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 묽은 우유 / 김보라

#장면1
타인의 삶의 균열에서 위안을 얻는 사람들, 그런 식의 천박한 자양분은 ‘묽은 우유’와 같다

#장면2
수학 교사였던 70대 백인 여성 올리브는 유명 시인이 된 옛 제자 앤드리아 르리외를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다. 올리브는 그녀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고 그 일화를 마을 사람들에게 은근히 자랑하며 말한다. "외로운 아이 같았어." 마치, 아무리 앤드리아가 현재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더라도 그 애의 ‘진짜 모습’을 자신만은 안다는 태도로.

얼마 후 올리브는 집 우체통에 꽂힌 <미국 시 리뷰> 잡지를 발견한다. 그 잡지에는 제자가 자신에 관해 쓴 시가 실려 있다. "삼십사 년 전 내게 수학을 가르쳐준 누군가는/ 나를 겁에 질리게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겁에 질려 있었다/ 그녀는 내가 아침 먹는 자리로 와서 앞에 앉았다/ 귀밑머리가 하얗게 센 채/ 내가 늘 외로움을 탔다고 말했다/ 그 말이 자기 이야기인 줄 모르고."

이 두 장면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 <올리브 키터리지>와 <다시, 올리브>에서 소름 끼치게 좋았던 장면이다.

삶에서 자주 ‘나쁜 선택’을 하는 그녀를 보며 ‘완전히 무너져 있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돌이켜 보니 무너져 있던 것은 나였다. 누군가가 삶에서 흔들릴 때 곁에서 온기가 되지는 못할망정 감히 판단하고 있었다.

그녀의 삶 속에서 불안을 봤던 이유는 그때의 내가 몹시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타인의 슬픔을 탐색해서 내 행복과 옳음을 확인해야 하는 사람의 삶이란 얼마나 스산한가. 그녀는 그저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알아가고 있었을 텐데. 우리는 자신의 품만큼 사람들을 바라본다.

날마다 내 안의 두려움과 사랑을 맞닥뜨린다. 어느 날은 두려움이 어느 날은 사랑이 이긴다. 때로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누군가에 대해 판단분별을 실컷 하고 난 밤이면, 그 판단분별이 사실 자신을 향하고 있던 것이었음을 알아차린다. 오늘 나는 행복하지 않았구나, 하고. 그때 가만히 그림자들을 들여다본다. 외로움, 비열함, 옹졸함, 수치심, 두려움.

어제는 이미 죽었다. 당신도 내가 그러하듯 ‘나다운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일 뿐임을. 나는, 우리는 모두 조금씩 이상하고 아름답고 천박하고 고귀한 그 모든 것임을.

----김보라/20.11.16

보수화 변곡점, 47살→57살…‘진보가 다수’인 사회로



젊은 시절, 특히 20대 초반의 역사적 경험은 세대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다. 흔히 586세대라 불리는 50대에겐 1980년 ‘광주 학살’이 그런 예였다. 20살 무렵에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을 봤고 7년 뒤엔 그의 비극적 죽음을 목격했던 ‘집단 경험’이 30~40대를 우리 사회의 가장 뚜렷한 진보 세대로 만들었다.

----박찬수/20.11.16

<순록>

차오니마

해우공주
슬픔을 삭이는 사람

"바깥에서 무슨 일을 겪을지는 나도 모른다. 인생은 모름지기 실험이니까. 하지만 눈을 감을 때가 되면 우리는 알 것이다. 우리 삶을 마음대로 휘두른 것은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었음을, 우리가 거둔 승리도 우리가 저지른 실수도 온전히 우리 자신의 것이었음을."
- P393

"이곳의 땅은 고향의 냄새가 나지 않지만, 하늘만은 내가 본 그 어디의하늘보다 더 넓고도 높소. 나는 날마다 세상에 있는 줄도 몰랐던 것들의이름을 익히고, 내가 할 수 있는 줄도 몰랐던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소. 우리가 힘닿는 데까지 올라가 스스로 새 이름을 거머쥐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뭐요?" - P394

종이호랑이 - P397

"그냥 사실만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돼요, 아빠가 저한테 그러셨어요.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법이란 우스꽝스러운 거다. 너도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느냐."
"여기선 그런 식으로 안 할 거예요. 절 믿으세요."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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