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 - 단 한 줄의 글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수민 지음 / 갈매나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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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 - 이수민 ]


세일즈는 결국 설득이다. 너무나 많은 선택지 중에서 왜 내가 제안하는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내 주장은 이것이고 그 근거는 이것이고 당신의 주장의 오류는 이것이고 그 그거는 이것이고. 세일즈의 굵직한 프로세스는 이것이 전부이다. 말로 하면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세일즈를 위해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열정과 패기, 감과 운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늘날은 시장의 경쟁이 과거와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치열해졌고, 그 경쟁 안에서 세일즈를 하기 위한 기법들은 정교해졌다. 책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는 세일즈에 있어서 말보다 글이 갖는 힘에 주목해서 쓰여진 책이다. 열마디 말보다 마음을 혹하게 하는 한 문장의 글귀가 시장에서 유행처럼 회자되는 현상은 오늘날 더욱 흔해졌다. SNS와 유튜브가 발전하고 메세지는 핵심 위주로 전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익숙해지고 말보다는 글로 소통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 속에서 세일즈를 위한 설득하는 글쓰기의 중요성은 그와 비례하여 커지게 될 것이다.

책의 내용은 매우 실용적이다. 내가 세일즈를 위해 쓰는 글쓰기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러한 방법론이 효과적인 이유에 대한 이론과 근거를 제시한다. 책 안에 각각의 장은 뇌과학, 심리학, 글쓰기 이론으로 구성되는데 위와 같은 실용적인 내용이 높은 밀도로 책을 구성하고 있다. 뇌 과학 쪽에서는 어떻게하면 당신의 글이 고객의 뇌리에 오래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지침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리학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들의 심리나 편향에 대한 일반적인 현상들을 설명하고 이를 잘 활용해서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 두 장은 보면서 꽤 많은 마케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동안 업무 중에 만났던 사람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해 왔던 것인지, 왜 인간에게 풍부한 경험이 중요한지 등. 개인적으로 퍼뜩 생각나는 것은 인간은 자신이 심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에 대해 이해도나 기억력이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을 읽다보니 사람이 경험이 늘어날수록 더 또렷하고 다양한 심상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것이 업무든 개인적 역량이든 그 증가세를 가속화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처럼 세일즈와 관계 없이 책의 내용은 생활 전반에서 해오던 다양한 생각들을 뒷받침하는 소스로서 작용하기도 하였다. 읽는 내내 흥미롭게 깊게 빠져서 읽었던 것 같다. 심리학 부분에서 확증편향이나 유사성, 반복노출, 손실회피와 관련된 내용도 아는 이론이었지만 쉽고 명료하게 서술하고 있어서 다시한번 머릿 속에서 관련된 내용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은 어땠을까. 이 또한 매우 간결하면서 논리적이었다. 저자가 앞서 뇌과학과 관련된 이론을 책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릿 속에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게 중간중간 적절하게 도표나 이미지를 사용하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꽤 많은 서류를 작성해왔다고 자부하는 나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신박하고 다양한 팁을 제안해 준다. 이건 꼭 활용해봐야겠다며 책을 접어둔 부분때문에 책이 뚱뚱해지고 말았다.

