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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색 [내色] - 감정에 색을 입히다
이수진 외 지음 / 아무책방 / 2023년 10월
평점 :
책을 보니 손바닥 크기에 읽기 쉽게 제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색(色)! 책 제목만 보고는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저자 6명에 각각 6개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6개의 이야기에는 다 색이 있었다. 검정색, 푸른색, 붉은색, 보라색, 하와이안 레이, 등, 이렇게 6개, 그런데 하와이안 레이와 등은 무슨 색깔일까? 그리고 각각의 색은 감정을 이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떤 감정의 이입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가지고 책을 읽어나갔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의미는 읽고 난 후에도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여섯 가지의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하면,
첫 번째 이야기는 ‘검은 나비 소리’이다. 주인공은 태어날 때 부터 청각장애인이었다. 그래서 인공와이어를 착용하고 있다. 그런 주인공이 언니에게 편지형식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자신의 친구 젬마에 대한 이야기와 교통사고를 당해 젬마가 죽은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인공와이어로 인해 언니가 휴학을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자신의 의견 등을 글로 쓴 것이다. 예상대로 ‘검은색’엔 죽음도 있었지만 들여다보면 자신의 장애에서 벗어나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도 담겨 있다. 검정색엔 그런 감정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두 번째 이야기는 ‘푸른 새벽’이다. 주인공은 가정폭력 아빠로 부터 벗어나 도움을 요청하기까지의 가혹한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푸른색은 역시 희망이었겠지. 새벽, 아침 모두가 푸른색이다. 닭과 남의 개가 죽어 고기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내가 기른 개가 죽어 고기가 되는 것엔 왜 다른 감정이 들까? 냄새나는 비닐하우스에 사는 친구 설희가 가정 폭력 하에 사는 주인공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세 번째 이야기는 ‘붉은 국화’이다. 국화꽃의 색이 붉은 색이 있나? 주인공 혜나의 토사물은 왜 붉은색이었고 금방 씻겨나갔을까? 자살과 생활고, 그리고 엉켜진 관계 속에서의 주인공의 고민들, 그리고 인스타그램. 왜 국화꽃은 붉은색일까?
네 번째 이야기는 ‘보라의 보라’다. 암환자 보라의 짙은 보라색이 연한 보라색으로 바뀌는 문장에서 보라의 고통이 좀 나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하와이안 레이’다. 하와이안 레이는 하와이 사람들의 꽃목걸이인데. 울긋불긋 색깔이다. 일제 친일파, 독립운동가, 레이를 만들땐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하와이란 레이는 용서아닐까?
여섯 번째 이야기는 ‘등(燈)’이다. 조명등 희망이 아닐까? 등은 색깔이 무엇이지? 하얀색인가? 아니면 회색? 아니면 무색?
그러고 보니까 주제의 색깔에 맞춰 간지도 그 색깔에 맞췄다. 각각의 글에서도 색깔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글 하나하나가 암울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색엔 감정도 현실도 다 배겨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메어져 왔다. 냉혹한 현실을 주인공들이 다 벗어나서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역시 파란색에 감정을 입히고 싶다. 암울한 현실에서의 희망을 갖고 싶다면 여기 암울함 속에서도 희망을 보는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