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라는 말을 좋아하므로 늘 주의를 기울이려 한다. 굉장히 엄격한 말이라 타인에게 함부로 들이밀면 안 된다.

몸의 일부를 잘라낼 만큼 열심히 했느냐고 타인에게 묻는 일은 끔찍하다. 시인이 말하려는 바도 우리 각자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것이지 타인에게 그 잣대를 들이대자는 건 아니다.

최선이라는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국한된 일이어야 한다.

말은 마음으로 향하는 길이지만 일직선이 아니고 꽤 복잡한 미로다.

듣는 사람이 잘 알아들어야 하는 게 아니고, 말하는 사람이 잘 알아듣게 말해야 하는 거야’라고 말하고 싶었다.

상대가 자신의 의도를 단박에 이해하길 바라기보다 자신이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맞춰가는 태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무례할 정도로 내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상대의 눈높이에 맞게 더 상세히 전달하려 애써야 한다고,

지안이가 맡지 않은 일에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준다. 혹시나 지안이가 너무 많은 일을 자기 책임으로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미안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아닌지 약간은 걱정이 된다.

어른들이라고 해서 미안하다 말해야 할 때를 잘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사과에 인색하고, 사과는커녕 타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세상엔 너무나 많다.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알아챌까 봐 날이 서 있는 사람들, 내 잘못을 사과라는 결론으로 연결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

그런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때로 그런 사람들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지안이의 "미안해"는 자주 나를 일깨운다. 어쩌면 지안이의 말이 아니라 어른들의 말이 바뀌어야 하는 건 아닐까.

갈 곳 잃은 그 책들이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지원자는 넘치지만 채용은 늘 어려웠다. 앞서와 비슷한 패턴이 수없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정규직은커녕 고작 몇 개월 근무할 뿐이고, 경력으로 제시하기도 힘든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약속에 대한 책임감’을 들먹일 수 있는 것일까.

이 경우에 ‘약속에 대한 책임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감’과 꼭 겹치지는 않을 것 같다.

다가온 자리는 환영하되, 조건이 더 나은 자리를 항상 찾고, 자리를 옮길 때는 망설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닐까.

물론 하루 만에 일을 못 하겠다는 문자를 받고 나면, 상대가 전화도 받지 않으면, 마음에선 불이 난다. 하지만 그런 입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갑자기 그만두며 매번 무거운 마음으로 사과하다 보면 편의적으로 ‘무례’를 택할 수 있다는 것도 일견 이해가 된다.

사람들은 때로 삶이 놓인 환경에 따라 어떤 태도를 잃어버리게 되기도 하니까. 나는 사람보다는 세상 탓을 하고 싶다.

약속에 대한 책임과 자신에 대한 책임이 엇갈리는 세상은 슬프다.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이들에게 차마 "죄송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지 못한 내 빈곤한 마음도 슬프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칭찬받을 만하고, 책의 영향력은 자주 상찬되지만, 때로 책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책이 삶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꽤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삶으로 돌아오고, 책은 거기서 끝난다.

세상은 책 바깥에 있다. 아름다운 책을 판다고 내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훌륭한 책을 읽는다고 삶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할머니가 김밥을 싸주실 때 "시금치는 빼주세요" 하고 말하지 못하고 시금치가 잔뜩 들어간 김밥을 꾸역꾸역 먹었던 어린 시절의 내 마음을 생각해본다

괜찮아 보이는 순간조차도 괜찮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지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상상해보곤 하지만, 네 살은 다른 사람의 네 살을 보면서 자신의 네 살을 상상해야 하는 나이다. 네 살은 아이를 키우기 전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 어린 나이가 아니다.

사실 이런 일에 ‘부모로서’라는 말을 붙이는 건 민망한 일이다. 공기는 남녀노소가 호흡하는 것이니 아이만 보호 대상인 것도 아니고, 부모가 아니더라도 행동에 나서야 할 문제다.

