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 과학, 어둠 속의 촛불 사이언스 클래식 38
칼 세이건 지음, 이상헌 옮김, 앤 드루얀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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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는 세계로 끌어오는 그의 능력.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압도적 질서.
오감을 통해 육감을 증명하는 그의 상상력의 힘은 결국 바닷가에서부터 저 머나먼 우주로 길을 냈습니다.
너무 멋진 분의 책을 놓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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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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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야기다.
SF 장르와 미스터리 추리극이 한데 뭉쳤고, 물리학적 배경 지식이 더해져 한편의 사이언스 연재물을 보는 효과도 느껴졌다. 이런 상상도 가능하구나... 내가 아노말리의 스토리를 재구성해가며 초반부와 중반부 사이 놓친 구멍을 메꾸느라 지체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러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은...... 갇힌 틀 안에서의 사고는 제발 버려야 세상 살아가는데 더 도움이 되겠구나...였다.상대성이론, 특수상대성이론, T=0, 전자기력, 중력, 강력, 약력, 급기야 끈이론까지...... 그리고 초공간을 발견한 현재의 우리들은 지금 3차원과 4차원에 차츰 적응해 가며 살아가고 있지만, 여기서 배경이 되는 공간은 자그마치 10차원 혹은 11차원의 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줄 알아야 해결되는 사건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 공간에서 다른 한 공간으로 넘어가는 그 구멍을 웜홀이라고 하는데 세상은 아는 만큼 열리는 것이 진실이듯이 아노말리의 총체적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려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에서 '그런 일이 이래서 가능하다'라는 생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내게 유연한 사고가 절실했다.
이야기의 사건에 동참하려면 불가능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제를 상상할 수 있도록 말이다.

프랑스발 뉴욕행 에어프랑스 여객기 006편 보잉 787기가 운항 도중 난기류 때문에 위험했던 고비를 넘기고 21년 3월 10일 무사히 착륙한다. 그런데 석 달 후 6월 24일, 동일 기종의 여객기가 똑같은 항로를 운항 중에 똑같은 난기류 상황을 만나고 동일한 착륙을 시도하나 미국 정부에 의해 뉴저지 공군 기지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극비리에 코드명 프로토콜 42를 부여하고 3월 그들과 6월 분신들을 놓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차라리 신께서 이런 일을 저지르셨기를 기대하면서...... 이 엄청난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다양한 사람들이 비행기에 탑승한 순간부터 착륙할 때까지 3월과 6월 사이를 기준으로 운명이 갈렸다.
누가 진짜일까. 어쩌다 같은 사건이 두 번 일어나게 되었을까. 모든 유전물질이 동일한 마치 쌍둥이 같은 그들이 자신의 자신을 대면해야만 한다.
분신을 만나야만 한다.

소설 첫 도입부엔 때는 3월, 비행기에 오를 인물들 중 다양한 사연을 지닌 평범한 승객들의 일상이 기록된다. 인물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에피소드들이 때론 비극과 희극을 교차해 은밀하게 우리의 윤리적, 종교적, 철학적 그리고 과학적 무지를 자극하기도 한다.  

'동전을 던졌는데 허공에 멈춰 서 있는 경우'
-149.

어느 우주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고 있다면, 내가 사라져도 내 운명을 동일하게 이어가고 있다면... 죽음과 부활 사이를 끊임없이 돌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거대 시스템 안에서 프로그램화되어있는 아바타 왕국에 지나지 않는다면...우리는 지금처럼 똑같이 인류애를 자부할 수 있을까.

과학적 이론과 미지의 수가 더 많은 무한한 우주의 심연 속에서 윤리와 철학적 고민을 동시에 해봐야 하는 물음들을 던져주는 작가는 독자들에게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믿고 있던 본질 자체가 흔들리는 사건이다.
우연한 프로그램의 오류로 난기류 중 발생한 시공간 이동이었지만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결정권에서 온다.
자신의 분신을 조우한 승객들의 그 후의 삶에 대한 선택과 운명 또한 다양해서 분신을 만나지 못한 평범한 나머지 존재들의 분열과 신념 상실 공포를 마주하며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고민해 본다.

