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벌린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삶의 모습에 경탄하게 만든다
훌륭한 작가란 그런 것이다
_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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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j_booking
정식 출간 전 가제본으로 먼저 만나본 루시아 벌린의 단편 소설집
내가 읽은 책에는 총 43편의 단편 중
1. 에인절의 빨래방2. H.A 모이니핸 치과3. 별과 성인4. 청소부 매뉴얼5. 나의 기수6. 엘 팀7. 관점8. 그녀의 첫 중독치료9. 환상 통증10. 호랑이에게 물어뜯기다11. 응급실 비망록 197712. 잃어버린 시간13. 카르페디엠14. 모든 달과 모든 해15. 선과 악
1. 에인절의 빨래방
2. H.A 모이니핸 치과
3. 별과 성인
4. 청소부 매뉴얼
5. 나의 기수
6. 엘 팀
7. 관점
8. 그녀의 첫 중독치료
9. 환상 통증
10. 호랑이에게 물어뜯기다
11. 응급실 비망록 1977
12. 잃어버린 시간
13. 카르페디엠
14. 모든 달과 모든 해
15. 선과 악
이렇게 15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그 외 다른 소설들도 기대된다
단편들을 읽다 보면 땀에 찌들어 있고 생계를 위해 애써야 하는 가난한 사람의 모습이 너무 잘 그려져서 처음엔 (루시아 벌린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아무 정보도 없이 읽었기에) 작가가 빈곤층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 줄 알았다.
세탁 한 번, 건조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돈밖에 없는데, 건조기에 넣어야 할 돈을 세탁기에 넣어 울먹거린 장면을 읽으며- 집 근처에 있던 코인 세탁방을 이용하다 내가 했던 실수도 생각났다. 코인 빨래방에 있는 세탁기에는 돈을 넣고 동작을 누르면 환불이 되지 않는데 빨래를 넣은 세탁기에 돈을 넣은 게 아니라 다른 세탁기에 돈을 넣고 동작 버튼을 눌러 곤란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사소한 부분도 표현할 수 있는 있는 건 관찰을 많이 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래방에서 빨래가 다 되길 기다리며 보게 되는 문구, TV 화면, 만나게 된 사람들 이야기, 소박한 일상에서 느낀 것들이 담겨 있는데 영화 <가버나움>에서 보던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말투도 숨김이 없고 직설적이기도 하다.
청소부 매뉴얼을 읽으면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와 <기생충> 이 생각났다. 봉준호 감독처럼 루시아 벌린도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걸까. 아무도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 않는 가난한 삶을 가까이 보여주는 걸까 고민했었는데, 간단히 작가의 약력을 읽으며 단순한 단편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삶이 녹아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루시아 벌린(1936~2004)은 24살에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서부의 탄광촌, 칠레에서 보낸 10대의 일부, 실패한 3번의 결혼, 알코올 중독,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한 경험 등을 작품에 그려 넣었다. 루시아 벌린의 단편을 읽다 보면 그녀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느낀 것들이 담겨있어 모습들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졌던 거였다.
유명하고 화려하고, 신기하고, 대단한 것만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찮아 보이고 작아 보이는 것도 위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가난, 질병, 상처] 꺼려지고 외면하고 싶은 단어지만 우리 삶에 녹아져 있어 쉽게 외면할 수 없는 단어들. 루시아 벌린의 소설 속엔 이 단어들이 숨겨져 있다. 가난하고 아프고 상처받은 삶 속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루시아 벌린이 죽은 후 11년 만에 문학 천재로 떠오르게 된 건, 무시했기에 제대로 보지 않았던 모습에서 보석을 발견해 낸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별일 아니라 생각해 무심히 넘겨왔던 것들이나 무시했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일상에 숨겨져 있는 보석을 찾아봐야겠다.
