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착시를 일으키게 하는 게 무엇인지를 확인 하기 위하여 대낮에 그 곳을 통과할 기회를 만들었다.

항상 같은 곳에서만 나타나는 두 여자는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으며 그 정체도 금방 확인되었는데,
뒤에 있어 잘 드러나지 않았던 조그만 여자는 커브 길 주의 표지판.
앞에서 눈이 마주치기도 했던 여자는 커브 길 반대편을 보여 주는 볼록 거울.
대략 그러리라 예상했던 바라 별 놀라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무언가 강한 부조화가 느껴진다.
표지판이나 거울 모두 심하게 낡았다.
표지판의 노랑 페인트는 대부분 벗겨져 나갔고 철제 기둥은 뻘겋게 녹슬어 그게 예전엔 표지판이었다는 추측만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까 표지판이 아닐지도 모른다.
거울 표면은 타이어에 튕겨져 나간 돌에 부딫혀 온통 곰보가 되어 있다. 금속판을 코팅하여 만든것이라 깨어질 수는 없으니까.
기둥은 말라 비틀어진 덩굴로 온통 감겨있고 여기 저기를 무언지 알 수 없는 시커먼 물체가 덮고 있다.
이 도로의 다른 모든 표지판은 완벽하게 도색되고 잘 정비되어 있다.


3주전.
자정이 넘은 시각, 오후부터 비는 끈기 있게 계속 내리고 있다.
무슨일인지 앞차가 섰다.
걸기적거리면 추월할 요량으로 앞차와 조금 간격을 두고 섰다.
깜빡했나.
뒤에서 부터의 둔탁하나 강력한 충격과 함께 차가 앞으로 튕겨 나갔다.
앞차는 언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졸음이 몰려 왔다. 끔찍할 정도로. 손가락 하나 꼼짝 할 수 없이 피곤하다.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잠들었나 보다.


다음날.
사고 경위 조서 내용
가해차량(8톤 덤프)이 야간에 정차중인 차량을 발견하고 급히 피하였으나 빗길에 미끄러져 피해차량의 후미를 추돌한 사건.

덤프의 범버는 승용차의 그것 보다 훨씬 높아 뒤 트렁크, 뒷유리, 뒷 좌석 상부를 재활용 캔 처럼 짓이겨 뭉개버렸다.
3번째 폐차 수준의 사고에서 이제 처음으로 순수 피해자가 되었다.

보험사 직원이 와서 묻는다.
가해 기사분이, 2명이 타고 있었다고 했는데 한분은 다른 병원에 가셨어요?
 

조금전.
못 보던 표지판이 나타났다. '인천'
반사적으로 그 쪽으로 돌았다.
30분을 족히 달렸다.
딱 한번 반대 차선으로 지나가는 차가 있었다.
길이 점점 낮익다. 그러나 오래전의 기억이 아니다. 불과 십여분전의 기억이다.
거대한 공동묘지를 가로 지르는 좁은 길을 달리고 있다.
가도 가도 묘지는 이어진다.
아무래도 맴돌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인에게 전화를 했다.
네비를 켜라.
네비 절대 불신자인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네비를 켰다.
잠시후 네비 화면에는 고층 건물들이 빽빽히 들어선다.
네비가 현 위치를 알려준다.
"홍대 입구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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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0-06-05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무섭다.

2010-06-05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06-05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읽어도 후덜덜이에요. 간밤에 읽었으면 잠 못 들었을 거예요.ㅜ.ㅜ

Mephistopheles 2010-06-0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네비는 자주자주 업데이트 시켜야 합니다. 레이님.

chika 2010-06-05 10:32   좋아요 0 | URL
ㅋㅋ 무서운 얘기는 꼭 메피님과 함께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Mephistopheles 2010-06-05 21:29   좋아요 0 | URL
치카님은 내가 아직도 메피로 보이나봐요..므흐흐.

chika 2010-06-06 00:04   좋아요 0 | URL
ㄲ ㅑ ㅇ ㅏ 악~~~~~~~~~~~~~~~~~ ㅠ.ㅠ

2010-06-19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