이것은 가외의 이야기인데, 그 대니얼 핑크가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주었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도 책에 잠깐 나온다. 추천사를 받기 위해 유수의 저자에게 메일을 보낸 저자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동시에 요약본을 받아보고 간단한 감상을 적어주는 형태로 추천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니 역시 추천사라는건 좀 덧 없는 것이구나 라는 감정도 들었다. 하지만 책 내용이 좋으니 뭐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HOW에 집중한 것이 너무 개인적인 취향이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책 종이가 너무 얇아서 뒷장이 비친다는 것. 그 외에 편집이나 가독성은 좋다. 책은 생각보다 꽤 빠른 시간 안에 읽을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드는 기분좋은 포만감.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나의 기분이 그랬다. 혹시 세일즈나 마케팅, 그 외에 설득력이나 문서작성,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두루 참고하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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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장 생존법 - 멘탈과 연봉을 지키는 슬기로운 회사 생활
M과장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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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직장 생존법 - M과장 ]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인간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나의 소중한 사람과 보내는 시간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직장에서 잘 지내는 방법이라는 것은 인생의 화두였다. 신입사원일 때 인간관계와 관련된 책이나 비즈니스 매너, 직장생활 노하우와 같은 책을 이리저리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그 때 읽었던 책이 회사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신입사원 시절이 좀 지나고 나서는 실무와 관련된 책, 협상, 리더십 등의 책을 더 찾아보게 되었으니 책을 보고 익혔던 노하우가 직장생활을 하는데 어느정도 지침이 되어주었던 것도 같다. 그 새 조직이나 사회의 문화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또 새로운 직장 생활과 관련된 노하우들을 말하는 책들이 나오고 있다. 요즘의 회사생활과 관련된 노하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책 "요즘 직장 생존법"은 코로나, 밀레니얼 세대 등 급격하게 변한 회사의 내외부 환경을 고려하여 이 시대의 직장인들이 어떤 마음가짐, 어떤 방식으로 회사생활을 해 나갈지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입사 연차를 기준으로 장을 구분한다. 1~3년차의 신입, 3~5년차의 실무자, 6~10년차의 리더의 3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처음에 읽으며 느꼈던 전반적인 느낌은 유통업 그리고 대기업에서 일한 저자여서 그런지 범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조언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것. 그리고 조직과 개인 중에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도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성향이라는 것. 두가지였다. 사실 범용적인 조언이라는 것은 존재하기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니 이런 부분은 문제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또 이 책은 직장과 관련된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므로 저자 개인의 경험을 적어낸 것으로 보면 꽤 튼실한 컨텐츠가 제공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라는 저자의 조언은 어쩌면 작은 조직이나 합리적인 인사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중소기업에서는 먹히지 않을 수 있으니 자신의 상황에 맞춰 필요한 것만 맞춰 받아들이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것.


책에 흐르는 뉘앙스인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라는 것도 완전 부정할 수는 없다. 직장 생활과 관련된 개인의 인식은 크게 두가지 방향성을 갖는다. 첫 번째는 어떤 경우에도 조직보다 개인이 중요하다는 입장, 두 번째는 어떤 경우라면 개인이 조직을 위해 좀 희생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에도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더 이익이 되는 것이므로 현재의 희생을 잠시 감수하라는 것이다. 이 책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다. 군인 출신, 대기업 유통직무 과장이라는 이력으로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무리 세상에 변했다고 해도 아직도 관료적 조직이 많은 한국 사회에서 이런 조언은 너무 이상적이거나 뜬구름 잡는 조언보다 어쩌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남성 여성을 구분하기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한국 군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몸으로 조직에서 이 정도 적응해와서 그런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경험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가볍게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또한 재테크, 성희롱 대처방법, 간단한 근로기준법 내용, 이직과 커리어패스 등도 알려주는 등 직장생활 외의 직장인으로서의 고민을 여러모로 다뤄주고 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적혀있는 맨 뒤에 만다라트 샘플에 꽤 영감을 받은 편이다. 저자가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작가이다보니 기본적으로 글을 재미있고 읽기 편하게 잘 쓰는 편이다.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고 읽는 것 보다도 어떤 회사의 어떤 과장님은 어떤 생각으로 회사생활을 하고 어떤 내용을 남들에게 이야기 해 주고 싶은지 옅듣는 마음으로 가볍게 책장을 넘겨보기를 추천한다. 무릎을 탁 치며 보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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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7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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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합격하는 공부법은 따로 있다 - 직장인에게 필요한 가장 확실한 재테크
최영관 지음 / 책들의정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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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드시 합격하는 공부법은 따로 있다 - 최영관 ]

가혹한 세상이다.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공부 없이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도입 속도는 놀랍다. 어르신들은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다. 문화와 트랜드의 변화는 또 어떤가? 세대 간 차이는 이집트에서부터 있었다지만 요즘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 세대의 세대차이를 보고 있노라면 이집트가 이만 했으랴 싶다. 몇 살 차이만 벌어져도 대화방식과 또래 문화가 달라져버린다. 기업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은 더 세밀하게 나뉘고 있고, 소비자의 취향은 점점 다각화되고 있다. 환경의 변화에 따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우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는 이제 숙명이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보다 배우는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감히 생각한다.

배움에 대한 열망과 수요에 무색하게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본지 꽤 오래 된 것 같다. 나름대로 꽤 오랜 공부경력을 가지고 있고 내 몸을 실험체 삼아 여러가지 공부법을 시도해 보았다. 어느정도 공부에 대한 기틀이 잡혔다고는 생각했는데, 나태해지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요즘, 그마저도 가물가물해 지고 있다. 다시 한번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갖추고 잊혀져가는 공부방법에 불을 당기고자 하던 차에 만난 책이 이 책 [ 반드시 합격하는 공부법은 따로 있다 ]이다. 저자는 굉장히 다양한 시험을 거친 사람이라 책의 내용에 대해 신빙성을 가지고 읽어볼 수 있었다.

