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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의 마음 ㅣ 책고래마을 48
유하정 지음, 안효림 그림 / 책고래 / 2024년 3월
평점 :
그림책을 본 것이 아이들 어렸을 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자주 봤던 기억 이후 정말 오랜만에 직접 읽어 보는 그림책이다. 이 책은 유하정님이 글을 쓰고 그림은 안효림님이 그렸다. 그림책이 좋은 것은 그림과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과 그림과 글에 의미가 조화를 이루며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처해있는 상황이 어떻고 또 읽는 마음에 따라 다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벽’이라는게 무엇일까? 보통 장벽, 말리장성, 구분짓는 것, 장애물 등등으로 이해되거나 그렇게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것과 별개의 의미를 가진 듯 하다. 알퐁스 도데의 작품 ‘별’에서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지켜주던 순수한 ‘별’이 갑자기 생각나는 그러한 ‘벽’으로 나는 느껴졌다. 아기돼지, 고양이, 고라니는 모두 삶에 지쳐서 기대고 싶은 그런 우리 인간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해보니 의인화가 되었다. 내가 그 고라니, 고양이, 아기돼지의 모습이었다. 고단한 삶의 지치고 지쳐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벽’으로 느껴졌다. ‘벽’의 마음은 그러한 인간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안정과 평화를 주고자 하는 그런 마음을 가진 ‘벽’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고라니, 고양이, 아기돼지는 그 벽이 없었으면 그들이 향하고자 하는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언덕이라는 것도 양지바른 곳에서의 ‘언덕’은 힘만 있으면 언제든지 뛰어넘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상대적인 느낌임은 분명하다. 그림책을 보다 보면 글이 아주 적은데 생각해 보면 주는 의미는 아주 많다. 여기서 고라니와 아기돼지, 고양이는 다 다른 행로와 목적지를 보이고 있었지만 도달한 곳은 길가의 ‘벽’이었다. 고라니는 무엇인가를 찾다가, 아기돼지는 엄마돼지를 따라가다가, 아기 고양이는 걸음연습을 하다가 다친 것이다. 그들에게 상처를 준 것은 인간이었는데, 인간은 그들에게 상처준지도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그들의 아픔을 알지도 그런지도 모른다. 그게 삶이라는 것 같다. 그림책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잡고 아이들에게 앞으로의 희망을 갖게하는 그림책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