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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인문학 인간 - 남승현 에세이
남승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9월
평점 :
책을 읽기에 앞서 목차를 보며 내가 읽어본 책의 수를 세어 보았다. 이 책이 다루는 총 14권의 책 중 내가 읽어본 책은 고작 5권이었다. 일단 아쉬웠다. 뭔가.. 먼저 이 책에 나오는 고전들을 읽었어야 내가 이 책을 더 잘 씹어 삼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통찰과 읽은 책들에 관한 리마인드가 되어줄 거란 기대로 이 책을 폈다.
일단 말하자면, 이 책은 고전들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책은 아니다. 고전들을 먼저 읽을 필요도 없었다. 한 챕터마다 하나의 고전을 골라 그 고전의 주제나 키워드, 한 문장을 중심으로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녹인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삶의 지혜를 전수한다. 내가 생각했던 글의 흐름과는 달랐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공감과 사회적 책임을 버리지 않으며 챙기는 이기심, 세상을 이해하려는 지혜, 일상에서 찾는 행복,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의지, 불안과 절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모두가 각자도생 하는 시대’의 명랑함 등…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 책에 나온 마음들만으로도 인생을 조금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 아니냐, 묻는다면 반박할 수는 없겠다만 누구나 알고 있다고 실천할 수 있는 마음들은 아니지 않은가. 그 마음들이 이 책의 완전한 한 문장이 되어 내 마음에 박히는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많은 문장들 사이에서도 유독 내 마음에 와서 콕 박힌 문장. “누군가 당신에게 너의 샘은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그 어떤 부끄럼도 없이 아직 찾지 못했다고 답하면 그만이다.” 어떤 질문이든 쉽게 답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기 일쑤였던 나는 취향이나 선호를 고민 없이 대답하는 사람들을 보며 남모를 부러움을 느끼곤 했다. 나는 왜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중인 걸까, 싶은 때가 많았는데 이 한 문장으로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인생은 어차피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자주 펼쳐볼 책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소선은 대악과 닮아 있고, 대선은 비정과 닮아 있다”는 말은 진정한 선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인간이 바로 인문학 인간이다. 항상 딜레마에 부딪히고 책임감을 시험받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떳떳하게 증명해 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선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p.149)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