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 지혜에 관한 작은 책, 엥케이리디온
에픽테토스 지음, 노윤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7월
평점 :
‘그는 비록 노예였으나 내게 가장 큰 가르침을 준 스승이다.’라고 그 유명한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랠리우스는 말하였다. 황제와 노예, 뭐 지금 생각해 보면 노예도, 황제도 다 사람이니 누구든 어떤 사람들에게나 배우고 가르칠 수 있겠지만 그 시대적 배경을 본다면 과연 노예가 황제의 스승, 아니 황제가 노예를 가르침을 준 스승으로 생각하기나 할 수 있었을까? 마르쿠스 아우랠리우스이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제목처럼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라는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작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살게 되는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기만 한 현실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인데 남의 의견에 얽매이게 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남에 의해 내가 평가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세상,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에픽테토스는 낯선 인물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대표 철학자이며, 노예신분이었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노예였으면서 당대 최고 철학자로 알려진 무소니우스 루푸스에게 철학을 배웠고 자유인으로 해방되었다. 해방된 후 로마에서 철학을 가르쳤고 학교를 설립하였으며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가르쳤다. 그는 ‘자유와 노예’를 자신의 철학적 주제로 삼았으며 ‘지혜로운 자만이 자유롭다’는 스토아 정신을 잘 드러내는 표현을 하였다. 이 책을 에픽테토스가 직접 쓴 것은 아니다. 대다수 그렇듯이 제자가 강의나 대화 등을 대신 집필한 책이다.
제자에 의해 자신의 강의와 대화형식의 철학적 내용들이 정리된 책이기에 구성 자체도 짧으면서도 핵심적인 요약된 내용들이 전부이다. 그러나 그의 강의들은 후세, 특히 근대 철학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전쟁터에서, 그리고 여러곳에서 그의 책들은 읽혀졌다. 도덕적 관점, 삶에 대한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처세까지 그의 철학적 사고는 어느 곳에서도 활용 가능한 내용들이다. 철학자들의 주장은 살아가는데 진리라고는 할 수 없고 또한 모든 것이 그들이 이야기 하는대로 움직이거나 또한 사람들에게 그런 기준을 주기는 어렵지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는 중요함을 인식하게 된다. 로마의 시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의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바들이 지금 들어도 손색이 없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철학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생각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