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이렇게 읽어라 - 무기력하고 괴로운 현실에 상상력과 자유를
니헤이 지카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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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학교를 다니지만 적응도 잘 안되고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싶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을 처음 만났다. 그리곤 그의 책에 빠져들었다. 내 마음에 들어갔다가 나왔나 싶을 정도로 와닿는 문장들,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정확히 왜 좋은지 깨닫진 못했지만 내가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이 그의 책에도 느껴져서인 것으로 막연히 이해했다.

그렇게 하루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로 등극했고, 하루키 덕에 다른 책들에 대한 관심도 생겨 애독가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이제는 하루키의 책은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충격.

‘안되겠다,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이 책, 무라카미 하루키 이렇게 읽어라를 접했다. 하루키의 문학을 관통하는 주제와 그 배경들, 작품에 대한 명쾌한 해설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이래서 하루키를 좋아했던 거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출간된지 사십여년이 흐른 하루키의 소설들을 읽고 스무살의 내가 느꼈던 충격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며 그때와 같은 짜릿함을 맛보고 싶어졌다. 아울러 내가 아직 읽지 못한 그의 작품들까지 너무 궁금해짐!!

역시 알면 알수록 문학의 세계는 깊고 내가 나아가야할 길은 멀다는 생각이 든다. 책장 깊숙이 숨어있던 하루키의 책들을 다시 꺼내어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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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구 1
윤재호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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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명체의 80%가 멸종하고 화석연료가 고갈되었다. 토양과 수질 오염까지 덮친 지구. 인간들은 지구를 포기하고 새로운 정착지를 찾는다. 화성을 최초의 정착지로 삼지만 실패하고 다음으로 찾은 새로운 행성. 인간들은 그곳의 사막지대를 새로운 정착지로 정하고 이 행성을 ‘제3지구’라고 명명한다.

영화감독이 쓴 소설이라서 그런가, 책의 앞장에는 인물의 모습과 도시의 풍경이 AI이미지로 구현되어 있어 상상하기 편했다. 센트럴시티를 중심으로 12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도시 구조는 헝거게임을, 사막의 기이한 동물들은 듄을, 인간인 척하며 인간들을 먹는 외계의 존재는 기생수를 연상케 한다. 일단 재미는 보장이다.

거기다가 혈통있는 가문과 그 가문에 전해지는 능력, 그리고 사실은 주인공인 내가 그 가문의 숨겨진 혈통이었다? 그리고 내가 싸움짱? 벌써부터 두근두근, 주인공이 숨겨진 힘을 찾아 어떻게 세상을 구할 것인지 기대되는 스토리지 않은가.

그렇다고 마냥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를 망친, 자본주의의 정점에 서있던 자들이 반성은커녕 새로운 정착지를 찾는 우주선의 첫 좌석을 차지했다는 사실, 새로운 정착지에서도 변하지 않는 불평등한 사회 구조와 억압적인 현실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한다. 지구에만 있을 것 같던 바퀴벌레와 쥐가 새로운 행성에서도 출현한다는 것은 새로운 행성이라고 해서 지구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오히려 더 최악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얼핏 보여주는 듯하다.

아직 1권만 읽었을 뿐인데도 재미있는 설정이 난무하는 이 책… 인간들을 지배하는 외계의 존재와 이 행성에서만 나오는 나노 크리스털과 나노 메탈이라는 미지의 자원, 인간들을 저장하는 수조, 결집하는 반란군과 다가올 전쟁까지, 모든 설정의 거미줄이 드러나는 순간이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 2권, 3권 시급하다. 빨리 읽어볼게요^^

“얘야, 이것만은 명심해. 지구인이든 페르다인이든 상관없어. 사람은 그냥 사람이 되는 게 아니란다. 끊임없이 내면의 악, 또 욕심과 싸우면서 완성되어가는 거지. 하지만 영생이라는 단꿈에 취해 그 싸움에서 패배하게 되면 말 그대로 괴물이 되어버릴 거야. 그래서 우린 선택했단다. 사람이 되긴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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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철학 - 고대 철학가 12인에게 배우는 인생 기술
권석천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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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매일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 하나‘를 찾아가기를 바란다고.

