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일기 카프카 전집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유선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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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전집 6

 

카프카의 일기

프란츠 카프카 ㅣ 솔 출판사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1883~1924)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유대계 독일 작가

다언어 사회였던 프라하에서 살다. 기괴하고 수수께끼 같은 작품 세계로 주목받으며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거장으로 이름을 알림.

그는 현대 사회 속 인간의 존재와 소외, 허무주의 등을 작품 속에서 발현해 냄.

비현실적인듯 너무도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실존에 대한 무한 존중을 드러낸 소설가.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약하고 불안한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던 카프카. 평생을 외롭고 억압된 불안한 의식 속에서 오로지 글을 쓰는 힘을 지키고자 자신과 끝없는 싸움을 치렀던 20세기 최고의 상징주의 작가.

난해한 글들이 많아 작가에 대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쉽게 그의 글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솔출판사에서 카프카 전집으로 출간한 책들 중 변신, 카프카의 일기, 실종자 이렇게 세 권의 작품들을 파고들었다. 나이 듦에 따라 읽히는 내용도 보여지는 인물들의 관계도도 달리 해석되는 이유는 그의 무의식이 희망과 자유를 갈구했던 순간의 찰나를 나도 경험하기 때문일까.

이번 카프카 시간 동안엔 무엇보다 그의 일기들이 나에게 진하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의 나락없이 떨어지는 절망의 순간도 경계 없이 솟아오르는 희망의 공포탄도 모두 이해하고 싶고 끌어안고 싶어졌다.

 

1916년 7월 20일

​저를 측은히 여겨주십시오.

저는 존재의 구석구석까지 모두 죄로 물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경멸할 만큼 형편없는 소질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찮지만 좋은 능력들은 있었는데 제가 그것을 낭비하고 살았던 것입니다.

과거에는 조언도 받지 않았던 존재였던 저.

이제는 거의 끝장입니다.

하필이면 외견상 모든 것이 제게 좋은 쪽으로 바뀔 법한 이때에.

저를 패배자로 몰지는 말아주십시오.

이것이 멀리서 보면 웃기는, 아니 심지어 가까이서 봐도 벌써 웃기는

자기애에서 비롯되는 말이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제가 산다는 것은

살아 있는 자의 자기애를 갖는다는 것이고, 살아 있는 자는 우스운 존재가 아니니, 살아 있는 자가 하는 꼭 필요한 발언들도 웃기는 것이 아니라고 하겠지요.

궁색한 변증법.

[제가 형을 선고받았다면, 사형선고만 받은 게 아니라 최후까지 저항하라는 선고도 받은 것입니다.]

 

카프카의 일기 총량 중에서 이보다 더 깊은 참회록은 없지 싶다.

필사를 해보기도 하며 어쩜 이리도 머릿 속에 가슴 속에 저며드는 단련되지 못한 날것의 감정들을 한 자 한자 잘 주워 담았을까, 싶을 정도로 깊게 와닿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100여년 전 그가 일기에 써 놓았다.

우리가 묶이고 다시 만나는 데에는 꼭 모양이 아니어도 되나보다. 마음이 이렇게 시간을 초월해 때로는 거슬러 와닿기도 한다.

 

1915년 2월 16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마치 내가 소유하던 모든 것이 내게서 달아나버린 것만 같고, 그것이 다시 돌아와도 나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할 것만 같다.

 

1917년 9월 19일​

고통을 수반하는 것은, 상처의 깊이나 상처가 점점 커져가는 것 이상의 그 상처의 연륜이었다. 언제나 반복해서 똑같은 상처관이 터졌고, 무수히 많이 수술한 상처를 다시 치료받는 것을 보는 것, 그것은 최악이다.

 

카프카의 작품들이 오늘에까지 살아 있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인간이 선과 악을 동시에 보듬는 방법에 대해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빼곡히 꽂힌 책방 진열장이 유독 쓸쓸해 보이고 고독감이 오히려 따뜻해 보인다는 얼어붙은 유리창 너머로 그가 놓친 푸르른 자유가 언젠가는 그곳으로부터 우리에게 고스란히 잇대어 있기를 그가 희망한 것 처럼 나도 간절히 바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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