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리투 - 신간살롱
『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펴냄)

여자아이들은 내 주변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암흑이 두렵기는커녕 다정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평온해졌다. 마치 여자아이들에게 있는―아니면 내 안에 있는―그 무엇이 나를 들볶던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것처럼 말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제 앞을 볼 필요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담요 같은 꿈속으로 점점 더 깊게 빠져들어 갔다. 그런데 그때 그 여자아이들이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어린아이들의 보드라운 손길이 느껴졌다.
“이제 앞을 봐요.” 아이들이 말했다.
그 순간 나는 눈을 번쩍 떴다.
82∼83.


32명의 아이들이 이룩한 그들만의 문명 세계가 있다. 그들의 이데아를 실현하며 리더도 없이 무리지어 집단 행동을 하며 새로운 언어세계를 구축했다.
경계선을 기준으로 금 밖에 밀려난 아웃사이더들은 산크리스토발 지역구성원들일까, 32명의 새문명원들일까.
다코타 슈퍼마켓 습격 사건의 전말을 알고나면 더 뚜렷해지는 우위점령 체제가 드러날 것이다.


#빛의공화국 #안드레스바르바 #현대문학 #엄지영 #스페인문학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리투신간살롱

#독서카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젝, 비판적 독해
이언 파커 외 지음, 배성민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젝, 비판적 독해






언제든지 자신이 가진 것을 드러내고, 다시 내동댕이 처질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지젝, 그의 철학을 <비판적 독해>로부터 다시 듣다.
역시 철학은 깨져야 맛이다. 어제는 맞았지만, 오늘은 틀리다로 돌아가는 한 방이 내일의 새로운 판을 짤 수 있지 않을까. 끊임없이 모순적인 창과 방패를 생산해 내는 지젝의 섹시한 철학적 뇌구조를 나는 소망한다. 

거슬러보자. 비판적 독해는 오래 된 계보를 가지고 있다.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비판적으로 이어졌고, 고대철학은 중세 신학철학에 영향을 끼쳤고, 그랬던 신학철학에 태클을 건 이성 중심의 근대철학이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또 하나의 계보는 데카르트의 관념론이 칸트와 헤겔로 혈통을 이어갔고, 헤겔의 고유명사 아이콘, 변증법은 지젝의 철학적 사유를 단단히 할 기저를 닦는다. 그리고 지젝의 철학에는 라캉도 있고, 프로이트 정신분석 이론도 있고, 마르크스의 정치 경제학적 요소도 들어있다.
지젝의 계보에 감탄하던 중, 지젝에게는 어떠한 대상이 숭고한가?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 이언 파커는 지젝을 너무 예쁘게 비판하고 있다.
라캉을 정리해 보자.
그 유명하고 복잡스러운 RSI!!!!
실재계 = Real / 상징계 = Symbolistic / 상상계 = Imagination
상징계는 어렵다. 법과 규칙과 같은 우리 삶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발동되는 통제구역이기 때문에. 숨통을 조이는 법과 제도가 빡빡하기만 하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숨통이 트일 금지된 것을 바라게 된다. 일탈 혹은 탈출을 꿈꾸는 아나키스트처럼,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과 같은 것! 이것이 상상계라고나 할까. 그러다 우리의 반란을 쥐도 새도 알거니 뜻대로 풀리는 일은 없고, 오히려 사회를 선동하는 반동분자라 낙인 찍혀  잡으러 쳐들어오는 변수들이 '실재계'인 것이다. 모히또와 몰디브가 멀어지는 헛헛함과 동시에 무수한 변수들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자유를 맛본다. 상징계와 실재계가 모순적으로 부딪히는 순간, 지젝이 그냥 넘어갈리 없다. 상징계의 억압과 눌림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하거나 이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을 환상이라고 본 것이다. <어떠한 대상이 숭고하냐고?> 아직도 이 질문에 매달리고 있기에는 좀...... 곤란하다.



#지젝비판적독해 #글항아리 #지젝 #철학서 #헤겔 #라캉 #변증법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리투 - 신간살롱
『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펴냄)

어디서 왔니~? 얘들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순수함이 영원히 계속되리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듯이, 그 한 장의 사진으로 말미암아 산크리스토발 사람들의 의식도 전과 후로 극명하게 갈리고 말았다. 문제는 우리 눈앞에 있는 사회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로 인해 유발된 수치심이 집단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마치 충격적인 사건이 소리 없이 조용히 어떤 가족의 성격을 형성하듯이 말이다.
27쪽

밀림이 곧 가난이다.
아름다운 풍경 너머 짙게 드리운 그림자는 현실을 도피한 잃어버린 빛들의 비참한 삶이었다.
이중성을 다루는 빛의 공화국의 시작이다.



#빛의공화국 #안드레스바르바 #현대문학 #엄지영 #스페인문학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리투신간살롱
#독서카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 매일 쓰는 사람 정지우의 쓰는 법, 쓰는 생활




정지우 지음 ㅣ 문예출판사 펴냄


말로 풀어내는 것보다 손끝에서 풀어지는 글로 전하는 마음이 더 편할 수가 없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 혹은 마주하는 장르에 따라서 쉬울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던 글쓰기란 내게는 무척이나 기복이 심한 어려운 소통 수단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면서 주춤주춤 한 단계 숨고르기 준비는 늘 필요하다. 

'오늘도 쓰는 당신에게'란 필체로 시작하는 정지우님의 친필사인으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글 쓰기는 몸짓 언어라는 말에 밑줄을 그었다. 맞아, 맞아. 습관적으로 끄적거리던 짓기라는 것의 댓가로 공감을 신경쓰던 나는 몸이 얼마나 나의 언저리를 기억하는가 확인하는 일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늘 처음처럼 나를 마주하는 일은 시작은 두려워도 고비를 넘고 나면 어느새 정화된 큰 울림통 속에 들어 앉아 마무리 짓고 있는 나의 유연한 모습을 본다.

