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 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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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3부작은 작가 토베 디틀레우센의 회고록으로 구성된 시리즈물이다. 출간 후 50년이 지나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 10선에 선정되어 독자와 비평가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을유 문화사 암실 문고의 첫 책인 코펜하겐 3부작, 그 중 [어린 시절]을 열어보았고 나는 그 책에 압도되어 계속해서 빠지게 했다. 흐릿해서 기억나지 않는 유년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지만은 않다. 막막함과 고독, 그리고 갈망까지 담겨있는 그에게 는 자기 생각을 담을 수 있는 희망이었기에 더욱 소중했다. 하지만 가족에 의해 자신의 꿈이 가로막히고 비웃음당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며 침묵의 맹세를 다짐한다. 길 것 같았던 어린 시절은 어느새 종이처럼 얇고 납작한 형태로 바뀌고 있었다. 그렇게 얇음에도 굉장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어린 시절은 휑하기만 했고 너무 당연하게도 그 자리를 그가 만든 시로 덮어 실낱같은 희망을 조금씩 내어주고 있었다.

 

자신이 이용하는 언어를 거부당하면서도 끊임없이 부모님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던 그가 버거움을 느꼈던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 고독한 공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꿈을 가진 힘을 지녀서이다. 거칠지만 몰입감이 진하게 번져있는 문장들은 마음을 울렸고 에세이만큼 사실적이고 소설만큼 놀라운 그의 글이 흩어지듯 나의 곳곳을 파고들었다. P42 나는 구름 한 점 없이 비단결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 하늘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창문을 연다, P46 “어른 시절은 관처럼 좁고 길어서 누구도 혼자 힘으로는 거기서 나갈 수 없다. 와 같은 문장들이 곳곳에 흩뿌려진 듯 아름답게 나열되어 있었다. 이 책의 다음인 [청춘]이 기대가 된다.

 

p46 당신은 당신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은 나쁜 냄새처럼 몸에 달라붙는다. 당신은 다른 아이들에게서 그것을 감지한다. 각각의 유년기는 특유의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냄새는 알아차리지 못하는 우리는 때때로 자신에게서 남들보다 나쁜 냄새가 날 까봐 두려워 한다.

 

p53 우리는 어디로 방향을 틀더라도 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과 맞부딪히고, 그 단단하고 뾰족한 모서리 때문에 스스로 상처를 입는다. 그 일은 수많은 상처들이 우리를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 놓은 뒤에야 멈춘다. 모든 사람에게는 어린 시절이 있지만 그 각각의 모양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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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새는 울지 않는다 부크크오리지널 6
김설단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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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공간에 사로잡힌 기분이 든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두꺼운 페이지가 무색하게 이 책 속에 묻어나는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안개가 가득한 축축함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의 건조함은 눈앞에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짙게 표현된다이 날카로운 표현력이 영상으로 표현된다면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전체적인 이야기는 나흘에 걸쳐 이루어지고 서사는 태수가 가지고 있는 정의에 대한 고민과 그의 주변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그가 항상 품어왔던 정의는 배신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낙인으로 얽매었고 적당한 타협을 하지 않으면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몸소 깨닫는다경찰이라는 사명감과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진실 속의 사실을 고민하던 그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무력함을 느낀다이 책에서 유일하게 진실에 가려진 사실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태수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생략되지 않은 부분의 순간들이 하나의 사건에 연결된 이들을 다시 연결하며 이야기의 흥미로움을 더한다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은 늘 비슷하게 흘러가는 나흘의 이야기를 펼치며 극대화된다사라진 현직 검사와 살인사건평화롭던 동네에 동시다발적으로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사건을 쫓을수록 알 수 없는 진실들이 형체를 드러낸다하나의 사건에 연결된 이야기들이 어떤 이들의 죽음으로 시작되며 절대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변화가 파도처럼 밀려온다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인물들과 그 사이의 진실은 누군가에 의해 흩어지듯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현실과 멀지 않은 책의 이야기가 어둡고 무기력함을 더하여 은연중에 느꼈던 사실과 진실 사이의 괴리감을 끊임없이 내뿜는다정해진 결말이 만족스러웠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열린 결말이 어울렸다.

