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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8
제인 오스틴 지음, 김지선 옮김 / 빛소굴 / 2025년 7월
평점 :
‘돈 많은 미혼남에게 반드시 아내가 있어야 한다는 건 누구라도 인정할 진리다.’
너무나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 로맨스의 시초,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거의 10년만에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등장인물들이 나보다 어리다는 점에 일단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시작했다는 것은 함정(^_ㅠ). 그땐 그저 이야기의 흐름과 결만만을 위해 달렸다면, 지금은 그 시절의 풍경과 분위기, 제인과 엘리자베스 외에도 다른 등장인물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조용한 시골 마을, 딸 다섯 집의 베넷가는 근방에 새로 이사 왔다는 ‘빙리’에 대한 소문을 듣고 딸을 시집보낼 생각에 들뜬다. 특히나 미모로 유명한 이 집의 첫째 딸 제인! 빙리와 제인은 서로를 보자 첫눈에 반하며 순탄한 사랑길만 걷게 되는 듯 싶지만, 가문과 신분, 재산 등의 ‘조건’이 중요한 이 시절의 연애와 결혼에서는 ‘사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슬픈 사실...
반면 빙리의 친구로 이 마을을 찾은 ‘다아시’의 오만한 첫 인상을 보고 편견을 가지게 된 둘째 딸 ‘엘리자베스’! 저 남자와는 절대 춤을 안 추겠다 다짐하지만 원래 다~ 그러면서 사랑이 시작되는 법, 완전 로맨스 혐관의 시초 아닌가.
유명한 가문에 엄청난 재산, 잘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를 가진 남주에게 교통사고처럼 다가온 여주와의 첫만남,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하며 시작되는 남주의 사랑앓이와 남주의 짝사랑을 모르는 눈치 없는 여주, 그리고 때마침 등장하는 방해꾼까지 모두 담긴 이 소설, 원래 다 알아도 재밌는 법 아닌가유~ 젊은이들의 사랑과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운 법이다.
딸들의 결혼에 집착하고 엄청난 유난을 떨어대는 베넷부인은 책의 초반부터 끝까지 가벼운 언행에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 얼굴에 철판 제대로 깔아놓으신 분 같아서 책을 읽으며 내가 다 민망할 정도였지만 딸들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는 이 시대의 ‘한정상속’이라는 제도에 그럴 수 있겠다 싶다가도, 그래도 이건 좀 심했다 양가감정이 엄청났다. 남은 인생을 풍족하게 지내려면 무조건 부유한 가문의 좋은 남자를 잡아 결혼하는 게 이 시대 여자들의 유일한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시대에 태어날 수 있었던 나는 정말 행운이다 싶고, 이걸 이렇게 유쾌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작가가 달리 보인다. 단순한 연애소설로만 생각했었는데 역시 이 책이 고전으로 널리 읽히는 이유를 다시금 느꼈다.
거기다가 이번에는 베넷 집안 사람들의 민낯을 낯낯이 폭로하는 작가의 날카롭고도 재치있는 풍자에 웃겨 죽을 뻔. 꽤 긴 분량이지만 배꼽 잡고 웃느라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내가 처음 읽은 고전이었던 이 책을 근 십년 만에 다시 읽으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을 느꼈다. 이번에는 친구들과 ‘이 남자 나한테 관심 있는 것 같아? 무슨 생각인 것 같아?’ 수다 떠는 느낌으로 읽어서 더 재미있었다😆 역시 재독의 즐거움!
+) 영화의 한 장면을 표지로 옷을 새로 입은 이 소설, 너무 예쁘지 않나요 ㅠㅠ 소장가치 2000%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