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너에게 줄게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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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하나였던 그들이 둘로 나누어져 각각의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 노아와 주드는 옆이 당연하다는 듯이 모든 것을 함께 해왔다. 하지만 어느 날, 엄마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뒤 서로의 관계는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완전했던 것들이 엉망진창으로 변하고 그 공간의 공백을 불완전한 불안함으로 가득 메우며 점점 서로를 망가뜨리려 한다. 노아는 주드를, 주드는 노아를. 추상적인 감각은 틈새를 보이기 마련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것처럼 말이다. 하나라는 생각이 두 사람을 독립된 개인이 아닌 쌍둥이 자체로서의 통일감으로 자리 잡으며 서로에겐 부담으로 다가온 것 같기도 하다. 하나라는 생각이 두 사람을 얽매이게끔 했다. 그들에게 얽혀있는 엄마의 비밀과 서로의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비록 좋은 방향은 아니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온전한 쌍둥이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자리 잡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보여주는 것 이상의 감정을 글자라는 형태를 통해 보여주며 어떤 상상력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것을 표현해 줌으로써 상상력을 자극한다. 긴 페이지라 부담스럽다가도 책 곳곳에 감정이라는 큰 형태의 물감이 칠해지며 그림을 읽는 재미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또한 비현실적인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람의 언어로, 생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져서 굉장히 다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언어유희와 다양한 감각적인 표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태양을 너에게 줄게를 추천한다. 표지를 제외하고 그림 한 점 들어가지 않은 책에서 다채로움이 샘솟는다. 그저 생각으로 지나간 것들이 글로 표현되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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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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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회에 발을 디뎌 자신감보다는 소외감을 먼저 배운 리카가 고바야시 서점을 만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 성장기 소설이다. 또한 그의 성장과 더불어 독자로 하여금 잔잔한 위로를 건네는 따뜻한 소설이기도 하다. 낯섦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리카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리카는 취업 준비를 하다 출판 유통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독립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던 리카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설렘으로 가득하면 좋겠지만 낯섦에서 오는 두려움은 극복하기 어려운 숙제와 같이 느껴져 좌절감에 빠지고 마음에도 파고들어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깊은 고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리카는 고바야시 서점의 유미코를 만나게 된다. 뚜렷한 목표가 없어 괜스레 주눅 들던 리카에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를 건네는 유미코씨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그 모습에 큰 용기를 얻은 리카는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한적한 그곳에 있지만 자신의 존재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는 서점과 사람은 어느새 깊숙하게 자신의 마음에 자리 잡는다. 사소한 긍정의 힘이 만드는 변화는 잔잔하지만 큰 파도를 불러일으킨다.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장소라고 하면 어떤 곳을 떠올릴 수 있을까. 나의 경우에는 영화관이나 서점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 장소 자체를 좋아한다. 기억나는 사람이라거나 특별한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곳에서만큼은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한다. 내가 그런 공간에서 영향을 받은 것처럼 주인공 리카도 고바야시 서점을 만나며 바뀌고 있었다. 무기력함과 자신 없었던 리카가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서 빠져나오게 된 것이다. 먼저 처음을 겪은 사람이 지금 막 처음을 겪고 헤매고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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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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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온 장강명 작가님의 ‘재수사 1편’은 22년 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시작하는 이야기다. 기대했던 것만큼 흥미로웠던 1편을 한 번에 볼 수는 없었지만 덮는 순간, 순간이 아쉬울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 읽었을 때, 2편이 정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왠지 모를 아쉬움에 한 번 더 책을 펼쳐보았고 두 번 볼 때는 드문드문 보지 않고 한 번에 집중하며 보기 위해 자연의 적막만이 맴도는 공원 벤치에 앉아 다 읽게 보았다. 주변의 바람 소리와 새소리가 책 속의 소리와 맞물려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에서 놓쳤던 부분을 두 번째 완독을 하며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제법 두꺼운 책의 두께이지만 짧게 느껴져서 꼭 2편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흔적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올수록 그때 그 자리에 멈춰있는 피해자의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진다. 주변은 각자의 시간을 자유롭게 또 스스로 사용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피해자는 타인에 의해 그 시간이 강제적으로 멈춰진 것이다. 그렇게 피해자를 위해 지나간 시간 속에 그를 잊고 여전히 살아있는 이들을 찾아 알고자 하는 그날의 사건에 대한 범인의 흔적을 찾아가며 조금씩 자리를 좁혀간다. 반면, 범인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합리화를 위한 자신만의 논거를 펼치고 그것이 마치 논리적이고 합당한 것처럼 각각의 인격을 부여하고 있었다.

