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에서 물이 새듯 미래에서 봄이 새고 있었다.
자신도, 이수도 바야흐로 ‘풀 먹으면‘ 속 편하고, 나이 먹으며, 털 빠지는 시기를 맞았다는 걸.
직접 연락하지 않아도 그런 소문은 귀에 잘 들어왔다. 이수는 자기 근황도 그런 식으로 돌았을지 모른다고 짐작했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누군가의 불륜, 누군가의 이혼, 누군가의 몰락을 얘기할 때 이수도 그런 식의 관심을 비친 적 있었다.
도화가 이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곤 ‘늘 이런 식이야....…‘ 생각했다. 도화가 이별을 준비할 때면 두 사람 사이에 꼭 무슨일이 생겼다. 이수가 새 직장의 면접을 앞두고 있거나, 도화가 승진을 하거나, 이수의 생일이거나, 누가 아픈 식이었다. 미래를 예측해 결론 내리기 좋아하는 도화는 벌써부터 오늘 하루가 빤히 읽혀 울적했다. 과음한 이수는 하루종일 앓을 것이다. 술과 담배 냄새로 이불을 더럽히고 땀에 전 몸으로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 두통을 호소하겠지.
그러다보면 우리는 오늘도 헤어지지 못할 것이다.
당시 이수를 가장 힘들게 한 건 도화 혼자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일이었다. 도화의 말투와 표정, 화제가 변하는 걸, 도화의 세계가 점점 커져가는 걸, 그 확장의 힘이 자신을 밀어내는 걸 감내하는거였다.
도화는 속으로 ‘아직 덜 실패한 눈......‘이라 중얼거렸다. 오래전 저 눈과 비슷한 눈을 가진 사람을 본 적 있다고. 자신도 가져본 적 있는 눈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제철을 만끽하지 못하고 시들어간 연인의 젊은 얼굴이 떠올랐다.
내 첫 이름은 ‘오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기들 필요에 의해 나를 점점 ‘이해‘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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