꾸준히 쓰는 일도 중요하고, 어떻게 써야할지 감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고, 습작도 중요하고, 뭐 하나 안중요한 요소가 없지만. 그중에서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에피소드는 자기 스타일을 알아가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나...... 한참 생각해 봤다. 나를 모르니 나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싶어 늘 정체되어 있고, 항상 일보일보 전진하지 못하는 이유가 나의 방식을 풀어내는 데 서툴기 때문일거다. 한번에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하나씩 하나씩 마음을 수집한다는 습관으로 작은 성취들을 쌓아가는 일. 물론 이 담아내는 일이 글이어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조용한 어조로 글쓰기는 타자와의 관계 맺기라 말해 주는 작가의 조언에 따라 백지 위에 그려지는 거리재기는 직접적으로 내게 깊이 다가와 주었다. 인생과 함께 변모해 가는 대화의 습성은 곧 나의 길을 따로 또 같이 만드는 것이며 소통하는 정점 하나하나를 찍고 말판을 움직이는 일인 것이다. 

우리는 시선의 존재가 되기 위해 글을 쓴다.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 모든 것을 응시하고, 그 응시의 기록을 남기고자 글을 쓴다. 관념으로 도피하지 않기 위하여, 끊임없이 대상 곁에 살아 있기 위하여.
<시선의 힘을 드러내는 일> 중

제일 어려운 일을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는 작가님이 얼마나 부러운지......
일관성을 유지하려 애쓰는 나의 노력들이 훗날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내 시선 안에 머무는 세계의 생명들은 모두 나에게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부어 줄 것이다. 시공간의 변화를 따라 질량과 온도는 변한다 하더라도 그 본질적 따뜻한 눈맞추기는 나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가져다 줄 것이다. 
때로는 그 길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불편한 일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 내성이 생겨 이러한 일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와 같지 않음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기만 해서는 안되고, 함께 공존한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자. 그러고나니 마구마구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쏟아져 나온다.

작가님은, 시종일관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를 통해 매일 쓰는 사람의 일상에 관해 처방을 내려주고 있다. 이 처방전은 담아 먹기에 부담이 없고, 글 쓰기의 면역력이 높아지도록 나를 지켜주고 있다. 글쓰기의 기술이라던가 혹은 책 출간과 문장의 작법에 대한 이야기 보다 삶의 중심을 붙잡는 써야하는 본질을 알려 주어 글 쓰기에 대한 나의 사랑을 정직하고 진솔하게 고백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글 쓰기는 사랑이니까.  

*책좋사 서평 이벤트와 문예출판사에서 지원받았습니다.
#우리는글쓰기를너무심각하게생각하지 #정지우 #문예출판사 #책좋사 #글쓰기 #책좋사서평이벤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치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5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치 1, 2 세트 간단리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20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김희숙 역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25일



백치를 완독했다.
처음엔 긴 숨의 문장들을 인물별로 세세하게 읽고 감정 이입을 하려니 체력이 딸릴 정도로 힘에 부쳤던 소설이었다. 하지만, 유럽의 전쟁 역사와 세련된 도시발달이 가져온 급성장 대비 인간소외와 계층의 격차가 어떤 부조리와 갈등을 유발하는지 제대로 곱씹어 파헤쳐보는 인물들의 갈등과 욕망은 최고의 압도적 스케일이었다. 시대가 지났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 갈등 문제의 본질은 결국 우리 자신이 원인이라고 가르키고 있다.
백치는 사실, 므이쉬킨 공작의 테도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선과 악을 구분지어 이단 분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누구나 똑같이 가식적이고 이중적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전쟁, 인간의 가면 뒤 또다른 눈들을 투시할 수 있어야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백치를 통해 실패한 그리스도의 교리를 보여주는 듯 하다. 인간은 이분할 수 없고 늘 다변적 성향을 지니고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우리는 사회관계망 속에서 타인들을 감시하고 눈치보고, 예의주시하며 나의 사리사욕을 충족시키는 통제력을 갖고 싶어한다. 백치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복합적인 감정선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므이쉬킨 공작 역시 입체적이지만, 나스타시야와 아글라야, 로고진, 가브릴라 역시 모두 그렇다.

므이쉬킨 공작은 아글라야가 둘의 관계를 곡해하고 의심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실되고 선한 아름다운 감정이 독기어린 조소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묻고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생각하는 선한 인간의 모습은 그리스도를 닮아 성화되고 사랑하며 공생애를 보여 주는 참된 모습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진짜 삶 속에서 한결같이 한 가지 마음으로 살기란 쉽지 않다. 선과 악은 우리 안에 모두 있다. 어쩌면 상황이 서로의 이해 관계가 순수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다. 특히 나슽시야를 사이에 두고 로고진과 므이쉬킨의 감정선의 대립은 우정과 질투, 욕망의 권력이 엎치락뒤치락 자신을 누르면서 튀어나온다.
이쯤에서 백치의 주인공 므이쉬킨의 성격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므이쉬킨은 적이 없는 사람같다. 자신의 속마음을 다 보여주기도 하고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않고 자신의 생각을 모두 밝힌다. 사람들은 그를 얕보듯 처음엔 무시하지만 곧 그에게 빠져들고 만다. 하지만 결말 부분으로 치닫으면서 두 여자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답답한 면도 보여준다. 두 여자 모두 사랑한다는 그의 진심은 관용과 포용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작 자신의 욕망과 본질은 직시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듯하다. 그래서 백치인지도...... 


#백치 #표도르도스토옙스키 #문학동네 #동네방네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독서카페 #김희숙 #선물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