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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팩트풀니스(Factfulness)_ 한스 로슬링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다음 문제를 풀어볼 것을 추천한다.
오늘날 세계 모든 저소득 국가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여성은 얼마나 될까?
a. 20% b. 40% c. 60%
2.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a. 거의 2배로 늘었다. b. 거의 같다. c.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3. 전 세계 인구 중 어떤 식으로든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a. 20% b. 50% c. 80%
4. 오늘날 전 세계 아동 중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a. 20% b. 50% c. 80%
5. 전 세계 30대 남성은 평균 10년간 학교를 다닌다. 같은 나이의 여성은 평균 몇 년간 학교를 다닐까?
a. 9년 b. 6년 c. 3년
답은 다음과 같다. 1. c 2. c 3. c 4. c 5. a
많이 틀렸어도 자책할 필요는 없다. 위 문제를 포함해서 저자가 제시한 13문제의 평균 정답률은 16%에 불과하다. 침팬지가 아무렇게나 찍어도 나올 33%에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무작위로 추출한 표본도 아니다. 교수, 언론인, 의사 등 고학력자들도 마찬가지로 세상을 오해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일반인들보다 더 낮은 정답률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극빈층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에 대해서 충분히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저자는 1일 소득 1달러를 기준으로 극빈층(1단계, 10억 명)을 구분한다. 추가로 2달러 이상은 2단계, 8달러 이상은 3단계 그리고 32달러 이상은 4단계로 나누는데 2단계 이상부터는 ‘소비’ 활동이 가능하며 중간소득인 2, 3단계 국가에 50억 명 이상의 인구가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세상을 오해하고 과소평가하는 것일까. 저자는 인간의 10가지 비합리적인 본능을 제시하며 각각의 본능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눈을 가리는지를 보여준다. 간극 본능, 직선 본능, 일반화 본능 등 이름만 봐서는 그 의미가 딱히 와닿지 않지만 큰 틀에서 접근해보자면 경험이나 감과 같은 ‘느낌’을 통해 ‘사실’을 단정해버리는 오류를 지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저자의 놀라운 통찰과 방대한 데이터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책의 제목인 ‘사실충실성(Factfulness)’은 팩트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의미하며 위에서 제시한 10가지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게 책의 각 장에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저자가 수년에 걸쳐 집대성한 통계와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기에 믿고 따라가다 보면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에 제시된 모든 수치에 대해 근거자료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참조만 51페이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 통계가 주는 의미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노력을 그만둬도 괜찮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인류가 진행해온 그동안의 노력이 분명 성과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긍정의 시각을 가지자는 뜻일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향된 ‘지식’을 이 책을 통해 업데이트해보자. 가짜뉴스가 만연하고 온갖 확증편향이 눈을 가리는 지금, 감이 아닌 사실로 무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책이 저자 한스 로슬링 박사의 유작이라는 것. 그의 저서를 더는 만나지 못한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