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누가 당신의 인생을 그저 그렇다고 하는가 매일 읽는 철학 1
예저우 지음, 정호운 옮김 / 오렌지연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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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일 읽는 철학 01

니체처럼 살아보기 : 일곱 가지 인생 문제를 철학하다

니체,

누가 당신의 인생을

그저 그렇다고 하는가

예저우 지음 ㅣ 정호운 옮김 ㅣ 오렌지연필

 

 

니체의 평전을 들여다 보며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니체가 던져주는 물음은 시종일관 나 자신을 들여다 보게 만들었다.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말, 나의 인생을 절대 함부로 취급하지 말라는 제목이 주는 힘은 니체를 뒷배경 삼아 나의 인생을르 다시 설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만들어 주었다.

니체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소중한 사람들과 이별했던 경험은 죽음에 대한 한층 더 깊은 조우를 갖게 만들었다. 니체가 홀로 외로이 성장하며 가졌을 고독감과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 그리고 신을 향한 물음들.

니체가 냉철하고 이지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혼자 가졌던 고뇌의 무게만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사랑으로 세상을 희망으로 관철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서 듣는 대답은 경쾌하고 명확했다.

그의 철학은 때론 어렵고 난해했지만, 살다가 만나는 문제들 앞에선 그 무엇보다 더 나 자신을 들여다 보는 계기를 쉽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니체는 말하는 심성, 사고, 고난, 진실한 감정, 사회생활, 품격, 일하는 법에 대한 삶의 지혜를 인생선배처럼 시의적절하게 풀어주고 있다.

 

 

<인성의 빛을 발하라>

이 책을 통틀어 가장 강렬하게 마음에 담았던 문구다.

빛이 되는 길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나처럼 진정한 힘을 가진 사람에게는 불확실한 것도, 소극적인 것도 없다. 나는 그 어떤 방패나 지원이 필요 없는 당당하고 독립적인 사람이다. 내가 힘을 발휘할 때 이 세상에 준 인상은 내가 말한 것보다도 훨씬 심대하고 강렬했다. 심지어 나는 침묵할 때도 비범한 힘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이 거대한 힘이 바로 나의 언행 속에 녹아 있음을 느낄 것이다. "

내면을 갈고 닦는 일.

정신력이 나의 온 에너지를 장악하는 힘.

이것이 절대적이면 능력껏 올바르게 나를 이끌 수 있는 것이리라.

니체의 강조점들을 하나씩 하나씩 꿰어보면 분명 삶의 곧은 길이 열리고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될 터이다. 그리고 난 후 그의 사상에 좀 더 심도있게 다가가면 다시 또 하나의 문이 열릴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문제 앞에 흔들리고 생각이 흐려지면 니체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나의 정신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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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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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에드 맥베인. G.K.체스터튼 외 지음 ㅣ 북스피어

올 해 크리스마스는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말 그대로 우아하고 현대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냈다고 해야할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 종종 원픽해서 읽는 편이다. 북스피어의 미스터리 크리스마스 시리즈는 처음 접해본 책이다. 각 권 안에는 짧은 단편 소설들이 들어 있다. 물로 작가들도 다 달라서 수록된 이야기마다 개성이 넘치고 온도의 차이도 뚜렷하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 버전이라 모두 따뜻한 함박눈이 상상되는 동그란 이야기들이다.

오토 펜즐러는 걸어 다니는 미스터리 소설 백과사전이라 불리운다.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를 크리스마스 시즌에 처음 읽었고, 오토 펜즐러씨가 맨해튼에 명물 ‘미스터리 서점’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도 알았다. 매해 단행본으로 새로운 미스터리 미니책자를 펴내는 출판업자라는 것도.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오토 펜즐러와 그의 많은 단골 고객들 그리고 소설을 기고한 작가들의 환상적인 모임이 이 책 한가운데 죄다 있다.

헷갈리고, 무서운, 그리고 놀라운, 현대적이고, 때론 고전적인 이야기들.

그중에서도 <그게 그 표라니깐요>의 도둑맞은 크리스마스 특별 복권 때문에 벌어지는 헤프닝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활기 없고 칙칙하게 시작되었다.

윌마는 마지못해 집 주위를 돌아다니며 나무 아래 선물을 두었다.

