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바닷가 어스시 전집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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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안의 무덤'에 이어 머나먼 바닷가. 게드는 권당 15살 정도는 먹나보다. '어스시의 마법사'에서는  19살까지의 얘기였고(20이었던가...), '아투안의 무덤'에서는 그간 이미 이런저런 일들을 해결하고 서른정도의 나이를 먹고 등장하더니 '머나먼 바닷가'에서 역시 또 이런 저런 커다란 일들이 이미 벌어졌고 로크섬에서 '대현자'가 된 45~50정도의 나이라...

 

아, 중간중간의 큰 사건들은 얘기로 안써주는 건가... 서른 이전에 용의 길을 항주해내고 셀리더에 다녀온 일이라던가, 바다에 깊은 장벽을 만들었다던가, 헤브너에 갔을 때의 일이나.

 

어쨌거나, 첫 이야기의 주인공의 게드, 둘째 이야기의 주인공이 테나였다면, 이번엔 아렌이라는 인라드에서온 어스시에서 가장 뿌리깊은 가문의 왕자이다. 이전 이야기들이 개개인의 마음의 성장을 서로 다른 측면에서 다룬 것처럼 이번에도 그랬다. 이번편에서 르귄이 던져주는 화두는 "삶, 죽음, 그리고 자아" 정도가 되려나... 죽음을 직면하고 받아드릴 수 있는 용기, 그래서 중요한 삶, 그 안에서 찾아야하는 자신의 정체성...

 

아투안의 무덤에서 별다른 싸움이나 마법없이 너무 정적으로 흘러간 게 좀 불만이었다면 확실히 머나먼 바닷가에서는 그런 면들을 대번 해소해 주고있다. 로크로 시작해서 와소트, 로바네리, 오베홀을 지나 '난바다의 아이들'이라는 뗏목부족을 만나고 '발라트란 길'을 따라 남원해와 서원해의 끝자락 어딘가에서부터 북상을 시작해 오브와 제사지 섬을 지나고 용의 길을 종단하여 셀리더에 이르고, 종국에는 다시 로크섬으로 "날아서"돌아오기까지의 머나먼 여정도 여정이지만, 게드가 잠시 무의식의 세계로 간 틈을 타 강도를 만나게 되고 아렌이 노예로 팔려갈 뻔한 것을 노예선에서 구출해 오는 이야기나, 오베홀에 정박하려다 게드가 창을 맞아 목숨이 위험해지는 이야기나 용의 길에서 마주치는 꽤나 많은 용들... 말그대로 '머나먼 바닷가'인 셀리더의 서쪽 해안 어딘가에서 지난 날의 영웅인 '에레삭베'를 만나고(안타깝게도 억지로 불려내어진 불쌍한 꼴이었지만), 죽음의 지역의 담을 넘어들어가 적을 찾아내고, 마지막으로 가장 오래된 용 '칼레신'을 만나기까지...

지브리에서 게드전기란 극장판 애니를 왜 이 머나먼 바닷가로 만들었는가 이해가 간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에서 태고의 용 칼레신의 등에 타 로크로 되돌아오는 장면은 완전 감동이랄까. 게드와 아렌이 어떤 면에서는 정말 dragon master라 불릴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비록 영화나 애니를 보지않더라도 머리속에서 그 찬란한 장면이 자연스레 펼쳐진다.

 

새매, 게드가 모든 힘을 잃게된 것이 참 안타깝지만 아렌, 레반넨이라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 이 책은 그런 얘기를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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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기 2008-11-0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브리의 애니는 머나먼 바닷가와 테하누의 짬뽕 이었는데, 혹시 보셨나요? 정말 대실망이죠. 그 애니에 게드의 이름이 걸린 것이 애니 끝나기 직전부터 지금까지 짜증이네요. 최근에 5권이 출판되어 간만에 어스시를 복습하였는데, 처음 느낌보다 더 좋더군요.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간만에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글 읽고 두서 없이 몇자 남깁니다..
 
아투안의 무덤 어스시 전집 2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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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을 보고 바로 현재 황금가지에서 나온 4권까지 나머지를 다 주문해버렸다.

그런데 가격이 2권 '아투안의 무덤'만 싸네? 홀...

역시나했더니 책이 얇군. 다른 책들보다 100page는 적은 느낌.

 

아마도, 첫권에서 게드가 뭔가(?)를 얻은 후, 두번째 책에서는 뭔가를 발휘하겠지~ 하면서 멋있는 마법, 전투, 이런 것들을 상상했다면 '아투안의 무덤'을 보고서 많이 실망했으리라. 하지만 책 주문하면서 본 약간의 스포일러와 이전에 봤던 "어스시의 전설" 영화 덕에 대충 내용은 짐작했기에 실망은 없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1권을 봤을 때 "설마?" 했던게 역시나였다. 영화는 1권과 2권의 내용을 마구 혼합해서 재창조된 내용이었던 것.

 

두번째권은 초반이 좀 지루하다. '테나'에 대한 얘기, 아투안의 성역과 무덤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루는데 동적인 변화가 별로 없다. 다분히 정적인, 황폐하고 매마른 느낌을 주는 배경에서 정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거기서 과거를 잃고 이름을 잃은 '아르하'가 등장한다. '아르하'는 '먹힌 자', 어릴 때 '이름없는 것들'에게 바쳐져 자신의 이름을 잃은 무녀. 그 정적인 때에, 자신의 영역에, 무덤에 침투한 "도둑"을 만나게 되면서 정이 동이 된다. 물론 그 도둑은 첫권에서 우연히 얻었던 '에레삭베의 고리'의 나머지 한쪽을 찾으러 온 게드. 그래서 중반부터는 긴장감이 묻어나고 급박한 전개가 이루어진다.

