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땅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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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글은 디지털감성e북카페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이번 서평 이벤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품으로, 이번에 새롭게 출간되어 더 세련된 표지로 만날 수 있었다.

이전 권들을 읽지 않았음에도 17권인 '욕망의 땅'만으로도 무리 없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중세 영국의 수도원을 배경으로, 수도사 캐드펠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형식으로 시리즈가 구성된 듯하다. 책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지도로 잠시 긴장했지만, 곧 흐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과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로 초반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이야기가 지닌 힘은 그것을 충분히 넘어선다. 수도원에 기증된 땅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한때 실종된 루알드의 아내 제너리스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사건은 점차 과거의 상처와 얽힌 인간관계 속으로 깊이 파고든다.

침묵과 욕망, 상처와 후회가 얽힌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은 모두 조금씩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드러난다. 종교적 제약과 개인의 고통이 교차하는 상황 속에서, 이야기는 ‘누가 죽였는가’보다는 ‘왜 이들은 침묵했는가’를 묻는다.

사건의 진실을 좇는 과정 속에서도, 끝내 오래 남는 것은 인물들의 마음과 삶의 무게다. 비록 시대와 환경은 다르지만, 인간의 본성과 도덕에 대한 성찰은 지금의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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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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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의 친절함이 매우 인상 깊었다. 책 초반에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나이, 직업 등이 정리되어 있어, 읽다가 등장인물이 헷갈릴 때마다 다시 돌아가서 확인하기 좋았다. 책 제목에 ‘밀실’이 들어가므로 밀실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었고, 요즘 유행하는 ‘클로즈드 서클’ 장르의 밀실 범죄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클로즈드 서클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화자인 구즈시로 가스미의 여사친인 아사히나 요즈키는 사람의 이름에 별명을 붙여 부르는 습관이 있다. 이 점이 흥미로워 나도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별명을 통해 범인을 추리해 보려 했다. 아직 책의 내용을 깊게 들어가기 전이었고, 등장인물이 모두 등장했을 때 느낀 점을 이야기하자면, 이름에 별명이 들어가지 않는 인물이 총 5명이었다. 그들은 하세미 리리아, 펜릴 앨리스해저드, 간자키 사토루, 아사히나 요즈키, 미쓰무라 시쓰리였다. 그래서 나는 이 5명 중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그 중 첫 번째로 죽은 인물이 바로 간자키 사토루였다. 따라서 범인은 4명으로 좁혀졌다. 이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스포일러는 최대한 피하겠다.


책 속에서는 녹스의 십계나 모세의 십계 등도 언급 되어서, 유키 하루오의 방주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읽었던 책들과의 연관을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런 부분들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이었지만, 나는 이 책을 한 번 펼치면 도저히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었다. ‘조금만 읽고 자야지’ 하고 시작했지만, 어느새 300페이지를 넘겼고, 결국 잠이 들었을 때는 책을 품에 안고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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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나 괜찮다 - 흔들리는 시간을 넘어 단단히 나를 세우는 법
이현수 지음 / 북파머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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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작가의 이름을 보고 자연스레 남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의 첫 장을 펼치며 40대에 힘든 시기를 겪었다는 내용을 접했을 때, 문득 ‘고려대학교를 나온 사람이 겪는 삶의 어려움은 얼마나 클까’ 하는 편견 섞인 생각도 들었다. 그 순간, 그 판단이 사실은 내 안에 있는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흔히 우리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책까지 출간한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멋진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하지만, 힘듦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그 깊이나 무게는 결코 단순히 비교할 수 없는 것임을 책을 읽으며 점차 알아가게 되었다.


책이 본격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갱년기’, 작가가 말하는 ‘갱신기’와 번아웃이다. 이 부분은 남녀를 불문하고,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중년기라는 시기가 주는 무게와 변화는 많은 이들에게 말 못 할 고통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최근에 유튜브를 보다가 떠오른 한 장면이 있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에서 주인공 시지프는 신을 기만한 대가로 무거운 돌을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그러나 돌은 항상 정상에서 굴러떨어지고, 그는 다시 그 돌을 밀고 올라간다. 끝없이 반복되는 이 노동은, 마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특히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시지프의 형벌처럼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아직 40대에 접어들진 않았지만, 중년기의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무거운지를 생각하면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이 밀려온다. 우리 사회의 정책을 보면 청년을 위한 지원책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고, 고령층을 위한 제도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작 중장년층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 사회와 가정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시기임에도, 그 무게를 덜어줄 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책에서 ‘외로움’을 ‘친구’에 비유한 표현은 유독 인상 깊었다. 나 역시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편이다. 우리는 흔히 외로움을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받아들이지만, 작가는 외로움을 오히려 편안한 친구처럼 받아들이라고 말해준다. 그 말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외로움은 피하거나 숨길 감정이 아니라, 삶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가가 말한 ‘나만의 컴포트존’을 만들고 하루에 한두 가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는 조언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나를 지키기 위한 삶의 방식을 고민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당신은 언제나 괜찮다』는 특정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각자의 삶 속에서 스스로의 의미와 위안을 찾아갈 수 있도록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책이다. 지친 하루의 끝에서 이 책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생각보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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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문장 필사책
박경만 지음 / 책글터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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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0개의 문장을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은, 왼쪽 페이지에는 명문장이 인쇄되어 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밑줄이 그어진 필사 노트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읽고, 느끼고, 따라 쓰는 단순한 구조지만, 그 속에 담긴 가능성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 역시 필사를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몇 번 필사를 시도했지만, 며칠 가지 못하고 중단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그저 ‘좋은 문장을 써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옮겨 적었지만, 어느 순간 의욕이 사라졌고, 반복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포기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 대답을 유튜브 영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단순히 눈으로 읽은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는 것만으로는 필사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필사는 그 문장을 ‘외우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외운 뒤, 종이를 보고 쓰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남은 문장을 꺼내 다시 적어보는 것. 그 과정에서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 문장은 내 일상적인 표현과 섞이고, 그렇게 왜곡된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고쳐 써야 비로소 원문에 가까워진다. 때로는 아예 다른 형태로 나만의 문장이 되기도 한다.

