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불행 속에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추상적인 것이 사람을 죽이기 시작할 때, 바로 그 추상과 제대로 붙어야 한다.
추상적인 것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그것을 조금 닮아야 한다.
그러나 추상적인 것이 구체적인 행복보다 더 강력한 것인 양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기에, 따라서 그런 경우에만은 반드시 추상적인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동정심이 무용지물이 되면 사람들은 동정하는 것을 피곤해한다. 자신의 양심이 서서히 눈을 감는다는 것을 느끼면서 의사는 짓누르는 듯한 이 하루하루로부터 유일한 마음의 위안을 찾았다.
다른 한편으로 시민들은 매우 특별한 심리 상태에 처해 있었는데, 그들에게 충격을 주는 믿기 어려운 사건들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지는 않으면서도 무언가 변화가 있음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전염병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자신들은 가족과 함께 무사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따라서 아직까지도 그들은 초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보잘것없는 생활을 계속해 가며 유배 생활에 적응해 갔고, 다른 이들은 그때부터 오로지 이 감옥에서 탈출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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