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철학 - 고대 철학가 12인에게 배우는 인생 기술
권석천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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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매일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 하나‘를 찾아가기를 바란다고.

최근 정말 이해되지 않는 직장 후배가 있었다. 원체도 “그럴 수 있지”를 입에 달고 유들유들하게 살아가던 나에게 “그럴 수 없다”라고 생각하게 한(ㅋㅋㅋ) 매우 큰 시련이었던 그 후배..

업무가 서툰 그 후배를 위해 부족한 부분들은 따로 정리해서 보내주기도 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을 세세히 물어가며 차근차근히 눈높이 교육을 해줘도 도무지 일이 나아지지 않는거다.

도저히 기본적인 업무조차 해내지 못해 일이 돌아가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자 결국은 가르치길 포기하고 그 친구의 일까지 내가 다 하고 말았다. (추가근무 매일 세네시간씩ㅠㅠ) 일이 끝난 후 따로 불러 무엇이 어려운지, 왜 가르쳐준 부분이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지 물었더니 “모르겠다, 깜빡했다”라는 말만 하는 그 후배의 대답에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생각, 나를 무시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솔직히 마음이 많이 상했었다. 심신이 정말 지쳐있던 찰나 읽게 된 이 책, 『최선의 철학』

그런데 이 책의 2장 <세네카, 동료 인간에 대한 존중>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상대를 위하는데 그가 나를 무시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리고 답한다. “당신의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품격 있고 성숙한 인격을 지녔다는 증거”라고.

여기까지였다면 나도 그냥 ’말은 쉽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뒤따르는 내용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그에게 끌려다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나의 호의를 소유물처럼 악용한다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무조건적으로 다정하게 대하며 내 마음을 지키지 못하는 것보다는 ‘웬만하면 다정하게’ 대하라는 조언에 갑자기 뭉클…🥹 알맞은 시기에 내게 와준 이 책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면을 깨우는 힘,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
이 책의 고대 철학자 12인들의 고민은 현재 우리가 갖는 고민과 전혀 다르지 않다. 시대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울림을 주는 사유와 통찰, 현대적인 시각으로 이 이야기들을 바라보고 일상에 적용하도록 도와주는 저자의 필력까지. 역시 책은 나에게 매우 유용한 조언자, 친구, 선생님이란 생각을 하며 시간을 뛰어 넘어 나에게 전해진 이 메시지가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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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 패러독스 안전가옥 오리지널 46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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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우리가 죽음을 정복했습니다.”

모든 규제가 면제되고 첨단 기술의 개발과 시험이 허용되는 평택, 일명 ‘샌드박스’를 배경으로 한 근미래. 총소리에 한 남자가 눈을 뜬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기억과 함께 갑자기 자신을 어딘가로 데려가려는 사람들. 그리고 다리가… 없다? 몸이 기계가 되어버린 남자, 초거대기업 트라이플래닛의 회장 ‘석진환’이다.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돌아가신 아버지, 트라이플래닛의 선대회장 때문에 진환과 동생 미진, 일곱 삼촌들은 미묘한 힘의 균형을 겨루며 아슬아슬한 권력 다툼을 이어가고 있었다. 차명 지분이 진환의 소유가 된 그날,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진환의 신체 모든 부분은 (심지어 뇌까지도) 기계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사라진 차명 지분의 접근 권한이 담긴 태블릿을 찾기 위한 질주가 시작된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또다른 나. ‘진짜’ 석진환은 누구인가.

“죽지 않는 것과 죽었다 되살아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야.”
인공장기, 기계화된 신체, 나노로봇 모두 환상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초래할 세상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열광할 뿐인 것은 아닐까. 자본에 잠식당한 채 마구잡이로 사용되는 기술이 초래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인간은 어디까지 강화될 수 있을까?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남을 것인가? 온갖 기계로 치장한 혼종이 될 것인가? 인간임을 판단하는 것은 누구이고 그 기준은 무엇인가?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매우 재미있다. 여러 신기술로 화려하게 치장한 책 속의 거대한 세계에 발만 담가볼까 했더니 어느새 흠뻑 젖어 고민하는 날 발견했다.

