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로서 "창조적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과연 영감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에디슨은 "천재는 99퍼센트의 노력과 1퍼센트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에디슨은 누구나 노력하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1퍼센트의 영감이 없기 때문에 천재가 되지못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1퍼센트의 영감은 그만큼 중요하다. 누구나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영감을 원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잘 모른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대가 주는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시각과 생각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시작될까? 새로운 생각은 때론 지리적 환경이 만들어 내기도 한다.
생명이 무생물과 구분되는 차이점은에너지의 흐름이 있느냐 없느냐다. 돌과 같은 무생물은 에너지가 들어가거나 나오지 않는다.
돌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 돌은 에너지의흐름이 없는 ‘닫힌 시스템‘이다. 하지만 인간과 같은 생명체는 에너지가들어오고 나가는 에너지의 흐름상 ‘열린 시스템‘이다.
태양 에너지는 식물을 키운다. 우리는 그 식물을 직접 먹기도 하고, 식물을 먹고 자라난동물을 먹고 힘을 얻는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배설하는 것은 태양 에너지가 유기물 음식의 형태로 변환된 것을 소비하는 작용이다.
음식을먹는 것은 근본적으로 태양 에너지를 먹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생명은 태양 에너지의 흐름을 이용해서 생명성을 만들어 내고 유지한다
문화는 이러한 에너지 흐름의 과정 중에서 생명이 만들어 낸 2차 부산물이다. 둥그런 행성의 모양, 자전축의 기울어짐, 자전과 공전,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는 지역마다 다른 ‘지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양한 지리적 배경은 각기 다른 기후를 만든다. 각기 다른 기후는 각기다른 ‘환경적 제약을 만든다.
이런 환경의 제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몸부림친 인간 지능의 노력이 ‘건축물‘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비가와서 지붕을 만들었고, 추우니까 벽으로 방을 만들고 온돌을 만들었다. 건축은 기후가 주는 문제에 대한 인간의 물리적 해결책이다.
「뇌의 배신」이라는 책을 보면, 사람이 가장 창의적인 순간은 빈둥거릴때라고 한다. 이 명제는 문화 발생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 준다.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에 의하면 모든 쓸모 있는 에너지는 온도의 차이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우주에서 생명이 가능한 것도 최초 빅뱅의 뜨거운 폭발에서부터 점점 식어 가는 우주사이의 온도 차이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온도 차가 없으면 에너지가 없다. 에너지가 없으면 창조와 생명도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수백억 년이 지나고 나면 우주가 전체적으로 같은 온도의 차가운 상태가 되고, 그러면 시간도 멈출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시간은 무질서의 정도를 말하는 엔트로피가 늘어나면서 부수적으로 만들어지는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창조는 온도 차에 의해서 시작된다.
인간 사회 안에서 ‘온도 차이‘를 만든 것이 농업이다. 농업혁명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계층과 부의 ‘온도 차이‘를 만들어 내자 인간은 새로운창조가 가능한 문화적 에너지를 만들 수 있었다.
계급의 차이는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지만 냉정히 말해서 문명 발생을 촉발시켰다고도 볼수 있다.
물론 계급 차이가 계속 존재해야 창조적인 사회가 된다는 말은 아니다. 차이에 의해서 나오는 ‘흐름‘이 창조를 만드는 것이니, 사회의 계급이나 부가 고착화되면 차이에 의한 흐름이 정체되고 사회는 쇠퇴한다.
따라서 공정하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사회 계급 간의 자리 배치의 변화가 많은 것이 사회 발전의 에너지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계급 간의 이동이 없어져 가고 있다는 점은 발전의 에너지가 소실되고 있다는 중대한 문제다
인류 초기에 사회적인 계급의 형성은문명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열심히 일해야만 생존할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놀아도 살 수 있는 계층이 생겨나면서 누군가는 빈둥거리게 되었고 창조성이 키워졌고 문명이 발생했다.
부가 한 곳에 축척되면서 사람의 힘을 한곳으로 모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자본력도 만들어졌다. 그 자본력으로 무거운 돌로 만든 큰 건축물이세워지기도 했다. 위대한 사상가들도 그러한 가운데 탄생했다.
잉여 농산물은 사회 계층을 만들었고, 나누어진 사회 계층은 잉여 시간을 만들었으며, 잉여 시간은 문화를 만들었다. 문화는 다시 기후적 제약의 차이에 의해서 서로 다른 유전적 특성을 만들었다.
