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106동 101호
천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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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디지털감성e북카페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급매 106동 101호』는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 평소에도 집과 관련된 괴담이나 공포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사람들은 중고 가전이나 중고 옷에는 전 주인의 기운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문득 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신축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살다가 떠난 공간이고, 그 안에는 이전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나 역시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처음 몇 달 동안은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불편했다. 집 안에 나 말고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었다.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감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졌지만, 그래서인지 이 책의 설정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제목처럼 '급매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에 사람들의 욕망과 사연,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공포를 결합한 설정은 꽤 흥미로웠다. 읽는 내내 "나라면 이 집을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집이라는 공간을 다시 한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다만 결말은 조금 아쉬웠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그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마지막에는 벌을 받기보다 다시 기회를 얻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물론 사람마다 해석은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확실한 권선징악의 결말이었다면 훨씬 통쾌했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와 공포를 잘 섞어낸 작품이었다. 귀신이 갑자기 나타나 놀라게 하는 방식보다, 익숙한 공간인 '집' 자체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 점이 인상 깊었다. 집과 관련된 미스터리나 현실 공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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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귀 뚫기
집영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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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영어는 내 평생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매년 목표를 세울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영어 공부이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토익 공부도 시작했지만 늘 비슷한 고민에 부딪힌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공부해도 막상 영어가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식, 영국식, 호주식 발음까지 다 다르니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지조차 헷갈릴 때가 많다. 그래서 제목부터 눈길을 끈 『영어 귀 뚫기』를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또 다른 영어 공부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대단한 비법이나 어려운 이론이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책은 의외로 매우 단순한 이야기를 한다. 영어를 공부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언어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45세가 되어서야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문법과 해석에 집착하기보다 영어를 계속 듣고 익숙해지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막을 보지 말라", "한국어로 해석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영어를 들으면 무조건 머릿속에서 한국어로 바꾸려고 한다. 나 역시 영어 문장을 들으면 뜻부터 해석하려고 했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멈추곤 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습관이 오히려 영어를 듣는 능력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계속 소리에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영어를 못한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어를 다 몰라도 괜찮고, 문법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래서 영어 때문에 자신감을 잃었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영어가 갑자기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대하는 태도는 조금 달라졌다. 영어를 공부해야 할 과목으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도 영어 관련 책을 여러 권 사 놓고 끝까지 실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딱 1년만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이 다시 생겼다. 영어 때문에 늘 좌절했던 사람, 특히 듣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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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ㅣ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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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내가 읽었던 책 중 『인간 실격』의 표지에는 에곤 실레의 자화상이 사용되었다. 어딘가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그 그림이 주인공 요조의 모습과 너무 잘 어울려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반면 프란츠 카프카는 『심판』으로 처음 만났다. 하지만 솔직히 『심판』은 나와 잘 맞지 않았다. 주인공 요제프 K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끝까지 밝혀지지 않아 답답함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둘을 '만나지 않은 쌍둥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고 어떤 점이 닮아 있는지 궁금해져 책을 펼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아버지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았다는 점이었다. 문제는 그 영향이 긍정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프카의 아버지는 엄격한 사람이었고, 어린 카프카가 물을 달라고 보챘다는 이유로 한밤중에 베란다에 내쫓아 문을 닫아버렸다고 한다. 어린아이에게는 평생 잊기 힘든 공포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카프카의 작품에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이 책에 함께 실린 『변신』은 정말 인상 깊었다. 그레고르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 이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해버린다. 처음에는 여동생이 돌봐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가 그를 부담스럽게 여기기 시작한다.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가족들의 태도였다. 아버지는 무기력한 노인처럼 보였지만 결국 다시 일을 시작했고, 가족들은 점점 그레고르를 짐처럼 취급한다. 결국 그는 방 안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그의 죽음은 너무나도 담담하게 "처리되었다"는 말로 끝난다. 책을 읽으며 분노가 치밀었다. 그레고르가 가족을 위해 희생한 시간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래서 더욱 그레고르가 불쌍했고,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도 비슷한 모습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에곤 실레의 삶 역시 안타까웠다. 그는 13살의 나이에 아버지가 정신적으로 무너져 재산 문서를 모두 불태우는 장면을 목격했다.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겪었으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남들과 달랐을 것 같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받았고, 작품 일부는 법정에서 불태워졌다. 이후 그의 그림은 이전과 조금 달라지지만 불안과 고독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레가 남긴 수많은 자화상을 보면 어딘가 마르고 위태롭고 불안해 보인다. 그는 결혼 후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지만 임신 중이던 아내가 스페인 독감으로 세상을 떠났고 태어나지 못한 아이 역시 함께 죽었다. 그리고 실레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였다.