결정권의 반전이 불가능한 일의 해결책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이라면 이역시도 극소수의 전문가들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또 하나의 오류가 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가항력이라는 큰 벽에 부딪혀 시민들은 나름대로의 이유와 소신대로 복사판 분신들의 불시착을 환영하지 않아 보인다. 분신들 역시 이 상황에선 당연히 자신들이 오리지널이어야 할 것이고 배타적인 사회분위기에적응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3부의 끝부분... 결정권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며 나라면...을 다시 한번 가정해 본다.

#아노말리 #에르베르텔리에 #민음사
#선물도서 #신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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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감상 수업 - 하루 한 곡, 내 것으로 만드는 클래식 100
유니쓰.루바토 지음, 김은하 감수 / 뜨인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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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한곡한곡 감상하며 편안하게 들으면 어느새 입문과정은 마스터가 되어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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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 최신 신경생물학과 정신의학이 말하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폴 콘티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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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아 진실하게 다가갔던 책이었다.
책에 나의 진심을 담아 생각에 잠기고 또 잠기고 계속해서 잠기며 읽어내려간 기억이 얼마만에 나를 다시 찾아와 주었던 것인지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정말 오랜만에 마주했던 좋은 책이었다.
저자가 말해 주는 한마디한마디가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나는 트라우마가 우리의 삶에 깊게 박혀있어 일상을 집요하게 흔들고 있는 주범인지 조차도 모르고 살았다. 그냥 왜 그럴까...... 뭐가 문제일까...... 다들 똑같겠지, 나만 이럴까......
늘 겉도는 질문과 그렇기에 더더욱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나의 심연 속 나만 아는 문제들과 의문들......
그렇게 쌓여 만 가더니 결국 한다는 말, '그래, 내가 문제야. 이겨내자. 마음근육을 키워야 해. 내가 문제야'를 반복해서 주입하던 나는 감당 안되면 한 번씩 폭발해 버리고 만다. 

트라우마가 잠식하는 형태는 정말 다양했다. 중요한 건 우리의 뇌 속에 침투해 내가 나다움으로 가지고 있었던 형질마저도 변화시켜 끝없이 나를 분리하려 든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단순히 어떤 기억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나의 행동을 가두고 외상후 증후군처럼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순간이 나를 민감하게 만들고, 수치스럽거나 부끄럽게 여기게 만들고, 그게 성공하면 다음 단계인 죽음이나 무기력감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러면 나의 사인은 성학대나 가스라이팅, 중독 등이 아닌 진단 가능한 사고사, 자살, 암 등의 상해나 질병으로 단순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트라우마는 삶은 물론 죽음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빼앗아간다.
-42.

특히 트라우마의 활봉 범위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특히 트라우마는 절대 혼자 단독활동을 하지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를 좀비처럼 갉아먹는 감정에 수치심이라는게 있다. 자꾸 지난 일을 되새기며 나 스스로를 경직되게 관리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온다. 그렇게 때문에 나에게 인색하고 나의 감정을 검열하는 지경에 이르도록 트라우마가 나를 통제하고 지배하기에 다다른다. 
더욱 놀라운 건 트라우마가 나의 감정을 너무나도 잘 이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각자의 맘 속에 가지고 있는 연민, 공동체 정신, 인간애와 같은 감정을 건드려 객관적으로 상황판단을 할 수 없도록 감정을 곡해한다.
트라우마는 개인, 가정, 사회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사람들의 인식을 무디게 만들고 파괴하며 건전하고 긍정적이었던 우리들의 삶을 정반대로 이끈다.  

우리 모두는 그 내면에 어떤 식으로든 삶을 이끌 자질을 가지고 있다. 필요한 지식과 지원으로 무장했다면 그다음에 트라우마가 우리를 이끌 것인지, 트라우마에 맞서 우리가 삶을 이끌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다. 우리는 수치와 위험의 끔찍한 사이클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300.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트라우마를 우리는 제대로 알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크게 보면 트라우마가 동맹을 맺는 감정이란 불안, 우울, 무기력, 자책감, 좌절감, 그리고 수치심이다. 모조리 내 안에 있는 감정들이다. 나쁜 감정을 나쁘게만 볼 이유도 없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유난히 한쪽으로 치우치는 감정을 시점을 옮겨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내가 원하는 치유의 과정과 완쾌의 결과가 보일 것이다.  현대 사회인은 모두가 마음의 병을 한 가지 이상 안고 살아간다고 한다. 혼자만의 병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므로 함께 관심을 기울여 치유하며, 선을 이루는 사회로 답보해야 한다.