위대한 이론은 다양한 현상들을 단순하게 설명한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위대한 이유는 야구공의 움직임부터 복잡한 행성 간의 움직임까지 한 가지 공식으로 다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화에서 새로운 생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문화는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생명이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명은 외부로부터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열린 시스템이다. 그만큼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인 변수 요인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은 예측하거나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혜성의 궤도를 예측하는 것보다 사람이 다음 순간에어떤 생각을 할지 예측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생물을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듯이 생물이 만드는 문화나 창조도 그러하다
우주의 ‘불변의 법칙‘ 중 하나는 만물의 무질서는 증가한다는 엔트로피 법칙이다.
방을 따로 청소하지 않으면 쓰레기통이 된다. 오직 청소하고 정리 정돈에 힘과 에너지를 썼을 때에만 분위기 있는 방을 만들 수 있다. 문화도그러하다. 문화는 방대한 에너지의 흐름 과정 중에 잠깐 동안만 만들어지는 질서라는 ‘저 엔트로피‘의 상태이다. 따라서 잠깐만 에너지의 흐름이 깨져도 문화는 서서히 소멸한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생각의 씨줄과 날줄이 오랜 시간 동안 엮어서 만들어내는 ‘문화의 카펫‘에 그려진 ‘생각의 무늬를 보여 주려는 시도다.
전작『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어디서 살 것인가는 각각 15장과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책들에서 각 장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글의 모음이었다. 이 두 권의 책에 담긴 27개의 챕터는 27층 건물의27개 평면도와 같다. 1층에는 백화점이, 5층에는 학원이, 9층에는 헬스클럽이, 20층에는 사무실이 들어가 있는 27층 복합 건물의 서로 다른평면도다. 각각의 층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반면 이 책은 건물을 세로로 길게 자른 단면도라 할 수 있다. 시간이라는 투명 엘리베이터를타고 각 층을 통과하면서 1층부터 27층 그리고 옥상까지 올라가 보는책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 보면 앞서 나온 책에서 보았던 방들도보일 것이다. 그래서 앞선 책을 읽으신 분들은 중복된 이야기를 찾게될 것이다. 하지만 책의 흐름상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참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다. 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앞뒤에 연결된 이야기와의 관계를 살피면서 함께 봐 주시면 좋겠다.
이 책에는 『모더니즘』, 『현대건축의 흐름』 등 지금은 절판됐지만 초기에 냈던 책들의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건축적 관점에서 생각이나 문화가 어떻게 변하고 진화했는가를 이야기하려면 건너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몸부림친 인간 지능의 노력이 ‘건축물‘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비가와서 지붕을 만들었고, 추우니까 벽으로 방을 만들고 온돌을 만들었다. 건축은 기후가 주는 문제에 대한 인간의 물리적 해결책이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렇게 한 시대가가지고 있던 기술적, 사회적, 경제적 제약 들 속에서 환경적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문화가 되었고 그 문화의 물리적 결정체가 바로 건축물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건축 공간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의 유전적 계보를 살펴보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름 아닌 ‘기억력‘이다. 인간의지능은 단기 기억력 덕분에 좀 전의 과거와 조금 더 먼 과거의 2차원 장면을 기억할 수 있다.
실제로 인간의 의식은 초당 2백여 장의 그림을 연산한다고 한다.
기억력과 네 번째 차원인 ‘시간의 도움으로 망막에 잡힌 그림을 연산해서 이어 붙여 3차원의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억력 덕분에 우리는 3.5차원 정도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서양의 사상가들과 동양의 사상가들은 같은 시기에 뿌리를 내렸지만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한 차이를 보여 준다.
예를 들어서서양은 개인주의적인 사고를 하고 십계명 같은 절대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십계명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일상에서 적용하면 말이되지만 전쟁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법칙이다. 그럼에도 서양의 법칙은상황과 상관없이 절대적인 명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서 동양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중용‘ 같은 상대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행동에 대한 가치가 결정 난다.
두 문화권은 건축공간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서양의 건축은 벽 중심의 건축을 하면서내부와 외부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공간의 성격을 갖는 반면, 동양은 기둥중심의 건축을 하면서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성격의 공간을갖는다. 이 두 문화는 공통적으로 농업에 기반을 두고 발생한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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