상자 두 개는 위 윌리가 보낸 것이었다. 만약 복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위 윌리에게 전화해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집에 오라고 했을 것이다. 그랬어도 교외 지역의 분위기와 중산층 특유의 세간을 좋아하지 않는 위 윌리는 집에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복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어니가 일을 때려치우고 당장 뉴멕시코로 딸을 만나러 갈 수 있었을 텐데.... 흥, 엎질러진 물이다. 아니, 엎질러진 술이다.

27~28쪽

윌마와 어니는 늘 똑같은 숫자로 복권을 산다. 숫자란 그들만의 기억과 첫 추억이 깃든 것이다. 어니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와 이 태어난 해의 숫자를 조합한 행운의 숫자다. 물론 그들에게만 말이다. 그 숫자는 크리스마스 특별 뽑기에 당첨이 된다. 상금은 상상을 넘어선 무려 200만 달러!!

받는 것도 상상을 초월해서 20년 동안 매년 세금을 제하고 10만 달러를 받는다.

최고의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다. 어니는 윌마가 기뻐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하지만 윌마는 지금 이 순간 없다. 그녀의 언니를 만나러 필라델피아에 갔기 때문에. 그곳에서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윌마...어니는 애가 탄다. 조마조마하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당첨의 기쁨을 즐기기 위해 어니는 혼자서 특별한 크리스마스 시간을 바에서 보낸다. 앞으로 꽃길 같은 남은 인생을 윌마와 함께 어떻게 보낼 것인지 어니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다음날 정오, 어니는 윌마에게 기쁜 소식이 아닌 다른 말을 한다. 어니이 목소리가 아닌 듯한 숨소리로.

복권을 읽어버렸어. 맙소사. 오 마이....

어니는 잃어버린 복권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메리 히긴스 클라크. <그게 그 표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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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02 : 모래시계 외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4
로버트 바 외 지음, 이정아 옮김, 박광규 / 코너스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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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2

모래시계

로버트 바 외 지음 ㅣ 코너스톤

 

아침저녁 출퇴근 하면서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추리소설 읽는 재미가 솔솔했던 지난 시간이었다. 추리 소설 장르를 다시 접하게 된건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와 애거사 크리스티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다.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고, 문장도 옛스럽지 않아 쉽게 눈과 입에 물렸다. 고전 미스터리여서 이해하기 어려우면 어떡하나.....했던 나의 걱정은 괜한 것이었다.

추리 소설의 전성기였던 19세기 당시, 영국은 인구 400만의 거대 도시였다. 근교에서 철도를 이용해 여행하는 신드롬이 일면서 책 보다는 신문, 잡지, 단행본형태의 연부담없는 간행물들이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우리는 핸드북처럼 손에 꼭 들어오는 디자인의 책들을 선호하는 것처럼 그 시대의 풍미를 알 수 있는 듯 해 고개가 끄덕여진다.

총 열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 걸작선 모음이다.

첫 편 <살인자>도 재밌었는데 나는 <모래시계>에 수록된 소설들이 더 끌렸던 것 같다. 특히 첫 번째 작품 <거브 탐정, 일생일대의 사건>은 익사체로 발견된 남자의 죽음을 밝혀내면서 용의자를 가지쳐 나가는 내용인데 너무너무 흥미진진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스토리 구성도 탄탄하고 범죄 행동을 재연해 보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려는 탐정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너무 매력있었다.

<유령 저택의 비밀>도 너무 좋았던 작품이다.

판타지 느낌도 나고 초자연현상을 소재로 상상하게 만들었던 부분들이 읽을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고전 중 고전 추리 소설의 미스티한 느낌이 와이어 없이 대역없는 단막극 한편을 보는 듯 가볍게 즐겨주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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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 개정판 카프카 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한석종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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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전집 4

실종자

프란츠 카프카 ㅣ 솔 출판사

카프카의 고독 3부작.

[소송], [성], [실종자]

카프카 전집 3권, <변신>, <카프카의 일기>,<실종자>를 완독하면서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자기자신만의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끝내 구축했구나, 싶은 것이 너무 벅찬 감정이 들었다. 읽는 내가 주체할 수 없는 전율에 휩싸이게 된 건 도대체 무슨 일일까. 처음엔 읽어도 무슨 생각을 적은 것들인지 알 수없고 답답하고, 어려웠던 카프카였는데 어느 순간, 그의 말들이 선명하게 들어와 박혔다.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그만의 암울해서 불편했던 분위기가 이제는 아늑해진 느낌이다.

