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말하기를 걷기와 비슷하게 생각한다. 대부분의사람은 태어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첫발을 떼고 걷기 시작해, 별 탈이 없다면 평생 걸어다닌다. 방에서 방으로, 길에서 길로, 때로는 대륙에서 대륙으로, 오래 걷기는 그 어떤행위보다 깊은 사유를 끌어내지만 그럴 때에도 우리는 걷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 P6

말하기에대해서도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은 태어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첫마디를 떼고 말하기 시작해, 별 탈이 없다면 평생말을 하며 산다. 옆 사람에게, 수많은 청중에게, 때로는 전 세계를 향해. - P6

자전거 타기도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자전거야말로 인간이 만든 가장 멋진 탈것이 아닐까 싶다. 자전거 타는 법,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 우선 차로 이용법, 오르막과 내리막길 가는 요령, 브레이크 잡는 법과 기어 변경법, 자전거 세우기 예절, 오래 탈 때의 주의점 등등을 시민들에게 어릴적부터 가르친다면 평생 쓸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건강한기술을 갖게 되지 않을까?
- P40

기억하자. 누구든 말하기의 교사로 삼을 수 있다. - P44

‘너는 아웃이다를 속으로 읊조리던 내가 얼마나 오만하고옹졸했는지를 진심으로 깨달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의 세계는 어떤 걸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되있고,
그 사람이 나와 다르면 다를수록 저럴 수도 있구나‘ 하며경계가 부서지고 내 세계가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더이상 낮선 사람을 불편해하지 않게 되었다. 그건굉장한 변화였다. 내 곁에는 내가 편안함을 느끼고 내게 우호적인, 제각각 다르게 좋은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 P50

맛있는 귤을 까먹다보면 옆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어지듯이, 나는 내 변화와 그로부터 이어진 일의 재미와 능률에 대해 동료와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 P58

가장 큰 깨달음은 말하기‘는 너무 빽빽해선 안 된다.
는 사실이었다. 글이야 읽는 사람이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몇 번씩 다시 읽기도 하고, 내려놓고 조금 쉬다가 다시 읽을 수도 있지만, 말하기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다.  - P59

힘들 때 힘을 빼면 힘이 생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카메라를 굉장히 의식하며 살아가는 경향이 있어요. 바로 ‘남의 눈이라고 하는카메라입니다. 좁은 땅덩어리에 사람이 너무 많이 살아서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남의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까, 뒤처지게 보이지는 않을까, 이런식의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고 살아가는 문화권이에요. - P75

저는 최선을 다해서 인생을 살라고 하는 말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어요. 근데 그최선은 달리고 또 달리고 쉴새없이 달리는 게 아니에요.
저의 최선은, 최선을 다해서 쫓기는 마음 없이 쉴 때도 있고요, 최선을 다해서 게으름을 부리면서 힘을 비축할 때도 있고요 - P78

제가 생각하는 인생의 성공은요, 남들이 생각하는 성공이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인생의 성공이라는 것은 인생을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인생에 대해서 고마움을잃지 않을 정도의 조율을 해나가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 P79

여러분이 정말로 원하지 않는 것에서 힘을 뺄 수 있어야정말로 힘을 줘야 될 때 힘을 줄 수가 있습니다. 힘을 줄때 주고, 뺄 때 빼고, 그래야 리듬이 생겨나죠. 음악에서도강박, 강박만 있으면 리듬이 생겨나지 않죠. 강박이 있으면 약박이 있고, 음표가 있으면 쉼표가 있고, 그래야 리듬이 생겨나고 그걸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가 있어요. - P79

저마다의 망한 강연 이야기들을 듣는데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모른다. 잘하는 노하우보다 누구나 못하곤 한다는 얘기를 듣는 게 왠지 더 도움이 된다.
그래, 못하면 좀 어때, 그럴 때도 있는 거지.
- P91

나는 하면 된다‘는말은 싫어하지만 하면 는다‘는 말은 좋아한다. 처음부터잘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일단 해보면 조금은 늘 것이다.
그리고 해봐야만 ‘아, 이 분야는 나랑 정말 안 맞는구나하고 판단이라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지레 겁먹기보다는해보기나 하자 싶었다 - P94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모두가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고 사고한다. 아무리 이타적이고 겸손한 사람이라 해도 두뇌의 저 깊숙한 곳에서는 자신의생존을 최우선으로 둔다.  - P100

