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게 특별한 두통이 있다는 걸 알게 된건 초등학교때 부터이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생겼다가 아무런 조처 없이도 하루가 딱 지나면 사라진다.
어리어리했다가는 꾀병 취급 받기에 딱이기에 최소한 외견상이라도 두통을 유발할 요인이 아무것도 없다는건
어린애에게는 두통자체보다 더 두통스런 일이었다.
덤으로, 머리아프다면 누나들은 커다란 미제 아스피린을 강제로 먹이는데 이것 또한 매우 두통스런일이었다.
무슨 약이 목구멍 크기랑 맞 먹는다면 질식사를 더 염려해야 하지 않은가 말이다.
학기 마다 꼬박 꼬박 한번씩 결석을 했는데 이게 모두 그 두통 때문이다.
2.
근 20년간 돌봐주던 의사와 작별을 하였다.
10여년간 운영하던 개인병원을 접고 그에 비하면 아주 아주 아주 큰 신촌의 모 재벌급 병원으로 옮긴단다.
경하할만한 일이 절대 아닌건 그가 환자 자격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심장기형인 그가 의사가 된 이유는 '다른 의사 못 믿겠다. 내병은 내가 고치겠다.' 등의 소박한 것이었단다.
물론 아무리 소박한 소망이라도 소망이란건 절대 성취되지 않는 법이다.
20년을 봐 왔지만 그에 대한 불신에 관해서만은 나도 별 뒤지지는 않을 것이다.
도대체 내 두통에 대해서 그가 가진 전문지식이란게 내가 어디가서 뒤져본거랑 별반 차이도 없는거는 물론이거니와
근래 나온 논문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모른다.
몇달에 한번씩 마주 대하며 하는 애기라고는 이런 표준유형내에서 벗어 나질 않는다.
의사 : "최신 학회지를 보면 편두통의 매커니즘 자체도 확실하지 않고 알면 알수록 더 어려워지는 분야라...어쩌고 저쩌고..."
나 : "이런 이런 증상이 보이니 이건 이런 이런 이유라 생각되고 이런이런 약을 처방해 주시고 공단이 신경쓸지 모르니
이렇게 이렇게 나누어 처방하세요"
3.
편두통 - 언젠가 부터 이 병명으로 확정됐으나 무슨 근거인지는 알 수 없고 여지껏 좋아지지 않는걸로 보면 불치병이거나 아에 오진인지도 의심스럽다. - 기억하는 한 점점 진화되어 - 병의 입장에서 - 이제는 호흡곤란의 경지에 이르렀다. 아마 진화의 종착점은 날 질식사 시키는 것일게다.
아 젠장, 머리 아파 죽었다니, 이건 너무 어이 없지 않는가.
4.
2차 대전 말기 중형 폭격기의 부재로 두통을 앓던 독일 공군은 엔진 2대로 한개의 프로펠러를 돌린다는, 그 상황에서는 정말 살인적으로 뛰어 난, 아이디어를 내놓게 되고 이름하야 '그리핀 Greif' - 그 사자와 독수리의 잡종 - 이었는데 실전배치 이후 엉뚱한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간만에 그림도 한장.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18415105400849.jpg)
엔진 2대를 같이 연결하다보니 아무래도 무리가 생기고 이에 따른 엔진 과열 문제가 생겨 조종사에게는 대공포나 적의 요격기보다 엔진 폭팔의 우려가 더 심각한 사안이 되어 버렸다는 거다.
5.
일본인들은, 물론 또 다른 잘 만드는 것도 많지만, 콘돔 하난 참 잘 만든다.
신형, 비교적 - 최신판은 써 본일이 없는 관계로 - , 박막형은 ,알바급 평이지만, 언듯보아 있는지 없는지 모를 판이다.
외견상만 그런게 아니라 감각까지도 그렇다.
거기다 항상 따라다니는 그 분위기 진정시키는데 아주 탁월한 효과를 가진 고무냄새까지 탁월하게 개선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이 역시 실전배치 이후 엉뚱한 그러나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