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말리
에르베 르 텔리에 지음, 이세진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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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야기다.
SF 장르와 미스터리 추리극이 한데 뭉쳤고, 물리학적 배경 지식이 더해져 한편의 사이언스 연재물을 보는 효과도 느껴졌다. 이런 상상도 가능하구나... 내가 아노말리의 스토리를 재구성해가며 초반부와 중반부 사이 놓친 구멍을 메꾸느라 지체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러면서 또 하나 깨달은 것은...... 갇힌 틀 안에서의 사고는 제발 버려야 세상 살아가는데 더 도움이 되겠구나...였다.상대성이론, 특수상대성이론, T=0, 전자기력, 중력, 강력, 약력, 급기야 끈이론까지...... 그리고 초공간을 발견한 현재의 우리들은 지금 3차원과 4차원에 차츰 적응해 가며 살아가고 있지만, 여기서 배경이 되는 공간은 자그마치 10차원 혹은 11차원의 공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줄 알아야 해결되는 사건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 공간에서 다른 한 공간으로 넘어가는 그 구멍을 웜홀이라고 하는데 세상은 아는 만큼 열리는 것이 진실이듯이 아노말리의 총체적 사건의 전말을 이해하려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에서 '그런 일이 이래서 가능하다'라는 생각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내게 유연한 사고가 절실했다.
이야기의 사건에 동참하려면 불가능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제를 상상할 수 있도록 말이다.

프랑스발 뉴욕행 에어프랑스 여객기 006편 보잉 787기가 운항 도중 난기류 때문에 위험했던 고비를 넘기고 21년 3월 10일 무사히 착륙한다. 그런데 석 달 후 6월 24일, 동일 기종의 여객기가 똑같은 항로를 운항 중에 똑같은 난기류 상황을 만나고 동일한 착륙을 시도하나 미국 정부에 의해 뉴저지 공군 기지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극비리에 코드명 프로토콜 42를 부여하고 3월 그들과 6월 분신들을 놓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차라리 신께서 이런 일을 저지르셨기를 기대하면서...... 이 엄청난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다양한 사람들이 비행기에 탑승한 순간부터 착륙할 때까지 3월과 6월 사이를 기준으로 운명이 갈렸다.
누가 진짜일까. 어쩌다 같은 사건이 두 번 일어나게 되었을까. 모든 유전물질이 동일한 마치 쌍둥이 같은 그들이 자신의 자신을 대면해야만 한다.
분신을 만나야만 한다.

소설 첫 도입부엔 때는 3월, 비행기에 오를 인물들 중 다양한 사연을 지닌 평범한 승객들의 일상이 기록된다. 인물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에피소드들이 때론 비극과 희극을 교차해 은밀하게 우리의 윤리적, 종교적, 철학적 그리고 과학적 무지를 자극하기도 한다.  

'동전을 던졌는데 허공에 멈춰 서 있는 경우'
-149.

어느 우주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고 있다면, 내가 사라져도 내 운명을 동일하게 이어가고 있다면... 죽음과 부활 사이를 끊임없이 돌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거대 시스템 안에서 프로그램화되어있는 아바타 왕국에 지나지 않는다면...우리는 지금처럼 똑같이 인류애를 자부할 수 있을까.

과학적 이론과 미지의 수가 더 많은 무한한 우주의 심연 속에서 윤리와 철학적 고민을 동시에 해봐야 하는 물음들을 던져주는 작가는 독자들에게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겐 믿고 있던 본질 자체가 흔들리는 사건이다.
우연한 프로그램의 오류로 난기류 중 발생한 시공간 이동이었지만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결정권에서 온다.
자신의 분신을 조우한 승객들의 그 후의 삶에 대한 선택과 운명 또한 다양해서 분신을 만나지 못한 평범한 나머지 존재들의 분열과 신념 상실 공포를 마주하며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고민해 본다.

결정권의 반전이 불가능한 일의 해결책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최선이라면 이역시도 극소수의 전문가들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또 하나의 오류가 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가항력이라는 큰 벽에 부딪혀 시민들은 나름대로의 이유와 소신대로 복사판 분신들의 불시착을 환영하지 않아 보인다. 분신들 역시 이 상황에선 당연히 자신들이 오리지널이어야 할 것이고 배타적인 사회분위기에적응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3부의 끝부분... 결정권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며 나라면...을 다시 한번 가정해 본다.

#아노말리 #에르베르텔리에 #민음사
#선물도서 #신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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