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 마음이 없다.
그래서 마음 아플 일이 없다.
대신 몸이 아프다.
무섭게 아프다.


2.
교복의 칼라를 싫어했다.
넥타이도 싫어 한다.
터틀넥은 죽어도 못 입는다.
목을 조이는 이발소나 미장원도 싫어 한다.
전생에 교수되어 죽었나 보다.

화타가 그랬다.
머리를 빠게고 뇌를 꺼내 깨끗한 물에 씻은 다음 다시 넣으면 두통이 가실거라고.
전생에 머리통에 못 박혀 죽었나 보다.

스크린이 있다.
몸을 스크리닝 한다.
원래 내 몸이었던 것만 통과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다 걸러져 필터에 묻어 있다 버려질 것이다.
이 스크린은 모든 고통으로 부터 나를 해방 시키기 위해 고안되고 만들어진 장치다.
의문이다.
통증은 걸러질 것인가. 
고통이란건 정체성의 한켠 일지 모른다.
주여 자비를 베풀어 그들을 천국으로 데려가지 마시고 그냥 이 지옥에다 팽겨쳐 두시기를.


3.
카페인은 각성제 란다.
각성할 머리가 없는 내게 카페인은 환각제 란다.
합성한 순수 카페인 덩어리를 삼켰다.
블라인다 한켠으로 내다 보이는 40도를 오르내리는 사이곤.
엘에스디를 첨 맛 본 뜨겁게 달아오른 한여름 밤의 방콕.
정신 나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만 종일 뗑뗑 거린다.

 
4.
장돈건이가 그런다
저 요즘 많이 외롭거든요.
피디가 그런다
장돈건씨는 외로운거랑 심심한거를 구분 못하자나요. 

아리랑의 알바 방콕대생이 그런다.
외로워 보인다고
신경쇠약이라고 해주었으나 너버스 브레잌다운을 못 알아 들었나 보다.
메이킹 러브는 어떠냐고 그런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은 그 집에서는 최고라는 그녀의 제대로 된 영어를 들어 보는 것이다.
그렇구나.
대화를 하고 싶었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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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9-11-01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영화 아직 안 보셨으면 외로울 때 보시라고 슬쩍 권해드립니다. 그 영화를 보고 저는 제가 사이보그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되었고,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게 또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동질감을 느낀 유일한 인물이 사이보그라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터틀넷은 저도 못 입어요. 같은 이유로요. 목걸이도 못하고 반지도 못하고 팔찌도. 시계는 그러나 멋있어 보여서 착실하게 차고 다니고 싶은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 벗어버리더라구요. 그래서 전생에서의 죽음은 틀림없이 길로틴에서였을 거라고 막연히 추측하곤 합니다. 새벽 3시쯤 일어나서 두 시간 동안 꽤 많은 마늘을 깠어요. 바야흐로 올리브오일 스파게티의 계절이잖아요. 마늘을 까고 있는데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라흐마니노프였습니다.

전 어제부터 딸기잼 바른 식빵이 먹고 싶어요.

hanalei 2009-11-01 23:49   좋아요 0 | URL
외로운게 아니라 심심한게 맞나 바요.
사이보그는 시간내서 검토 좀 해 봐야겠어요.
전 오늘 아침이 딸기잼 바른 식빵이었답니다.

Joule 2009-11-02 07:37   좋아요 0 | URL
아니면 물리적으로 추운 거거나. 저는 아직도 빵 못 먹었어요. 점심으로 집앞에서 새우 들어간 크림 소스 스파게티 먹었는데 양이 너무 많았는지 큰일 날 뻔했죠. 기력 없어서 이제 많이 먹는 것도 못하겠어요. 다다음주에 있을 아까운 남자 결혼식에 가서 밥이랑 맥주랑 왕창 먹으려고 했는데... 내 안의 닥터 하우스가 양을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심각하게 아프겠다고 하더라구요. :<

식빵도 배달되면 좋을 텐데. 추워서 못 나가겠어요. 추워서 담배도 못 피우겠고.

LAYLA 2009-11-0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다 왜 일케 추천이 없어요? 말도 안돼.
딴 건 모르겠는데 1번은 절대 동의 못하겠어요. 마음이 있는데 막막 아프질 못해서 몸까지 아프다면 모를까요

hanalei 2009-11-01 23:50   좋아요 0 | URL
세상은 넓고 변종 인간도 많답니다.
추천이 없다는건 이제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뜻이지요.

Joule 2009-11-02 07:30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도 추천했어요. ㅡㅡV

Joule 2009-11-02 07:38   좋아요 0 | URL
레이시즌 님은 변태인데 제가 레이시즌 님을 좋아하는 건 나도 변태라서 그렇다고, 아는 누가 그랬어요.

Joule 2009-11-02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어젯밤 꿈에 레이시즌 님이 나왔어요. (저는 친구가 없어놔서 등장인물로 알라딘 사람들이 가끔 나오거든요. 쯧.) 두 개 꿨는데, 하나는 가위눌림에 가까운 거였고, 다른 하나는 레이시즌 님한테 잔소리 듣는 거였던가 암튼 그랬어요.

첫 번째는, 무시무시하고 끔찍하게 생긴 사이보그들이 모여 있는 한가운데에서 제가 눈을 뜨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꿈이었어요. 그들은 사이보그 레슬러들인데 눈이 안 보여서 제가 인간의 냄새만 풍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담장을 넘으려는 순간, 문득 깨달아요. 이 담장을 넘어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세상은 사이보그로 모두 뒤덮여 있어서 제가 갈 곳이 없다는 것을요. (이 꿈의 앞부분에 레이시즌 님이 나오는데 잊어버렸어요. ㅡㅡ)

두 번째는, 레이시즌 님이 저희 집에 와서 저랑 같이 담소를 나누며 놀고 있던 중에 제가 그래요. 며칠 청소를 안 했더니 집이 너무 지저분하다고. 그러니까 레이시즌 님이 청소를 해주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뜨거운 물로 걸레를 빨아서 주니까 레이시즌 님이 방을 깨끗이 닦아줘요. 제가 그 걸레를 받아서 다시 깨끗이 빨아서 건네주니까 레이시즌 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쳐다보죠. 또 닦으라고요? 뭐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구석에 아직 깨끗이 안 닦인 부분이 있어서 나는 당연히 또 닦을 줄 알고 건네줬던 건데 그렇게 물으니 손님을 부려먹은 것 같아서 갑자기 미안해진 저는 손을 저으며 아니아니, 제가 닦으려고 그랬죠. 하하. ㅡㅡ' 그리고 아마 무슨 잔소리를 열심히 들었던 것 같아요.

어른인걸 2009-11-02 23: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잔소리"하는 레이_시즌4님이라니, 상상할 수조차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