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니는 보하를 처음 본 순간 느낀다. 절대 친해질 수 없으리라고. 그러나 구니는 보하의 공주님 같은 빨간 애나멜 구두를 동경하며, 보하는 구니의 초연함을 동경하며 둘은 학창시절 떼어낼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서로가 본인이 갖지 못한 걸 가졌단 이유로 둘은 친해졌고 그로 인해 멀어지기도 했다. 겉으로는 친한 관계였어도 둘은 서로의 어둠과 바닥을 털어놓지 않았고, 속내를 감춘 채 이어가는 관계는 금방 터져버리는 샴페인의 기포 같은 것이었다. 결국 구니는 보하를 잃었고, 보하가 남긴 감정들은 작별 인사를 받지 못한 채 구니의 주변에 부유한다. 나의 미성숙함과 어리석음으로 흘려보내야 했던 관계들,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억지로 붙잡고 집착하던 나의 초라한 모습을 생각하며 읽었다. 없던 일처럼 덮어둘 수도 있겠지만 책의 마지막 구니의 모습처럼 그 때의 감정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의 실수들과 잘못들을 인정하면 나는 한층 더 성숙해지리란 걸 알고 있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