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 최신 신경생물학과 정신의학이 말하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폴 콘티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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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아 진실하게 다가갔던 책이었다.
책에 나의 진심을 담아 생각에 잠기고 또 잠기고 계속해서 잠기며 읽어내려간 기억이 얼마만에 나를 다시 찾아와 주었던 것인지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정말 오랜만에 마주했던 좋은 책이었다.
저자가 말해 주는 한마디한마디가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나는 트라우마가 우리의 삶에 깊게 박혀있어 일상을 집요하게 흔들고 있는 주범인지 조차도 모르고 살았다. 그냥 왜 그럴까...... 뭐가 문제일까...... 다들 똑같겠지, 나만 이럴까......
늘 겉도는 질문과 그렇기에 더더욱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나의 심연 속 나만 아는 문제들과 의문들......
그렇게 쌓여 만 가더니 결국 한다는 말, '그래, 내가 문제야. 이겨내자. 마음근육을 키워야 해. 내가 문제야'를 반복해서 주입하던 나는 감당 안되면 한 번씩 폭발해 버리고 만다. 

트라우마가 잠식하는 형태는 정말 다양했다. 중요한 건 우리의 뇌 속에 침투해 내가 나다움으로 가지고 있었던 형질마저도 변화시켜 끝없이 나를 분리하려 든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단순히 어떤 기억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나의 행동을 가두고 외상후 증후군처럼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순간이 나를 민감하게 만들고, 수치스럽거나 부끄럽게 여기게 만들고, 그게 성공하면 다음 단계인 죽음이나 무기력감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러면 나의 사인은 성학대나 가스라이팅, 중독 등이 아닌 진단 가능한 사고사, 자살, 암 등의 상해나 질병으로 단순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트라우마는 삶은 물론 죽음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빼앗아간다.
-42.

특히 트라우마의 활봉 범위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특히 트라우마는 절대 혼자 단독활동을 하지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를 좀비처럼 갉아먹는 감정에 수치심이라는게 있다. 자꾸 지난 일을 되새기며 나 스스로를 경직되게 관리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온다. 그렇게 때문에 나에게 인색하고 나의 감정을 검열하는 지경에 이르도록 트라우마가 나를 통제하고 지배하기에 다다른다. 
더욱 놀라운 건 트라우마가 나의 감정을 너무나도 잘 이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각자의 맘 속에 가지고 있는 연민, 공동체 정신, 인간애와 같은 감정을 건드려 객관적으로 상황판단을 할 수 없도록 감정을 곡해한다.
트라우마는 개인, 가정, 사회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사람들의 인식을 무디게 만들고 파괴하며 건전하고 긍정적이었던 우리들의 삶을 정반대로 이끈다.  

우리 모두는 그 내면에 어떤 식으로든 삶을 이끌 자질을 가지고 있다. 필요한 지식과 지원으로 무장했다면 그다음에 트라우마가 우리를 이끌 것인지, 트라우마에 맞서 우리가 삶을 이끌 것인지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다. 우리는 수치와 위험의 끔찍한 사이클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300.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트라우마를 우리는 제대로 알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 크게 보면 트라우마가 동맹을 맺는 감정이란 불안, 우울, 무기력, 자책감, 좌절감, 그리고 수치심이다. 모조리 내 안에 있는 감정들이다. 나쁜 감정을 나쁘게만 볼 이유도 없다.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유난히 한쪽으로 치우치는 감정을 시점을 옮겨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내가 원하는 치유의 과정과 완쾌의 결과가 보일 것이다.  현대 사회인은 모두가 마음의 병을 한 가지 이상 안고 살아간다고 한다. 혼자만의 병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므로 함께 관심을 기울여 치유하며, 선을 이루는 사회로 답보해야 한다.

*푸른숲 북클럽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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