책은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어떻게 시간관리를 해야하는지를 설명하고, 뒤이어 구체적인 공부방법을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책의 유형을 굳이 나누면 공부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공부에 대한 마인드셋을 해주는 책이라고 하면 더 적합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공부는 미래를 위한 가장 최고의 투자라는 말에 공감이 됐다. 부동산이나 주식, 기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 보다 공부에 투자하는 것이 내 연봉을 올려주는 가장 저비용 고효율의 투자라는 점. 실패해서 잃는 것은 적지만 성공하면 얻는 것은 큰. 이런 효율적인 투자상품이 어디있는가. 이러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나약하므로 체계 안으로 포섭시켜야 인간은 자신의 나약함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본인의 시간활용 상태와 목표를 가시화시키고 루틴한 생활패턴을 만들어 그 안에 자신을 넣어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이런 루틴한 생활패턴을 구축하는게 어려운데, 책에서는 직장인으로서 공부를 해온 저자의 경험을 살려 효율적인 시간활용법에 대해서도 조언을 해주고 있으니 책 내용을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이렇게 시간을 활용하면 배우자나 자녀에게 한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공부 방법론으로는 많이 알려진 코넬식 노트활용법이나 마인드맵, 두문자, 인출훈련 등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공부법을 조금만 알아보면 익히 알 수 있는 방법들이긴 하다. 책에서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두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공부를 하며 느꼈던 것은 공부법이든 생활패턴이든 일단 실천이 용이하고 지속가능한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좋은 공부법,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공부법이어도 내가 실행해내지 못하면 이것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내가 실행할 수 있으려면 그 방식이 단순하고 간단히 떠올릴 수 있어야 하며 신경을 덜 쓸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코넬식 노트필기법이나 마인드맵과 같은 공부방식은 잘 맞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이런 공부방식이 더 적합하고 접근하기 쉬울 수 있다. 결국 공부방법은 내가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공부법의 정석이며 나도 효과를 많이 봤던 내용이다. 그래도 결국 실천하지 않으면, 그리고 열심히 반복해서 체화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공부하는 직장인의 삶이 얼마나 애달픈지 알고 있다. 그래도 조금 하다보면 배우고 아는 것이 늘어나는게 즐거워지는 시기가 오기도 한다. 그 날 까지 모두 자신의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시길 바라며, 이 책이 그 길에 작지만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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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서양철학사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부터 니체와 러셀까지
프랭크 틸리 지음, 김기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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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서양철학사 - 프랭크 틸리]


나이가 어렸을적에는 참 불안했더랬다. 지금도 안정적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어렸을적엔 하루하루가 위태로웠다. 진로에 대한 고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쏟아지는 업무에 허덕이며 하루를 간신히 살아넘기는 지금의 내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 때 그렇게 철학책을 많이 읽었더랬다. 혹시나 그 책에서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답을 주지는 않을까. 머리와 가슴이 복잡하여 잠드는 것 조차 노력이었던 나의 답답함을 소화제처럼 해소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읽혔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절실함이 있었기떄문에 그 두꺼운 철학책들을 꾸역꾸역 읽어왔던 것 같다. 철학자들의 저작물을 혼자서 읽는 것은 철학과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걸어온 내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개론서, 철학사, 2차 저작물을 주로 읽었다. 그 때 읽었던 철학사 책이 람프레히트, 힐쉬베르거, 러셀, 이진경, 풍우란 정도였던 것 같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이번에 프랭크 틸리의 서양철학사를 통해 철학사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읽었지만 큰 줄기만 기억나고 세세한 부분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상태였다.

