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풀하우스 소설 풀 하우스 1
원수연 원작, 서유미 지음 / 북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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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싸가지에 제멋대로인 듯 하지만 알게모르게 마음 따뜻한 남자와 오직 <풀하우스>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홀로서기 해야할 여자가 만나 싸우다 정들어 사랑까지 하게되는 이야기.


  채은수 그녀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으로 어려서 엄마를 잃고 얼마전 아버지마저 돌아가셔서 완벽하게 혼자였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버지가 설계하시고 엄마가 만들어주신 집, <풀하우스>가 있다.


  이진후 그는 요새 한창 뜨고있는 잘나가는 영화배우다.

본명은 민지훈. 대대로 사업가 집안에 뚱딴지 처럼 '딴따라'가 되겠다고 나선 놈이 맘에 안들어서 눈만 마주치면 버럭거리는 아버지가 있고, 본처의 아들이 있는 대기업 오너의 두번째 부인이 되서 낮이나 밤이나 아들이 눈밖에 나지 않도록 동동거리는 어머니에, 생모를 잃고 계모와 냉정한 아버지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혹시나 배다른 동생에게 사랑을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형까지 둔 조금은 자기 멋대로에 까칠한 성격까지 덤으로 가지고 있는, 아 그리고 서울 변두리에 몇년전 보아둔 괜찮은 <집>도 한 채 가지고 있는 남자다.

  그와 그녀가 처음으로 만난것은 호텔 화장실이었다.
그날도 은수는 친구를 쫒아다니는 귀찮은 남자를 떼어주는 '꽃미남 애인'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남장 차림이었고, 진후는 사촌의 결혼식에 의무적으로 참석한 상태였다. 생각없이 여자화장실에 들어섰다가 남장차림임을 자각해 얼른 후다닥 일을 보고 나오리라 뛰어든 남자화장실에서 마침 펜들을 피해 화장실에 숨어있던 진후와 맞닥뜨렸고 순간적으로 또 남장을 망각한 은수의 '변태' 외침과 얼결에 맞은 뺨...그리고 화가나서 잡아챈 멱살 밑으로 느껴지는 이물감....

  "트렌스....젠더?"

후다닥 도망친 은수를 뒤쫒기엔 너무 피곤했다. 하지만, 이 만남이 둘의 앞날에 아주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줄이야.

  바로 그 둘의 소동을 카메라에 찍은자가 있었고, 악의적으로 진후를 매장시키려고 그를 "동성애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여태껏 남성적 카리스마를 표면에 내걸었던 그로서는 커다란 타격이었고, 예정됬던 계약이 파기되기 시작했으며 한동안은 숨어서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질 날만 기다리는것이 좋겠다는 결론이났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그가 예전에 사 놓았던 집, <풀하우스>였다.

  진후의 매니저와 기획사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집을 앉은 자리에서 빼앗긴 은수는 한동안 억울하고 분했지만,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의 필체와 인감으로 된 계약서엔 어쩔수 없이 두 손들고 빈 몸으로 쫒겨날 수 밖에 없었다. 풀하우스 안의 내부 가구까지 모두 통째로 소유권이 넘어가 버렸기때문에 그녀에겐 극히 개인적인 옷가지와 코펠, 텐트만이 남았다. 하지만, 갈곳이 없었고 아직은 집주인 '민지훈'을 만나지 못한 상태라 한번이라도 따져보기위해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와의 첫만남은 결코 당당하지 못하게 한쪽은 도둑으로, 또 한쪽은 속옷차림의 민망함으로 이루어졌다. 마침 그가 새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아직 꺼내오지 못한 트렁크의 옷을 꺼내기 위해 현관을 나섰을때 은수는 쫒겨날 때 미처 챙기 못했던 오이피클등 밑반찬등을 꺼내가기 위해 부엌 창문으로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들어서던 그와 나가려던 그녀가 현관에서 맞닥뜨렸고 순간적으로 그녀는 이집의 소유권이 이제 없음을 망각하고 그를 쫒아내고 말았다. 황당하고 화가난 진후가 경찰에 신고한다는 협박에 어쩔수 문을 연 은수. 둘의 첫 만남이었다. 

