 대해 공공의 적이 되고 있던 것인지......
소. 음. 공. 해. 를 통해 힘껏 분노의 가슴을 두들겨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