이렇게 범인과 형사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며 긴장감을 더한다. 지금의 수사기법과 비교했을 때, 상당 부분 차이가 나는 과거의 수사는 극복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점점 좁혀지는 거리에 대한 긴장감과 더불어 혹여 잡혔을 때의 짜릿함의 간극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시스템과 한 사람의 도덕적 신념이 양 극단에 놓여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이 두 사람이 마주했을 때,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궁금해진다. 22년 동안 모습을 감추고 잡힐까봐 전전긍긍한 모습을 하고 있는 범인은 과연 어디에 숨었고 또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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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창비청소년문학 112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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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전염병을 소재로 하여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과 그 상황에 대응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그린다.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상황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볼 수 있을까. 전반적으로 어두운 이미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시안의 시점과 해원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고 멀어져야만 추억으로 유지될 수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담는다. 각자의 사정과 감정이 다르지만 서로의 그늘과 햇살을 바라보며 지금보다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끝과 끝에서 만난 그들이 지금은 멀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평범한 내일을 꿈꾼다는 것은 시안에 있어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의 행복은 물론이고 미래의 완전함 또한 사치다. 전염병이 가져다준 절망의 순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불안하고 껄끄러운 마음에 온전한 평범함을 누리지 못하는 시안은 자신과 달리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해원을 봤다. 해원은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자신이 영위할 수 없는 평범함으로 사소한 고민을 늘어놓는 모습에 분노함과 동시에 기쁨을 느낀다. 한편 해원은 고통의 순간을 겪어야 했다. 자신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고 가족의 신상이 인터넷에 올라왔으며 행복을 드러내지 못하며 살아야 했다. 불안을 동시에 지니고 있던 해원의 앞에 어릴 때부터 친했지만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시안을 만난다. 아무도 모르는 자신을 알고 있어서 편하지만 동시에 불편한 사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시안과 해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같은 상황에 놓였음에도 의도치 않게 전혀 다른 지점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수많은 감정이 몰려오게끔 한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서 시작된 일들이 누군가에겐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전염병의 초기에 슈퍼 전파자 혹은 확진자가 나오면 동선이 공개되며 맹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그때를 돌이켜보며 책을 곱씹어 보니 쌉쌀한 페퍼민트 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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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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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근원적 숙제를 푸는 생각을 이렇게 심도 있게 다루는 책이 또 있을까. 어떤 질문들은 답을 내기엔 쉽지 않아서 계속해서 뻔하게 다루어지지만 정해진 답으로 다른 괄호를 닫을 수는 없게 만든다. 그런 수많은 물음표에 다른 길을 제시하여 살아가는 의미에 힘을 더하는 책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을 보게 되었다. 내면에 품고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은 어떤 것일까.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무언가는 책을 통해 두드러지게 드러나며 그 사람의 정신까지도 담아낸다는 것을 강조한다. 어느 순간 우리의 시선에서 벗어나 중요함을 잊고 있었던 인문학의 힘과 역사의 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처음 김진명 작가님을 만난 건 학창 시절이었다. 소심하고 뚜렷한 의견을 쉽사리 내지 못하던 나에게 거침없이 다가온 [싸드 THAAD]라는 책. 이 책을 통해 나는 자신감을 얻었고 또렷한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정치적 의견이 담겨있을 수 있지만 현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기에는 충분했다. 상대적으로 책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음에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책을 읽었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사유하기를 멈췄을까. 작가님의 에세이에서 느꼈던 사유가 이 책을 곱씹어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번 에세이를 통해 작품들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68 인간의 근원적 숙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시간인 것이다.

p87 인간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때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원초적 본능만 갖춘 바이러스와는 갈래를 달리하는 인간만의 힘이다.

p94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슬픔과 비극을 외면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말하자면 슬픔과 비극을 가진 사람과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이며 상대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안타까움이 무엇인지,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에 대한 사려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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