책 속 구절
다른 사람의 심정이 어떤지 안다는 사람은 다 바보다 -9p
청소부들은 사실 물건을 훔친다 하지만 우리를 고용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염려할 것들은 아니다. 결국 우리를 돌게 만드는 건 과잉 반응이다. 우리는 작은 재떨이에 놓아둔 잔돈 따위는 탐내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1센트짜리 동전 몇 개뿐 아니라 10센트짜리 동전도 하나 보탠다 -43p
청소부를 위한 조언 : 원칙적으로 친구들 집 일은 절대로 하지 말 것. 조만간 우리는 그들에 대해 너무 속속들이 알게 되고, 그러면 그들은 우리를 불쾌하게 생각한다. 또는 그들을 너무 속속들이 알고 나면 반대로 우리가 그들을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46p
버스가 늦는다. 차들이 휙휙 지나간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부자들은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절대로 보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차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본다. 사실 그들은 그냥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나 보는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은 많이 기다린다. 사회보장연금 수령, 실직수당 신청, 빨래방, 공중전화, 응급실, 감옥 기타 등등 - 47p
병원에서 일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아픈 환자일수록 조용하다는 것이다 - 148p
나는 보통 늙어가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 어떤 것들을 보면 아픔을 느끼는데,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머리를 휘날리며 긴 다리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그들은 얼마나 자유로워 보이는지. 또 어떤 것들은 나를 공황 상태에 빠뜨린다, 샌프란시스코 고속철도 문이 그렇다. 열차가 정지하고도 한참 기다려야 문이 열린다. 아주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너무 길다. 시간이 없는데.빨래방은 또 어떻고. 하지만 빨래방은 내가 젊었을 때도 문제였다. 너무 오래 걸린다. 스피드퀸 세탁기도 그렇다. 거기에 앉아 있는 동안 인생이 눈앞을 휙 지나간다. -160p
나는 보통 늙어가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 어떤 것들을 보면 아픔을 느끼는데,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머리를 휘날리며 긴 다리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그들은 얼마나 자유로워 보이는지. 또 어떤 것들은 나를 공황 상태에 빠뜨린다, 샌프란시스코 고속철도 문이 그렇다. 열차가 정지하고도 한참 기다려야 문이 열린다. 아주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너무 길다. 시간이 없는데.
빨래방은 또 어떻고. 하지만 빨래방은 내가 젊었을 때도 문제였다. 너무 오래 걸린다. 스피드퀸 세탁기도 그렇다. 거기에 앉아 있는 동안 인생이 눈앞을 휙 지나간다. -160p
"일주일에 한 번 가서 먹을 걸 주는 걸고 뭐가 달라져요? 그들의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잖아요. 아니, 일주일에 한 번 빵이나 주는 걸로는 안 되잖아요."그건 그렇지만 그녀는 혁명을 하고 모든 걸 공유할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한다고 했다."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여기에 살고 있다는 걸 바깥세상의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어. 우리는 저들에게 세상이 곧 바뀔 거라고 말해주지. 희망. 그건 희망의 문제야." 도슨 선생님이 말했다. -196p
"일주일에 한 번 가서 먹을 걸 주는 걸고 뭐가 달라져요? 그들의 생활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잖아요. 아니, 일주일에 한 번 빵이나 주는 걸로는 안 되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그녀는 혁명을 하고 모든 걸 공유할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한다고 했다.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여기에 살고 있다는 걸 바깥세상의 누군가는 알고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어. 우리는 저들에게 세상이 곧 바뀔 거라고 말해주지. 희망. 그건 희망의 문제야." 도슨 선생님이 말했다. -196p
"세상엔 바꿔야 할 게 많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의 싸움이지 내 싸움이 아니에요.""너 모르겠어? 그 태도, 바로 그게 세상의 문제라는 걸?" -203p
"세상엔 바꿔야 할 게 많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의 싸움이지 내 싸움이 아니에요."
"너 모르겠어? 그 태도, 바로 그게 세상의 문제라는 걸?" -20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