그렇기 때문에 자기 객관화에는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사람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해도내가 한 몫이 더 커 보인다. 나는 내가 한 부분의 모든 디테일과 그에 들인 시간과 매 순간의 판단 과정을 전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이 한 부분에 대해서 더 열심히 보려는 노력을 해야만 비로소 형평에 맞는다.
- P100

동거생활에 혜안이 있는 사람들은 손해보는 듯 살아라‘라고 충고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집안일에서도 마찬가지로 내가 한 몫이 더 커 보이는 착시현상이일어나기 때문에, 내가 조금 손해보는 듯해야 비로소 각자의 기여도가 비슷해질 확률이 커진다. 이렇게 자기 객관화에는 노력이 필요하고, 스스로의 좌표와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다른 이들과 협력할 때 정확한 조율이 가능하다.
- P101

말하기에서도 그렇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객관적으로 들린다. 그 사람의 몸에서 나온 목소리가 공기를 통해 내 귀에 전달되니까. 하지만 내 목소리는 다르다.  - P101

본인의 발음 등 내가 어떻게 보일까의 문제를 잊을 정도로 그 순간의 대화에 몰입했더라면 상대의 대답에 자연스럽게 리액션을 하게 되었을 테고, 상대의 대답에서 궁금해지는 점을 추가 질문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 순간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한다는 의미다.  - P115

 전형적인 에너지 뱀파이어‘ 였다. 에너지 뱀파이어‘란 정신과 전문의 주디스 올로프가 만든말로,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를 빼앗아 자기 기력을 채우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분은 대회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는것처럼 보였다.  - P118

무조건 할 수 있다고 하기보다는 내가 잘할수 있는 선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우선이다.  - P123

나는 그럴 때가 참 즐겁다.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데 에너지를 쓸 때가. 사람들이 지나치기 쉬운 부분에 조명을 비추어 아름다움이 환하게 드러나 보이도록 하는 게 카피라이터 출신인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칭찬거리를 구체적으로 찾아내 정확하게칭찬하는 일. - P130

이렇듯 세상 모든 것들은 어떤 프레임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무언가를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바라보는 일이 창의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 P131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나 남이 지닌 장점에서조차 기어이 단점을 찾아내 미워하곤 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나는 되도록 내가 지닌 창의성을 칭찬거리를 발견해내는 데 쓰고 싶다.  - P131

세상사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일은 결국 본인의 환경을 더 나은 것으로 여기게끔 한다. 또 주변의좋은 것을 찾아내 칭찬하는 일을 계속하면 좋은 것이 무럭무럭 자라날 테니 실제로도 나를 둘러싼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다.  - P132

좋은 환경 속에 나를 놓아두면 나는 거기서 에너지를 얻어 좋은 것을 더 많이 발견하고 칭찬하게 되므로선순환이 일어난다. 내가 다니는 길가에 꽃씨를 뿌리고 비료를 주는 것과 같다. 그건 결국 나를 위한 일이 아닐까?
- P132

모임의 분위기란 몇몇이 띄우려고 애를 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모임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발화할 수 있는 판을 잘 깔아주면 그 모임만의 분위기와 흥이 조금씩 생겨난다.  - P137

나는 내가 원래 극도로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이었던것을 이제는 일종의 특권‘ 처럼 여긴다 - P138

이 쪼‘라는 것은 곡조 성조 명령조‘ 등에 쓰이는조‘를 뜻하는 듯했다. 구어에서는 ‘부탁조로 말했다‘ 같은 식으로 쓰이기도 하는 그 ‘조‘ 말이다. 쪼란 상투적이고 관습적인 말투를 일컫는 속어였다. 선생님들은 이 쪼를 대단히 경계했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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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어투가 떠오르는가? 그것이 바로 쪼다. 글로치면 개성 없고 뻔한 글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 쪼가심한 말투는 상투적이고 매력이 없다. 자연스러움보다는관성과 습관으로 이루어진 말투다. - P151

말하는 직업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서도 이 ‘쪼에 물들지 않고, 본인의 개성을 흠뻑 드러내면서도 자연스러운 말투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참 매력적이다.  - P151