  자신에게 집을 팔았던 남자의 딸. 어디선가 본 듯도 한... 여자치곤 큰 키에 바락바락 소리치며 죽어도 잘못했다는 말은 안하는 피곤한 여자였다. 물론, 하루아침에 쫒겨났으니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지난 몇년간 세도 없이 이만큼 사정을 봐주었으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자가 오이피클같은 짐들을 챙겨서 코가 빨개진채 문을 나설때도 오만한 인상을 펴지 않았다. 그 여자가 '새 집' 담벼락에 쓰러질듯 기대있던 텐트를 열고 들어섰을 때까지도. 그래서 그날 밤 비가 억수같이 퍼붓지만 않았어도 결코 그녀를 자신의 집에 들이지 않았을 거였다. 그렇게 그 둘의 기묘한 동거는 시작되었다.

  그녀한테 남겨진 단 하나 <풀하우스>를 차지한 왕싸가지 남자 민지훈.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이진후와 닮은 남자. 호텔 화장실에서 만났던 '변태'.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자신을 못 알아보는 기억력 나쁜 남자가 첫 인상만큼 아주 나쁜 인간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건, 폭우속에서 떨고 있는 그녀에게 퉁명스럽지만 손을 내밀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된 그의 아픈 짝사랑도. 

  고열로 앓고 있는 그를 위해 약을 사갖고 왔을때 그녀는 그의 '형수가 될 여자' 세린을 보았고, 진후의 눈빛에서 그녀가 단순히 미래의 형수가 아님을 알수 있었다. 그 둘은 과거에 연인이었지만, 어느 순간 세린은 그를 떠났다.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채 그를 피하던 그녀는 어느순간 형의 약혼녀로 나타난것이다. 소리지르며 묻고 싶었지만, 행복해하는 형을 보며 그냥 자신의 감정을 죽이는 것으로 대신할뿐이었다. 

  이때쯤 매니저로부터 집주인 '민지훈'이 영화배우 '이진후'의 본명임을 알게되었고, 잘 나가던 그가 이렇게 시외의 집에 은둔하면서 시간을 죽이게 된것도, 줄줄이 계약이 파기된 것도 모두 자신과의 본의 아닌 '소동'때문이었음을 알게된 은수는 죄책감에 당분간 <풀하우스>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 다시 되찾기로.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에게 따스한 밥을 차려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해준다. 실제로 그의 연기를 볼때면 느끼곤 하던 거지만, 그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그 <인물>자체가 된듯했고, 충분히 그가 바라는 시나리오의 역을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래서였을까? 진후는 따스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잘 될거라' 말하고 동시에 '잘 있으라'고 말하는 그녀를 떠나보내기 싫어졌다.그녀가 이 집에서 나가는것이 당연한 일이고 잘 된 일임에도 이젠 그녀를 보내기 싫어진 것이다. 

  떼를 쓰듯이 어이없는 이유로 그녀를 붙잡고 있을때 진후의 기획사에서 <동성애자>란 오명을 벗기기 위해 퍼뜨린 <이성과 연애중>이란 스캔들을 확인하기위해 무서운 진후의 아버지가 나타난 것도 그때. 똑같은 성질과 닮은 얼굴로 버럭대던 부자간의 싸움에 얼떨결에 '온전한 정신을 가진 채' 그의 곁에 서게 된 '여자'가 되버린 은수는 지기 싫어하는 진후의 순간적인 치기로 <결혼할 여자>까지 되버렸다. 물론, 똑똑한 은수는 풀하우스의 공간중에 서재랑, 베란다랑, 정원, 자신이 쓰던 방까지 돌려받기로 하고. 

  이제 은수는 싫어도 진후의 약혼녀 역할을 해야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진후를 바라보는 것이 습관처럼 되버렸다. 왕싸가지에 제멋대로에 형의 여자가 될 여자를 아직 못잊어서 사랑을 거부하는 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수 없이 나타나는 그의 선善함이, 연기에 대한 천부적인 열정이, 자신을 향한 이따금씩 반짝거리는 미소가 그를 사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보이면 안되는 위험한 감정임 또한 알아서 은수는 자신의 그런 감정을 숨기고 진후의 형과 세린의 약혼파티에 참석한다. 

