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 2024 뉴베리 아너상
에린 보우 지음, 천미나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8월
평점 :
동화를 보면 상상의 나래를 편다. 어렸을 적에 동화의 나라, 만화의 나라로 빠져들면 내가 주인공이 된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동화의 특징은 섬세하게 상황을 묘사한다는 것이다. 종이책을 그림도 없이 읽으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늘 그림이 그려진다. 이 작품 또한 읽으면서 내내 내 상상의 그림을 그려가며 읽었다. 동화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렸을 때 동심으로 돌아가게 되어서도 좋았다. 내 상상의 그림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표지에 있는 그림을 보게 되었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무심코 본 책 표지의 그림이 바로 내가 상상하던 그 그림과 조금은 차이가 있었지만 대략은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저자 에린 보우는 미국 오마하에서 자랐다. 오마하 하면 투자의 대가라고 하는 ‘워렌 버핏’이 사는 동네라고 생각하니 더 친근감이 갔다. 저자의 어린시절을 생각해 보니 딱 이 책이 나오기 적당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정말 많은 상을 받은 작품이다. 저자 자신이 쓴 책들이 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상을 받은 바 있다. 저자는 지극히도 평범한 가정에서의 삶이 이러한 작품을 나오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역발상도 해 보았다.
이 책은 목차가 없다. 목차가 없으니 더 좋은 점도 있다. 목차가 있으면 짐작하고 책을 읽는데 이 책은 캄캄한 어둠속에서 손전등 하나 들고 기나긴 길을 떠나는 느낌이었다. 내용의 표현이 무척이나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끼게 하는 것은 주인공 사이먼의 정신세계를 나타내는 것 같다. 보통의 사람의 심리가 그럴까? 최소한 사이먼의 정신 세계는 나와 무척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가끔씩은 사이먼의 그러한 태도와 생각들이 약간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대수롭지도 않은 일을 대단히 크게 부각시키는 느낌이 있어서 정신세계가 좀 특이하다는 생각도 해 봤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빨강머리 앤’이라는 작품도 생각이 났고 ‘오즈의 마법사’도 생각이 났고, 헤르만헤세의 ‘데미안’도 생각이 났다. 세 작품 모두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상상력의 나래를 펴는 ‘빨강머리 앤’과 도로시와 친구들의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 그리고 친구 ‘데미안’의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전개하는 방식은 내 느낌상으로는 조금은 비슷하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약간은 비극적인 상황을 희극적으로 표현한 부분도 그렇고 사이먼의 부모님이 장례지도사이고 집은 장례식장이라는 환경적 요소도 침울할 것 같은 상황에서의 희극적 반전의 표현들은 정말 표현 자체가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해 본다. 갑자기 왜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까? 하는 의문도 들었고 중세시대적 분위기에서 최신 스파트폰, 와이파이, 전자렌지 등도 못 쓰는 마을로 가서 살게 된다는 점도 특이했다. 그러나 사이먼 등 책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조금은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또 밝다. 어둠 속에서 비추어지는 빛이 더 밝게 느껴지듯이 말이다. 처음 앞부분은 조금은 조금은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끝부분에 반전이 전하는 아픔과 여운 등 심각하기까지 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개방식은 유쾌하고 코믹스러우며 경쾌한 느낌을 주고 있는 작품이다.
내게도 동화 속에서 헤매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이 좋았던 기억만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가끔 만화영화를 볼 때면 정말 오래 전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막막했던 어린시절, 암울했던 어린시절이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또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인생 여정을 떠올리면서 읽은 작품이었기에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