카프카의 실종자는 고독을 대표하는 세 편의 시리즈 중 하나다.

누구나 환영받습니다.

카프카는 여행을 떠나듯 흘러갔으나 실은 환영받지 못했다.

<변신>에서는 그런 자신을 인간 존재이길 거부하듯 벌레로 투영도해 봤고, <실종자>에서처럼 타인에 의해 추방도 당해봤지만, 그 어떤 여행도 쉽지 않았고, 부정당했고, 끝내는 미완의 장편소설로 끝을 열어놓게 되었다.

선과 악이 서로를 투명유리에 비취어 마주보는 눈싸움 속, 어느 쪽이 이기라 편들지 못하는 실눈 뜬 카프카가 보인다. 모든 인생의 이야기들은 타자가 개입한 기준대로 휘둘리는 카프카로 묘사되어 억울하고 어의없는 정체성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아끼고, 부조리를 감당하는 아웃사이더의 위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의 투쟁인 것이다.

카프카는 프라하에서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살다간 시대 배경 또한 그로테스크하다.

체코의 독립투쟁, 제 1차 세계대전, 인종차별, 가난, 가족의 비애, 질병 등 어느 것 하나 카프카에게 쉬운 현실문제는 없었다.

<실종자>

열 일곱살의 주인공 카알, 나이많은 하녀의 유혹에 빠져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아버지는 카알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추방한다. 카알은 미국 도착 후 배에서 내리기 전 두고 온 우산을 다시 찾으러 가는 길에 화부를 만나 그와 함께 선장을 만나러 간 사무실에서 미국에서 성공한 외숙부 야콥 상원의원을 만나 그의 집인 뉴욕의 고층빌딩에서 생활하게 된다. 외숙부는 카알에게 아메리카 상류사회 진입을 위해 꼭 필요한 교육을 지원해 준다. 어느 날 카알은 폴룬더 씨의 뉴욕 교외 별장에 방문을 하게 되고 이 일로 인해 외숙부의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쫓겨나게 된다. 이후 두 친구 들라마르쉬와 로빈슨을 만나 (그들에게 이용당하지만 친구라 믿는 카알) 함께 일자리를 구하러 가다 옥시덴탈 호텔의 엘리베이터보이로 취직하게 되고 그들과 헤어진다. 여주방장과 비서인 테레제와 친해지고 엘리베이터보이 생활도 열심이지만 술에 취한 로빈슨이 찾아와 잠깐 자리를 비운 이유로 오해를 받아 그곳에서 쫓겨난다. 로빈슨과 들라마르쉬 그리고 은퇴한 여가수 브루넬다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고 여기에서 시중을 들다 도망가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우연히 이웃에 사는 대학생과 나눈 대화 중 그냥 지금처럼 하인으로 살라는 충고를 듣는다.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충실한 하인으로 살아가던 카알은 이사를 하고 오클라호마 극장의 직원으로 채용되어 기차를 타고 떠난다. 기차를 타고 떠난 모든 사람들이 실종된다.

미완성의 부분으로 소설에는 없다. ​

유일하게 주인공이 죽지 않은 실종자.

어쩌면 미완성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떠나지만 그 이별이 항상 어그러져있고, 밀려진 형태의 추방이나 해고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카프카는 미련없이 떠난다. 섞이지 못하는 이방인처럼, 그러나 막상 섞이자니 익숙하지 않아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털어버리는 듯한 공간의 이동들. 그리고는 죽거나 사라지는 모습으로 본인의 현실 상황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싶다.

그리고 카알은 미니멀하게 자신과 관계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잃어간다.

카알 로스만이라는 이름은 숨기고 니그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우산, 트렁크, 모자, 멋진 옷, 부모님 사진, 직업, 돈, 트렁크, 자유, 이름, 자기자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 희망적인 것인지, 절망적인 것인지 알 수 없다.

실종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선과 악의 두 갈래를 동시에 넘보 듯, 카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두 마음을 온전히 품고 바라보게 되는 걸거다.

