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의 제한선 - 1% 슈퍼 리치는 왜 우리 사회와 중산층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가
잉그리드 로베인스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평점 :
‘부의 제한선’은 ‘무작정 부를 추구하는 삶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한국처럼 경쟁이 심하고 형평성 논란이 심한 나라에서는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는 책이기도 하다. ‘부익부 빈익빈’은 공산주의냐 자본주의 경제체계냐와 상관없이 인간 사회에서 시스템 상 어쩜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이념적으로나 시스템상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에 대한 보완책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결국 실패한 공산주의에서나 자본주의 체계하에서도, 특히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에서 조차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재 망가져 가는 이러한 시스템을 대신할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그는 1% 슈퍼 리치가 우리 사회, 중산층,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해롭다고 하면서 제시하는 것이 ‘부의 제한주의’ 인데 솔직히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는 황당한 아이디어라고 보았는데, 이것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추상적이고 이상적이기는 하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봤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느낌을 느끼면서도 내용 면에서는 정말 놀라운 논리가 있어서 전반적으로는 공감하지 못하지만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으로 평가한다.
저자인 잉그리드 로베인스는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며, 대학 윤리연구소 소장과 네덜란드 철학 연구회 회장을 지낸 바도 있다. 그는 부의 극단적 집중화에 천착해온 세계적 석학으로 개인의 부에 ‘상한선’을 긋는 ‘부의 제한주의’를 주장해 왔다.
책은 총 10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것이 너무 많은 것인가’에 대한 내용인데, 베스트셀러인 마이클 셀던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는 기분이었다. 무척 심오한 내용이었다. 제2장에서 제 5장까지는 극단적인 부의 폐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극단적인 부는 불평등을 심화하고 가난한 자를 계속 빈곤하게 만들고 부 자체를 부정하게 생각하거나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것 등으로 주장하고 있다. 제 6장에서 제 9장까지는 이전에 극단적인 부에 반대하는 근거, 부의 제한주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이야기하였다면 이 장들에서는 ‘부의 제한주의’에 관한 내용들이 주로 나오는데 이게 부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는 하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 이론적으로는 공감이 가는데 인간의 본능을 고려하면 현실적이지는 못하다. 저자도 현실적이기보다는 이상적이라는 생각도 있는 것 같고 또한 그렇게 강요하거나 그렇게 하길 바라는 바도 아닌 것 같다. 제 10장 ‘우리 앞에 놓인 길’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자신의 생각하는 바를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극단적인 부에 대한 문제점과 불평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 체계적으로 개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평상시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되어가는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불평등에 대해서는 나름 고민을 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비록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우리의 현실에 접목이 되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