거기다가 누구나 흥미로워할 재벌가의 권력 다툼, 비겁한 짓도 서스름없이 행하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까지. 5년 전 SF어워드 대상을 받았던 이 소설이 새 옷을 입고 돌아왔는데 역시 대상작이라 그런가? 5년 전의 소설이어도 여전히 환상적이고 감각적인 내용이다. 도파민 냄새~ 이 소설을 시작으로 뻗어나가는 ‘샌드박스 시리즈’의 세계관과 <모래도시 속 인형들> 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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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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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생에서 좋아하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감각,
여러 장애물 사이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꿋꿋이 밀고 나가는 의지, 사랑과 꿈 사이에서의 방황과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 없어지는 누군가의 자리.

대단한 사건은 없지만 평범해 보이는 일상조차
자세히 들여다보면 풍부한 세계라는 것을
이 책은 명확히 보여준다.

담담하고 담백한 문체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읽을수록 마음이 벅차올라 정말 아껴읽고 싶었다.
아끼고 보듬고 싶은 마음, 아껴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º.+*.•・◦∴*+◦º.+*.•・◦∴*+◦º.+*.•・◦∴*+◦º.

매 순간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던 석주는 대학에서 문학 수업을 들은 후, ‘자신에겐 허용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어떤 세계 속에 자신이 틀림없이 속해있다’고 느낀다. 교한서가에 입사해 교정교열자로 업무를 시작해 산티아고북스의 편집자 된 석주. 그 모든 과정 동안 석주는 매번 자신이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인지 고민한다. 익숙해지지도 능숙해지지도 않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계속하고 싶긴 한 걸까, 고민은 반복된다. 고민은 끝나지 않고, 학창 시절 내내 시대를 외면했던 그녀는 여러 책들을 맡으며 점차 오롯이 한 시대를 직면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곰곰이 들여다보고 고심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한편 자신이 배우는 학문이 죽음과 닮았다고 생각했던 석주와 어두운 곳, 지는 쪽으로 향하는 원호는 서로가 닮은 꼴이라는 것을 느끼며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낭만적인 순간은 금방 지나간다. 자신이 마주하는 것은 죽음이 아닌, 세월을 견뎌낸 분명한 실재라는 것을 깨달았던 석주와는 달리 자신의 그늘에 머물러있던 원호는 결국 각자의 길을 간다. 불완전한 세계에 매료된 닮은 꼴의 사랑은 그 완성마저도 불완전하여 이루어지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사랑과 꿈, 둘 다 쟁취할 순 없는 건지!!!)

・◦∴*+◦º.+*.•・◦∴*+◦º.+*.•・◦∴*+◦º.+*.•・◦∴*+◦º.

나의 인생이 담긴 책 속엔 어떤 내용이 들어가게 될까?
나의 책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겠지.
오직 나만의 것은 무엇인지, 내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자.
그렇게 내 삶도 돌아봤을 때 좋은 책 한 권이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오직 당신의 것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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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주인공, 석주에게도 물론 애정이 있지만 책을 다 읽은 후 곱씹어 보았을 때 유독 마음에 남는 인물이 있었다. 석주에게 교정교열을 가르쳐주었던 ‘오기서’. 왜 내 마음에 박혔는지 표현은 못하겠어서 책 속의 문장들을 남긴다.

p.172) 헤어질 때 그는 건강하라는 덕담과 함께 연필 상자 하나를 건넸다. 석주도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에버하드 파버사의 블랙윙 여섯 자루였다. 그것이 몇 해 전 단종된 귀한 물건임을 석주는 나중에 알았다. 셔츠 차림의 그가 묘하게 추워 보였던 까닭이 늘 끼고 다니던 가죽 토시의 부재 탓이라는 것도.