그 반복이 언어를 만들고, 사고를 확장시키며,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이번에는 예전과 다르게 접근했다. 우선 책에 실린 120개의 문장을 모두 한 번씩 정독하고 직접 필사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일부러 필사 페이지에 여백을 많이 남겨두었다. 그 빈칸은 반복을 위한 공간이고, 기억을 위한 기다림이다. 단순한 필사를 넘어서 나의 언어로 문장을 체화하는 연습을 하려 한다.

『인생에서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문장 필사책』은 단순한 필사 노트가 아니다. 좋은 문장을 나만의 언어로 끌어들이고 싶은 이들에게, ‘어떻게 필사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도구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하나의 문장을 반복해서 쓰고 있다. 정확히 옮기는 것이 목표이기보다, 그 문장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의 언어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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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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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영윤해라는 인물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아버지인 영유는 왕이 되지 못하고 결국 동생인 영위에게 왕자리를 내어주고 있는듯 없는듯 지내고 있다. 그러다가 영윤해가 어릴 적에 은난조라는 사람에게 혼인이 들어온다. 윤해는 은난조가 마음에 들었기에 이 혼인을 성사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그 혼인은 취소가 되었다. 아마도 왕의 형의 세력이 커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취소가 된 듯 싶다. 그때 윤해는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티를 낼 수도 없었고 그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어릴적에는 아버지와 함께 말두기를 하고, 아버지가 그린 그림을 보고 다시 빗자루로 쓸어내는 것들을 보았다. 봄에도 꽃놀이 한번 못가고 정말 있는듯 없는듯 살았는데, 그건 다 아버지가 본인은 역사책에 한줄만 남기를 바랬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윤해에게도 그대로 전승해주는 듯 했다. 만약 역모가 일어난다면, 사실이든 아니든 그 이름의 명단에 당연히 들어갈 자가 영유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해는 그게 싫었다. 욕심이라는 것을 내면 모두 다 가져가버리니까. 윤해 생각에는 아버지가 송곳인데 절대 주머니를 뚫고 나올 수 없는 송곳이라고 느꼈어. 그래서 아버지한테 '저도 송곳이에요'라고 말하니, 아버지는 '너는 칼이다. 내가 품어서 잘 안다'라고 하셨다. 그래! 윤해는 아버지보다 더 날카롭고 위협적이고 더 강력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종마금이라는 자에게 혼인 청이 들어 온다. 그때 윤해가 20대 후반이었고 그시절에는 너무나 늦은 나이이다. 그런데 혼인이 들어온다고? 그렇다면 종마금이라는 자는 어떠한가 보니, 사냥개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사람을 죽이고 그 뼈를 뽑아서 즐기는 사이코패스였다. 그런자와의 혼인이라니, 그런데 아버지는 그 혼인을 성사시키려고 한다. 그만하면 됐다하면서. 어느날 종마금이 윤해의 집에 왔는데, 이것저것 혼인을 하려면 달라고 하는 것들이 계속 추가했다. 사실 종마금은 윤해가 마음에 안드니까 파혼을 하고 싶은데, 자꾸 해주겠다고 하니까 결국 윤해를 죽이려고 한다. 그러다가 윤해는 절벽에 몰리게 되고, 그 순간 윤해의 마음에는 분노가 일어난다. 윤해가 원한 건 이런게 아니기에. 그때 갑자기 소리가 들려온다. '그럼, 너를 구해' 그리고 윤해는 '그래, 그럴게' 라고 생각한다. 방법은 모르지만. 그 순간 갑자기 곰개가 나타나서 사냥개들과 종마금을 뜯어 죽인다. 그리고 윤해는 살게 된다. 이때가 윤해가 운명으로부터 자신을 구한 날이다.

나는 다르나킨도 좋았지만, 은난조라는 인물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우선 성품도 곧아보이고, 본인의 마음이 연모이지만, 윤해를 마법을 부린다고 느끼는 것도 어쩌면 순수하고 자신은 이미 결혼을 한 유부남이기에 그 마음을 몰랐으면 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결국 본인이 본인 마음을 깨닫지만, 그것도 윤해가 부리는 마법이라고 생각해버린다. 마지막에 윤해가 난조에게 그것은 내가 부린게 아니라고 알려준다. 그때 난조는 정말 자신이 윤해를 연모했다고 깨닫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책 뒤편의 작가의 말에는 전술이 된 진영을 그림으로 표현해주었는데, 역시나 나는 그림을 보아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기사와 마법사가 아닌 기병과 마법사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도 알려주었다.

나는 타로카드를 가끔 보고, 다른 사람을 봐주는데, 제목을 보고 기사카드(Knight)와 마법사(The Magician)이 생각났다. 기사는 마법사가 부리는 데로 움직이고 마법사는 기사를 믿고 마법을 내린다. 윤해와 다르나킨은 서로 그런 사이가 아니였을까? 둘이 사귄다? 혹은 결혼한다고 결론이 나와있지는 않지만, 결국 둘은 함께한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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