 

p340 거짓을 한 겹 더 벗겨낸다고 진실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어차피 서로 다른 거니까.

p352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희망을 채워 넣는 일이 점점 힘들어져절망은 달콤하지하지만 금방 휘발하네그리고 인간의 마음은 진공을 허락하지 않아.

p365 실제 세상은 달라요실제 세상에서는 내 등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물며 죽음이라는 장막 뒤로 숨어버린 일을 우리가 무슨 수로 다 알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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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너에게 줄게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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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하나였던 그들이 둘로 나누어져 각각의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 노아와 주드는 옆이 당연하다는 듯이 모든 것을 함께 해왔다. 하지만 어느 날, 엄마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뒤 서로의 관계는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완전했던 것들이 엉망진창으로 변하고 그 공간의 공백을 불완전한 불안함으로 가득 메우며 점점 서로를 망가뜨리려 한다. 노아는 주드를, 주드는 노아를. 추상적인 감각은 틈새를 보이기 마련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것처럼 말이다. 하나라는 생각이 두 사람을 독립된 개인이 아닌 쌍둥이 자체로서의 통일감으로 자리 잡으며 서로에겐 부담으로 다가온 것 같기도 하다. 하나라는 생각이 두 사람을 얽매이게끔 했다. 그들에게 얽혀있는 엄마의 비밀과 서로의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비록 좋은 방향은 아니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온전한 쌍둥이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자리 잡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보여주는 것 이상의 감정을 글자라는 형태를 통해 보여주며 어떤 상상력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것을 표현해 줌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한다. 긴 페이지라 부담스럽다가도 책 곳곳에 감정이라는 큰 형태의 물감이 칠해지며 그림을 읽는 재미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또한 비현실적인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람의 언어로, 생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져서 굉장히 다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언어유희와 다양한 감각적인 표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태양을 너에게 줄게를 추천한다. 표지를 제외하고 그림 한 점 들어가지 않은 책에서 다채로움이 샘솟는다. 그저 생각으로 지나간 것들이 글로 표현되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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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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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회에 발을 디뎌 자신감보다는 소외감을 먼저 배운 리카가 고바야시 서점을 만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 성장기 소설이다. 또한 그의 성장과 더불어 독자로 하여금 잔잔한 위로를 건네는 따뜻한 소설이기도 하다. 낯섦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리카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리카는 취업 준비를 하다 출판 유통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독립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던 리카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설렘으로 가득하면 좋겠지만 낯섦에서 오는 두려움은 극복하기 어려운 숙제와 같이 느껴져 좌절감에 빠지고 마음에도 파고들어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깊은 고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리카는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를 만나게 된다. 뚜렷한 목표가 없어 괜스레 주눅 들던 리카에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를 건네는 유미코씨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그 모습에 큰 용기를 얻은 리카는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한적한 그곳에 있지만 자신의 존재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는 서점과 사람은 어느새 깊숙하게 자신의 마음에 자리 잡는다. 사소한 긍정의 힘이 만드는 변화는 잔잔하지만 큰 파도를 불러일으킨다.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장소라고 하면 어떤 곳을 떠올릴 수 있을까. 나의 경우에는 영화관이나 서점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 장소 자체를 좋아한다. 기억나는 사람이라거나 특별한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곳에서만큼은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한다. 내가 그런 공간에서 영향을 받은 것처럼 주인공 리카도 고바야시 서점을 만나며 바뀌고 있었다. 무기력함과 자신 없었던 리카가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서 빠져나오게 된 것이다. 먼저 처음을 겪은 사람이 지금 막 처음을 겪고 헤매고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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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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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온 장강명 작가님의 ‘재수사 1편’은 22년 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시작하는 이야기다. 기대했던 것만큼 흥미로웠던 1편을 한 번에 볼 수는 없었지만 덮는 순간, 순간이 아쉬울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 읽었을 때, 2편이 정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왠지 모를 아쉬움에 한 번 더 책을 펼쳐보았고 두 번 볼 때는 드문드문 보지 않고 한 번에 집중하며 보기 위해 자연의 적막만이 맴도는 공원 벤치에 앉아 다 읽게 보았다. 주변의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책 속의 소리와 맞물려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에서 놓쳤던 부분을 두 번째 완독을 하며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제법 두꺼운 책의 두께이지만 짧게 느껴져서 꼭 2편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흔적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올수록 그때 그 자리에 멈춰있는 피해자의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진다. 주변은 각자의 시간을 자유롭게 또 스스로 사용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피해자는 타인에 의해 그 시간이 강제적으로 멈춰진 것이다. 그렇게 피해자를 위해 지나간 시간 속에 그를 잊고 여전히 살아있는 이들을 찾아 알고자 하는 그날의 사건에 대한 범인의 흔적을 찾아가며 조금씩 자리를 좁혀간다. 반면, 범인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합리화를 위한 자신만의 논거를 펼치고 그것이 마치 논리적이고 합당한 것처럼 각각의 인격을 부여하고 있었다.

이렇게 범인과 형사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며 긴장감을 더한다. 지금의 수사기법과 비교했을 때, 상당 부분 차이가 나는 과거의 수사는 극복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좁혀지는 거리에 대한 긴장감과 더불어 혹여 잡혔을 때의 짜릿함의 간극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시스템과 한 사람의 도덕적 신념이 양 극단에 놓여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이 두 사람이 마주했을 때,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궁금해진다. 22년 동안 모습을 감추고 잡힐까봐 전전긍긍한 모습을 하고 있는 범인은 과연 어디에 숨었고 또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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