p.172) 석주는 그가 교열을 마친 원고들을 미련 없이 떠나보냈듯 자신의 삶도 그렇게 정리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평생 일터나 다름없는 교한서가를 떠나야 했을 때, 그는 늘 얼마간의 냉기가 감도는 거대한 자료실 어딘가에 자신의 남은 삶을 반듯하게 꽂아두고 나온 게 아닐까 하고.

p.173) 긴 세월, 자신에게 주어진 글을 살피고 다듬던 그의 묵묵함과 성실함에 대해, 자신이 알게 모르게 닮고 배웠던 그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p.175) 글을 대하는 그의 엄격함과 엄격함은 글을 다루는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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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인문학 인간 - 남승현 에세이
남승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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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에 앞서 목차를 보며 내가 읽어본 책의 수를 세어 보았다. 이 책이 다루는 총 14권의 책 중 내가 읽어본 책은 고작 5권이었다. 일단 아쉬웠다. 뭔가.. 먼저 이 책에 나오는 고전들을 읽었어야 내가 이 책을 더 잘 씹어 삼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통찰과 읽은 책들에 관한 리마인드가 되어줄 거란 기대로 이 책을 폈다.

일단 말하자면, 이 책은 고전들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책은 아니다. 고전들을 먼저 읽을 필요도 없었다. 한 챕터마다 하나의 고전을 골라 그 고전의 주제나 키워드, 한 문장을 중심으로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녹인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삶의 지혜를 전수한다. 내가 생각했던 글의 흐름과는 달랐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공감과 사회적 책임을 버리지 않으며 챙기는 이기심, 세상을 이해하려는 지혜, 일상에서 찾는 행복,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의지, 불안과 절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모두가 각자도생 하는 시대’의 명랑함 등…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 책에 나온 마음들만으로도 인생을 조금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 아니냐, 묻는다면 반박할 수는 없겠다만 누구나 알고 있다고 실천할 수 있는 마음들은 아니지 않은가. 그 마음들이 이 책의 완전한 한 문장이 되어 내 마음에 박히는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많은 문장들 사이에서도 유독 내 마음에 와서 콕 박힌 문장. “누군가 당신에게 너의 샘은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그 어떤 부끄럼도 없이 아직 찾지 못했다고 답하면 그만이다.” 어떤 질문이든 쉽게 답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기 일쑤였던 나는 취향이나 선호를 고민 없이 대답하는 사람들을 보며 남모를 부러움을 느끼곤 했다. 나는 왜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중인 걸까, 싶은 때가 많았는데 이 한 문장으로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인생은 어차피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자주 펼쳐볼 책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소선은 대악과 닮아 있고, 대선은 비정과 닮아 있다”는 말은 진정한 선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인간이 바로 인문학 인간이다. 항상 딜레마에 부딪히고 책임감을 시험받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떳떳하게 증명해 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선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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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과 일루미네이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9
허진희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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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니는 보하를 처음 본 순간 느낀다. 절대 친해질 수 없으리라고. 그러나 구니는 보하의 공주님 같은 빨간 애나멜 구두를 동경하며, 보하는 구니의 초연함을 동경하며 둘은 학창시절 떼어낼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서로가 본인이 갖지 못한 걸 가졌단 이유로 둘은 친해졌고 그로 인해 멀어지기도 했다. 겉으로는 친한 관계였어도 둘은 서로의 어둠과 바닥을 털어놓지 않았고, 속내를 감춘 채 이어가는 관계는 금방 터져버리는 샴페인의 기포 같은 것이었다. 결국 구니는 보하를 잃었고, 보하가 남긴 감정들은 작별 인사를 받지 못한 채 구니의 주변에 부유한다.

나의 미성숙함과 어리석음으로 흘려보내야 했던 관계들,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억지로 붙잡고 집착하던 나의 초라한 모습을 생각하며 읽었다. 없던 일처럼 덮어둘 수도 있겠지만 책의 마지막 구니의 모습처럼 그 때의 감정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의 실수들과 잘못들을 인정하면 나는 한층 더 성숙해지리란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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