어느 쪽의 삶이 인간 본능적으로 끌리는 엔딩일지 그것은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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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일기 카프카 전집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유선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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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전집 6

 

카프카의 일기

프란츠 카프카 ㅣ 솔 출판사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1883~1924)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유대계 독일 작가

다언어 사회였던 프라하에서 살다. 기괴하고 수수께끼 같은 작품 세계로 주목받으며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거장으로 이름을 알림.

그는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주의 등을 작품 속에서 발현해 냄.

비현실적인듯 너무도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실존에 대한 무한 존중을 드러낸 소설가.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약하고 불안한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던 카프카. 평생을 외롭고 억압된 불안한 의식 속에서 오로지 글을 쓰는 힘을 지키고자 자신과 끝없는 싸움을 치렀던 20세기 최고의 상징주의 작가.

난해한 글들이 많아 작가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쉽게 그의 글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솔출판사에서 카프카 전집으로 출간한 책들 중 변신, 카프카의 일기, 실종자 이렇게 세 권의 작품들을 파고들었다. 나이 듦에 따라 읽히는 내용도 보여지는 인물들의 관계도도 달리 해석되는 이유는 그의 무의식이 희망과 자유를 갈구했던 순간의 찰나를 나도 경험하기 때문일까.

이번 카프카 시간 동안엔 무엇보다 그의 일기들이 나에게 진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의 나락없이 떨어지는 절망의 순간도 경계 없이 솟아오르는 희망의 공포탄도 모두 이해하고 싶고 끌어안고 싶어졌다.

 

1916년 7월 20일

​저를 측은히 여겨주십시오.

저는 존재의 구석구석까지 모두 죄로 물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경멸할 만큼 형편없는 소질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찮지만 좋은 능력들은 있었는데 제가 그것을 낭비하고 살았던 것입니다.

과거에는 조언도 받지 않았던 존재였던 저.

이제는 거의 끝장입니다.

하필이면 외견상 모든 것이 제게 좋은 쪽으로 바뀔 법한 이때에.

저를 패배자로 몰지는 말아주십시오.

이것이 멀리서 보면 웃기는, 아니 심지어 가까이서 봐도 벌써 웃기는

자기애에서 비롯되는 말이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제가 산다는 것은

살아 있는 자의 자기애를 갖는다는 것이고, 살아 있는 자는 우스운 존재가 아니니, 살아 있는 자가 하는 꼭 필요한 발언들도 웃기는 것이 아니라고 하겠지요.

궁색한 변증법.

[제가 형을 선고받았다면, 사형선고만 받은 게 아니라 최후까지 저항하라는 선고도 받은 것입니다.]

 

카프카의 일기 총량 중에서 이보다 더 깊은 참회록은 없지 싶다.

필사를 해보기도 하며 어쩜 이리도 머릿 속에 가슴 속에 저며드는 단련되지 못한 날것의 감정들을 한 자 한자 잘 주워 담았을까, 싶을 정도로 깊게 와닿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100여년 전 그가 일기에 써 놓았다.

우리가 묶이고 다시 만나는 데에는 꼭 모양이 아니어도 되나보다. 마음이 이렇게 시간을 초월해 때로는 거슬러 와닿기도 한다.

 

1915년 2월 16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마치 내가 소유하던 모든 것이 내게서 달아나버린 것만 같고, 그것이 다시 돌아와도 나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할 것만 같다.

 

1917년 9월 19일​

고통을 수반하는 것은, 상처의 깊이나 상처가 점점 커져가는 것 이상의 그 상처의 연륜이었다. 언제나 반복해서 똑같은 상처관이 터졌고, 무수히 많이 수술한 상처를 다시 치료받는 것을 보는 것, 그것은 최악이다.

 

카프카의 작품들이 오늘에까지 살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인간이 선과 악을 동시에 보듬는 방법에 대해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빼곡히 꽂힌 책방 진열장이 유독 쓸쓸해 보이고 고독감이 오히려 따뜻해 보인다는 얼어붙은 유리창 너머로 그가 놓친 푸르른 자유가 언젠가는 그곳으로부터 우리에게 고스란히 잇대어 있기를 그가 희망한 것 처럼 나도 간절히 바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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