두 사람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실제로 만나지는 못했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나니 왜 이들을 '쌍둥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은 펜으로, 한 사람은 붓으로 자신의 불안과 고독, 삶에 대한 질문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카프카는 글로, 실레는 그림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세상과 싸웠다.


이 책을 읽으며 카프카의 작품 세계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에곤 실레의 그림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두 사람의 삶은 안타까웠지만, 그들이 남긴 작품이 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읽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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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술의 세계사 - 리더가 탐한 붉은 권력,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 와인 역사
명욱 지음 / 포르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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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나는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마신다고 해도 맥주 정도라서 와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왕과 술의 세계사』라는 제목을 봤을 때도 "와인 이야기겠구나" 정도만 생각했다. 솔직히 와인에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단순히 와인의 종류나 맛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와인을 통해 권력과 종교, 전쟁과 경제,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지아의 고대 문명부터 이집트, 그리스, 로마를 거쳐 중세 유럽과 백년전쟁,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시대까지 이어지는 내용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계사를 다시 훑어보는 기분도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사 속 권력자들이 무력이나 재산만으로 사람들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왕들은 와인을 통해 자신의 권위를 드러냈고, 종교는 와인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힘만이 아니라 상징과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와인 이야기라기보다 인간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나는 원래 세계사 관련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은 특정 시대를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소재를 중심으로 역사를 연결해 나간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따로따로 알고 있던 백년전쟁, 십자군 전쟁, 프랑스 혁명 같은 사건들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붉은색 와인과 세계사의 이야기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전쟁과 혁명, 왕과 황제, 인간의 욕망과 몰락을 떠올리면 붉은 와인 한 잔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인물과 지역, 전쟁의 흐름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중간중간 그림이나 지도 같은 자료가 함께 들어갔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세계사와 인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나 역시 와인에 대한 지식보다 인간이 어떻게 권력을 만들고 유지해 왔는지, 그리고 역사가 어떤 방식으로 흘러왔는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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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도감
박우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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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부제는 ‘우리 주변의 이상하고 솔직한 사람들’인데, 읽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였고, 지금의 내 이야기이고, 앞으로도 내 이야기가 될 것 같은 내용들이 많았다.


이 책은 만화와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빠르게 읽을 수 있다. 누군가의 사연을 소개하고, 그 사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덧붙이는 방식인데 이상하게도 하나하나가 공감되었다. 어떤 내용은 웃으면서 읽었지만, 어떤 내용은 마치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하기도 했다.


특히 목차부터가 인상적이었다. '타인의 평가에 예민한 당신이 봐야 할 만화', '친구랑 놀고서 집 가면 공허한 당신이 봐야 할 만화', '포기하기 두려운 당신이 봐야 할 만화', '불투명한 미래가 두려운 당신이 봐야 할 만화' 같은 제목들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하나쯤은 해당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나는 여러 개가 해당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남의 사연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사람은 누구나 모순적인 존재인 것 같다. 가족에게는 쉽게 짜증을 내면서도 미안해하고, 누군가의 성공을 축하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러워하고, 괜찮은 척하면서도 혼자 있을 때는 불안해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숨기며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감정들을 "너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위로가 된다기보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훈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가 아니라 "원래 사람은 이런 모습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부담이 없었고, 오히려 내 안의 부족한 모습들을 조금은 인정하게 되었다.


완벽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대신 완벽하지 않은 사람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지만, 읽고 나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된다. "이거 완전 내 이야기인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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