  그 파티에서 은수가 입은 옷도 진후의 선물이었는데, 세린이 지나가는 말처럼 '내가 좋아하는 색'이란 말을 하고 그 말은 곧 은수의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 그리고 그날밤 진후와 세린의 대화를 듣게된다. 형을 사랑하느냐는 말에 편해서 좋다는 그녀. 왜 떠났냐는 진후의 물음에 그의 너무 커다란 사랑과 열정에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여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거란 생각에 편안한 규하의 사랑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진후는 허탈하고 기가막혀하고 오히려 뒤에 서서 듣던 은수가 세린에게 화를 낸다. 너무 아파하고 힘들어했던 그를 대신해서, 이 순간까지도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죽이는 그가 불쌍해서. 또,아직까지 그녀를 잊지못해 자신에게 그녀가 좋아한다는 색깔의 옷을 선물한 그가 미워서...

  하지만, 곧 진후의 무시무시한 표정과 억센 손아귀에 끌려 나오게 되었고, 창백한 표정의 세린을 숨은 그늘에서 부들부들 떨며 지켜보는 한 남자, 규하가 있었다....그리고 얼마안가 상처받은 표정의 은수를 보고 또 자신의 손에 의해 보랗빛으로 물든 그녀의 손목을 보고 심장이 쿵 떨어지는 진후가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억울한 것은 있었다. 오늘의 이 옷은 그녀, 은수만을 위해서 그가 고른것이었는데...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왜 그녀는 이 옷이 맘에 안든다는 것일까?

  항상 진후가 주목을 받았다. 자신이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동생이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자신은 늘 두번째였다. 아버지의 사랑을 뺏기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새어머니한테 구박받지 않기위해 착하게 행동했지만, 규하의 마음은 항상 허전했다. 그런 허전함을 달래주던 세린의 미소가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만이 유일하게 잘난동생을 제친것이었는데, 동생의 여자였다니....

  그래서 규하는 복수를 결심한다. 마침 그때 그에겐 진후를 따라다니던 악질 기자의 수첩까지 들어온 터라 아주 손쉽게 <동거>라는 치명적인 스캔들을 낼 수 있었다...이제 겨우 진후가 그토록 원하던 배역을 맡아 한창 그 인물 속에 빠져 살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자신 때문에 그 배역을 못하게 될거란 생각이 들자 은수는 결심을 한다. 기획사 사람들과 매니저에게 끌려나가는 그에게 "그 영화를 꼭 멋지게 성공시키라'는 말과함께. 그리고 곧 기자들이 떼거지로 <풀하우스>로 모여든다.,,,,
 

  사실...책을 반납해서 줄거리도 아쉽고, 대사들도 아쉽다. ...ㅠㅠ;;

비와 송혜교가 나와서 대박을 터뜨린 만화 원작의 소설. 하지만, 이것은 흔히 드라마로 각색되어진 것들이 그러하듯이 내용이 많이 다르다. 드라마에선 배다른 형제도 아니었고, 세린(드라마상에서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이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사람은 형인 규하였으며, 나중에 진호가 계약결혼을 하자 그때부터 마음을 내보였던 걸로 아는데,...


  드라마를 (유일하게) 먼저 보고 원작을 본 경우인데 내 경우엔 둘 다 느낌이 괜찮았다. 드라마는 유쾌했고, 책은 <소녀틱>했다. 드라마와 원작은 '다른것'일뿐 '달라서 틀린것'은 아니었으므로. 


  아, 각각 아쉬운 점은 있었다. 드라마에서 내가 비보다 더 좋아하고 맘에 들어했던 '사촌형'의 존재가 원작에선 너무 미미하고 소심한 존재로 나오는것이 마음 아팠고, 책에선 세린에대한 지난 사랑보단 같이 커온 배다른 형에대한 배려심이 더 나타났는데 드라마에선 설정상 그게 안됬었기에 송혜교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었다는 것. 

(아무래도 지난 사랑에 대한 감정을 오래 갖고 있는 남주는 별로이니까)


  어쨌든, 드라마가 됬었던 책을 찾아 읽어보는것도 재밌었다. 하지만, 먼저 영상물을 보면 책을 읽을때 영상들이 오버랩이 되서 상상의 나래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어서 역시 난....아직은 영상보단 활자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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