최근 정말 이해되지 않는 직장 후배가 있었다. 원체도 “그럴 수 있지”를 입에 달고 유들유들하게 살아가던 나에게 “그럴 수 없다”라고 생각하게 한(ㅋㅋㅋ) 매우 큰 시련이었던 그 후배..

업무가 서툰 그 후배를 위해 부족한 부분들은 따로 정리해서 보내주기도 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을 세세히 물어가며 차근차근히 눈높이 교육을 해줘도 도무지 일이 나아지지 않는거다.

도저히 기본적인 업무조차 해내지 못해 일이 돌아가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자 결국은 가르치길 포기하고 그 친구의 일까지 내가 다 하고 말았다. (추가근무 매일 세네시간씩ㅠㅠ) 일이 끝난 후 따로 불러 무엇이 어려운지, 왜 가르쳐준 부분이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지 물었더니 “모르겠다, 깜빡했다”라는 말만 하는 그 후배의 대답에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생각, 나를 무시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솔직히 마음이 많이 상했었다. 심신이 정말 지쳐있던 찰나 읽게 된 이 책, 『최선의 철학』

그런데 이 책의 2장 <세네카, 동료 인간에 대한 존중>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상대를 위하는데 그가 나를 무시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그리고 답한다. “당신의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품격 있고 성숙한 인격을 지녔다는 증거”라고.

여기까지였다면 나도 그냥 ’말은 쉽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뒤따르는 내용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그에게 끌려다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나의 호의를 소유물처럼 악용한다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무조건적으로 다정하게 대하며 내 마음을 지키지 못하는 것보다는 ‘웬만하면 다정하게’ 대하라는 조언에 갑자기 뭉클…🥹 알맞은 시기에 내게 와준 이 책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내면을 깨우는 힘,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
이 책의 고대 철학자 12인들의 고민은 현재 우리가 갖는 고민과 전혀 다르지 않다. 시대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울림을 주는 사유와 통찰, 현대적인 시각으로 이 이야기들을 바라보고 일상에 적용하도록 도와주는 저자의 필력까지. 역시 책은 나에게 매우 유용한 조언자, 친구, 선생님이란 생각을 하며 시간을 뛰어 넘어 나에게 전해진 이 메시지가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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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 패러독스 안전가옥 오리지널 46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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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우리가 죽음을 정복했습니다.”

모든 규제가 면제되고 첨단 기술의 개발과 시험이 허용되는 평택, 일명 ‘샌드박스’를 배경으로 한 근미래. 총소리에 한 남자가 눈을 뜬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기억과 함께 갑자기 자신을 어딘가로 데려가려는 사람들. 그리고 다리가… 없다? 몸이 기계가 되어버린 남자, 초거대기업 트라이플래닛의 회장 ‘석진환’이다.

유언장을 남기지 않고 돌아가신 아버지, 트라이플래닛의 선대회장 때문에 진환과 동생 미진, 일곱 삼촌들은 미묘한 힘의 균형을 겨루며 아슬아슬한 권력 다툼을 이어가고 있었다. 차명 지분이 진환의 소유가 된 그날,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진환의 신체 모든 부분은 (심지어 뇌까지도) 기계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사라진 차명 지분의 접근 권한이 담긴 태블릿을 찾기 위한 질주가 시작된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또다른 나. ‘진짜’ 석진환은 누구인가.

“죽지 않는 것과 죽었다 되살아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야.”
인공장기, 기계화된 신체, 나노로봇 모두 환상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초래할 세상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열광할 뿐인 것은 아닐까. 자본에 잠식당한 채 마구잡이로 사용되는 기술이 초래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인간은 어디까지 강화될 수 있을까?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남을 것인가? 온갖 기계로 치장한 혼종이 될 것인가? 인간임을 판단하는 것은 누구이고 그 기준은 무엇인가?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매우 재미있다. 여러 신기술로 화려하게 치장한 책 속의 거대한 세계에 발만 담가볼까 했더니 어느새 흠뻑 젖어 고민하는 날 발견했다.

거기다가 누구나 흥미로워할 재벌가의 권력 다툼, 비겁한 짓도 서스름없이 행하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까지. 5년 전 SF어워드 대상을 받았던 이 소설이 새 옷을 입고 돌아왔는데 역시 대상작이라 그런가? 5년 전의 소설이어도 여전히 환상적이고 감각적인 내용이다. 도파민 냄새~ 이 소설을 시작으로 뻗어나가는 ‘샌드박스 시리즈’의 세계관과 <모래도시 속 인형들> 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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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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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생에서 좋아하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감각,
여러 장애물 사이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꿋꿋이 밀고 나가는 의지, 사랑과 꿈 사이에서의 방황과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 없어지는 누군가의 자리.