나는 황덕호씨의 말하기를 들을 때마다 쪼에 물들지 않은 말하기란 얼마나 담백하고 듣기 좋은가, 하고 생각한다. 
나도 말하는 사람으로서 일할 때 닳고 닳은 말 습관, 
즉 쪼에 물들지 않고 한마디 한마디에 정성을 기울여야지 하고 다짐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쪼의 반대말은 개성인 것도 정성인 것도 같다.
- P153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는 참 소중하지만 그보다 더좋은 것은 침묵을 나눌 수 있는 사이다. 이런 침묵은 몇몇가깝고 특별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화의 한 형태다. 함께나눈 수많은 대화와 함께 보낸 수많은 시간의 결과로, 우리 사이에는 실핏줄을 닮은 무언의 통로 같은 것이 생겨나있다. 적어도 서로를 오해하지 않으리라는 신뢰와, 무언가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거기 있음을 안다.  - P167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에, 누군가했던 말은 기억 속에 새겨지지만 우리가 나눈 침묵은 심장에 새겨진다.
- P169

언젠가 영어권에서는 상대가 말을 못 알아들으면 그책임이 발화자에게 있기 때문에 상대가 알아들을 때까지몇 번이고 정확히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무릎을 쳤다. 발화자의 책임과 의무! 그 말로 인해 마치 머릿속에 오랫동안 끼어 있던 먹구름이 싹 걷히는 것처럼 내가그때까지 무척 비합리적이라고 느꼈던 점이 무엇인지 명료히 깨달았다.  - P172

한국말은 말하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지 않고 듣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 그리고 듣는 사람은 상대가 말하지 않는 것까지 들어야 한다. 게다가 이 책임은 주로 관계에서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만 지워진다. 그러니 내가 관계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면 나는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눈치껏 나의 비위를 맞추게 된다 - P173

제발 말을 하자. 그런 것까지 굳이 말로 해야 한다. - P173

상대가 내 마음을모른다면, 말하지 않은 나의 책임이다. 광고 삽입곡으로널리 알려진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노래는 정겹게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 끼치는 해악도 만만찮다.
- P174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른다고 가정해야 제대로 된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상대를 자꾸만 미루어 짐작하며 발언의 숨은 의도를 캐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피곤하다.
상대는 당신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납작한 세계가아니다. 상대의 의중을 알아내려 끙끙대는 사람보다는, 하는 말을 담백하게 듣되 의아한 게 생기면 확인을 하는 사람이 나는 더 좋다. 우리, 양지에서 대화를 하자.
- P174

"그래,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 그게 꼭 책일 필요는 없지."
- P177

설득은 매혹울 이기지 못한다 - P179

1. 사람들은 재미있어 보이는 것에는 사례를 지불해가면서까지 하려고 든다. 2. 누가 시키면 하기 싫지만 같은 일도 자발적으로는 기꺼이 한다.
- P180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해요 - P180

나는 책 읽기 자체를 교양의 척도로 삼고 관습적으로 남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 말들이 정작 사람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잔소리라고 생각한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같은 말들 말이다. 세상에는 위대한 책도 있고 안 읽는 게 차라리 나은 책도 있다.
- P181

때로 목소리의 힘은 그의 온 인생으로부터 온다.
- P188

살다보니 어느새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를 소개할 때 이 순서를 바꾸지 않는다. 읽고 나서쓰고, 듣고 나서 말한다. 읽고 쓰기가 듣고 말하기보다 먼저 오는 것은 읽고 쓰기의 호흡이 더 느리기 때문이다.  - P201

천천히 받아들이고, 느리게 사유하고, 꼼꼼히 정리하고 나서 듣고 말하기에 나선다. 듣고 말하기는 아무리 천천히해도 즉시적이어서 실수하거나 무례를 범하기 쉽다. 어설프게 비유하자면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붙고 나서 주행 연습에 들어가는 것과 같달까.  - P201

그러나 요즘은 작은 마이크들이 무수히 많아진 시대이기도 하다. 세상이 내게 마이크를 주지 않아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는 시대다.  - P204

TV라는 큰 마이크 보다작은 마이크들의 세상이 내게 훨씬 더 깊이 있고 진실되고재미있다.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줬으면 좋겠다.
- P204

내게 마이크가 있는 한, 아니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더 많이 말하고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 지금껏 들리지 않았던 수많은 목소리들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싶다. 한없이 내성적이었던 나에게 용기를 주셨던 분들처럼, 나도 편견 앞에 주눅든 많은 사람들에게 목소리 낼 용기를 주는 말을 건네고 싶다

기억해, 너는 말하는 사람이 될 거야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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