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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1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지상의 노래

지상의 노래
이 소설...
읽어보신 분들있으시겠지요?
전 민음사 통해 제공받아 처음 읽었는데...
하늘과 땅의 소명을 지고 가는 나 자신이
한쪽만 열렸으므로,
절름발이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어
재독 중에 있습니다.
나는 바뀐 세상과 바뀔 세상에 대해 이야기했어.
그 양반은 바뀐 세상에 대해 무관심했고
바뀔 세상에 대해 무신경했어.
그 양반은 아직 땅 위에 있었지만
이미 하늘에 살고 있었어.
성경에는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가시적인 텍스트로는 그렇지만,
영의 분별력으로 보자면,
결국 그 수많은 인물들의 각개 속성이 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얼굴이라고 하지요.
소설 속 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시대적 압박인 외적 무력 갈등이
결국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인간 본연의 성질을
사랑, 또는 죄로 한몸이게 합니다.
무엇이든 끌어냈을 것이다.
자신에게 죄의식을 덧씌우기 위해
무엇이든 찾아냈을 것이다.
만들어 내기라도 했을 것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죄의식이었으니까.
죄의식을 느끼지 않으면 죄의식이 느껴져서 괴로웠을 테니까.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자신을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차라리 죄의식을 만들어 자기를 괴롭히는 것이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자기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것보다 나았을 테니까.
그는 죄의식을 피하기 위해 죄의식을 필요로 했다.
이승우 작가의 소설은 참 독특하다.
소설이라는 허구의 틀 속에서 문장이 갇혀있지를 않는다.
작가의 문장을 읽노라면,
그것을 따라가는 나의 온 세포가 이미 그의 문장을 소설 속에서 건져내어 나의 현실로 끌어와 내가 곧 체휼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필력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문장 속에 나의 사상이 갇혀버린다. 반문하기보다는 어느새 인물들과 한 몸이 되어 모든 감정들을 함께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독특하게 반복되는 작가만의 글쓰는 습관이 있는데 주변에서 각개로 벌어지는 연관없는 현상들이 결국 그의 '~이므로'라는 문장 연결사의 짜임 안에서 나의 생각을 버리고 그의 사고 안에 머물게 만든다. 그렇게 이승우 작가의 인물들 속에서 나는 나의 삶에 대한 죄의식과 내가 버린 사랑과 나를 가둔 시대의 때를 지나며 쉼을 찾아 순례길을 돌고 돌아 신과 잇대어져야 초현실로 상승하는, 그런즉 살아있는 문장들을 본다.
작가의 신과 인간을 잇는 시대의 운명에 대한 거대한 서사를 거부하거나 반박할 수 없는 힘이 분명 있는 것이다. 이것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옥죄었다. 감정이 구속되어 굉장히 힘든 부분도 있었다. 사랑이라는 원초적 은혜와 본디 선물같은 신의 이름이 개인의 원죄와 욕망에 부딪혀 시작되는 신과의 아름다운 약속의 파괴는 결국 독재 군사정권 시대의 국가의 단죄와 징벌에 짓밟혀 한낱 인간 개인의 멍에처럼 비화되고 틀어지고 얽히고 섥히는 운명을 태운다.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히는 것이 비합리적인 것처럼
사랑의 열정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비합리적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주체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도 조절할 수 없다.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은 이런 사랑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런 사랑이 무책임하고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을 정당화할 때 행사된 폭력이 사랑에서 빠져 나왔으므로 이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정당화하는 자리에서 다시 행사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었으므로 ("사랑한다. 그러니까 나와 자자.") 이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 앞에서 사라져라.") 그리하여 사랑을 이유로 무슨 일이든 하는 것과 사랑의 부재를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구별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무슨 일이든 하는 것 속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하지 않을 수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무소불위인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도 무소불위다.
작가의 철학적 힘이 종교와 권력을 자유자재로 유희한다.
<지상의 노래>는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볼 수 있는 입체적 공감 구조를 가졌다. 나는 이 광범위한 디테일을 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다.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내면에 체회되는 문장을 필사하고 곱씹으면서 뽑아낸 분량도 어마어마하다.
다시 읽게 될 줄 알았는 시대의 부름을 받은 오늘의 작가 총서, 이승우.
<지상의 노래>
내 안에 두고두고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