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없어도 정말 괜찮나요?"에 실제 살아가는 모습으로 대답하고자 이 책을 썼다. 정말로 괜찮다고. 둘이서 담담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를 쓰며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습니다.
‘아이 없이 살아요.’
이 한마디에 쏟아지는 많은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만난 분들은 ‘아이 없이 사는 사람들은 그저 편하게 살려는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전부 깨주었습니다(그리고,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마음을 정하기까지 남편과 아주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저희 둘이 훨씬 단단해진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힘껏 넘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그토록 소중했던 우정을 지키느라 했던 삽질, 땡땡이의 대가로 ‘빵꾸’ 났던 학점,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선배가 내 친구랑

있는 힘껏 뛰었는데, 그 힘 그대로 넘어졌다. 정말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일어나고자 하는 의지조차 생기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넘어져 있었다. 고통이 사라질 때까지,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사람이 살다 보면 동굴에 들어가는 순간이 올 수도 있죠. 그러나 소중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 방식까지는 받아들일 수 없군요. 적어도 동굴에 들어가니 찾지 말라고 하는 편이 가까운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아니라면 제가 그 정도의 존재는 아니란 뜻이겠지요. 다음 연애는 동굴로 들어가는 걸 온전히 이해해주는 사람과 하길 바라요. 저는 아니에요. 아프다 해서 감기약을 사 왔는데, 얼굴 보니 괜찮은 것 같군요. 이건 먹든지 버리든지 알아서 하세요."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이 목표했던 그곳 앞에서 넘어지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당신도 나처럼 옆이나 뒤를 돌아볼 여유 없이 달려왔다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한다.

나는 딩크보다 ‘무자녀’라는 표현을 더 선호하지만, 타인에게 내 상황을 빨리 이해시키기엔 딩크만한 단어가 없다. 여기에 ‘자발적 딩크’, ‘비자발적 딩크’, ‘싱크’, ‘딩펫’ 등 다양한 단어들이 출현했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 사용될 뿐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무자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의 글에는 늘 ‘그러다 후회한다’라는 댓글들이 수도 없이 달렸다. 딩크족이거나 딩크이길 희망하는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후회라는 단어는 자주 등장한다.

후회 없는 선택이 있을까? 어떤 선택이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누군가 내게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냐고 물으면, 다행히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때로 혼자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외로워지긴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혼자가 될 수 있으니 이것이 나에게만 국한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남아 있는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잘 채워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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