‘부모로서’라는 말은 ‘아이의 미래’라는 명분을 들이밀어야, 비로소 굼뜨게 움직이는 나를 드러내는 것이라 부끄럽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를 위해 부모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지 여부로 판가름할 수 없다

제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맑은 하늘을 살 수는 없다. 우리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을 가족 안에서 다 얻을 순 없다.

가족 바깥의 많은 사람들과 협력함으로써 많은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내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대개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과정에서 달성할 수 있다는, 그 사실을 체득케 하는 부모가 좋은 부모 아닐까.

가족의 구성원임을 감각할 뿐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임을 자각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부모의 시야는 아이나 내 가족에게만 고정되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사람은 모두 거인의 어깨를 딛고 서 있다지만, 아내와 나는 어머님과 아버님의 허리를 딛고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부가 누리는 삶의 균형은 부모님의 헌신에 빚지고 있다.

원칙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실천하려 한다. 내가 매일 책을 읽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서점원으로서 최대한 폭넓게 책을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원칙을 세우고,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할당했다.

일관되게 실천하는 시간이 쌓일 때 원칙은 자연스레 나라는 사람의 일부로 뿌리내린다.

타인이 나를 바라볼 때도 ‘적어도 책을 열심히 살펴보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해야 서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잠이 모자라서 머리가 멍했다. 책을 읽을 수는 있었으나 활자가 나를 그저 통과할 뿐인 느낌이 들었다. 생각을 진지하게 이어가기엔 기력이 딸렸다

납득은 안 되고, 욕구는 사라지지 않으니 아이의 훈육은 설득과 이해로만 가능할 수가 없다.

엄마 아빠의 부드럽던 태도가 사라지고 엄격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 공기의 무거움이 훈육이라는 행위를 마저 채운다. 그렇다고 아이가 곧장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분위기가 두렵고 슬퍼서, 아이는 발버둥을 친다.

관계가 괜찮으면 다 괜찮다. 육아는 긴 과정이니까, 혹 잘못된 길로 들어갔더라도 관계만 괜찮다면 우리는 손잡고 빠져나와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 믿음으로 오늘의 불안을 일단 넘어간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유명해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처럼, 그 지역에 대해 알고 가면 여행에서 볼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유명해진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고 나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처럼, 그 지역에 대해 알고 가면 여행에서 볼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리 책을 읽고 왔어도 책을 볼 때보다는 눈앞에 시선을 두게 되었다. 그 여행을 통해 나는 확실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내게 여행은 언제나 두 번이라고. 책으로 한 번, 몸으로 한 번. 책을 읽은 여행과 읽지 않은 여행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다르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용인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행동을 근거로 사전에 입장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정도 이해를 구하는 것도 힘든 일일까.

사람을 알아보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판단은 내려야 했고 시간이 필요하다 해서 면접을 수십 번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름 최선을 다해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못하고 누군가를 평가하는 일은 늘 찜찜한 기분을 남긴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책을 판단하는 일도 그렇다. 서점에서 일하다 보니 "꼭 도서MD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 책을 좋아합니다"라는 말을 면접 자리에서 많이 듣는다.

책에 애정을 지닌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반갑다. 하지만 이들이 서점에 입사해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책을 선별하는 일이다. 몇몇 책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지고 각별하게 소개할 수는 있겠지만, 몇 배나 더 많은 책들을 흘려보내야 한다.

몇몇 책은 판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충분한 재고를 갖춰두지만 어떤 책들은 보유하지 않기도 한다. 서점은 책에 고르게 애정을 쏟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이런 판단이 너무 촉박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책을 선별하는 일이 결코 피할 수 없고, 그래서 중요한 일이라면, 그만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싶다. 내가 왜 이 책을 골랐고 저 책을 고르지 않았는지 명확한 근거를 갖고 싶다. 책을 읽고 검토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니 부족하다기보다 없다는 게 맞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