틸리의 서양철학사는 서양철학사답게 책이 두껍고 글씨가 작다. 고대철학과 중세철학까지가 책의 2/5 가량을 차지하는 것 같고, 나머지는 근대철학과 현대철학을 소개하는 분량으로 구성된다. 다른 서양철학사들과 다소간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사실 철학사를 다룬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을 찾는게 더 어려운 것 같다) 전반적으로 ​학자들의 주장을 다루기 앞서 역사적 배경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로 꼽는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하려는 스탠스를 취한다. 사실 나는 철학적 견해라는 것에 완벽한 객관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러셀이나 강신주 같이 자신의 견해가 강하게 드러나는 책은 아니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이것은 나름대로 장점이자 단점이다. 객관적으로 서술하여 미국에서는 교과서로까지 활용되는 책이지만, 그만큼 드라이하고 재미가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책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 자체가 개념이 생소하고 어려우며 형이상한적인데 문체가 명료하고 단언적이긴 하지만 친절한 느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각각의 책은 각각이 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초심자들에게 개념이나 학자들의 연결, 영향, 흐름을 쉽고 굵직하게 제시해주는 책은 아닌 것이다. 어느정도 철학, 서양사에 대한 관심이나 기초적인 공부가 된 이후에 읽는다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개념들을 단단하게 구조화하기에 매우 적합한 책일 것 같다.

오랜만에 머리를 싸매면서 읽었던 책이다. 요즘은 일에 치여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책, 아니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가벼운 스낵같은 책들에 손에갔던게 사실이다. 두껍고 어려운 책은 따로 시간을 내서 책상에서 밑줄을 쳐가며, 필기를 해가며 읽어야 읽은 것 같다. 그래서 잘 안 읽게 됐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두꺼운 책을 통독으로라도 한번 훑고나면 괜스레 보람을 느낀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관조하게 된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이 별 것 아닌것 처럼 느껴진다. 오래 쓰지 않아 녹이 잔뜩 슬어있던 머리에 기름칠을 한 것 같은 개운한 기분이 든다. 물론 젊은날 나를 구원한 것은 철학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철학책은 내 삶을 변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틸리 서양철학사 간만에 너무 잘 읽었다. 앞으로도 바쁘고 헐떡이는 삶을 살겠지만 가끔 한번씩은 철학책을 꺼내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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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의 말
강지연.이지현 지음 / 시공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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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의 말 - 강지연, 이지현]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 중에 일하는 것을 빼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얄궂게도 일은 수입을 창출하므로써 내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기도 하지만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일이라는 것은 정말 애증의 무엇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인생을 살면서 좋기만 한 것이나 나쁘기만 한 것이 있는가 싶다. 어쨌든 피할 수 없이 숙명처럼 내 인생의 그림자로 함께해야 하는 존재가 일이라면 우리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만의 철학을 세우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방법 중 하나로 다른 노동자들의 일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이 책 <일꾼의 말>은 저자가 주변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일 하며 경험했던 것, 그들과 이야기하며 느꼈던 점에 대해 적은 책이다. 픽션인지 팩트인지 잘 모르겠다. 책 표지에 그려져있는 분홍의 개미 모습이 어쩐지 귀여우면서도 애처롭다. 어디엔가는 있을 것 같은 컨셉의 책이지만 또 막상 돌이켜보면 한번도 보지 못한 컨셉의 책이기도 하다. 익명의 40명의 노동자들은 일꾼이라는 이름과 뒤에 번호로 구분된다. 저자는 40명의 일꾼들과 했던 대화를 기억하고 그 대화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책에 기록하고 있다. 그것이 모여 일꾼의 말이 된 것이다.

책을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일관된 관점은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일해야 한다는 것. 단순히 돈을 버는 목적에서 회사에서 시키는 일에 수동적으로 휩쓸려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이 일이 나라는 사람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목적으로 하다보면 부당하거나 나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일은 현명하게 거절하게 되고, 고되거나 눈앞에 이익이 크지 않더라도 결국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이라면 열심히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회사도 크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하는 것이지 회사와 회사의 인정을 위해 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말. 이것은 당연하면서도 당연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쩌면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물음이 들기 시작하면 이제 이 책을 펼쳐보면 된다. 일꾼 40명분의 사례와 저자의 나름대로의 통찰이 책 안에 자리하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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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또한 특별히 문제해결과 관련된 거창한 솔루션을 제공해준다거나 촌철살인의 조언을 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담담히 유심히 둘러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우리 주변의 일꾼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동질감과 안도감, 편안함을 선사한다. 어 나도 이런적 있었는데, 어 이건 내 친구 이야긴데 라는 생각이 들 법한 회사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것을 능숙하고 노련한 일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생각할까. 우왕좌왕하며 껄끄러운 시간을 거쳐왔단 평범한 일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공감과 위로를 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두시간만에 마지막 장을 펼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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