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버스를 타고 캠핑을 떠났던 아이들이 사라진다. 그리고 며칠 후 검은 절벽, 블랙 인페르노에서 발견되는 버스. 아이들을 삼켜버린 어둠. 메건은 이 사고로 아들 제이든을 잃지만 그녀의 곁을 지키며 선의를 베푸는 사람들과 ‘낙원의 아이들’이란 가상 프로그램을 통해 고글을 쓰면 만날 수 있는 가상의 제이든과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짜 제이든이 살아 돌아온다. 기쁨도 잠시, 13년만에 본 아들의 얼굴은 낯설고 내가 알던 아들이 아닌 것 같다. (사실 제이든은 아주 충격적인 일을 겪고? 벌이고? 돌아온 것... 스포하고 싶다... 손가락이 간지럽다...) 돌아온 아들이 본인이 알던 제이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다시 가상의 제이든에게 의지하는 메건의 모습은 읽는 사람마저 알쏭달쏭하게 만든다. 과연 나였다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가상의 제이든은 메건의 편파적인 기억과 감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대상이기에 13년만에 진짜 제이든을 만났을 때의 이질감이 더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제이든이 돌아오면 전부 해결될 것 같았던 모든 일은 오히려 제이든의 등장으로 더 엇나가기 시작하며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이 같은 과정은 빠른 장면 전환을 통해 서술된다. 상상하고 고민할 수 있는 빈틈이 곳곳에 숨어있어 오히려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많은 생각할 거리들과 인물,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두어 장면에 더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자살한 남편의 일기장이나 이사야서의 구절, 각자만의 비밀과 아픔을 지닌 인물들 안에 숨겨둔 설정이 많은 것 같은데... 그동안 연상호 감독이 해온 부산행, 지옥 같은 작업물도 결국 절망 앞에서의 인간의 다양한 행동을 주제로 해온 만큼 이 책도 같이 읽고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