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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의 말
강지연.이지현 지음 / 시공사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꾼의 말 - 강지연, 이지현]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 중에 일하는 것을 빼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얄궂게도 일은 수입을 창출하므로써 내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기도 하지만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일이라는 것은 정말 애증의 무엇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인생을 살면서 좋기만 한 것이나 나쁘기만 한 것이 있는가 싶다. 어쨌든 피할 수 없이 숙명처럼 내 인생의 그림자로 함께해야 하는 존재가 일이라면 우리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만의 철학을 세우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방법 중 하나로 다른 노동자들의 일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이 책 <일꾼의 말>은 저자가 주변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일 하며 경험했던 것, 그들과 이야기하며 느꼈던 점에 대해 적은 책이다. 픽션인지 팩트인지 잘 모르겠다. 책 표지에 그려져있는 분홍의 개미 모습이 어쩐지 귀여우면서도 애처롭다. 어디엔가는 있을 것 같은 컨셉의 책이지만 또 막상 돌이켜보면 한번도 보지 못한 컨셉의 책이기도 하다. 익명의 40명의 노동자들은 일꾼이라는 이름과 뒤에 번호로 구분된다. 저자는 40명의 일꾼들과 했던 대화를 기억하고 그 대화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책에 기록하고 있다. 그것이 모여 일꾼의 말이 된 것이다.
책을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일관된 관점은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일해야 한다는 것. 단순히 돈을 버는 목적에서 회사에서 시키는 일에 수동적으로 휩쓸려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이 일이 나라는 사람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목적으로 하다보면 부당하거나 나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일은 현명하게 거절하게 되고, 고되거나 눈앞에 이익이 크지 않더라도 결국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일이라면 열심히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회사도 크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하는 것이지 회사와 회사의 인정을 위해 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말. 이것은 당연하면서도 당연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쩌면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물음이 들기 시작하면 이제 이 책을 펼쳐보면 된다. 일꾼 40명분의 사례와 저자의 나름대로의 통찰이 책 안에 자리하고 잇다.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또한 특별히 문제해결과 관련된 거창한 솔루션을 제공해준다거나 촌철살인의 조언을 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담담히 유심히 둘러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우리 주변의 일꾼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동질감과 안도감, 편안함을 선사한다. 어 나도 이런적 있었는데, 어 이건 내 친구 이야긴데 라는 생각이 들 법한 회사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것을 능숙하고 노련한 일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생각할까. 우왕좌왕하며 껄끄러운 시간을 거쳐왔단 평범한 일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공감과 위로를 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두시간만에 마지막 장을 펼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