정이 동이 되면서, 아르하는 게드에 의해 다시 자신의 이름 '테나'를 찾게되고 과거를 찾게된다. 그리고 자유를 얻게 된다... 하지만, 과연 테나는 참 자유를 얻은 것일까...

 

아투안의 무덤에서는 오히려 첫권보다도 더 마법이나 전투가 등장하지 않는다. 배경도 아투안으로 거의 한정되어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내면의 변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첫권이 게드의 성장을 통해 느낄 점을 보여준다면 아투안에서는 테나의 성장과 변화로 우리를 일깨운다. 기억, 속박, 두려움, 용기, 자유. 이런 것들의 의미를 툭툭 던져 생각하게 한다. 결국, 테나가 얻은 자유를 통해 자유에 대해 또다른 시각을 갖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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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임레 케르테스 지음, 박종대, 모명숙 옮김 / 다른우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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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어쩌면 이 하나 때문에 이 책을 구입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작이라 그런가... 어렵다.
처음엔 지루하기까지 했다. 뭐랄까, 너무 일상적이면서 늘어진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하지만, 중반이후 후반부에서부턴 꽤 흡인력이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 소년 죄르지의 강제수용소 생활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그려지는데, 그 일상이 뭐랄까... 옆에서 쳐다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죄르지는 유대인이다. 부모는 이혼했고, 재가한 아버지와 계모와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가정. 계모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전쟁 막바지에 유대인들이 가장 핍박받던 그 시기에 역시나 죄르지의 아버지가 먼저 강제수용소로 끌려갔고, 죄르지 역시 공장으로 출근중이던 버스에서 끌려나와 강제수용소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제일 먼저 갔던 곳이 그 유명한 아우슈비츠. 거기서,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경험하게 된다. 그저 의사의 말한마디에 의해 삶과 죽음이 갈리는 그 곳. 똑같이 목욕탕에 들어가나 죽어야 할 쪽에서는 물대신 가스가 나오는 그 곳.
 그리고는 또다른 수용소로 이송되어 강제노역에 동원되고, 그러다가 군대서도 흔히 볼수있는 봉와직염(봉소염)에 걸려 고생하다가 수용소의 병원으로 이송된다. 아마도 소년은 여기서 자기가 죽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끝까지 삶의 희망을 놓지지 않는다.

  소년은, 그저 평범하다. 수용소에서도 특별히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눈치봐가며 쉬엄쉬엄하는 쪽을 택한다. 그리고, 인종과 나라에 상관없이 멋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것이 비록 나치친위대일지라도. 수용소의 생활도, 지극히 평범하게, 어떠한 신랄한 비판도 그렇다고 과장도 없어보인다. 그저, 마치 집에서 학교다니듯, 그렇게 평범하게 그려나간다. 이런 이유가, 처음에 이 책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지게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후반에 오히려 몰두하게도 하는 이유같다. 그저, 어떤 환경속에서든 거기서 행복의 조건을 찾아가는 소년. 그 삭막한 아우슈비츠에서도 순간순간의 행복의 시간들을 놓치지 않는소년. 때로 약간의 운도 작용을 하지만... 그렇게 15세 소년은 수용소의 일년 생활로 인해 부쩍 아니, 너무 커버렸다...

  "만일 운명이 존재한다면 자유란 불가능하다. (...)
   만일 자유가 존재한다면 운명은 없다.
   이 말은 '나 자신이 곧 운명'이라는 뜻이다."

  이말은 책 말미의 작품 설명에도 나오는 말인데, 처음에 이 소리가 뭔가 했었다. 내가 둔한 건가. 두번째 보고서야 무슨 뜻인가 이해했다. 이 책의 제목인 "운명", 하지만 원제는 해석하면 "운명없음"이라 한다. 운명은 없다... 그래, 운명이란 없는 거다. 내 자신이 이루어가는 것. 내 자유, 내 의지, 그것이 곧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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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
엘러리 퀸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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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유명한 추리물들에 항상 명탐정이 있듯이 여기도 '레인'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전문 탐정은 아니고, 은퇴한 노배우로 귀가 안들린다는, 보통의 탐정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Y의 비극에서는 그리 중요하게 작용하는 점은 없어보이지만...


여하튼, 초반 부분에서 제시된 증거와 상황들에서 이미 범인을 짐작해 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게되는 건, 제시되는 증거들을 나 스스로는 정확히 조립하기 힘들어서 범인을 확정할 수 없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확실한 범인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이 재밌어서일 것이다. 하여튼, 분명히, 읽어왔던 추리소설에서는 이런 범인은 없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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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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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인물들이 모여있는 섬에 누군가 숨어 있는게 아닌 이상 범인은 그 중에 있었기 때문에(김전일 스타일인가) 소설을 읽어가면서 누가 범인일지 치밀하게 계산하게 된다. 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죽어나가는 사람들... 결국은, 제목 그대로 다 죽고 '아무도 남지 않게 되는' 현실...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는 범인의 자백.

이 소설의 백미라면 틀림없이 '김전일 스타일'의 밀실 사건이라는 것. 물론 그 밀실의 범위가 하나의 섬이기때문에 상당히 넓지만, 어쨌든 제한된 공간이 주는 폐쇄적 공포, 외부와 단절됐다는 심리적 압박, 그렇기에 서로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런 것들의 묘사들이 아닐까.

(김전일 모르시는 분을 위해 간단히 쓰자면, 일본 만화인 "소년탐정 김전일"의 주인공 김전일을 말하는 겁니다. 추리만화인데, 모드 에피소드가 밀실사건이고 항상 주인공 주변에 범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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