대단한 사건은 없지만 평범해 보이는 일상조차
자세히 들여다보면 풍부한 세계라는 것을
이 책은 명확히 보여준다.

담담하고 담백한 문체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읽을수록 마음이 벅차올라 정말 아껴읽고 싶었다.
아끼고 보듬고 싶은 마음, 아껴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º.+*.•・◦∴*+◦º.+*.•・◦∴*+◦º.+*.•・◦∴*+◦º.

매 순간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던 석주는 대학에서 문학 수업을 들은 후, ‘자신에겐 허용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어떤 세계 속에 자신이 틀림없이 속해있다’고 느낀다. 교한서가에 입사해 교정교열자로 업무를 시작해 산티아고북스의 편집자 된 석주. 그 모든 과정 동안 석주는 매번 자신이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인지 고민한다. 익숙해지지도 능숙해지지도 않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계속하고 싶긴 한 걸까, 고민은 반복된다. 고민은 끝나지 않고, 학창 시절 내내 시대를 외면했던 그녀는 여러 책들을 맡으며 점차 오롯이 한 시대를 직면하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곰곰이 들여다보고 고심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한편 자신이 배우는 학문이 죽음과 닮았다고 생각했던 석주와 어두운 곳, 지는 쪽으로 향하는 원호는 서로가 닮은 꼴이라는 것을 느끼며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낭만적인 순간은 금방 지나간다. 자신이 마주하는 것은 죽음이 아닌, 세월을 견뎌낸 분명한 실재라는 것을 깨달았던 석주와는 달리 자신의 그늘에 머물러있던 원호는 결국 각자의 길을 간다. 불완전한 세계에 매료된 닮은 꼴의 사랑은 그 완성마저도 불완전하여 이루어지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사랑과 꿈, 둘 다 쟁취할 순 없는 건지!!!)

・◦∴*+◦º.+*.•・◦∴*+◦º.+*.•・◦∴*+◦º.+*.•・◦∴*+◦º.

나의 인생이 담긴 책 속엔 어떤 내용이 들어가게 될까?
나의 책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겠지.
오직 나만의 것은 무엇인지, 내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자.
그렇게 내 삶도 돌아봤을 때 좋은 책 한 권이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오직 당신의 것은 무엇인가요?

ଘ◞ •*¨*•.¸¸ଘ◞ •*¨*•.¸¸ଘ◞ •*¨*•.¸¸ଘ◞ •*¨*•.¸¸ଘ◞ •*

+)
책의 주인공, 석주에게도 물론 애정이 있지만 책을 다 읽은 후 곱씹어 보았을 때 유독 마음에 남는 인물이 있었다. 석주에게 교정교열을 가르쳐주었던 ‘오기서’. 왜 내 마음에 박혔는지 표현은 못하겠어서 책 속의 문장들을 남긴다.

p.172) 헤어질 때 그는 건강하라는 덕담과 함께 연필 상자 하나를 건넸다. 석주도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에버하드 파버사의 블랙윙 여섯 자루였다. 그것이 몇 해 전 단종된 귀한 물건임을 석주는 나중에 알았다. 셔츠 차림의 그가 묘하게 추워 보였던 까닭이 늘 끼고 다니던 가죽 토시의 부재 탓이라는 것도.

p.172) 석주는 그가 교열을 마친 원고들을 미련 없이 떠나보냈듯 자신의 삶도 그렇게 정리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쩌면 평생 일터나 다름없는 교한서가를 떠나야 했을 때, 그는 늘 얼마간의 냉기가 감도는 거대한 자료실 어딘가에 자신의 남은 삶을 반듯하게 꽂아두고 나온 게 아닐까 하고.

p.173) 긴 세월, 자신에게 주어진 글을 살피고 다듬던 그의 묵묵함과 성실함에 대해, 자신이 알게 모르게 닮고 배웠던 그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p.175) 글을 대하는 그의 엄격함과 엄격함은 글을 다루는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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