*푸른숲 북클럽 지원도서입니다.
#트라우마는어떻게삶을파고드는가 #푸른숲 #푸른숲북클럽 #폴콘티 #폴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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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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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새로운 장편소설
재밌다, 재밌다. 그리고 뼈도 있고 가시도 있다. 
고양이, 문명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 역시 우화소설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지구라는 행성이 돌아가는 중심에 인간이 너무 많은 부분을 이기적으로 차지하고 있었구나... 하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몰려든다. 그런데 책임감은 왜 드는 건지...누구에 대한 누구를 위한 책임감이란 말인지...... 그 어느 종도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은 지배자 역할을 나름 충성스럽게 하고 있었다고 자부해 주시니 살짝 어의가 없다.
고양이 바스테트가 궁지에 몰린 고양이들과 인간 그 외의 다양한 종들을 이끌고 신세계를 찾아 나섰다. 

<마지막 희망>호에 올랐다. 그들이 향한 곳은 거대 도시 뉴욕이다. 프랑스에서 창궐한 쥐떼들을 뒤로하고 대서양을 건넜다. 프랑스 쥐떼들의 우두머리는 티무르다. 티무르는 고양이 리더 바스테트의 목걸이를 손에 넣기 위해 끈질기게 그녀를 뒤쫓는다. 목걸이의 정체는 바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오랜 시간 습관처럼 기록하던 짤막한 메모를 집대성한 사전을 담은 것이다. 이름하여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확장판> - ESRAE이다. 이 안에 담긴 세상 이야기는 소통을 위한 도구로 바스테트의 목에 걸려 인간 이해도구로 활용된다. 

하지만...... 거대 도시 뉴욕으로 입성했지만 절대 희망적이지 않다. 참담하다. 이미 뉴욕마저도 쥐떼들에 의해 파괴되고 지배하에 들어가고 있다. 아메리칸드림의 희망은 사라지고, 절망적인 모습이 공포스럽기만 하다. 알 카포네. 뉴욕 쥐들의 우두머리다.
인간들은 쥐떼들을 피해 고층 빌딩의 꼭대기로 피신했고, 여기서 인간종들의 리더인 힐러리의 활약을 볼 수 있다. 티무르와 알 카포네는 동맹을 맺고 마지막 남은 생존 인간들을 무너뜨리려 몰려온다.  
안타깝게도 쥐떼들과 다양한 종들 간에 대치상황이 벌어지는 긴박한 시간이 흐르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종들의 분열과 우열 싸움은 시종일관 지속된다. 생존의 사활이 걸려 있음에도 버리지 못하는 악습이다. 

개체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쥐도 우리 고양이나 인간, 돼지, 개와 하나도 다를 바 없어.
-322.
모두가 평등하고 동등하게 지구를 누리고 살아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특권을 누릴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누군가는 운이 좋아 '부모가 주입한 가치들로 형성된 정신세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지배하려 하고 통제하려 하는 물리적인 힘을 남용하고 있다. 이 잘못된 가치에 대한 신념과 믿음이 종교처럼 맹신되고 있는 한 인간 종에게 지구라는 희망은 없다. 우리는 이를 깨달아야만 한다. 아니 이미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하는 것이다. 타협과 소통이 대결과 대립보다 더 나은 공존의 방법임을 깨닫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반대로 쥐떼들은 항상 지하에서 숨죽이고 생존해 가던 무리들이었다. 
이들이 상징하는 혐오, 차별, 소외, 고독, 외로움, 어둠...... 언제나 긍정의 바깥에서 방황하는 무리들. 지구에서 이들의 안식처는 없다.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배운 것은 '한 존재의 가치를 결정하는' 방법은 오직 물리적인 힘 뿐이라는 것이다. 생존 철학과 공격의 기술. 약육강식의 법칙. 삶의 무기이면서 절대 빛의 상징인 서로 죽고 죽이기.

2권에서 보여줄 생존의 무기가 무엇일지 기대해본다.
인간
쥐떼들
고양이
기득권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배하고 통제하길 원하는 종, 동족간에 연합하여 정적을 모조리 파괴할 새로운 정복자들, 그리고 소통과 유연함을 앞세워 모든 종들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하는 야욕의 종.
어느 쪽이 우세하여 행성을 재정비하게 될지 우화소설에 푹 빠져보자.


#행성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독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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